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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5/19 22:11:18
Name 한니발
Subject The champ is here.

  챔프, 바로 지금, 바로 이곳에 있노라.
  오늘 신동원이 보여준 모습을 표현함에 있어 이 이상 적당한 말이 있을 것인가.



  리쌍의 시대가 시작된 이래 그 뒤를 집요하게 쫓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았던 이들을 꼽아보자면, 우선 테란으로는 두말없이 정명훈일 것이며, 프로토스에는 영원한 맹주 택뱅이 있고, 저그에는 저그가 자랑하는 삼김(三金)이 있었으니 이들 여섯 명이야말로 안티-리쌍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으리라. 촉망받는 새싹들도 여럿 꼽았으나 결국 실적을 내지 못하였으니, 최근 수 년간의 스타판 구도는 리쌍과 이들 안티-리쌍의 대립이라 보아도 손색이 없을 터. 심지어 프로리그조차도 이미 통합 시즌 2번에 걸쳐 '택덴'의 티원과 '리쌍'의 화승, 케이티가 벌인 대결로서 끝맺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안티-리쌍의 맹렬한 추격의 결과는 어떠했던가?
  정명훈은 마침내 첫 우승과 함께 케스파 랭킹 1위를 약탈한 뒤 스타리그의 1번 시드로서 차기 시즌을 기다리고 있고, 김윤환은 많이 무뎌졌다고는 하나 '4강 본능'이라는 우스운 듯 두려운 듯 그 클래스를 유지하고 있다. 김택용은 프로리그에 군림하며 기회를 엿보고, 송병구는 비록 하향세일지언정 가장 최근 결승을 밟은 토스임을 부정할 수 없다.
  헌데 그들 가운데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이가 있다.
  김정우다.
  가장 낮은 곳에서 날아올라 가장 높은 곳을 향해 치솟는, 바로 그다.

  이제동의 2009년에는 아발론의 김윤환이며 광안리의 정명훈이라는 두 사람의 안티-리쌍 책략가가 있어 그를 훼손시켰다.
  이영호의 2010년, 김윤환은 에버에서 꺾였고 정명훈은 빅파일에서 꺾였으므로, 실상 2010은 이영호와 이제동의 전쟁이며 그마저도 이영호의 승리의 기록으로 남아있기에, 그리하여 이영호는 불패의 신이 되었고, 완전무결의 군림으로서 2010년을 끝맺고 있을 터.
  그렇다, 바로 그 김정우의 일격을 제외한다면.
  연내 테란전 승률 30% 남짓의, 과감하고 맹렬한 승부사의 리버스 스윕을 제외한다면.

  하지만 - 김정우는 그 비상을 마지막으로 -
  사람들의 눈앞에서 모습을 감춘다.



  김정우의 그 충격적인 리버스 스윕은 사람들의 눈에 무거운 잔상을 남겼다.
  이후 2010의 이영호가 일대의 그 모든 것을 제압하고 압도할수록, 그 잔상은 더욱 더 선명해졌다.
  김정우만 있었더라면.
  혹시 김정우였다면.
  바로 그러했기에, 피디팝의 신동원이 날개쳤을 때, 과연 그 모습에서 김정우의 잔상을 보지 않은 자 몇이나 될 것인가.

  자신을 위협할만한 싹은 가장 먼저 달려가 짓밟고 군림한다.
  그렇기에 폭군, 그리하여 이 수년간 결코 흔들림이 없는 저그의 단 하나뿐인 맹주. 저그 사상 최강의 동족학살자.
  바로 그 이제동. 그리고 그 앞에, 바로 그 신동원.
  신동원은 과감한 결단력과 능란한 움직임으로, 5전제의 이제동을 제압한다. 저저전의 트렌드를 바꾸겠다는 화려한 차명환의 책략도, 신동원의 자질 앞에는 무용했다. 그리하여 리쌍의 시대에 우승을 약탈했으니, 요 수 년, 정명훈과 김윤환 외에는 그 누구도 달성해본 바 없는 크나큰 위업이다.
  하지만 그 뒤 그에게 붙은 이름은 무엇이었던가.
  - 우스운 자.
  그렇다면 그 조롱에서 그를 보호해 줄 최소한의 방패는 무엇이었던가.
  - 김정우의 잔상.

  그리고, 자신을 조롱하는 관중들 앞에서, 신동원은 보란듯이 시드권을 행사하여 택리쌍을 한곳에 몰아넣는다.
  그렇게나 리쌍이 두려운가?
  감히 리쌍에 스스로 맞설 자신이 없는가?
  더욱 더 악에 받혀 그를 야유하는 관중들 앞에, 다만 한 마디를 남겼다.

  "D조 선수들을 만나기 전에는, 결코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신동원은 아직까지 D조의 생존자들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테저전의 스페셜리스트, 이재호를 이겼다. 프로토스의 맹주, 송병구를 꺾었다. 돌아온 테란의 챔프, 박성균을 오늘 꺾었다. 챔프들과 안티-리쌍들을 제물로, 두 번째의 4강에, 그는 돌아왔다. 스스로 증명했다 - 챔프의 자격을 가진 남자가 누구인가를.
  챔프는 오늘, 바로 지금, 바로 이곳에 있음을.

