e스포츠를 즐기고 있는 여성 팬치고, '여자가 그런 걸 보니?'라는 소리 한번 안 들어 본 사람이 없다. '게임 볼 줄 아니? 넌 게임이 아니라 선수를 보는 거잖아'라는 편견 또한, 안 접해 본 사람이 없다. 하지만 여성팬들은 꿋꿋하다. 치어풀등의 적극적인 응원문화도, 팬덤을 e스포츠에서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킨 것도, 그리고 현장에서의 뜨거운 응원열기도. '적극적인 여성팬'들의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이는 e스포츠의 흥행정도를 가늠짓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팬들은, 이처럼 e스포츠를 향유하는 적극적 계층으로서의 대접을 받기가 쉽지 않다. 외부의 시선은 물론. 게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부터도, 심지어는 같은 팬들 사이에서도. 'e스포츠의 주된 계층'을 논할때는 배제당하고, 종종 무시당하기까지 한다. 그 단면이 잘 보여지는 것이, 이번 부스걸을 둘러싼 논란이다.
왜 부스걸이 불쾌한가
부스걸에 '어떤 여성팬(과 시선을 같이 하는 남성팬들도 포함되지만, 편의상 이렇게 지칭하겠다)'들이 불쾌하다고 말하는 이유의 핵심은, 여성을 '눈요기거리에 불과한 존재'로 등장시켰기 때문이다. 그 여성의 옷차림에 대한 불만을 표하는 것도, 단순히 옷 자체의 선정성을 따지자는게 아니다. 그보다는, 그 자리에 그런 옷을 입고 나와야 하는 '의도'와 '이유'가.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 장면을 시청하는 '어떤 남성팬'들은, '누가 더 예쁘냐' '누가 더 몸매가 좋으냐'며 그 존재를 '눈요기거리'로 여길게 분명하고, 실제로 그러했다. 그 여성들을 세팅 전문인력이라고 바라보는게 타당한가, 아니면 '온게임넷이 세팅 시간에 돌아가는 채널 좀 붙잡아두려고 시도한 조치'라고 보는게 자연스러운가. (이왕이며 예쁜 여자 배치, 라는 것도 결국 같은 차원의 문제이다)
부스걸을 접하자마자 어떤 여성팬들이 쉽게, 직관적으로 불쾌한 마음이 드는건. 그만큼 이런 '눈요기거리'의 등장과 배치가 노골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금 쉬이 비교되는 여러 '이미지 소비'들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부스걸의 등장은 단지 상업화되는 e스포츠에 결국 외모가 한가지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일까? 예를 들어 게이머들은 방송용 메이크업을 하는 등 외모에 신경쓰고 있다. 몸매를 드러내는 광고를 찍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은 실력 못지 않게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하고, 그를 위해 노력한다. 이것은 지금 e스포츠의 한 속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게이머로 존재한다. 아무리 외모가 잘나도 게임을 못하면 게임단에 들어갈수 없으며, 아무리 외모가 일반적이지 않아도 게임을 잘하면 방송에 등장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전문 세팅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 부스걸의 본질인가? 예쁘지 않아도, 원하면 부스걸을 할 수 있는가? (정말 그렇다면, 이 논란은 계속될 필요도 없다.)
이는 동방신기 등의 아이돌 가수 혹은 외모와 몸매를 자랑하는 기타 연예인들과 비교할 범주도 아니다. 그런 연예인이야, 말 그대로 호불호로 넘기면 된다. 그건 정말 특정 팬층을 노리는 '연예산업'이니까. (e스포츠가 연예산업이라고, 혹은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도, 역시 이 논란을 계속 할 필요가 없다.) 그런 연예인과 비교하자면, 예쁜 여자 방송인들이 e스포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나 예쁜 여자 연예인들이 e스포츠나 게임 광고를 하는 것에 불쾌하다고 할때, 같은 범주로 토론되어야 한다. 근데 지금은 그런 문제가 아니다. e스포츠에 '눈요기거리'로 등장한 '부스걸'에 대해서 불쾌하다는 거다.
