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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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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le #1 |
so11_(10).jpg (345.3 KB), Download : 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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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단 두 사람이었지요. 황제라고 불렸던 청년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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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gr21.com/?b=1&n=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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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황제라고 불렸던 청년.
그리고 그 청년에게 모든 걸 걸었던 무명의 스포츠 학도.
스타리그 10년.
그 10년 가운데 오직 한 번.
기적과도 같은 항해의 끝에서 일어난
E-SPORTS 사상 단 한 번 존재했던 무적의 제국함대는, 단 두 사람의 손에서 시작되었음을, 나는 다시 떠올리려고 합니다.
1.
'요환아, 넌 가라.'
'신림동 게임 또-라이'를 황제의 자리에 올려놓았던 김양중 감독은
너무나도 당당하게,
너무나도 단호하게 그 청년이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내주었습니다.
이제는 잊혀진 이름, IS를 지고.
당당하게 돌아서서, 황제를 황제의 길로 떠나보내고
눈물을 술에 묻으며 이제는 잊혀진 이름, IS와 그 막대한 빚을 홀로 지고
E- SPORTS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황제라고 불렸던 청년은
오직 게임 속에서만 황제일 수 있었던, 그 젊은 청년은, 무명의 스포츠 학도와 함께
뒷날 전설이라고 불렸던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꿈을 서로에게 걸고.
2.
동양 오리온.
바로 그 '황제'가 최초의 억대 연봉 계약을 동양제과와 체결했을 때는,
1억원. 게임으로 1억원을 벌어 들인다.
더러는 그 숫자에 감탄했고, 더러는 E-SPORTS의 쾌거라 입을 모았고, 더러는 '임요환'이니까 가능하다. 그렇게 말했습니다.
임요환.
그리고 주훈.
두 사람의 항해는 거기서 끝마칠 수도 있었습니다.
그 때의 '황제'는 오로지 패자(覇者)의 이름이었고, '황제'의 화려한 빛은 아직 사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초대 본좌.
최강의 이름.
E-SPORTS 최고의 인기스타.
그 위광으로도 충분했을 거라고.
패자의 이름에 기대어 두 사람의 항해는 거기서 끝마칠 수도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다시 바다를 향해 쪽배를 띄웠습니다.
아니, 두 사람만은 아니었습니다.
동양 오리온.
분명 그런 이름이었지요. 김성제가, 이창훈이, 최연성이, 박용욱이, 김현진이 몸담았던 그 작디 작은 쪽배의 이름은.
프로게이머란 이름을 버리게 될 수도 있었던 사람.
프로게이머란 이름을 갖지도 못했던 사람.
프로게이머란 이름을 한 번 버렸던 사람.
그런 사람들에게서 시작되었지요.
그 항해는.
바로 그 '황제'는, 그리고 그 황제에게 모든 걸 걸었던 무모한 조력자는 '최강의 이름'과 1억원을 버렸었지요.
그 항해를 위해서.
그리고 2005년.
'쪽배'는 위풍당당한 함대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3.
'황제'라는 별명을 누가 붙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것은, 그러한 '황제'의 이름을 붙일 때에 그가 보았던 것은
임요환이란 청년의 화려한 빛이었을 거라는 것.
압도적인, 화려한, 재기발랄한, 강한.
수십만 병사를 부리며 넓디 넓은 대륙을 제패하는 그러한 황제의 이름이었을 것입니다.
'명장'이라는 이름도 어떻게 붙었는지만은 알겠습니다.
우승, 우승, 우승, 우승, 최다 개인리그 진출, 최다 우승, 최다 결승 집안싸움.
수많은 트로피와 수많은 승리의 영광.
압도적인, 화려한, 재기발랄한, 강한.
최강의 팀을 만든, 그러한 감독이었기에 붙인 이름이었을 것입니다.
SK의 프론트진이 원했던 것도 바로 그러한 이름이었겠지요.
그렇지만 저는 당당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내가 보았던 '황제'의 이름은
내가 보았던 '명장'의 이름은
내 가슴을 떨리게 만들었던 '제국함대'는 그런 것이 아니었노라고.
말했었지요.
