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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4/09 21:07:17
Name 사람되고싶다
Subject [일반] [뻘소리] 언어에 대한 느낌?

언어학습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무래도 '실력'입니다. 말하고 듣고 읽고 쓰고가 얼마나 정확한가, 수준이 높은가 등에 집중하는 거죠. 그런데 제 관심사는 이쪽이 아닙니다. 오히려 언어의 '느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관심이 많습니다.

언어의 '느낌'이란 게 뭐냐...는 건 사실 알기 힘듭니다. 각자의 마음 속에 있는 거니까요. 마치 '팔을 어떻게 움직여?' 같은 질문과 비슷합니다. 어...  그냥 움직이죠. 의식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냥 어떻게 하다보니까 됩니다. 물론 나름의 느낌은 있지만 이 '감각'은 남한테 공유할 수도 없고 언어로 묘사하기도 어렵죠.

그래서 제가 왜 이런 답도 없는 쪽에 관심이 있냐하면, '영어'가 제 마음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 느낌?이 이질적이라서 그렇습니다. 이게 단순히 한국어랑만 다르면 '아 그냥 모어가 아니라서 좀 다른가보다'하고 마는데, 일본어는 또 한국어랑 거의 비슷한 느낌이 든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이건 내가 단순히 영어 실력이 딸려서 그런가? 아니면 일본어가 한국어랑 비슷하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그런 건가? 영어는 이렇게 편안하게 느낄 수 없나? 같은 생각들을 하게 되더라고요.


일단 한국어랑 일본어는 그냥 편합니다. 의식적으로, 머리를 쓰지도 않습니다. 작동 방식은 공부나 지식이라기보단 운동에 가깝습니다. 몸을 움직이듯 자연스럽게, 물론 나름의 감각을 가지지만 의식적인 정신활동과는 좀 뭐랄까 종류가 다르죠. 개인적으로는 패시브 스킬 같다고 표현합니다.

반면 영어는 반대입니다. 자연스럽다기보단 '의식적으로 머리를 쓰는' 느낌. 한국어나 일본어로 말할 때와는 아예 프로세스가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뭐랄까, 언어를 다룬다기보단 오히려 퍼즐을 푼다거나 암호를 해독하는 느낌입니다. 물론 결론적으로 충분히 알아듣고, 또 (천천히) 표현하는 것도 되지만 느낌이 굉장히 이질적입니다. 저는 이걸 '액티브 스킬'이라고 표현합니다.

이걸 단순히 '실력의 차이'라고 보기가 뭐한게... 객관적인 지표만 보면 영어를 일본어보다 훨씬 잘합니다. 읽기 쓰기, 어휘의 범위, 문법의 정확성 등 대다수 영역에서 영어가 월등합니다. 일본어는 문맹 수준에 문법도 엉망이고 그냥 되는 대로 말할 뿐입니다. 근데 정작 말하고 듣는 데는 일본어는 자연스럽게 되는데 영어는 전혀 안되는... 그런 이상한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뭐 나름 영어 실력을 높여보겠다고 거의 년 단위로 영어 유튜브나 팟캐스트도 듣고, 영어로 된 글 읽고 이코노미스트도 구독했습니다만 독해 실력이나 리스닝, 발음은 좋아질지언정 느낌 그 자체는 여전히 이방인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답보하면서 반쯤 체념에 가까운 느낌이었는데, 뜬금없이 요 근래 제 마음 속에서 대격변이 일어났습니다.

