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번에 썼던 웨이터공화국 2편을 한번 써봤습니다. 그냥 웃자고 쓴 글입니다.
혹시 불쾌하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미리 양해의 말씀드립니다.
1편 링크
https://www.pgr21.com/zboard4/zboard.php?id=humor&page=1&sn1=on&divpage=8&sn=on&ss=off&sc=off&keyword=저글링&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5999
술을 마시다 보면
가끔 그냥 집에 들어가기 싫은 날이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집에 간다는 친구 녀석을 붙잡고
마땅히 갈 데가 없나 고민하다
다시 한국관 생각이 났다.
이제 웨이터 노면은 그만뒀을테고
2MB를 찾아야되는데
어째 저번에 테이블 자르는 거 보니
연락하기가 좀 깨림직하긴 했다.
하지만 술도 한잔 했겠다
뭐 웨이터 성격이 무슨 대순가??
웨이터가 부킹만 잘해주면 되지...
택시를 타고 한국관에 내린 뒤
입구에서 2MB를 찾아 달라 말했다.
테이블을 잡으려다
여기 저기 테이블이 반으로 잘라져 있는 걸 보고
오늘은 그냥 룸을 잡기로 했다.
룸 잡으면 저번 보다야 잘해주겠지...
룸으로 들어온 MB가 길고 가늘어서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찢어진 눈으로
웃으면서 아는 체를 한다.
'아 형 오랜만이시네요 허허'
'아 그냥 잘되나 궁금하기도 하고
여기 생각도 나고 해서요.. 요즘 장사 잘되요?'
'아 예 덕분에 잘~되고 있습니다.'
말하면서 MB가 갑자기 모금함같은 걸 꺼낸다.
'손님 혹시 성금 좀 안 하시겠습니까?'
난 의아한 마음에 물었다.
'요즘은 나이트에서도 불우이웃돕기하나요?'
'아니요 얼마전에 저희 화장실이 불에 탔거든요...
좀 도와주세요...'
어이가 없었지만
난 웃으면서 천원짜리 몇장을 꺼내준다.
그리고 저번 때가 생각나 MB에게 말한다.
'형 오늘은 부킹 좀 잘해주세요
저번엔 진짜 너무 성의없더라'
'아? 그래요?? 그날 손님이 너무 많아서
죄송합니다. 오늘은 믿고 맡겨주세요
형 제 보조가 부킹 오늘 책임질겁니다~'
'아 형 형 명함 한장 주세요...'
나는 이 참에 MB 명함이나 한장 받아나야겠다 싶었다.
2MB가 명함을 건낸다.
BBK 룸살롱 영업부장 2MB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있다.
'엥? BBK면 저번에 형 손님들한테 바가지 쒸웠다는 그 술집 아닌가?
MB가 당황한 듯 명함을 낚아챈다.
'허허 명함을 잘못드렸네요...
이게 왜 제 호주머니에 있는지 저도 모르겠네요 허허'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명함을 찟고
한국관 WT. 2MB라고 쓰여져있는 새 명함을 꺼내준다.
'여튼 형 제 보조가 부킹 잘 해줄겁니다. 야 들어와~'
'네 오빠..'
보조를 부르고 바쁘다는듯이 MB는 나간다.
보조 웨이터는 여자였다.
그녀의 명찰에는 WT.Orange라고 쓰여 있었다.
'오렌지?? 여튼 잘 부탁드려요 언니'
내가 말을 건내자 보조가 인상을 쓴다.
'오렌지 아니죠.. 오륀지에요...'
'아..네... 여튼 오늘 부킹 잘 부탁드려요..'
'부킹 아니죠.. 뷔킹이에요...'
난 조금 화가 났다...
'저 혹시 지금 저한테 시비거는거에요??'
보조가 당황한 듯 말한다.
'아 손님 뭔가 오해하신 것 같네요.. 요즘은 국제화 시대거든요..
다 손님을 위해서랍니다..OK??'
이건 뭐 손님 놀리는 것도 아니고
술도 마셨겠다 욱한 마음에 나는 소리를 꽥 질렀다.
'나 오늘 부킹안해도 그만이니까 나가!!'
보조가 울먹거리면서 나간다.
그러나 그 언니도 보통 성격은 아닌가 보다...
'뷔킹 안한다 그랬지?? 어디 뷔킹하기만 해봐라!!'
마치 나 들으라는 듯이 크게 혼자 중얼거리더니
문을 쾅 닫고 나간다.
MB가 무슨 일이냐는 듯이 룸으로 다시 들어왔다.
내가 상황을 말하자
'아 쟤가 아직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많이 미숙합니다. 허허
다른 친구를 불러드리죠...'
MB는 다시 다른 보조를 부른다.
'야 들어와'
이번엔 남자였다.
