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모두가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유머글을 올려주세요.
- 유게에서는 정치/종교 관련 등 논란성 글 및 개인 비방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Date 2014/03/11 18:59:22
Name 아는남자
Subject [기타] [기타] 06월드컵 군대 썰, `닭장의 기적`
편의상 반말로 적을께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

때는 독일월드컵이 한창이던 2006년 6월, 난 입대 두달차 군인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주특기가 운전병이라 자대가 아닌
`젖과 꿀이 넘치는` 야수교에 있었기 때문에 눈치보는 일 없이
월드컵을 즐길 수 있었던 정도...

바깥사회에 비할 바는 못되겠지만 그래도 틀어놓은 티비에서
각 나라의 축구경기가 무수히 재방송되었고, 그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감독행세, 전술회의, 선수평가 따위의 축구이야기를 꽃피우며
그들만의 축제분위기를 나름 만끽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나로선
나쁘지 않은 나날들이었다.

그리고 야수교에 입소한 후 며칠 지나지 않아 다가온 우리나라의 조별리그
두번째 경기. 신교대에서는 티비시청 자체를 금지하므로 경기 시청 자체를
꿈도 못꿨지만 이 `젖&꿀world`는 당연하다는 듯
너그럽게 월드컵 시청을 허하였다.

문제는 애매한 경기시간, 자고로 군대란 칼과 같은 취침시간 준수를
원칙으로 하는지라 새벽4시경에 열리는 월드컵 경기가 윗분들에게는
머리아픈 고민거리였나보다.

뭐 사실 조금만 유도리를 발휘한다면
새벽시간 티비시청쯤이야 재량껏 눈감아주고 넘어갈 일이지만,
군대는 그런 거 없다, 원칙만이 존재할 뿐!
취침시간을 엄수하기 위한 윗분들의 고심은 병사들에게까지
입소문이 번졌고 심지어 시청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끔찍한
소문까지 퍼지기에 이르렀다. 신교대에서 토고와의 첫경기를 놓친
터라 더욱이 그 갈증이 극에 달한 나로선 하루하루가 불안의 연속이었다.

이윽고 경기 바로 전날, 마침내 부대에서 지침이 떨어졌다.
이름하야 [ 조기취침령 ]
말 그대로 경기가 기상시간보다 2시간 일찍 열리니 2시간 일찍자라는거다.
[ 오후8시 취침 - 새벽4시 기상 ]

아무렴 어떠리 볼 수만 있다면 칼춤이라도 출 태세였던 나와 달리
병사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빼앗긴 그 2시간이 일과시간이 아닌 개인정비 시간이었으니
그들의 불만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 불만의 목소리들은 오후7시30분에 취침점호를 받는
웃지 못할 현실에 이르러서야 `아 이 상황이 real이구나..`하는
체념섞인 한숨과 함께 조용히 사그라들었고 그렇게 우리는
오후8시에 취침소등과 등화관제를 시작했다.

그리고 10분후...
설레는 마음에 쉽사리 잠이 오지 않던 나와 달리
`우리가 불만 꺼지면 자는 닭장의 닭이냐!`
`억지로 자란다고 잠이 오겠냐!`
`이시간에 누우니까 더 잠이 안온다!` 며 부르짖던 그들의
침상에서 하나둘씩 쌔근쌔근 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무실은 나를 비롯한 모든이들이 숙면의
세계에 빠지는 `닭장의 기적`을 체험했다.


p.s - 새벽4시에 일어나 경기를 본 사람은
나를 비롯해 총 세명... 행여 동기들의 단 꿈을 깨울까봐
박지성의 극적인 동점골에도 나는 소리죽여 울어야만했다.



