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12/11/19 10:49:57
Name Neandertal
Subject 지옥도(地獄道) – 금성
비너스는 로마 신화에서는 사랑과 미의 여신이죠 (국내 모 여성 언더웨어 브랜드도 비너스 --;). 금성이 이러한 이름을 얻게 된 데에는 태양과 달을 제외하고는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천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금성의 존재는 잘 알려져 왔는데요 한때는 서양에서는 사람들이 아침 일찍 동쪽 하늘에 나타나는 별은 에오스포로스라고 불렀으며 저녁에 서쪽 하늘에 나타나는 별은 헤스페로스라고 불러서 서로 별개의 별로 여긴 적도 있었지만 실은 둘 다 금성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성은 샛별(아침), 개밥바라기(저녁), 태백성 등으로 불러왔습니다.


미의 여신 비너스


달 아래로 보이는 금성

금성은 태양계 내의 8개의 행성들 가운데 태양에서 두 번째로 가깝고 여섯 번째로 큰 행성입니다. 금성의 공전 궤도는 다른 행성들의 공전 궤도에 비해서 가장 원형에 가깝습니다. 태양으로부터는 108,200,000km 떨어져 있고 반경은 약 12,103.6km, 질량은 약 4,869e24kg입니다.


적외선 카메라로 바라 본 금성, 두꺼운 구름층을 확인할 수 있다.

금성은 내행성(지구보다 안쪽에서 공전하는 행성)이기 때문에 달처럼 위상변화를 보입니다. 즉 금성도 초승달처럼 보일 때도 있고 반달처럼 보일 때도 있다는 얘기이지요. 이러한 금성의 위상변화는 갈릴레이로 하여금 태양 중심의 지동설을 이끌어 내는 중요한 근거가 되기도 했습니다.


금성의 위상변화

최초로 금성을 탐사한 탐사선은 미국의 메리너 2호였으며 러시아(구 소련)역시 베네라 7호(최초로금성 표면에 착륙한 탐사선)를 비롯하여 베네라 9호(최초로 금성 표면의 사진을 전송한 탐사선)를 금성에 보냈었습니다. 나사는 그밖에도 마젤란 호를 금성으로 보내서 레이다 기술을 사용해서 금성 표면의 98%에 해당하는 면적의 지도를 작성하기도 했으며 유럽우주국(ESA)에서도 비너스 익스프레스라는 탐사선을 발사하여 현재 금성의 대기 등을 관찰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베네라 9호가 지구로 전송한 금성 표면 사진

그럼 금성의 주요 특징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금성의 공전주기는 224.70일이고 자전주기는 243.01일 입니다. 즉 금성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스스로 자전 한 번 하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자전 속도가 아주 느립니다. 그리고 자전을 공전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합니다 (혹시, 금성은 성격 이상한 애(?))


지구에 사는 걸 감사하게 여겨라잉~!

금성은 여러 가지 면에서 지구와 비슷해서 형제 행성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우선 금성의 크기는 지구의 약 95% 정도에 해당합니다. 밀도는 지구보다 좀 더 작아서 금성의 질량은 지구 질량의 약 80% 정도를 차지합니다. 두 행성 다 표면에 크레이터들이 별로 없으며 두 행성의 조성 성분도 비슷합니다.


금성의 대기층...

하지만 비슷한 점은 여기까지. 금성은 지구의 기준에서 보자면 한 마디로 지옥(地獄)입니다. 일단 기압이 무시무시 합니다. 금성의 지표면에서의 기압은 약 90기압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표면에서 지구의 기압은 1기압). 만약 우리가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금성 표면에 발을 디딘다면 바로 마른 오징어포가 되는 거지요. 금성의 두꺼운 대기층은 거의 다 이산화탄소인데 이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를 톡톡히 발휘해서 태양으로부터 오는 열을 그대로 붙잡아 두기 때문에 금성의 온도도 매우 높습니다. 최고 온도는 섭씨 471도(납이 녹아 내리는 온도)까지 올라간다니까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는 지옥이나 마찬가지이지요.


