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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5/31 18:12:10
Name TimeLord
Subject 나는 왜 창조과학을 싫어하는가?
창조과학을 믿건 말건 그건 그 사람의 자유지만 제발 '모든 교인'들에게 믿으라는 강요 좀 그만해라! 창조과학을 믿으면 그 사람은 나무랄 데 없이 모범적인 기독교인이고 진화론을 받아들이면 기독교를 부정하는 반기독교인인가?

도대체 창조과학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기독교 신앙의 본질까지 규정할 수 있는지 난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믿고 싶으면 지들이나 실컷 믿을 것이지 진화론을 믿는 기독교인들을 타락했느니 신앙을 배신했느니, 자유주의자니 하는 딱지를 붙여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그래, 그렇게 하니 좀 직성이 풀리시나?

내가 만난 어떤 목사 왈, 나보고 위험한 길로 가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사탄의 유혹에 빠지는 지름길이란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제 기독교계의 지나친 경직성에 아주 기가 질렸다. 아래 글을 보라!

"백현주 총무는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매년 고교 졸업자는 50-60만명에 달하는데, 서구의 기독교를 무너뜨린 교과서 속 진화론이 국내에서도 해마다 이들에게 무신론 및 자연주의 세계관을 세뇌시키고 있다”며 “이단 및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이 2백만명이라는데, 이것도 놀라운 숫자이지만 전 국민에게 무신론을 세뇌시키는 교과서의 영향력에 비하면 차라리 미미하다는 생각”이라고 우려했다."

“진화론·창조론 모두 ‘신앙’인데, 왜 진화론만 교과서에?”
http://www.christiantoday.co.kr/view.htm?id=257689

다시 말하자면 '진화론에 대한 세뇌'가 '이단 및 사이비 종교' 보다 더 우려할 일이라는 거다. 안봐도 뻔하지만 진화론을 믿는 나 같은 기독교인은 그들 눈에 이단 및 사이비 종교보다 더 위험한 사람으로 보일게 분명하다. 아마 나를 '진화론에 세뇌된' 사탄의 하수로 몰지도 모르겠다. 마녀사냥도 이보다 더한 마녀사냥이 있을까?

아마도 그들의 목표는 '기독교 = 창조과학'이라는 등식을 모든 사람들 머리에다가 세뇌시키고 싶은 것일 텐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직도 한국 교회의 상당수는 이 프레임에서 못 벗어나는 듯 싶다. 교회에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조차 사탄의 생각으로 몰린다면 누가 용기있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그런 식의 마녀사냥이 계속된다면 공동체에서 무슨 화합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내가 소위 '창조과학 운동'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들의 주장이 단지 과학적이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창조과학의 진정한 문제는 그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 모두를 적으로 모는 사고방식에 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들이 그렇게 싫어한다던 도킨스와 같은 무신론 운동가들과 그들이 별로 다르지 않게 보인다. 그러고도 기독교인의 사랑을 온누리에 전한다고? 누가 거기에 감동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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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독은 내핏속을 구르고
14/05/31 18:31
수정 아이콘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인간이 우주를 이해할 수 있음을 전제로 수많은 합리적 생각중에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 생각을 제거하고 남은 생각이 맞음을 토대로 생각의 거대한 피라미드를 만들어내는 과학을 기초로 합니다 - 사이언스 중에서....

나라의 부는 과학을 기초로 합니다. 과학이 발전되지 않은 국가는 빈곤을 승계할 뿐입니다. 과학은 사실에 기초한 학문입니다.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은 것은 과학의 교과서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이나라의 과학교과서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지 않습니다. 교과서중 어디를 펼쳐도 오류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나라의 교과서는 엉터리입니다. - 파인만씨 농담도 잘 하시네요 중에서

기억을 바탕으로 쓴거라서 대강은 맞지만 내용의 세부까지는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을겁니다.
한걸음
14/05/31 18:38
수정 아이콘
창조가설이 진실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는 과학이란 글자를 붙이면 안되죠. 이건 사기에 가까운거니. 제 지인이 창조과학 강의를 계속 들으러 다니는데 뭘 가르치길래 저런 강의가 흥행할까 싶더라고요.

진화론이 신앙이란 소리는 웃고 갑니다.
14/05/31 18:48
수정 아이콘
왜 그러세요, 과학적 신앙입니다. 다만, 창조론(?)이 비과학적 신앙일 뿐이죠..
한걸음
14/05/3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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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네요. 가설 자체를 세우는 건 과학적인 일이네요. 제 표현이 잘못됐습니다.
저 신경쓰여요
14/05/31 18:42
수정 아이콘
그냥 나는 신의 존재를 믿는다...고 한다면 그건 개인의 자유지만 과학이란 이름을 붙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Rorschach
14/05/3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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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과학 = 따뜻한냉면

뭐 이런 소리죠...
카서스
14/05/3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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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시절 정신교육시간에 모 원스타가 와서 창조론 찬양을 하는데... 고문받는거 같더군요
아칼리
14/05/3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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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무지를 만천하에 뽐내고 싶다면, 창조설화를 신봉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죠.
노련한곰탱이
14/05/3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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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들은 아직 천동설을 믿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태양은 돈다!"
소독용 에탄올
14/05/3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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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창조과학회 중진 중 한분은 천동설자 인 것이......
현실은 항상 상상을 넘어서죠.
맹독은 내핏속을 구르고
14/05/3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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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합리적 가설을 세우고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 가설을 제거하여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입니다. 과학의 정의에 대한 칼 포퍼의 생각입니다.
현실에서는 가설의 합리성과 검증의 복잡함이 과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낳지만 가장 단순한 칼 포퍼의 생각이 현실과 가장 부합합니다.
과학의 양 축은 인간 정신의 합리성과 자연 그 자체에 의한 검증입니다. 사실 그 자체에 터잡은 귀납적 사고체계라는 말씀이지요.