월드컵도 다가오고 하니 군대시절 생각나서
어렴풋한 기억에 살붙여서 적어봤습니다.
글에 미숙한 점 있더라도 너그러히 봐주시길...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무무반자르반
14/03/11 19:02
수정 아이콘
전 06 8월 군번인데

그때문에 월드컵 달 군번들은 엄청 적었다고 들은거 같아요 흐흐

저도 운전병이라 야수교의 꿀 생활은 아직도 생생하네요
아는남자
14/03/11 19:08
수정 아이콘
진정한 꿀이라 생각합니다!
알킬칼켈콜
14/03/11 19:03
수정 아이콘
2010년 축구 때문에 밤잠을 설쳐서 전투력을 하락 시켜서는 안된다는 사단의 지침으로 인하야 모두 억지로 잠이 들었던 반면

일병 짬찌였던 저는 불침번시간과 겹쳐 후반 45분을 다 볼 수 있었는데

그 45분의 하이라이트가 전설의 이동국 카페베네였네요..축구를 잘 안봐서 이동국 선수 싫어해본 적 없었는데 그 이후로 싫어합니다. 크크크
아는남자
14/03/11 19:05
수정 아이콘
그 한이 남아서인지 남아공월드컵은 전 경기 치맥과 함께했네요 흐흐
닉부이치치
14/03/11 19:04
수정 아이콘
워낙 피곤하니 불면이 없죠...
저도 군에있을땐데 시청내무실 따로만들어서 볼 사람들은 거기서 시청하게 했던게 생각나네요.
짬안되는 불침번들 인원파악하느라 개고생했고요.
아는남자
14/03/11 19:07
수정 아이콘
뭐 솔직히 야수교는 피곤할것도 없어서요.
하는게 운전교육뿐이라;;
군대버전 운전기숙학원이랑 비슷하게 생각하시면 될 듯요 흐흐;
닉부이치치
14/03/11 19:09
수정 아이콘
저도 만만치않은 꿀인 통신학교 출신이라...
그래도 피곤하더라고요.
인류가 왜 자유를 위해 그토록 애써왔나 몸소 체감하기도 했고요.
광개토태왕
14/03/11 19:10
수정 아이콘
전 2010년때 아르헨티나전은 근무때문에, 나이지리아전은 준장 계급을 달고 계신 단장이 못보게 해서 라이브로 못봤습니다.
다만 새벽에 근무를 나갔다오니 나이지리아전이 거의 끝날때 시간이라서 잠깐 tv를 몰래 켜보니 스코어는 2:2 진행중!!
그런데 하필 그 때 당직부관이 다른 침대에서 잠깐 취침중이라서 인기척에 재빨리 tv를 끄고 누워서 그 순간에는 안걸렸지만
나중에 이 사건이 말이 많아져서 양심선언하고 말았다는.....
우루과이전은 단장이 허락해줘서 볼 수 있었는데 지고나서 근무를 바로 나가야 되서 좀 허탈했죠...
탕수육
14/03/11 19:10
수정 아이콘
근데 솔직히 이 정도만 해줘도 윗선에선 상당히 배려한 것 아닌가요? 저흰 주말 연등도 안 시켜 줄 때가 많았습니다... ㅠㅠ
아는남자
14/03/11 19:12
수정 아이콘
글 포인트는 불끄자마자 숙면하는 동기들이었는데
제가 좀 애매하게 썼나보네요 ^^;
탕수육
14/03/11 19:15
수정 아이콘
아 유머포인트는 저도 인지하고 있었어요 크크 다만 저걸 뭔가 불만사항으로 인지하는 인원들이 의아해서 댓글을 적었습니다.
스웨트
14/03/11 19:11
수정 아이콘
전 당시 상병 2호봉 쯤이었었는데
4월쯤에 소대장으로 소위 한명이 갓 들어왔었거든요.
병사들끼리 잘 구슬려서 월드컵이라는 국가행사에서 치맥이 없어서야 되겠냐는 라는 병장+상병들의 끝없는 이빨어택에
소대장이 저희 내무반에 (전 탄약병이라 소수로 옹기종기 따로 살았었습니다.) 치맥을 선물했죠. 보면서 먹으라고 크크
닉부이치치
14/03/11 19:25
수정 아이콘
이야
소대장이 호구이미지만 아니라면 참 훈훈하네요
스웨트
14/03/11 19:28
수정 아이콘
착하다고 해야겠죠? 크크 맨날 치맥먹은건 아니고 토고전 첫경기만 사줬었죠.
근데 맥주먹다가 화장실갔는데 이천수가 골넣어서 못본건 함정.. 그러고 또 화장실갔는데 안정환이 골 또 넣은건 또 함정..
결국 두골 라이브로 못본게 진짜..
기차를 타고
14/03/11 21:47
수정 아이콘
선임들이 경기보지말고 화장실에 계속 있으라고 안하던가요 크크
티아고 메시
14/03/11 19:18
수정 아이콘
전 그래서 일부로 06년 7월에 입대했습죠
Cafe Street
14/03/11 19:27
수정 아이콘
2006년때 정말 즐겁게 월드컵을 즐겼던게 유격 모두 끝나고 마지막날 저녁 토고전을 유격장에서 시청했습니다.
유격 끝& 월드컵 시청+거기에 통쾌한 승리 군생활중 가장 즐거웠던 저녁이였네요 크크
낭만토스
14/03/11 19:55
수정 아이콘
저는 2010년남아공당시 군인이었는데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을 무려 유격장에서 봤습니다