혹시 이런 모습은 아닐까요?...

금성의 대기층 상부에는 350km/h의 세기로 바람이 불고 있으며(지구에서 슈퍼 허리케인으로 분류되는 허리케인의 풍속이 약 252km/h 정도) 금성의 하늘에도 번개가 치는 것으로 관찰되었습니다. 단 지구의 번개는 수증기로 이루어진 구름과 관련이 있지만 금성의 번개는 황산 구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금성의 구름은 무려 황산(!)입니다).


금성 표면의 상상도

한 때는 지구처럼 바다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는 모두 말라버린 것으로 보입니다. 레이다 이미지로 본 금성의 표면은 모래 언덕과 바람으로 인해 생겨난 지형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금성의 표면은 약 3억년에서 5억년 전 사이에 일어났던 왕성한 화산 활동으로 인해 표면이 아스팔트 포장하는 식으로 용암으로 완전하게 덮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분화구의 지름이 20km가 넘는 1000여 개의 화산이 금성 표면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백두산 천지의 지름은 약 4.5km). 이런 분화구로부터 용암이 흘려 내렸던 지형이 수로 형태로 수 백 km씩 뻗어 있습니다.


금성 탐사선 마젤란호가 작성한 금성의 레이다 지도...

금성은 두 곳의 큰 분지도 가지고 있는데 북극 지역의 Ishtar Terra라는 분지는 호주 정도의 크기이고 적도 근방에 있는 Aphrodite Terra는 남미 정도의 크기라고 하네요. 에베레스트 산에 비견할 만한 Maxwell Montes(높이 11km)는 Ishtar Terra 분지의 동쪽 끝에 위치해 있습니다.


Maxwell Montes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금성은 밤하늘에서는 매우 밝게 빛나는 낭만적인 행성이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생명체가 도저히 살 수 없는 지옥불의 행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구가 지금 현재의 궤도보다 조금만 더 태양에 가까이 있었더라면 금성과 비슷한 운명을 걸었을 거라고 하니까 다시 한 번 가슴을 쓸어 내리게 됩니다.


한 끝 차이...

P.S. 우리 모두 지구를 사랑합시다…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11-27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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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19 11:01
수정 아이콘
사랑합니다...~!!
정말 너무 재미있게보고 있습니다 다음 편도 기다릴께요^^~
12/11/19 11:03
수정 아이콘
한 끝 차이로 생명체에게는 천국과 지옥이군요!!!

다음 편은 화성인가요??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무적전설
12/11/19 11:55
수정 아이콘
다음 편은 지구여야 해요 ㅠ
Je ne sais quoi
12/11/19 11:08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2/11/19 11:13
수정 아이콘
지구가 약 4% 만 태양에 가까워도 바다가 존재할 수 없고, 1% 만 멀어도 바다가 전부 얼어버린다지요. 우연 치고는 참으로 경이로운 존재입니다 우리 모두가요.
12/11/19 12:22
수정 아이콘
그런 이유로 다른 태양계의 슈퍼지구니 뭐니 생명체가 존재할거라고 설레발치는 행성들 99%는 가까이 가보면 죽음의 행성이겠죠.
12/11/19 14:09
수정 아이콘
기본적으로 저는 외계 생명체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우리가 발견하고 교류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지만요.
우주에는 계층구조만도 수 단계가 존재하고 그 단계마다 숫자는 기본이 억,조 단위니 아무리 적당한 크기의 모항성,
적당한 크기의 행성, 적당한 거리, 생명이 존재할 확률을 생각해도 어디엔가는 있다고 보는게 맞겠지요.