어느 순간, [그냥 자연스럽게 영어를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단계적 성장도 아닙니다. 진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버벅거리고, 간단한 문법조차 틀리고, 기초단어를 생각하는데도 한참을 고민하다가, 뜬금없이 자연스럽게 영어로 생각하고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별로 힘들이지 않고요. 물론 수준이 높은 건 전혀 아니고 여전히 실수도 많이 합니다만, 이제 영어는 '퍼즐'에서 '언어'로 느껴지게 됐습니다. 한국어급은 안 돼도 제 안에서의 위상은 일본어급으로 올라왔습니다. 아니, 사실 때때로는 아는 어휘가 훨씬 풍부한 영어 쪽이 더 편할 때도 많습니다. 참 격세지감입니다. 영어를 접한지 약 20년쯤 됐는데, 이제서야 드디어 '언어로써'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게 참 복잡한 마음입니다. 성취는 기쁘지만 시간은 좀 심하게 오래 걸렸구나 싶은... 이제서야 비로소 출발지에 섰다는 느낌입니다. 일본어는 공부는 개뿔 애니만 한 1년 보고 얻은 건데...


사실 뭐 아무런 이유도, 전조도 없는 건 아니고 공부법을 바꿨습니다. 어휘든 문법이든 아는 건 많은데 그걸 엮어서 문장을 못만드는 게 문제니, 아예 문장구조 자체를 뇌에 박아버리면 자동으로 튀어나오지 않을까 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회화책 하나 사서 통으로 외웠습니다(...) 사실 외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계속 머릿속으로 복습해서 온전한 문장구조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올 수 있게끔 세뇌하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다만 예상치 못했던 건 회화집(대충 100강)을 외워감에 따라 점진적으로 나아지는 게 아니라 대충 10강쯤 외우니까 갑자기 말이 확 튀어나오기 시작했다는 거...


결론은 그냥 기초 부실... 기초 문장구조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뭔가를 계속 때려붓기만 하니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요.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체화의 문제랄까. 운동으로 치면 쓰잘데기 없이 자꾸 고급 기술 새로 배우려고 헛짓거리만 하다가 1년동안 기초 드리블, 워킹, 슛만 미친듯이 반복 숙달하고 나니 실력이 일취월장한 그런 느낌이랄까요. 접근 자체를 언어는 공부가 아니라 운동이라 생각했어야 했었는데 좀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사실 뭐 결론은 딱히 없고 그냥 요즘 생각하고 겪고 있는 좌충우돌을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전에 질문으로도 올렸지만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끼시는지도 궁금하고요. 영양가 없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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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문
24/04/09 21:24
수정 아이콘
어떤 느낌의 영어 회화책을 외우셨는지 궁금해지는 글이네요 저도 비슷한 느낌을 받으며 일어 영어를 접했어서 더 그렇습니다