취사병이라 다들 야간행군하러 나갈 때

저는 나름 고참급이라 내일 아침준비한다는

핑계로 간부막사에 설치된 티비로 시청했네요


나이지리아전때 중대 60명 토토했는데
저혼자 2대2무승부걸어서 60명판돈
저한테 몰빵된 적도 있고요 크크
김남일이 패널티킥 줬을때 기뻐했다능
방과후티타임
14/03/11 21:02
수정 아이콘
저랑 같은군번이었네요. 첫경기는 훈련소에서 보고, 두번째 경기는 후반기교육때 보고, 세번째 경기는 자대 가서 봤더랬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45760 [유머] 왜 일본말을 해?? 한국말을 해야지 [28] 짐짓17845 15/07/08 17845
244999 [유머] 우디르급 태세변환.avi [22] 하루일기7378 15/06/28 7378
244814 [유머] 우디르급 태세전환 [3] 심술쟁이5571 15/06/26 5571
242499 [유머] [마리텔] 우디르 백주부.jpg [5] 키스도사8854 15/06/03 8854
241847 [유머] 흔한 소개팅 실수 [5] 팔라듐 리액터7690 15/05/27 7690
240352 [유머] 우디르급 솔지 [17] Special one.7532 15/05/12 7532
239800 [유머] 한화팬들 태세변환 [13] 짱구9492 15/05/06 9492
236958 [유머] 우디르급 태세변환 [9] 축생 밀수업자7228 15/04/03 7228
233326 [유머] 나 방송탔다 [1] 팔라듐 리액터5030 15/02/18 5030
231717 [유머] [계층] 우디르급 태세전환.jpg [54] 조홍8934 15/01/30 8934
229481 [유머] 토르의 화려한 언변.jpg [5] 하루일기6501 15/01/06 6501
228012 [유머] [스타1] 포스 최강의 10이영호를 이긴 사나이 [21] 유재석10249 14/12/19 10249
224992 [유머] [유머] 안면 태세변환류 [11] 좋아요5958 14/11/19 5958
222718 [기타] [기타]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때 이찬진씨 의견 [20] 블랙탄_진도12142 14/10/26 12142
214783 [스포츠] [스포츠] [야구] 이분 최소 우디르급 태세전환 [11] 해비6164 14/08/09 6164
214356 [기타] [기타] [스압] 장산범 이야기.txt [16] Prelude11525 14/08/05 11525
209733 [스포츠] [스포츠] 사실상 1승1패 [4] AttackDDang8148 14/06/23 8148
207413 [기타] [기타] [럽라계층] Snow halation 4th Live (140209) [6] 니시키노 마키2323 14/06/02 2323
204689 [유머] [유머] [LOL] 브론즈 태세변환 . jpg [5] 삭제됨4649 14/05/08 4649
200721 [유머] [유머] [LOL] SKT K를 잡기 위해 리빌딩 중이다. [17] Leeka6369 14/03/30 6369
198657 [기타] [기타] 06월드컵 군대 썰, `닭장의 기적` [19] 아는남자6450 14/03/11 6450
196879 [유머] [유머] 2ch 만담모음 [6] 하루타8305 14/02/26 8305
196151 [스포츠] [스포츠] 10백이후 빠른 역습.jpg [30] 뚜루뚜빠라빠라10961 14/02/21 1096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