이에반해 신앙은 신과 피안에 대한 믿음이라고 정의될수 있습니다. 초기 기독교도들이 태연하게 도서관을 불태우며 모든 진리는 성경에 있으니 이런 이교도적 생각은 불태워야 한다고 믿은 거나 에코의 장미의 이름의 수도원 도서관장이 이교적 생각이 퍼져나가는 것보다 태워버리는게 낫다는 생각은 하나를 가리킵니다. 신앙은 연역적 사고방식입니다. 수많은 사실은 당연한 진실을 증명하는 방증일 뿐입니다.

과학은 그 지식이 오류일 가능성을 당연한 내용으로 합니다. 오류는 보다 정확한 진실로만 대체될 수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토성의 띠가 3개인지 6개인지가 다투어졌습니다. 그때는 얇은 얼음으로 남극 얼음층 같은 형상이 3개이거나 6개일거라고 당연하게 믿었습니다. 그리고 토성띠의 나이는 백만년이 되지 않는다고 배웠습니다. 얇은데 너무 밝으니 얼음일 것이고 때가 끼지 않았으니 수명은 아주 어릴 것이고 분명한 층이 있으니 얼음의 개수는 3개라는 겁니다. 아주 단순한 사고방식이었습니다.

보이져가 이런 생각을 송두리째 뿌리뽑았습니다. 처음부터 틀린 질문과 틀린 대답이었죠. 그러나, 이런 교과서의 변천은 아주 좋은 과학발전의 예입니다. 오로지 진화의 예들만이 특히 버려진 가설들이 과학의 오류라고 지적됩니다.
타임트래블
14/05/3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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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창조론 전파의 일인자에게 대한민국 과학의 산실인 카이스트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나라니까요.
행복한남자
14/05/31 19:22
수정 아이콘
진화'론'이고 창조'설'이죠..
과학적 성과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는 시도도 없이 적개심만 품으면서
정작 '과학'이란 감투는 쏙 빼다 붙이는 건 아주 얄팍한 것 같습니다.
jjohny=쿠마
14/05/31 20:02
수정 아이콘
(이 얘기를 pgr에서 몇 번을 하게 되는지 모르겠는데, 몇 번이든 하겠습니다.)
진화론(theory)이고 창조론(doctrine)입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5/3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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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는 관찰되는 현상인 '진화'를 설명하는 과학이론이고, 후자는 세계관의 일부로서 특정한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교리'로서의 설명체계일것이고, 한국어에서 둘 모두 '론'으로 부를 수 있죠.
물론 이 차이를 대충 퉁칠려는 목적으로 그렇게 부르는건 좀 곤란하지만요 ㅡㅡ;
jjohny=쿠마
14/05/31 20:10
수정 아이콘
예. 항상 하는 말이지만, 네이버 사전만 잘 찾아봐도... 끄끄
14/06/01 00:45
수정 아이콘
매번 얘기하시느라 고생하시는 점 잘 알고 있으나 창조'론'을 얘기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독트린이 아닌 씨오리로 생각하고 있거나 독트린임을 알고 있음에도 듣는 이들에게 창조론이 씨오리인 것처럼 속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임 역시 함께 얘기해주시는 게 이런 댓글을 다는 본 목적인 정확한 지식 전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사상최악
14/05/31 19:56
수정 아이콘
어쩔 수 없죠. 진화론을 받아들이면 반기독교인이냐는 물음의 답이 그렇다이니까요.
소독용 에탄올
14/05/31 20:10
수정 아이콘
아뇨, 해당하는 답은 '그렇다' 가 아닙니다 ㅡㅡ;
기독교 내 최대하위종파인 천주교가 진화론을 인정하고 있으며, 정교회는 물론 개혁교회중에서도 성공회등 상당수 교단이 인정하고 있습니다.
사상최악
14/05/31 20:32
수정 아이콘
그건 사회적 논란을 피하기위한 수단이죠.
진화론을 받아들인다는 기독교인이 있다면 몇가지 질문만으로 그를 반기독교인으로 만들 수 있지만 종교적 존중을 위해서 그렇게하지 않을 뿐입니다.
진화론을 존중하는 그를 위해서요.
소독용 에탄올
14/05/31 20:44
수정 아이콘
아니요 단순히 사회적 논란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비록 저는 마음에 안들어 하긴 하지만...) 유신진화론의 형태로 자신의 '신앙'과 과학적 사실간의 조화를 꽤하는 분들이 상당수 있고요,
이들의 믿음이 종교 내적으로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기독교의 핵심은 '그리스도'로서의 예수 인정과 같은 부분에 있지, 진화론의 수용 여부에 있는것이 아닙니다.
소수파인 문자주의자와 같은 극단주의적인 '신앙'을 가진 분들에게 있어 이러한 시도 자체가 불쾌하게 받아들여 질 수는 있지만요.....
사상최악
14/05/31 21:02
수정 아이콘
물론 기독교적 정신을 따른다는 의미에서의 기독교인이라면 그런 타협도 가능하고 사실 종교가 순기능을 발휘하려면 이 정도의 선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건 꼭 기독교가 아니더라도 다른 종교로 대체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기독교 교리에 어긋나고 본문에서처럼 내부의 공격에 취약할 수 밖에 없죠.