오리온이라는 쪽배를 띄우며, '최강의 이름'으로서의 황제를 임요환은 버렸다고.
내가 보았던 황제는 이랬답니다.
E-SPORTS, 너무나 강한 한 팀만이 있다면 더 이상 이 판을 보려는 사람은 없을거라며
그 1억원을 털어 팀을 운영하는 게 그 사람이었습니다.
팀원들에게까지 연봉을 지급할 수는 없다고 하자, 자신에게 주어질 1억원을 거절한 것이 그 사람이었습니다.
팀에 반찬을 마련할 여유가 없다며, 팬 카페에 반찬 좀 보내달라며 멋쩍게 웃던 게 그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본 명장도 말해드릴까요.
오직 '게임 속'의 황제일 뿐인 청년을 향해 주저없이 자신의 꿈을 걸었던 남자.
이름뿐인 감독자리에서 사비를 털어가며 팀원들을 먹이고 입히고 재웠던 남자.
그 가운데에서 틈을 내어 기업들을 전전하며 무모한 설득을 하려 들었던 남자.
도로 한 복판에서 고장나버린 차를 함께 밀면서도 서로에게 걸었던 꿈을 거두지 않았고
좌중을 경악시킨 대 역전극 후에 누구보다 먼저 서로를 안으며 눈물을 글썽였던 두 사람.
임요환.
그리고 주훈.
4.
SK T1 프론트진의 이러한 선택에 관하여, 제 입가에서는 씁쓸함이 가시지 않습니다.
단지, '황제'의 꿈이 더 이상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 아니며
낡은 추억의 장이 바스라졌기 때문도 아닙니다.
이제 나는, 당신들이 말하는 '성적'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사상 '최강'의 제국함대로서 T1이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끊임없는 내부 경쟁 시스템?
종족 주장제를 통한 상호 보완?
임요환의 존재?
아니오.
아니오.
..........글쎄요.
임요환이란 남자는, 가장 많은 영명과 가장 많은 오명을 동시에 가진 사람.
때로는 프로게이머들의 큰 형님으로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결승전 패배에서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그가 주장으로 있었을 때의 T1이 그토록 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끌지 않는 것'.
만일 누군가가 당신과 함께 걸어가기 위해 가진 것을 모두 기꺼이 내던진다면
그토록 화려하던 빛을 잃으면서도 당신과 함께 걸어가고자 한다면 당신은 그를 저버릴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그렇게 했습니다.
김성제가 그와 같이 걸었고
최연성이 그와 함께 걸었고
박용욱이 그와 함께 걸었습니다.
천부적인 게릴라와, 묵직한 힘의 물량전, 화려한 백병전.
나이도, 경력도, 팀내 지위도 비슷비슷하며 그 스타일만큼이나 천차만별인 그들을 이끈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황제'는, '명장'은 그들을 이끌려 하지 않았고
오직 그들과 함께 가고 싶어했기에, 그러기 위해서 그 무엇도 마다하지 않았기에
그들은 함께 걷고자 했습니다.
나는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리더십보다, 그 어떤 시스템보다 그 힘은 강했고
그것이 쪽배를 무적의 제국함대로 만들었노라고.
임요환과 함께 한 주훈이었기에
주훈과 함께 한 임요환이었기에
그들과 함께 한 T1이었기에, 강했었노라고.
적어도 '황제'가 돌아올 때까지는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 항해에 대해 아무것도 듣지 못했고
듣고 싶어하지도 않아 할 당신들로서는 결코 알지도, 인정하지도 못하겠지만.
이제 더 이상은 제국함대의 위풍을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5.
So1.
우연찮게도 '소망'이란 이름을 가진 리그에서
언젠가 그렇게 말했었지요. 더이상 '최강'도 아니고 더이상 '청년'도 아닌 황제는.
주훈이라는 감독이 함께 할 때, 꼭 한 번 우승하고 싶었노라고.
밤이 깊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습니다.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단 두 사람에게서 시작되었던 기적의 항해를.
어렸던 나에게, '꿈꾸라'고 온 몸으로 부르짖었던 그 사람들의 항해를.
* Timeless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1-25 20:48)
* Timeless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2-20 1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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