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가 BNK Fear X 의 노란 폭풍을 잠재우고, 북벌을 향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오늘 펼쳐진 LCK 플레이오프 패자조 1라운드 경기에서, DK 가 BNK Fear X 를 3:1 로 제압하고 패자조 2라운드로 진출하였습니다.

시리즈 전체를 요약하면 루시드가 랩터를 완벽하게 압도했던 시리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랩터는 키아나, 나피리, 사일러스와 같은 트렌디한 정글러를 대거 기용하며 루시드에 맞섰지만, 3세트 나피리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활약을 보여 주지 못한 채 루시드의 맹활약에 존재감이 지워져버렸습니다. 루시드는 자르반-신짜오로 준수하게 활약했고 특히 4세트 리신은 교전의 신이라는 분석데스크의 극찬을 받아내며 엄청난 교전력을 뽐냈습니다. 봇듀오가 모두 짤리고 시작한 아타칸 3:5 교전에서 상대가 강타가 없어 우왕좌왕했다지만 리신의 현란한 움직임으로 상대 주요스킬을 빼고 대승을 가져오면서 승리의 종지부를 찍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DK는 쇼승상의 활약도 훌륭했습니다. 베이가, 조이라는 전략적인 픽을 꺼내들었는데 피어리스 다전제가 연이어 펼쳐지는 플레이오프 단계에서 이런 쇼메이커의 넓은 챔프폭은 분명 밴픽싸움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됩니다. 인게임에서도 적재 적소에 스킬을 적절하게 활용하며 승리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특히 4세트 조이는 쇼시경이라 불리우던 전성기 쇼메이커 조이의 활약을 떠오르게 할 만큼 좋은 플레이로 상대 이즈리얼을 저격해서 격추시키는 등 팬들에게 화답하는 듯한 인상깊은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DK가 이런 안정적인 경기력을 갖게 된 것은 시우의 반전 경기력이 큽니다. 3~5라운드 내내 솔직히 안좋은 모습만을 보였고 플레이인에서마저 그런 부진이 이어졌던 시우였는데요, 농심과의 외나무다리 싸움에서 어느 정도 회복하더니 T1전, BNK 전을 거쳐 오며 확연히 안정적이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베릴도 좋은 의미에서 별로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이전에는 너무 공격적인 시야싸움과 포지션을 잡다가 먼저죽기가 일상이었는데, 본인도 스스로의 플레이에 수정이 필요함을 인지하였고 그런 모습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DK에 불안요소가 있다면 에이밍입니다. 지난 T1 전에서의 대실수로 상처입은 멘탈이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듯한 모습입니다. 오늘 승리 후에도 카메라 세리머니 없이 서둘러 들어가는 모습이 여전히 마음고생이 있지 않았나 싶은데요, 오늘 플레이에서 딱히 지적할만한 부분이 많지는 않았습니다만 의기소침한 모습이 다소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BNK는 지적했던 랩터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DK 의 체급에 밀리는 모습이었습니다. BNK가 자랑하던 봇듀오도 에이밍-베릴을 부숴놓는다던가 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고, 류감독의 날카로운 밴픽 묘수도 오늘 경기에서는 그닥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켈린도 별다른 활약 없이 침묵했고, 4세트 내내 그나마 평균적으로 활약했다 싶은 건 빅라였다는게 오늘 BNK가 얼마나 느낌 없었는지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LCK 에서 여우들의 반란은 여기까지고 롤드컵의 꿈은 접어야겠지만, 오늘 발표된 새로운 국제대회에 진출이 확정된 만큼 국제 무대에서 다시한번 맹활약하기를 기대해봅니다.

DK의 북벌은 내일 바로 시작됩니다. 기회가 올때마다 매번 실패하고, 하늘은 누구를 낳고 어쩌고 출산드립으로 조롱당하며, 쇼메는 이제 끝났다 은퇴해라 하는 소리를 감내해가며 DK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토록 본인들을 괴롭혔던 T1 을 롤드컵 진출이 걸린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운명같은 무대가 만들어졌는데, 과연 DK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이 서사를 본인들의 이야기로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T1 이 어림도 없다는 듯이 또한번의 좌절을 안길 것인지, 내일 경기가 많이 기대가 되네요.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