나는 예수의 인간에 대한 사랑을 믿고 따른다는 것과 나는 예수가 동정녀에게서 난 신의 아들임을 믿고 따른다는 것은 다르니까요.
소독용 에탄올
14/05/31 21:08
수정 아이콘
'신'을 가정하는것, 그 신이 '성경'에 기록된 신 이라는것, 해당하는 '신'이 '창조'를 수행했다는것, 예수가 '그 신의 아들'이자 동시에 '구세주'라는 것, 이 각각의 사실을 모두 믿고 따른다고 해서 진화론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독교에서 가정되는 '신'이 '진화하는 생물'을 창조했을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고, 애초부터 '성경'으로 '묶인' 고대문헌 전반에 대해서 교회 내부에서조차 모든구절이 '동등한' 정도의 '진리'로 받아들여 지고 있는것도 아니니까요 ㅡㅡ;
구약이야 내버려 두고서라도, 신약에서 예수의 직접적인 '행적'을 기록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복음서'에서 예수가 '직접'이야기한 사항에 대해서도 '차별적'으로 수용이 이루어지는 마당에, 신이 '진화하는 생물'을 창조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역사적으로 구성되온 '기독교'라는 종교에서 벗어나는 길로 보이진 않습니다.
지구가 구형이라는 사실,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돈다는 사실, 지구가 40억년 이상되었다는 사실을 수용하는 것이 반기독교 적인 만큼만 진화론 수용은 '반 기독교'적일 것입니다.
사상최악
14/05/31 21:20
수정 아이콘
받아들이기 쉽고 필요한 부분만 뽑아내서 믿는다는 건 종교라기보단 하나의 가치관이죠.
현대사회에서는 그런식으로 변영될 수밖에 없고 또 그렇게 되는 게 바람직하나, 종교로부터 멀어지는 건 분명하죠.

진화론을 받아들인다는 건 사실로 간주되는 모든 과학적 이론을 받아들인다는 건데 그렇게되면 기독교에서 남는 게 없어요.
소독용 에탄올
14/05/31 21:24
수정 아이콘
그정도에 남는것이 없어지는 종교라면 단지 '그정도' 가치일 뿐입니다.
기독교는 생각보다 '긴' 시간동안 밝혀지는 사실이나 '구조적' 변화에 조응해서 성공적으로 스스로를 구성-재구성 해온 종교현상입니다.
현 시점에서 '진화론'에 조응하는 형태로 '재구성' 된다고 해서 없어질 것 같진 않습니다.
사상최악
14/05/31 21:57
수정 아이콘
기독교를 외부에서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바라본다면 그럴 수 있지만 종교적 입장은 그게 아니죠.
포기해서는 안되는 불변의 진리가 있으니까요.
무신론을 주장하면서 기독교인이라고 하면 이상하잖아요.

종교에는 권위가 필요하고 기독교에서는 성경이 절대적 권위를 가집니다.
천지창조를 비유적으로 받아들이면 성경의 모든 내용을 비유적으로 받아들여야하고 그 해석은 제각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성경의 권위는 떨어지죠. 유일하게 사실로서 존재해야하는 성경에 실상 아무런 사실이 없는 꼴이니까요.
성경을 신뢰하지 못하면 기독교를 믿어야할 이유도 없어집니다.