사람되고싶다
24/04/09 22:28
수정 아이콘
사실 어떤 책이든 별 상관 없지 싶습니다. 회화책이 아니더라도 그냥 적당한 문장만 다양하게 있으면 장땡인 것 같습니다. 모르는 걸 배우는 게 아니라 이미 알지만 덜익숙한 걸 새긴다는 느낌인지라. 사실 평서문은 이미 다 익숙한데 의문문에 시제까지 튼다거나 이런 건 읽는 건 문제 없어도 뇌 비우고 자연스럽게 말하기는 어렵죠. 그런 걸 잡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아침노을
24/04/09 21:27
수정 아이콘
과거 암기식 주입식 시험공부에 대한 반발로 암기보다는 이해력, 창의력을 중요시하는 공부법이 주목받았는데 최근 뇌과학자들 주장 들어보면 어떤 분야를 공부하려면 일단 대량의 정보를 암기로 주입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하더군요. 언어는 특히나 더 그렇겠지요.
사람되고싶다
24/04/09 22:30
수정 아이콘
언어에서는 암기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반복, 체화가 더 중요한 느낌이더라고요. 저도 암기는 그저 반복, 회상 하기 위한 수단으로 쓴 느낌입니다. 외운 문장은 언제 어디서든 다시 반복할 수 있으니까요.
24/04/09 21:3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영어의 기초 문장구조를 숙지하고 난 이후에 실력이 일취월장하시면서 편안하게 발화할 수 있게 되셨다고 하셨는데, 일본어는 기초 문장구조가 한국어와 많이 유사한 만큼, 그 과정이 상당부분 단축되어 처음부터 편안하게 느끼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우로, 각종 영어시험 성적에 비해서 회화가 무척이나 부족한 편이었습니다. 거기다가 영어를 책으로 배우면서 시작했던지라, 문장을 문어체식으로 길고 복잡하게 구성하는 습관이 있었죠. 거기에 시간이 걸리니까 대화의 캐치볼이 되지 않아서 버벅거리고요. 저는 운좋게도 유학 초기에 영어로 소통해야하는 룸메를 만나서, 간단한 문장으로 일상적인 소통을 반복하는 회화 경험을 쌓으면서 한 단계 올라 설 수 있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도 말씀하신 기초 문장구조를 숙지하는 과정이 아니었나 싶네요.
사람되고싶다
24/04/09 22:33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딱 그런 느낌이죠. 사실 정상적인 언어 습득 방식은 '1. 기초를 확실하게 체득함 2. 1을 바탕으로 점점 넓혀감' 같은데 저는 반대로 걍 무작정 지식만 때려 박았다가 뒤늦게 기초공사를 다시한 셈이라... 근데 사실 저만 그런 게 아니고 한국의 영어 교육 자체가 그런 느낌이긴 합니다. 언어는 좁지만 깊게 익히는 게 중요한데 한국에서의 교육은 아무래도 얕게 많이 배우다보니 뭔가 읽고 쓰고 할 수는 있는데 정작 전혀 익숙해지지는 않는 기괴한 결과가 튀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No.99 AaronJudge
24/04/09 21:5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제가 스페인어 공부하면서 느꼈던 감정이랑 똑같네요
영어는 어렸을때부터 좀 열심히 해서 그런가 어려운 글(판결문 등…) 읽을때 빼면 퍼즐맞춘다?는 느낌이 잘 안 들었는데
스페인어는 햐….동사 변형부터 해서 어지럽고….(tener를 써야 하는데, vosotros(너희들)는 2인칭 복수니까 tengo teneis..어 그 다음 뭐였지? 맨날 이러고있음)
성인 되어서 언어를 하나 더 배운다는게 쉽지가 않구나 싶었습니다