  혁명을 눈앞에 둔 김택용은 3월 2일까지 어떤 조롱을 받았던가. 정명훈은 아직까지도 마리오네트란 이름과 싸우고 있지 않던가.
  소시민은 언제나 도전자를 비웃고, 명문의 후계는 언제나 윗 세대의 위광에 가린다. 그 모든 것을 짊어지고서, 도전자는 스스로 구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신동원 자신의 손으로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그 눈앞에 들어올 것은 기적의 소년, 혹은, 바로 그 '갓God'.
  그 어느쪽일지라도, 리그의 챔프이자, 시대의 도전자는, 이제 가장 높은 무대에서 적을 추락시킬 준비에 임한다.

  바로 지금 다시 결단을.
  또 한 명의 새로운 안티-리쌍, 팀의 '어떤 연습생'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같은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하여. 보다 먼저 보다 높은 곳에 올라 서서, 기어 올라올 적을 향해 손짓한다.

  챔프는, 바로 이곳에, 여전히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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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teful Days~
11/05/19 22:48
수정 아이콘
죄송하네요. 택리쌍한조밖에 생각이 안나서리.
스타급센스
11/05/19 22:50
수정 아이콘
아 신상문선수가 이기길 바라지만 이영호선수랑 붙는걸 더 보고 싶긴하네요. 리쌍잡고 우승하면 대박일텐데.. 그리고 이영호를 결승에서 이겨본 팀내연습생도 있으니 도움도 많이 될테고.. 재밌는 승부 나올듯 한데..
엘푸아빠
11/05/19 22:54
수정 아이콘
신동원 선수가 이긴다면 저저전 결승이라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기대는 됩니다.
마이너리티
11/05/19 22:56
수정 아이콘
조지명식에서부터 택뱅리쌍에게 선전포고..
이후 차례로 그들을 꺾으며 우승을 한다?
택뱅리쌍이 이 판을 장악한 이후로 새로운 강자가 태어날 수 있는 가장 드라마틱한 시나리오가 아닐까 생각이 되네요.
(김택용선수는 올시즌 한번 만나 이겼고, 프로리그 결승에서의 승부가 있을 수도 있겠군요.)

4강전이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신상문 선수도 좋지만, 드라마를 위해선 이영호vs신동원 4강전이 되는게.. 반대쪽도 이제동 선수가 올라오고..
하심군
11/05/19 22:57
수정 아이콘
어떤의미에선 존 시나와 비슷한 기믹이군요 신동원 선수--;
왕은아발론섬에..
11/05/19 23:10
수정 아이콘
그동안은 계속 이영호 선수가 다 해먹으니까 은근히 이영호 선수가 지기를 바랬고 그렇게 기대도 안됐는데,
신동원 선수가 좋은 경기력을 2시즌 연속으로 보여주니까 리쌍의 호적수가 생기는 느낌인지라, 이 판이 더 흥미진진 해지는 느낌입니다.

이번 시즌 대진이 4강 이영호=>결승 이제동 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지 쉽은데 만약에라도 신동원 선수가 우승이라도 한다면,
과거의 본좌들이 전임 본좌를 부스고 탄생했다는 점을 봐서 섣부르지만 새로운 본좌급 선수의 탄생도 예상해 볼수 있지 않나 싶네요.

그렇긴 하지만 저저전 결승은 피했으면 좋으련만...
웃어보아요
11/05/19 23:14
수정 아이콘
뭔가 이상하게 두근거리네요.
마재윤팬분들이 이제동을 보며 느끼던 감정이 이런건가..
그래도 몇년간 택뱅리쌍.. 특히 리쌍이 다 해먹었는데, 드디어 새로운 슈퍼선수가 나타나는건지~
게다가 대진도 송병구 박성균 이영호 이제동 이건....
박카스08 이영호대진이 이제동 김택용 송병구였죠...? ;;;;;;;;;;;;;

물론, 이영호 이제동이 못올라온다면 어쩔 수 없는거겠죠..?.. 과연 크크
엘푸아빠
11/05/19 23:17
수정 아이콘
08 박지수 대진은 김구현 (전시즌 결승진출자) - 4강 이영호 -결승 이제동.... 하악! ㅠㅠ 왜 그런데 ㅠㅠ
토쿄일파
11/05/19 23:21
수정 아이콘
오늘 최고였습니다. 정말 와 어떻게!!! 2경기 그렇게 이기고 3경기 4경기까지 완전 뭐랄까 울컥하더라구요. 너무 좋아하는 CJ팀에서 또 새로운 저그의 제왕의 느낌이. 기대합니다 정말.
낭만서생
11/05/19 23:32
수정 아이콘
cj 는 저그 배출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하는거 같습니다. 2003년 동양때부터 티원팬으로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 티원표 저그 우승자 인데 말이죠 부럽네요
11/05/19 23:34
수정 아이콘
이영호랑 김윤환이 4강에 올라가면 4강 4우승자네요.... EVER 04 스타리그 4강이후로 4우승자 4강은 생각이 안나요.....

뭔가 이상하지만 그런건 전혀 상관없겠죠;;; ㅠㅠ
야부키죠
11/05/20 04:44
수정 아이콘
진짜 글 잘쓰시네요 허허 멋잇당
sgoodsq289
11/05/20 14:30
수정 아이콘
정말 대단하시네요. 정말 글 잘 쓰십니다.
11/05/20 17:20
수정 아이콘
신동원선수는 엄청 잘한 반면 박성균 선수가 경기력이 별로 안좋았는데 컨디션 좋았으면
꽤나 재밌었을거 같은데 아쉽네요.
sHellfire
11/05/21 10:51
수정 아이콘
추천! 멋진 글이네요. 확실히 신동원에게서 김정우의 그림자가 보이는건 저뿐만이 아닌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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