현실적인 부분과 타협하는 건 좋지만 종교라는 건 원래 무조건적인 믿음이 필요하죠.
소독용 에탄올
14/05/31 22:15
수정 아이콘
사상최악 님//
문화현상이 아니라 '종교현상'입죠, 뭐 문화현상이 더 상위범주라 거기 포괄되긴 하지만요 ㅡㅡ;
그 포기해서는 안되는 '불변의 진리'에 대한 '관점'이 기독교 내부에서도 서로 상당히 다릅니다.
5픽미드갈게여
14/05/31 21:21
수정 아이콘
지구가 40억년 이상 되었다는 사실은 필연적으로 신이 6일간 세상을 창조하고 7일째날 쉬었으며 수천년전에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뛰어놀았다는 창세기를 기독교 신자가 어떻게 받아들여할지 당혹스럽게 만듭니다.
창세기는 비유인가? 이 질문에 여전히 NO라고 대답한다면 진화론을 사실상 수용하지 않은 것이며, 비유라고 받아들인다면 -사상최악님의 말대로-여기에 몇가지 질문을 점점 추가시켜 건전한 기독교인을 반기독교인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5/31 21:32
수정 아이콘
창세기가 '비유'라는 입장은 종교현상으로서 '기독교' 내부의 한 관점으로 상당기간 살아남아 왔습니다.
소위 '신학'으로 부르는 '종교현상' 내부의 해석의 틀을 만들어나가려는 시도의 일부이기도 하고요.
아실 수도 있지만 이미 1900년대 중후반부터 '사신신학'과 같은 견해도 나타났었고 여러모로 재미있는 영역입니다.
즉 성서에 대한 '문자주의'적인 해석이 한국에서야 나름 '주류'(이것도 사실 미심쩍지만.....)에 가까운 관점으로 나타나지만,
그렇지 않은 관점 역시 계속 있어왔습니다.
'건전한 기독교인'과 '진화론'의 조응은 '반기독교'로의 전환 없이도 충분히 가능하지요,
물론 이 조응이 '진화생물학'의 내용을 왜곡하고, 불필요한 가정을 추가하며, 문자주의적인 해석의 입장에서 벗어나긴 하지만, '기독교'라는 종교현상에서 일탈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14/05/31 23:17
수정 아이콘
근데 그게 비유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라면 기독교인들은 소설가를 전지전능한 존재로 믿는 사람들입니까?
jjohny=쿠마
14/05/31 23:20
수정 아이콘
슈우 님// 성경의 일부 혹은 상당수가 비유로 적혀 있다는 명제와 하나님이 소설가라는 명제는 전혀 다른 말이죠.
14/05/31 23:24
수정 아이콘
jjohny=쿠마 님// 결국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비유,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진실이라는 명제라는 것이군요.
jjohny=쿠마
14/05/31 23:25
수정 아이콘
슈우 님// 아니요. 그런 류의 말은 단 하나도 하지 않았는데 어디서 그런 뉘앙스를 끄집어내셨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소독용 에탄올
14/05/31 23:52
수정 아이콘
슈우 님// 소설이란 말이 아니라, 당대의 사람들이 가진 '사회문화적인 맥락'을 고려해야한다는 견해 등을 지칭하는 말입죠.
다른시점에서 보아도 소설이라기 보다는 '설화'나 '신화'라서 ㅡㅡ;
5픽미드갈게여
14/05/31 21:15
수정 아이콘
'신앙'과 과학적 사실간의 조화, 종교와 과학이 수렴한다고 얘기를 뭉그러뜨리면서 반땅 싸움을 가고 싶은 종교인들에게 '되도 않는 논리로 요행을 바라지 마라'라고 다시 화답하는 것이 진화 생물학, 유전학의 입장입니다. 또한 1996년 바티칸 선언은 교황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되며 로마카톨릭은 공식적으로 진화론에 대해 '단지 하나의 가설 이상'이라는 해석을 선호합니다. 심지어 이 교황의 교서로 인해 새 시대에 과학과 종교가 수렴되고 있다며 자화자찬하는 논리의 도구로 쓰여왔으니 '로마카톨릭의 진화론의 승인'이라는 말을 극적으로 과대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5/31 21:21
수정 아이콘
교회가 진화론을 '수용'한다는 것은 결국, '밝혀진 사실'과 자신들이 가진 '세계관'을 조응시키기 위한 노력입니다.
이미 '지동설'이 그 사례로 남아있고요.
종교가 '정적' 현상이 아닌 이상, 역사적으로 진행되어온 '구성'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진화론 수용(혹은 진화론에 대한 조응)은 현재시점에서 이 '구성'진행의 한 사례로 보고 있습니다.
5픽미드갈게여
14/05/31 21:24
수정 아이콘
바로 그 자신들의 세계관에 밝혀진 과학적 사실을 조응시킨다는 것에 진화생물학자들은 실소를 머금는 것이지요. 아마 소독용 에탄올님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생각하시고 있을 테고요. 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일지 모르겠네요.
소독용 에탄올
14/05/31 21:27
수정 아이콘
음 이 맥락에선 '종교현상'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니까요.
'기독교'라고 불리는 '종교현상'에서 '진화론'과 조응하는 형태의 재구성이 이루어지는 일은,
진화생물학자들이야 당연히 어처구니 없겠지만, 저같은 사회학자에게는 흥미있는 일입니다.
14/05/31 20:06
수정 아이콘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http://m.terms.naver.com/entry.nhn?docId=974722&cid=3143&categoryId=3199
젖먹이가 창조되지 않고 청년이 창조 됩니다. 애시당초 기독교 창조론이 이런데 수십억년급 우주를 6천년전에 창조 했다는 창조과학을 무슨 수로 논파하나요.
소독용 에탄올
14/05/31 21:12
수정 아이콘
'젊은지구가설'은 '평평한 지구', '천동설'과 함께 심지어 '창조과학'의 주류에게도 배척당하는 '견해'입니다.
5픽미드갈게여
14/05/31 20:17
수정 아이콘
사실상 창조과학은 별 논쟁의 불씨도 안됩니다. 종교와 과학이 수렴되고 있다는 주장, 종교와 과학 사이에 국경선을 긋기를 희망하면서 상호불가침 조약을 맺으려고 하는 시도, 과학의 감시가 엄중한 곳에서는 지식의 잔디밭을 조심히 피해밟으면서 동시에 감시가 허술한 곳에서는 종교와 과학을 혼합한 비빔밥을 나눠주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되겠지요.
서로 발을 담그고 있는 영역이 다르다고 주장함으로써 신성한 경계를 치는 게 종교 입장에서의 똑 부러지는 요행이지, 창조과학이라는 방법은 종교계에 있어 별로 스마트하지 못한 방어법이라는 점에서 별로 이야기가 심화될 여지가 없네요. 실제로 생각을 열심히 하는 종교지도자는 창조과학을 끌어다 쓰지 않습니다. 경연대회에 트라이앵글 들고 나가봐야 청중은 비웃기만 한다는 걸 아니까요.
14/05/31 23:21
수정 아이콘
종교현상이고 자시고 간에 결국 기독교인들이 믿고 있는 "실체"가 뭔지 아직도 모르겠네요. 위에도 썼듯이 "창세기"가 비유라면 사실상 예수는 소설가나 다름없는 인물인데 지금 이 인물을 그렇게 비유나 다름없는 소설책을 가지고 해석하며 신격화하는 건지.

하기사 과학이 발달하면서 신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부정당하자 이제는 신이 자연현상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현상 그 자체를 창조하고 물리법칙을 창조했으며 빅뱅을 만들어냈고 우리는 그분이 만들어낸 세상에서 그분이 만들어내신 물리법칙, 자연법칙을 따르며 살아가는 인간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니 뭐 할말은 없습니다만...
jjohny=쿠마
14/05/31 23:24
수정 아이콘
위에도 썼지만, 창세기가 비유로 쓰여 있다는 명제와 예수/하나님이 소설가라는 명제는 전혀 다른 명제죠.
14/05/31 23:28
수정 아이콘
과학책이나 역사책에 비유법을 쓰진 않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는데요. 뭐 소설가는 아니셨고 본직업이 따로 있으셨습니다만.