하지만 말씀드렸듯이 발견은 또다른 문제입니다.
현재 발견되고 있는 행성들 대부분은 목성형 행성으로 크기, 질량이 크고 지각이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뭐 이유야 관측 방법 때문인데, 대부분 현재까지 두가지의 방법을 쓰는데요.
첫번째는 행성이 모항성을 지나면서 생기는 일식과도 같은 현상으로 인해 생기는 밝기의 변화를 관측하는 방법입니다.
이로써 대략적인 행성의 크기, 행성의 공전속도, 대략적인 밀도를 대입하여 항성으로부터의 거리를 알 수 있지요.
두번째는 중력렌즈를 이용한 방법인데, 잘은 몰라서 패스.

어쨌거나 생명이 존재한다는 것은 경외롭고 감사한 일이지요.
12/11/19 14:12
수정 아이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빛의 속도라는 한계를 넘을 수 없는 이상 앞으로 3천년 동안 교류 가능한 우주의 범위는 최대한 3천 광년이고... 우주의 크기는 백억 광년을 넘어서니까 외계인 발견 같은 것은 아마 안될 거에요... 참 아쉽지요.
12/11/19 14:58
수정 아이콘
기본적으로 외계의 고등생명체가 우리를 발견할 확률도 없다고 봅니다만.
이유는 기본적으로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의 한계 때문이랄까요?
아마 외계 항성계로 진출할 수 있기전에 문명 자체가 파괴될 확률을 높게 보고있습니다 마.
12/11/19 15:02
수정 아이콘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긴 한데, 감정적으로는 참 받아들이기 힘든 얘기지요.
12/11/19 15:34
수정 아이콘
뭐 다행인 것은 외계 생명체의 지구 침략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
설탕가루인형형
12/11/19 11:21
수정 아이콘
지구는 정말 크고 아름답네요...
부평의K
12/11/19 12:16
수정 아이콘
금성의 역행자전의 원인이 초대형 운석의 충돌로 인해서 역행자전 하게 되었다는 말도 있더군요.

금성이 지금의 지옥도가 펼쳐진 이유가 그것에도 있다는 얘기를 전에 다큐멘터리에서 본거 같습니다.
Neandertal
12/11/19 12:22
수정 아이콘
부평의K 님// 그랬었군요...지구도 달이 만들어 질 때 화성 만한 천체와 충돌했다던데...혹시 그때는 지구의 자전 방향과 일치하게 충돌해서 자전 속도가 더 빨라진 건 아닌지 싶기도 하네요...^^
피지알에 천문학도분들은 안계신가요?...^^
너구리구너
12/11/19 12:36
수정 아이콘
천문학도는 아닙니다만 제가 알기론 역자전이 문제가 아니라 자전속도가 극단적으로 느리다는게 문제일겁니다. 그래서 코어의 철의 대류가 없어지고 따라서 자기장이 사라졌죠. 물같은 가벼운 분자들은 자기장의 보호가 없으니 태양풍에 다 날려가려리고 무거운 가스들만으로 구성된 고압 고온실횩과의 대기가 형성된거라고 알고있습니다. 자전축이 거의 수직이라 계절의 변화가 없다는것도 한몫했을지 모르구요. 지질활동은 있다없다 주장이 갈리는거 같던데 요앞서 화산활동이 관측됐다고 보도를 본 기억이 있는거 같기도한데 확신은 못하겠습니다.
부평의K
12/11/19 13:31
수정 아이콘
운석이 충돌하며 역자전하게 되었는데 그때 자전속도가 현재정도로 느려지게 된걸로 압니다.