그는 MB 보조 '부추'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하하 제가 이래뵈도 대학물을 좀 먹었거든요..
오늘 제가 손님 부킹은 책임지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부킹해주겠다며 서둘러 나간다.
그러나
30분이 지났는데도
전혀 소식이 없다.
저번에야 테이블 잡았으니 그렇다치고
룸 잡았는데도 이런 식이라면 곤란하자나
아까 오렌지때문에 짜증났던 기분이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나는 문을 열고 부추를 찾았다.
마침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부추를 잡아다
룸으로 끌고와 한소리 했다.
'형 이거 너무 한거 아냐?
테이블도 아니고 룸인데
부킹 이렇게 안해주면 어떻해?'
부추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손님 오늘 여성분들이 별로 없네요'
'아니 그래도 성의는 보여줘야 할거 아니에요? 이러면 내가 왜 룸 잡냐고...'
'손님 이럴땐 하루 먼저 와서 부킹을 하셨어야죠..
어제는 손님 많았는데...
그리고 여기 지하라서
사람들이 너무 많으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아져서
공기도 더 안좋아집니다..
손님이 이해하셔야죠 그 정도는...'
이건 또 무슨 소리냐;;
아 MB 보조들은 하나같이 다 왜 이러냐;
머리가 아픈 건 아까 마신 술기운 때문만은 아닌거 같다...
그러나 부추의 말은 내 생각과 아랑곳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손님 요즘이 어떤 시대입니까...
곧 팁 4만원 시댑니다. 저도 팁을 주셔야지 부킹 해 드릴거 아닙니까...
그리고 슬로우 라이프 모르세요??
좀 참고 기다리셔야죠...
앞으로는 나이트로 관광오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머리가 아파서 더 이상 못 듣겠다.
'아.. 네...여튼 형 부킹 좀 부탁해요'
난 그냥 서둘러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4만원을 찔러주고
다급히 부추를 내 보냈다.
이제 뭐 부킹 기대 안한다.
그냥 내 눈에 보이지 말고 앞에서 입만 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 기대는 금방 여지없이 깨졌다.
부추가 웃으면서 다시 들어온 것이다.
난 화를 내려다
뒤에 부추 손에 이끌려 들어오는 여자를 보고
인상을 풀었다.
와... 여자분이 몹시 이뻤다.
그래 부추 니가 이제 제대로 하는구나...
여자분이 날보고 웃으며 옆에 앉는다.
옆에서 가까이 보니 더 이쁘다.
부추는 내게 찡긋 웃어보이더니 나가고
룸 안에는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흐르다
내가 먼저 말을 걸어본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나귀연...이에요..'
'아 이름도 얼굴만큼 무척 귀여우시네요...'
난 썰렁한 농담을 건낸다..
여자분이 웃으며 말한다.
'술 한잔 주세요...'
그녀의 호의적인 반응에
나도 기분이 좋아져 웃으면서 말했다
'따라 드릴께요...'
난 J&B 한잔을 그녀에게 따라줬다.
'드세요...'
그러자 그녀가 갑자기 화가 난 듯 말한다.
'내가 언제 술마신다 그랬죠??'
난 당황스러웠다.
'아니 술 한잔 달라면서요??'
'주어가 없자나욧!!! 주어가...
술한잔 달라 그랬지 나한테 달라 그러진 않았거든요??'
그러자 나도 짜증이 났다.
'그럼 나는 언제 너한테 드시라 그랬나요...? 아니거든요??'
그녀는 인상을 찌뿌리더니
'빠가야로' 한마디를 내뱉고 나가버린다.
난 어이없는 마음에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
오늘 도대체 왜 이러냐?
이건 저번보다 더 심하자나??
짜증나는 맘을 풀 겸 난 친구를 불렀다.
'야 나가서 춤이라도 추고 오자~'
친구도 부킹이 안되서 짜증나던 차에
같이 나가자고 한다.
둘이 나와서 스테이지에 올라 춤을 추려고 하자
갑자기 어디선가 부추가 나타난다.
'아 손님 저희는 스테이지에 오를 때 요금을 받습니다.'
아니 이건 또 무슨 소리지?
'형 스테이지에서 춤추는데 요금받는데가 어딨어요?'
'하하 이해해 주십쇼... 선진국에는 다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난 더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친구에게 말했다.
'야 나가자 여기 다시는 오지 말자...'
우리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
부킹은 못했는데도
이리저리 부닥거리다보니
어느새 밖은 새벽에서 아침으로 넘어가
조금씩 밝아 오고 있었다.
그러나 내 마음은 아직도 어두웠다.
얼마 시간이 흐르지도 않은거 같은데
예전의 한국관이 벌써 그리워진다.
오늘은 이대로 못들어가겠다.
난 친구를 불렀다.
'야 한잔 더해 오늘은 죽을 때까지 한번 마셔보자'
취하고 싶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