그냥 댓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 여기다가 추가할게요. 단도직입적으로 제가 궁금한 건 대체 그 책의 "정체"가 뭐냐는 겁니다. 소설책은 아니라고 하셨고. 분명히 과학책도 아닐 테고. 역사책은 더더욱. 대체 무엇도 아니고 그냥 과거에 살았던 인간이 쓴 책 하나, 게다가 그 해석조차도 불분명하여 일부는 비유 일부는 진실이라고까지 하면서 옹호하는, 그 책이 대체 무엇이길래 그렇게까지 찬양하냐는 말입니다. 제 기준에서는 항간에 떠도는 그리스 신화처럼 신이 내려와서 마법 쏘고 폭풍일으키는 공상소설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5/31 23:52
수정 아이콘
설화나 신화죠, 그리스 신화는 소설이 아닙니다.
당대 사람들이 가진 세계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관찰되는 현상'들에 대한 설명, 당대 사회가 가지는 윤리등이 각각의 '이야기'속에 녹아들어가 있으며, 소설과 달리 개별적인 작가의 저작물이라기 보단, 다양한 지역의 '전승'들이 서로 얽히며 상호재구성되는 것을 통해 만들어진 물건입니다.
14/06/01 10:08
수정 아이콘
"당대 사람들이 가진 세계관, 이를 바탕으로 관찰되는 현상들에 대한 설명, 당대 사회가 가지는 윤리 등이 각각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가 있으며"... 이건 임꺽정, 홍길동인데요? 임꺽정이 실존인물이긴 하나 소설은 소설이죠. 누구도 임꺽정을 신으로 모시며 사당을 짓지는 않습니다.

뭐 신화라는 것들이 다양한 지역의 "전승"뜰이 서로 얽히며 상호재구성되는 것이 맞습니다. 결국 그게 소설의 조건이 되는 것이고요. 결국 홍길동, 임꺽정 같은 인물이 쓰인 책을 경전이라고까지 찬양하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네요. 말씀하신 게 전부 맞습니다만 그게 인간이 쓴 소설(의 형태를 갖춘 설화)에서의 등장인물 한 명을 현실세계까지 끌고와서 신격화하는 것에 대한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성이 있다면 누구도 홍길동이 분신을 부리고 몇백KM를 날아다니는 것을 진실로 믿지 않으며 그냥 소설의 허구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모시는 사당을 짓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아마 대한민국에서 홍길동을 신격화시켜서 사당을 지으면 누가 먼저 들고 일어날지 눈에 보이는군요.
소독용 에탄올
14/06/0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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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을 신으로 모시는 무당이 있습니다. 시작이 소설이라고 해도, 그것이 '전승'으로 사회에 재생산 된다면, '신'이 될 수 있지요
'신'이나 '종교'가 '뭔가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는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듯 하지만,
북조선의 주체교나, '아이돌', 혹은 '캐릭터'에 대한 팬덤역시 일종의 '종교'고, 초월적인 실재화 된 그 개인 혹은 집단적인 관계의 대상이 '신'이 됩니다.
jjohny=쿠마
14/06/01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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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과학책도 아니고 역사책도 아닙니다. 경전이죠 경전.
14/05/31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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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가 비유라면 예수의 부활도 비유일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는 질문은 충분히 가능하고, 부활이 비유라고 인정하기 시작하면 아마 기독교인의 95% 는 교회 떠날 겁니다. 부활은 비유가 아니라 사실이라고 대답한다면, '무엇이 비유고 무엇인 사실인지는 누가 정하는 건가요?' 라는 질문이 이어지겠지요.
jjohny=쿠마
14/06/0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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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연구하는 게 성서학이라는 학문의 역할이겠죠.)

좌우지간 저는 기독교신앙과, 그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께 초자연적인 힘이 있다고 믿는 입장이라, 러프하게 표현하면 '뭐 어떻게든 되겠지' 싶습니다. (물론 '될 대로 돼라'식은 아니고...)

그런 걸로는 거의 걱정이 안됩니다. 오히려 걱정되는 게 있다면 다채롭게 부패한 측면에 대한 걱정이 몇 배는 크달까...
14/06/01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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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학을 통해서 창세기의 사실 여부를 밝힐 수 없듯이, 성서학을 통해서 기적을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싶습니다. 근데 그와는 별개로, 예수의 육체부활은 예수 사후 20년의 바울의 편지에도 없고 30년 뒤 마가복음에도 없다가 예수 사후 50 년 뒤에 쓰여진 마태복음부터 등장하지 않나요? 물론 쿠마님께서 관련지식이 저보다 훨씬 깊으시겠지만, 성서학하는 분들 중 상당수가 육체부활을 부정하는 것으로 압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6/01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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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예수의 육체부활은 '있었다고 믿어지는 것'이고, 승천 역시 있었다고 믿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실재 어떤일이 일어났는가? 보다는 어떤 일이 발생했다고 믿어지는가 쪽이 종교현상에서는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사료쪽으로 가면 '기록된 바' 예수가 실존인물인지 부터가 문제시될 수 있는 부분일터라......
jjohny=쿠마
14/06/0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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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성서학의 역할이라고 하는 것은, 마지막에 쓰신 "무엇이 비유고 무엇인 사실인지는 누가 정하는 건가요?"라는 질문에 견해를 제시하는 게 성서학의 역할이자 존재가치라는 말이었습니다.
물론 성서학을 통해서 예수의 육체부활이 사실로 검증될 도리가 없죠. 검증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흐흐
말씀하신 것처럼, 성서학자들 중에는 육체부활은 상징이라고 보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전체로 봤을 때 다수인지 소수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한국에서 등장하여 세계 신학계를 놀래켰지만, 정작 한국에서만 철저히 외면당하는 '민중신학' 같은 경우 아예 '예수는 민중들 사이에서 부활했다'라는 식의 파격적인 해석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일반 신도들이 들으면 '아니 신학자 양반 이게 무슨 소리요' 할 소리들이지만, 저는 그 안에도 기독교가 가진 핵심적인 가치들이 얼마든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예수의 육체부활을 믿음으로 고백하는 입장이지만, 과학을 전공한 입장에서 추가로 하는 이야기는...
1. 예수의 육체부활은 검증/증명될 수 없고, 증명되는 게 더 이상하다. 증명될 필요도 없다.
2. 예수의 육체부활이 비유라면 어떡하냐고? So what?
14/06/0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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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겠지만 종교인이 재생산되는 주 루트는 길거리 전도가 아니라 집에서 유아기에 이루어지는 부모 자식간의 전도입니다. 그 시점에 아이는 부모의 말을 철썩같이 믿는 성질이 있다는 것에 착안해서 '우리 xx 는 예수님 믿으면 나중에 천국 간단다' 라고 가르치는 것이지요. 그 시점에 '예수님이 부활을 했는 지 아닌 지는 아무도 모르고, 사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란다' 라고 가르치는 부모는 별로 없을 겁니다. 그런 부모가 어쩌다 있다면 그 자식은 아마 기독교인이 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말씀하신 리버럴한 신자의 재생산이 잘 되지 않으니 결국 리버럴은 교회 내부에서 성인이 된 이후에 스스로 생겨나는 소수일 수밖에 없지요.