그나마 영어랑 가까워서 문법 구조를 영어와 비슷하게 생각하니 좀 낫던데
문득 친척 언어가 수두룩한 유럽 사람들이 부럽더라구요…
24/04/09 22:00
수정 아이콘
막줄 정말 공감합니다. 솔직히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그것 만으로도 1억 정도는 입에 물고 태어난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합니다 크크
사람되고싶다
24/04/09 22:35
수정 아이콘
언어학 언어습득 관련 책 읽다보니 알게 된 건데, 스페인어 화자가 영어를 배울 때 제일 먼저 익숙해지는 게 관사라더라고요. 아무래도 모어에서 있는 개념이다보니 훨씬 직관적으로 습득하는 모양새. 정작 관사 따위 없는 한국어 화자인 저한테 관사랑 명사의 셀 수 있음 유무가 벽의 끝판왕... 진짜 이건 평생 나를 괴롭히겠다는 생각이 물씬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럽어권 애들은 참 부러워요. 제가 일본어 익혔듯이 대충 감으로 때려맞출 수가 있으니.
No.99 AaronJudge
24/04/09 23:35
수정 아이콘
와 관사 진짜. 저는 아직도 정확히 해보라 하면 못할것같습니다;
방구차야
24/04/09 22:02
수정 아이콘
이전에 다큐에서 영어공부에 대한 예시를 수영으로 든게 절묘하더라구요. 언어는 본문에서 말씀하신대로 습관과 체득으로 익혀야 하는데, 한국식 교육법은 수영을 배울때 마치 수영장 밖에서 칠판에 써가며 자유형 할때 팔의 각도, 다리가 몇센치씩 움직여야 하는가 등을 외우게 하는 것과 같다는거죠... 일단 물에 들어가 개헤엄이라도 필요한 기초근력과 물에 뜰수 있는 익숙함을 기르고, 공포감 제거가 가장 우선순위여야 하지만 영어라는 수단을 너무 학문적이거나 사용계층에 편견이 자리잡고있지 않은가 합니다.(발음 조금만 굴려도 의식하는 분위기는 아직 있죠)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도 기본영어가 지위고하 막론하고 원활히 쓰이고있고, 그게 한글이 자리잡은 한국사회의 장점이라고도 할수있겠으나, 기초영어 정도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일상에서 사용될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구조가 다른 언어를 배우면서 한글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는 면도 있고요. 늬앙스 적인 단어선택에서도 한자어뿐 아니라 영어까지 끌어들이는게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이미 그런 문화권 안에 있기도 하고요) 기본기술 정도 구사하면 즐겁게 플레이 할수있는데, 고급기술에 시선을 두어야만 이른바 영어공부라는 것을 하는것처럼 인식이 되고, 변별력을 위해 어렵게 짜여진 수능이나 국가시험등도 마찬가지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고요. 언어나 소통수단이 아닌 마치 수학문제, 퍼즐을 푸는것처럼 되어버리는거죠. 영어소통이 좀더 생활 안으로 들어오면 좋겠습니다. 싱글리시, 콩글리시 우려가 있다해도요.
No.99 AaronJudge
24/04/09 22:04
수정 아이콘
아 맞아요. 정말….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방구차야
24/04/09 22:14
수정 아이콘
자신감보다는... 영어를 시험이나 학문이 아닌 소통의 수단이라는 인식이 먼저 필요할것 같습니다. 현재는 그저 영어라고 하면 각종 국가시험 점수에 따른 학문적 평가, 레벨화가 먼저 연상되서요.
사람되고싶다
24/04/09 22:38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교육이랑 접근 방식이 진짜 잘못 됐어요. 언어는 운동에 가까운데 그걸 학문으로 접근해버리니까 진짜 집중해서 반복해야할 부분은 휘리릭 넘어가고 대충 때려맞춰도 되는 거는 깊숙하게 들어가고... 저야 십수년 단위로 개뻘짓 하다가 이제서야 깨달았는데 처음부터 기초공사만 똑바로 했으면 못해도 10년은 아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애플프리터
24/04/09 22:23
수정 아이콘
계단식 성장에서 중간에 긴 계단을 올라가신듯 싶네요. 앞으로 더 잘하게 되실겁니다.
사람되고싶다
24/04/09 22:38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뭔가 생경한 느낌이에요. 스스로는 엄청난 발전을 이룬 것 같은데 올라오고 보니 훨씬 더 높은 벽들이 보여버리니 원 흐흐.
아서스
24/04/09 23:04
수정 아이콘
문장을 닥치고 외우는 것은 효과적인 방법이며, 실제로 일정 수준까지는 매우 권장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어느 순간 한계가 오기 마련이며, 그떄되면 더 높은 수준으로 도달하고픈 욕구와 갈망을 느끼게 됩니다.

