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시대에는 첫눈이 오면 장난을 쳤다고 합니다. A라는 사람이 첫눈이 내리면 그것을 잘 포장해서 사람을 시켜 B에게 보냅니다. 그럼 B는 룰루랄라~ 즐거워하며 그 선물을 풀어보겠죠. 하지만 그곳엔 살짝 남은 눈과 녹은 눈때문에 생긴 물만이 있습니다. 이를 본 B는 껄껄껄 웃고 맙니다……. 가 아니라 속았기 때문에, 당한 것도 모자라 선물을 보낸 A에게 밥까지 사야 합니다. 물론 받는 사람이 너무나 불리한 놀이다 보니, 밸런스를 조절하기 위해 B가 A의 장난을 눈치채고 자신에게 선물을 가져다주는 전달자를 잡으면 역으로 A가 B에게 밥을 사야한다는 규칙이 있었습니다. 이 문화는 조선 시대까지 이어졌는데 우리가 잘 아는 분도 이 놀이를 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그것도 왕이.
상왕(태종 이방원)이 노상왕(정종 이경)에게 첫눈을 봉하여 올리다. 첫눈 봉하여 서로 장난하는 풍습
상왕이 첫눈을 봉하여 약이(藥餌)라 일컫고 내신 최유(崔游)를 보내어 장난삼아 노상왕전에 올리니, 노상왕은 미리 알고 사람을 시켜 최유를 쫓아가 잡으라고 하였으나, 미처 잡지 못하였다. 고려 국속(國俗)에 첫눈을 봉하여 서로 보내는데, 받은 사람은 반드시 한턱을 내게 되며, 만약 먼저 그것을 알고 그 심부름 온 사람을 잡으면, 보낸 사람이 도리어 한턱을 내게 되어, 서로 장난한다고 하였다.
-『세종실록 1권』, 세종 즉위년 10월 27일 계묘 10번째기사 1418년 명 영락(永樂) 16년 http://sillok.history.go.kr/id/kda_10010027_010#
아마 전달자였던 최유를 잡지 못했으니, 이후에 정종이 태종에게 한턱 쐈을 듯 하네요.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첫눈이 오면 신하들과 왕들은 그날 만큼은 가벼운 거짓말은 허용이 되었다고 합니다. 조선판 만우절인 셈이죠.
http://www.ytn.co.kr/_pn/0484_2017032711005034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