제 요지는, 쿠마님같은 religious moderate, liberal Christian 에 대해서는 아무 악감정이 없지만, 기독교라는 종교 집단의 주류는 그렇게 이성적이지 않고, 그런 주류 집단이 저지르는 악행은 엄연한 현실이고, 이것은 어쩌다 생기는 일이 아니라 기독교라는 종교가 가진 근본적인 성질 자체에서 비롯된다는 이야기입니다.
14/06/01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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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본문의 주제하고는 크게 상관없는 얘기입니다만, 부활이 비유라고 인정한다고 기독교인의 95%가 교회를 떠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종교'로서의 개신교의 핵심이 예수의 대속과 부활에 있다고 하더라도 '종교활동'으로서의 기독교에서도 핵심적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거든요. 둘을 완전히 별개로 취급하는 것도 이상한 얘기지만 둘이 아닌 하나라고 취급해버리는 것 또한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죠.

많은 분들이 역사적 예수에 대한 연구가 기독교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겠냐고들 이야기했지만 (심지어는 교계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듯 하지만, 여기는 얘기가 복잡하니까 일단 접어두고) 어차피 막말로, 예수가 정말로 막달라랑 결혼하고 프랑스에 가서 아이를 낳고 살았다는 것이 밝혀질 수가 없는 이유로 그 파괴력은 보시는 것처럼 크지 않았습니다. 귀를 막고 산다는 이야기에 대해 막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주장했던 사람들이 절대 논박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특정 견해가 기독교의 핵심을 파괴하고, 사람들이 알기만 하면 곧 기독교는 사라질 거라는 얘기는 사실 기독교의 시작과 역사를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만, 보시다시피 여전히 기독교는 죽지 않았습니다. 조금 조악한 예지만, MB가 금융 사기범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기만 하면 자신이 당선될 거라고 생각했던 박근혜나 정동영의 믿음과 비슷한 거 아닌가 싶습니다. 진화론이나 종교에 대해서 아는 것만큼 '사람'에 대해서 잘 아는 건 아니라는 느낌이랄까요?
14/06/01 01:13
수정 아이콘
오.... 듣고 보니 그런 면이 있네요. 지금도 부활과 천국을 정말로 믿어서 진심으로 회개하며 다니는 신자보다는 다른 이유로 다니는 신자(?) 들이 더 많을 수도 있지요. 근데 이쪽 신자들은 교회가 가지는 네트워킹 플레이스로서의 기능이 약해지면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날 사람들인지라.... 이명박이 사기꾼이어도 집값만 올려주면 된다고 했던 사람들이 집값 안올라가니까 이명박 사기꾼이라고 욕하기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6/01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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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역사적 예수'라는 것이 이른바 '기록된 바'에 해당하는 양반으로 '실재'했는지 부터가 의문시되서 ㅡㅡ;
그냥 역사속에 '예수'라는 이름을 가진 어떤 개인 자체야 상당수 있었겠지만요.
어떤 일이 과거에 실재로 발생했는가? 보다는 어떤 일이 과거에 있었다고 믿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14/06/01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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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회학 전공이신가요? 이과 계열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입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6/0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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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전공입니다.
14/06/01 01:27
수정 아이콘
음... 죄송합니다 생각해보니 쪽지로 할 걸 그랬나 싶었습니다;;;

모든 구문은 사실 '나는' ~~~ '믿는다' 라는 말을 생략했을 뿐이라는 화용론은 대개의 경우 옳죠. 그게 종교적 믿음과는 좀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죠.