하여간 금성 표면이 지옥이 된건 역자전+자전속도 문제라 하더군요
그대가있던계절
12/11/19 12:54
수정 아이콘
우주 시리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금성 표면 90기압 정도야 뭐 사이어인에겐 별거 아니겠지요..흐흐;
12/11/19 14:01
수정 아이콘
음 비교할만한건 기압이 아니라 중력인데;; 머 기압도 견디긴 할듯
12/11/19 13:07
수정 아이콘
아웃랜드 지옥불반도 느낌이 딱 나네요.
12/11/19 14:11
수정 아이콘
이번 우주글도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우주는 정말 신기합니다.
계란말이
12/11/19 14:19
수정 아이콘
우주에 대한 얘기는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가 않아요.
늘 감사합니다!
천진희
12/11/19 14:26
수정 아이콘
태양의 온도가 계속 상승한다 라는 걸 가정으로 두면 먼 옛날에는 태양의 온도가 현재보다 낮았다.
그 때는 금성이 지금의 지구의 환경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태양의 온도가 점점 높아지고, 금성이 폭망하고 지금의 지구가 생겼다.
앞으로 먼 후에 태양의 온도가 점점 더 높아지면, 지구도 금성처럼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 때에는 화성이 지금의 지구처럼 될 것이다.

비슷한 크기라길래 이런 뻘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크크크. 잘 봤어요~
Neandertal
12/11/19 14:34
수정 아이콘
천진희 님// 궁극적으로 지구의 운명은 앞으로 약 50억년 후 지금의 태양이 수명을 다 할 때 팽창하는 태양 속으로 먹혀 들어가서 소멸하게 될 운명이지요...--;;;
그때까지 인류가 생존해 있을 지도 심히 의심스럽지만 만약 생존한다면 어딘 가로 살 길을 찾아서 떠나야하겠죠...--;;;
12/11/19 14:53
수정 아이콘
태양의 경우 현재 주계열에 있기 때문에 온도가 그렇게 많이 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태양이 생성되고나서 지금까지 거의 현재의 상태였다고 보시면 됩니다.
시간이 매우 많이 지나 거성열로 들어가게 되면 표면온도는 낮아지고 크기는 커지게 되지요.
이경우 지구 자체가 태양 안에 들어가게 되지만요.
너구리구너
12/11/19 15:24
수정 아이콘
화성은 이미 핵이 냉각되기 시작했기때문에 지질활동적으로 볼때 죽어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활발한 물질순환이 없어서 지구처럼 된다고 보기 어렵죠. 또 자기장이 핵의 냉각에 따라 약해지면서 태양풍에 대기가 다 날려가버릴거구요.
천진희
12/11/19 16:32
수정 아이콘
Neandertal 님, 마남님, 너구리구너님//
제 뻘소리에 이리 진지하게 대답해 주시다니..ㅠㅠ
말씀해주신 것들 전부 몰랐지만 제 소리가 뻘소린 건 압니다 크크크
새로운 지식 감사해요~
진나라
12/11/19 14:57
수정 아이콘
우주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밤하늘의 작은 별중하나로 지구를 바라보고있을거 같습니다,.
시케이더
12/11/19 14:59
수정 아이콘
와 진짜 재밌네요. 다음편도 무척 기대됩니다.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메라루
12/11/19 15:14
수정 아이콘
잘봤어요~
눈시BBbr
12/11/19 15:18
수정 아이콘
지구야 사랑해ㅠ
화성편 기대하겠습니다! [서기]
12/11/19 16:01
수정 아이콘
차 행성이 현실에 있다면 금성이겠군요 흐흐
제 시카입니다
12/11/19 17:40
수정 아이콘
잘 보고 갑니다~
분홍돌고래
12/11/19 21:51
수정 아이콘
이번 글도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네요~ 지난 수성편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고등학교 때 지구과학을 선택할 정도로 좋아했어서 천문관측동아리도 들고 했었는데... 요즘은 별이나 달을 바라볼 여유도 갖지 못하고 살고 있네요. 어릴 적 옥상에 텐트 치고 돗자리 깔고 누워 과학책 뒤져가며 별자리 찾아보던 추억이 떠오르는 멋진 글 고맙습니다. 다음 편도 기다릴게요~~~~
12/11/28 08:28
수정 아이콘
지구가 온난화가 진행되서 사람이 살 수 없는 별이 되면 딱 화성이 되겠군요.
어쩌면 이미 먼 옛날 그 곳에 살던 생명체들이 이 과정을 겪고 사라졌을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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