그래서, 부스걸 자체 보다는 부스걸에 '반응'을 보이는 남성팬들이 문제 - 라는 지적은 어찌보면 타당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부스걸 자체가 바로 '그런 반응'을 노리고 배치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스걸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어떤 분이 정리하듯 선수들의 집중력이나 부스걸의 전문성, 순수성의 문제로 볼 수 없다. 오히려 그분이 결론내린 부스걸의 존재, 즉 '가치'에서 비롯된다. 부스걸은, '어떤 남성팬들의 눈요기거리'를 e스포츠가 제공하는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여성이 눈요기거리로 등장하는 것은, 남성들에는 '흥미롭고' '일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여성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불쾌하다. 그리고 그런 e스포츠를 원하지 않는다. 아주 간단한 문제인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부스맨'으로 바뀌면, 혹은 같이 등장시키면 해결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다들 알고 있지 않은가? 부스맨은, 등장할 리가 없다. (혹여 등장한다면 그건 이미 지금의 부스걸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등장할 것이다. 여성팬층을 노리는 연예산업으로 변화된 e스포츠라거나, 또는 이미지 소비만으로 먹고사는 스포츠가 되었을때)
싫으면 채널을 돌려라?
그럼, 그런 눈요기거리가 싫다면 여타의 방송들처럼 안보면 되는가? 리모컨은 그러라고 존재하는가?
프로리그의 어떤 방식이 싫어도, 24강이 싫어도, 선수들의 세팅시간이 싫어도, 하다못해 방송화면에 표시되는 빨간 줄 하나가 싫어도. 수많은 글들이 씌여지고, 읽히고, 토론된다. 그 의견을 표현하는데 있어, 그 의견이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누구도 '그냥 가만히 있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말할 건덕지도 안 되는 걸 왜 말하느냐'고 묵살하며 입을 닫게 만들지는 않는다.
즐거운 사람들이 있으니, 그저 '참아주면' 되는 것일까?
왜 누구는 즐기고, 누구는 불쾌감을 참아야 하는가. 누군가의 불쾌감을 무릅쓰고 즐기고 싶을 정도라는 시위가 아닌 담에야, 참으라고 말할 것 까지는 없지 않은가. 왜, 유독, 여성팬들은, 이런 종류의 문제에 대해 '어떤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 참아야 하는가. 여성팬들의 불쾌감은, 왜 별일아닌 듯 무시되어야 하는가.
부스걸 논란이, e스포츠에 해라도 되는가.
그럴수 있다. 어떤 사람이 즐기는 e스포츠에는 해(?)가 될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e스포츠의 정답일 수는 없다. 부스걸에 불쾌해하는 사람도 팬이고, 그들도 e스포츠에 대해 말할 권리가 있다. 그 불쾌해하는 팬들이 원하는 e스포츠에 대해 말할 뿐이다.
결국 이러한 '논란의 양상'은 e스포츠의 한 주체인 '어떤 여성팬'들을 배제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배제당한 여성팬들에게 '강요'하고는 한다. '우리가 제공하는 대로 즐기던지, 말던지'라고. '정 보기 싫으면 채널 돌리면 되지 왜 말이 많아'라고.
피지알이 그런 곳이길 바란다면, 특정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특정한 계층만이 공감을 나누는 그런 게시판이길 원한다면. 그래야 한다. 하지만 피지알이 보다 많은 이들과, 보다 다양한 주장과 성향이 논해지는 곳이길 원한다면 (물론 게시판 규정에 근거하여 ^^) 한번쯤 고민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 여성팬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혹여나 무심코 내뱉는 반응들이, 그 목소리를 싹부터 밟아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별 일 아닌' 부스걸
사실, 부스걸은 어떤 사람들의 표현대로라면 '별일 아닐지'도 모른다.