궁금한 게 있는데 고급 종교와 저급 종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종교학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계층화라고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6/01 01:29
수정 아이콘
종교학으로 크게 묶이는 일련의 분과학문들 마다 견해가 다 다를겁니다.
당장 '종교'의 '정의'부터 하위분과마다 조금씩 다 달라서요 ㅠㅠ
애초에 고등종교 혹은 고급종교라는 표현 자체가, 초기 비교종교학이 가지는 '기독교'중심주의적인 맥락 등을 고려하면, '인류학'이 범한 과오를 '종교학'도 저지르고 있는 것 뿐일수도 있습니다.
14/06/01 01:33
수정 아이콘
소독용 에탄올 님//

딱히 학계의 동향이 궁금했던 건 아니고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본래 이걸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사회학 전공이라는 리플을 봐서 좀 놀란 나머지 쪽지로 할 만한 얘기를 엉뚱하게;;;
크게 불편하지는 않으셨기를 바라봅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6/01 01:36
수정 아이콘
eLeejah 님// 불편은 없습지요.
음 저의 생각을 물으신다면, 저는 고급이나 저급, 고등종교와 같은 구분이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14/06/01 01:37
수정 아이콘
소독용 에탄올 님//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14/06/01 02:07
수정 아이콘
실제 원시 기독교에서 여러 분파가 예수의 부활을 상징으로 믿었습니다. 저 또한 사람이 죽은지 사흘만에 육신을 띠고 부활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며 성서의 다른 많은 부분과 마찬가지로 부활도 상징이라고 봅니다. 개신교, 가톨릭 또는 정교회 신자는 못 되겠지요. 그렇지만 여전히 기독교의 본령을 벗어났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약간 냉소적으로 쓰신 느낌이 드는데, 어느 종교 전통이나 마찬가지로 기독교도 그런 정도로 해석에 대해 열려 있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누구나가 글자 그대로 믿을 수 있는 종교 전통이란 게 대체 존재한 적이 있는지 그럴 가능성은 있는 물건인지 저는 매우 회의적입니다. 그냥 "일부"(?) 기독교 교도들이 만들어낸 망상이겠죠.

오강남이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체험의 다양성을 인용하며 언급한 바대로 종교의 핵심은 종교 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이 사랑만의 고유한 체험이듯 종교 역시 인간의 다른 체험과는 구분되는 고유한 어떤 것인데, 이 체험은 항상 상징적입니다. 그래서 기성 종교는 그 시대에 가장 어울릴 것 같은 해석의 체계를 주는 것이고, 그건 시대가 지나면 당연히 달라지게 되겠죠.
14/06/01 02:43
수정 아이콘
들풀님같은 분들이 종교인의 다수라면 비교인들이 종교인에게 딴지를 거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본문에서 전투적 무신론자의 대표로 나오는 리처드 도킨스가 자기 책 서문에서 '기독교인의 대부분이 틸리히같은 사람들이라면 나는 이런 책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따라서 나는 이 책을 쓴다' 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현실 세계에서 만나는 사제 계급의 사람들의 대부분은 부활이라는 당근과 지옥이라는 공포로 사람들을 통제하지, 들풀님같은 분은 언제나 소수지 싶습니다.
14/05/31 23:53
수정 아이콘
진화론을 받아들이는 것은 지동설을 받아들이는 것과는 조금 다른 영향을 인간에게 끼칠 수 있습니다. 사실 뭐 지구가 우주의 중심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우주가 어마어마하게 크더라... 이런 건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신의 위대함을 더 많이 느낄 수 있기도 하지요. 반면에 진화론은, 진화론을 받아들였다는 기독교인들이 생각하는 '생물이 종분화를 해서 인간이 생겨났다'는 수준의 과학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진화론은 인간의 가치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되죠. '생물의 돌연변이에는 아무 목적성이 없는데 그 돌연변이와 환경압을 조합하면 복잡계가 생겨난다' 라는 '가치 중립적 사실'을 깨닫고 나면, 우리의 본질이 '위에서 축복받아 생겨난 것' 이 아니라 '밑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무목적한 고통을 통해 쌓아올린 것' 이라는 '가치관'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런 수십억년의 고통과 죽음을 통해서 이루어진 진화는 실로 경이로운 과정이긴 합니다만 신이 행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는 매우 힘들죠.

해서 진화론을 받아들였다고 말하는 기독교인들도 사실 대부분 '근데 인간은 신이 영혼을 불어넣어줬으니 좀 다름' 이라는 이야기를 추가하는 식으로, 사회생활 하면서는 과학을 받아들이는 합리적인 모습,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과학을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근데 이건 진화론을 진짜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죠. 수십억년의 생물진화를 통해서 호모 사피엔스가 드디어 생겨나고 나니 신이 하늘에서 짜잔 내려와서 영혼을 불어넣었다? 신이 왜 굳이 그렇게 이상한 과정을 거쳐서 인간을 만들겠습니까. 그런 얘기를 진지하게 할 거면 차라리 창조과학을 말하는 게 양심적인 행동일 겁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6/0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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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서의 '신'의 속성에 취향이 추가된다고 해서 어떤 문제가 있으려나 잘 모르겠습니다.
애초부터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방식의 수용이 종교현상의 한 특징이기도 해서요......

큰 맥락에서 진화론 수용은 지동설 수용하고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과학적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하는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는 일에 실패했기 때문에, '신앙'을 재구성하는 것을 통해 그와 '조응'하는 형태라서요.
따라서 '인정'의 대상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을 필요가 없으며, '진화론을 인정'하는일에는 '진화론을 부정' 할 때와 마찮가지로,
'진화론'에 대한 엄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맥락에서 천동설->지동설로 옮겨가며 우주의거대함과 신의 위대함을 연결지었듯이, 창조론->유신진화론으로 옮겨가며, 자연선택이라는 방식을 통해 '신'이 위대하게 역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가능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우리의 본질은 '밑에서 부터 쌓아올린 것'이라기 보다는, '다양성 증대의 끝모퉁이에 매달린'에 가까울 듯 합니다.
14/06/01 00:10
수정 아이콘
'다양성 증대의 한 끝 모퉁이다' 가 더 정확한 표현이긴 합니다. 그렇게 보면 더더욱 인간의 특별함이 사라지지요. 다만 진화라는 무목적한 프로세스를 넘어서서 선견력을 바탕으로 하는 새 시대를 여는 종은 인간 뿐인지라, 약간은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싶습니다.