그럼 또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서 그 벽을 넘는 재미가 있지요.


Keep up the good work! 하셔서 더 높은 성취를 이루길 응원합니다.
사람되고싶다
24/04/10 00:11
수정 아이콘
외우고 나서 곱씹을 때 문장 구조가 명확하게 인지되는 느낌이 좋더라고요. 그냥 슥 읽고 넘어갈 때는 이해는 되도 딱딱 나뉘는 느낌은 안들었는데.
사실 벽은 넘었는데 다시 바로 정체기 온 것 같습니다만 이것저것 해봐야겠죠 흐흐. 감사합니다.
김삼관
24/04/09 23:37
수정 아이콘
오타쿠가 언어를 잘 배웁니다. 미드를 보고, 일드와 애니를 보면서 배우는 사람들을 보면요
또, 사랑하는 연인이 외국인인 경우에도요.
정말 좋아하고 상대방과 소통하고싶다는 마음으로 다가가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람되고싶다
24/04/10 00:12
수정 아이콘
확실히 언어에 동기가 중요한 게, 앉아서 공부하는 시간보단 정말로 생활 속에서 저걸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하는 시간이 훨씬 긴데다 값지더라고요. 어렸을 땐 사실 방법을 알았어도 진정으로 마음 쏟지는 못했을 것 같긴 합니다.
쩌글링
24/04/10 00:18
수정 아이콘
뜬금없는 대격변의 체험은 많은 영어 학습자가 간증하는 내용입니다.
저도 그걸 믿고 있긴하지만 현 상황은 그 대격변 밑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뿐이네요.
사람되고싶다
24/04/10 21:52
수정 아이콘
화이팅입니다. 저도 진짜 뜬금없이 찾아와서 벙쪘습니다. 어느 순간 팍 하고 오실 거에요.
24/04/10 00:50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냥 공부라는거 자체가 답보상태를 유지하다가 한방에 실력이 확 뛰더라고요
물 100℃드립이 진부하긴한데 경험적으론 입증된거라 봅니다 크크
사람되고싶다
24/04/10 21:52
수정 아이콘
이게 다른 암기과목이나 이런 건 열심히 쌓다 보면 점진적으로 나아지던데 언어는 감이라 그런지 어느 순간 팍 튀더라고요 크크크크.
24/04/10 01:38
수정 아이콘
딜레마죠. 언어에도 왕도가 있긴 한데 물량을 피해갈 순 없습니다. 그래서 효율적인 공부는 있지만 딱 필요한 만큼만 노력해서 성과를 거둔다는 그런 개념과는 거리가 멀죠. 결국은 문화를 바꾸고 한국어 생활을 줄여야 합니다. 그런데 영어를 할 줄 알면 좋긴 한데 또 그렇게 쓸모가 있느냐? 노력 대비? 하면 애매한 게 사실이죠. 미국 내에서도 같은 현상이 있는 걸 보면(미국말 못하는 미국인이 꽤 많은) 이런 밸런스 게임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네요.
No.99 AaronJudge
24/04/10 02:22
수정 아이콘
예전에 러시아어 잘하는 선배가
[나는 3개국어 말하는게 아니라 한국어 0.4 러시아어 0.4 영어 0.2 해서 사실 합치면 1이다]했을때 뿜었던 기억이 나네요….
사람되고싶다
24/04/10 21:54
수정 아이콘
확실히 언어란 게 진짜 언어 그 자체 능력은 초급 일부일 뿐이고, 고급으로 갈수록 언어 그 자체보다는 사실 언어의 사회성이나 문화와 연결된 쪽인 느낌이더라고요. 대충 뭉뚱그려서 언어 실력이라고 하는데 사실 분리해서 바라보는 게 더 현명한 것 같습니다.
MissNothing
24/04/10 03:03
수정 아이콘
영어에 관해서는 어순문제가 있어서 그렇게 느끼시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일어는 거의 마스터했고, 영어공부중인데, 영어도 일어 공부할때처럼 그냥 생활안에 넣는 식으로 하는중입니다.
일어는 일때문에 하는데 영어는 지금은 완전 흥미본위입니다. 그냥 드라마 영화볼때 자막보다 더 깊은 뜻을 알아들을 수 있고, 유투브도 볼수있는 영상이 훨씬 많아지는 정도?
사람되고싶다
24/04/10 21:57
수정 아이콘
어순도 어순인데, 사실 어순보다는 '굴절' 그 자체가 안익숙해졌던 게 큰 것 같습니다. SVO 어순은 익숙해진지 한참 됐는데 정작 어려움 겪는 건 시제나 인칭이 복잡하게 얽혀서 굴절하는 그게 도저히 체화가 안되더라고요. 머리로는 아는데 입으로는 자꾸 뒤섞여서 한참 고생했습니다. 사실 이번에 좋아진 것도 이쪽에서 진전을 보인 거라.