이미 온게임넷은 이런 길을 걷고 있었다. 쉽게 말해 보다 적극적으로, 젊은 남성 소비층을 끌어오는 것을 전략으로 삼아왔다는 것이다. 이전에 진행된 여성 카트리그에서도 게이머 선정기준(사진을 포함한 선정기준을 도입)과 홍보(카트걸로 이미지화), 사회자의 진행(여성게이머들의 외모를 칭찬하고 혹은 농담거리로 만들면서)에서 노골화 한 전례도 있다.
e스포츠만의 문제도 아니다. 선수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특정 옷차림을 강요하는 스포츠도 있고, 모터쇼는 자동차쇼가 아니라 레이싱걸들의 전시장이다. 미스코리아 공중파 중계가 사라진것도, 여성 직원을 뽑는데 키 165 이상 몸무게 45이하등의 규정이 '공식적으로나마' 사라진것도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런 문제에 대해 핏대 높이기에는 다른 문제들이 억울해할런지도 모르겠다. e스포츠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런 것 가지고 뭘'이라고 반응하는게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더 심한 일도 많거든요? 라면서.
여성팬들은, 무엇을 기대하는가
e스포츠에서도, 여성팬들의 취향은 종종 가벼운 거리로 취급되고, 여성팬들의 문화는 비난받기도 했다. 게임에 대해 모르겠지, 라는 편견은 그저 웃어 넘길수 있다. '나는 이런이런 이유로 게임을 좋아해'라고 굳이 설명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얼빠라며 무시당하고, 적극적으로 현장에 나가 응원한다면 '개념없이 소리지르는 빠순이' 취급을 받는다. 예쁘지 않으면, 우연히 방송화면에 얼굴이라도 잡혀 두고두고 놀림거리가 될까봐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게임을 시청하는 그 순간만큼은 e스포츠를 즐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전략에 환호하고 승리에 기뻐하며 패배에 아쉬워하는, 멋진 승부를 즐기고 그 감흥에 젖어드는 그 순간만큼은. 최소한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순간마저, 눈요기거리에 불쾌해하면서 '역시나 e스포츠도 별 수 없구나'를 느껴야 하고, '수고스럽게도' 채널을 돌려야 한다.
여성팬들은 e스포츠에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e스포츠야말로, '게임이 다 그렇지 뭘'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무릅쓰고 싹튼, 적극적 문화형태다. 게이머들은 게임중독자 취급을 받고, 게임방송을 하려던 사람들은 미친X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들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온 팬들과 함께 성장해온 새로운 '문화콘텐츠'이다.
최소한 그런 e스포츠는 달랐으면 좋겠다, 는 그런 기대를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문화보다는, 다른 그 어떤 문화매체와 문화집단보다는. 조금 더 여성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고, 팬으로서의 여성의 주체성과 존재를 '인정'해주는. 그런 문화로 자리잡아가기를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찌보면 별일 아닌 이 문제에 많이 불쾌했고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게임은 계속된다
별일 아니라고? 그래 그럴 수 있다. 그냥 참고 봐야지 어쩌겠냐고? 그래 그럴 생각이다. 그저, 희망이 있던만큼 실망감이 큰 것뿐이다.
그래, 게임은 계속될 것이고, 난 '여성 e스포츠 팬'으로서 계속 즐길 것 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문제에 대해 말하고 논할 것이다. 나에게 있어 리모컨은, 온게임넷과 엠비씨게임 '채널 전환'을 할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니까. e스포츠 채널을 돌려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덧.
이 글은 부스걸을 좋아하는 어떤 남성팬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부스걸을 없애기 위해 선동하는 것도 아니다.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그저 부스걸 논란에 달려있는 수많은 리플들 중, 그저 짧은 한마디 - 그 속에 어떤 속내가 담겨있는지 잘 느낄수 있는- 라도 달게 되는, 그 '어떤 여성팬'들과 공감하고 싶었을 뿐이다. "저도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저, 그 말이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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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03년 08월 01일 레벨 : 8 글쓰기 점수 : 207 (글 : 7, 코멘트 :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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