말씀하신 재구성은 기독교가 지난 이천년 동안 지속적으로 해온 일이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예전에도 해온 거니까 앞으로도 성공할 거야' 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물러서기 힘든 곳까지 왔고, 그 결과 북유럽의 탈기독교화는 이미 막바지지요. 진화론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나면 신이 할 일이 별로 남는 게 없고, 이신론의 신과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됩니다. 신의 반증 불가능성을 포기할 수 없는 종교로서는 반증되는 영역을 하나씩 버릴 수밖에 없고, 그러려면 셩경에 묘사된 신을 포기하고 이신론으로 도망갈 수밖에 없거든요. 근데 그런 신은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 대중에게 어필하는 신이 아닌 지라..... 과학의 공세를 받을 때에는 이신론자처럼 이야기하고 자기 교회로 돌아가서는 문자주의자처럼 설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한데, 옳은 방법도 아니거니와 오래가기도 힘들 것으로 봅니다.
14/06/0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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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저는 소독용 에탄올님의 의견에 동의하는 편인데, 제가 기독교도이기 때문이 아니라, 감사하게도 역사를 전공했기 때문입니다. 계보학적인 관점으로 봤을때 내적 모순이 제거된 자기 완결적인 이론 체계는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제 한계를 벗어나는 일입니다만 소위 이론이라는 것이 지속적으로 자기 모순을 해결하고 모든 가치관을 대신할 것이라는 믿음 또한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과학이 반드시 종교적 가치관을 대체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멸종하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요? 많은 과학자들이 종교를 가지지 않을지는 몰라도 말씀하시는 '가치중립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덜 과학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층위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 층위가 다른 층위를 온전히 '결정'하는 일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없었습니다.
14/06/01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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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까운 미래에 종교가 사라질 거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종교의 변화가 극심한 것은 사실이고, 아마 현대 기독교인의 대부분은 중세나 칼뱅시대로 돌아가면 불경죄로 사형일 겁니다. 약간 과장 섞자면, 그 시절과 지금의 기독교가 섬기는 신은 다른 신이죠. 반 세기 정도 지나고난 뒤의 기독교 역시 지금과 다른 종교로 변해갈 겁니다.
14/06/01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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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드리고 싶은 얘기도 그 얘깁니다^^;
14/06/01 00:17
수정 아이콘
사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것' 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방식' 의 수용이 종교의 한 특징이 된 것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지요. 교부 시대에는 신을 감히 증명도 하려고 했고 신의 속성이 뭐냐 천사는 뭐냐 등등 온갖 것들을 건드렸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했지요. 그 이후 과학의 공격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그건 원래 미스테리임' '어딜 감히!' 이라는 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6/01 01:17
수정 아이콘
음 좀더 과거로 돌아가면, 지진, 질병, 사망과 같은 '이해할수 없는 관찰되는 현상'에 대해서, 왜 그런지 '이해 할 수는 없지만, 수용 할 수는 있는 설명'을 제시하던것이 종교니까요.
사실 성난 조상령이 금기위반에 분노해서 '징벌'하는것과, 기독교의 '신'이 인간의 죄악에 분노해서 '징벙'하는것 사이에는 차이가 없고, 둘 모두 이해 한다기 보단 '수용'하는 종류의 설명이니까요 ㅡㅡ;
기독교라고 딱히 뭔가 더 대단할것도 없는 '종교'의 하나고, 그 핵심적인 부분은 고대의 샤먼양반들이 제공하던 것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14/06/01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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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그렇다면 종교는 이제 그 역할을 다 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기독교를 비롯한 현대의 제도권 종교는 오히려 인간의 도덕에 깊이 관여하려 하고, 본문의 창조과학회는 더 나아가서 인간의 지식 탐구 자체를 훼방합니다. 저 정도 경지에 도달한 종교는 확실한 해악이고, 그 해악의 정도가 심해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6/01 02:55
수정 아이콘
하나의 제도이자 사회적인 현상으로서의 종교는 '공동체'혹은 '조직'으로서의 성격을 가집니다.
조직이 유지되는데 '역할'이 항상 요구되는 것은 아닙니다.
종교가 유지되는데 필수적인 것은 '역할'보다는 공동체 '내적인 설득력'이며, 현재의 종교는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딱히 필수적이지 않은 '도덕'에 대한 관여, 진지한 비판이 가능한가 싶을정도로 어이없는 '창조과학', 부정할 수 없는 '자명한 바'와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에 조응하기위한 '자기 재구성', 다른 이유에서 발생한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가공'의 해결책으로 자신을 광고하고 있는, 사회를 이전시점으로 재구성하기 위한 '극단주의'와 같은 것들이 그 사례가 됩니다.
이들 각각은 사회적으로 다양한 차원의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말씀하시는 바와 같이 그중 '사회적 해악'이 되는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사회변화속에서 '조직'의 생존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 대한 좋은 연구사례이기도 합니다.
14/06/01 03:10
수정 아이콘
헐... 에탄올님이 오히려 종교에 대해서 더 냉정해진 듯하네요. 뭐 저도 대부분 동의하고, 종교의 진화(?) 패턴에 대해서도 재미있다고 생각도 종종 하는 편입니다. 다만 저는 재미보다는 그 악영향에 더 방점을 찍는 것이고 (일단 저는 개인적으로도 미션 스쿨에서 6년간 강제 예배의 직접적인 피해자였던 지라) 에탄올님은 지적 호기심의 대상으로 보시는 경향이 더 강한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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