저도 사실 영어 해야지 해야지 생각만 하다가 이제서야 제대로 시작한 게 이제 한국 웹이나 자료로는 성이 잘 안 차서 그런 게 크더라고요 흐흐. 역시 의지가 중요한듯.
PARANDAL
24/04/10 05:46
수정 아이콘
한국사람한테 영어는 왜?를 지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영어를 문법적, 구조적으로 배워서 영어를 말하거나 들을때 생각이 많아요. 이게 어느정도 수준까지는 잘 먹히는데 실제 소통을 하려고 하면 되려 발목을 잡게 되는것 같습니다. 배울때 문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려서 특별한 생각없이 그냥 써야하는데 배우는 과정이 잘못돼서 언어보다 학문이 된것 같아요. 학문적인 접근은 언어적으로 어느정도 완성되고 해야할텐데 거꾸로된거죠. 실제 아이들이 외국에서 언어 배우는거 보면 그래요. 그냥 그렇게 쓰니까 따라서 쓰는거지 구조가 어떻고 문법이 어떻고 하나도 모르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외국오면 어휘력은 부족하더라도 빠른시간내에 말이 자연스럽고 듣기도 훨씬 원활하게 잘해요.
사람되고싶다님이 하신 공부법이 결국 생각을 줄이고 아이들처럼 배운거라고 봅니다. 쉬운것 처럼 썼지만 영어에 노출이 많이 필요하고 한국에서 공부하신거면 그렇게 되기까지 노력을 많이 하셨을텐데 정말 수고하셨어요.
사람되고싶다
24/04/10 21:58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머리 써서 하던 걸 본능(?)에 이관한 그런 느낌이죠. 사실 저 포함해서 많은 한국인들이 필요한 인풋이나 지식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방향만 좀 바꾸면 꽤 빨리 적응하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너T야?
24/04/10 08:17
수정 아이콘
멋있습니다.
여행갈때면 배우고 싶고 갔다오면 또 아무 것도 안하고의 반복인데 ㅠㅠ
사람되고싶다
24/04/10 22:00
수정 아이콘
저도 거의 인생 장기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흐흐. 학생 때 나름 외국도 좀 다녀보고 했는데도 쭉 미루다가 이제서야 조금씩 조금씩 하던 게 성과가 보인 거라.
사실 영어를 배우면 분명 좋긴 한데 그렇게 필수적이냐?하면 그렇진 않아서 딱히 의욕이 안생기는 게 어쩔 수 없는 것 같긴 합니다 흐흐.
안군시대
24/04/10 09:02
수정 아이콘
외국어를 익힐때, 생각 자체를 해당 언어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느낌입니다. 외국어를 지독하게 못하는 분들의 특징을 보면, 언제나 한국어로 문장을 생각해낸 다음에, 그걸 영어 등 외국어로 옮기려는 습관이 있더라고요. 이게 어순이나 문법, 그리고 해당 문장이 전달하는 뉘앙스 등이 많이 유사한 일본어에는 어느정도 통하는데, 영어 등 서구권 언어로 가면 엉망이 되어버리죠. 심지어 일본어조차도 어느 레벨 이상으로 가면 그게 안맞기 시작하고요.
결국 그렇게 하려면 많이 접하는게 우선이기도 하고요. 영어의 경우는 특이한게, 단어 자체는 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 왠만한 의사소통에 큰 무리 없을 정도로 익히거든요, 근데 그걸 말로 옮기려면 잘 안되지만, 어쩔 수 없이 영어를 써야 하는 상황이 되면 또 어떻게든 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동남아에 해외출장 갔을때 통역담당이 감기로 쓰러져서 어쩔수 없이 현지직원들과 직접 소통해야 했을 때 제가 영어로 대화하는게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는데, 갑자기 현지 직원들의 대화가 들리는 기적(?)을 체험하고 스스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제 영어귀가 열렸다고 자신하고 호텔에 돌아와 CNN을 켰는데 하나도 못알아듣겠... 그리고 BBC를 켰는데그것도 못알아듣겠고, STAR TV는 들리더군요. 그때 알았죠. 내가 익힌건 영어가 아니라 동남아영어였구나..
사람되고싶다
24/04/10 22:03
수정 아이콘
저같은 경우는 흔히 말하는 직독직해, 그 언어 자체로 생각 자체는 되는데 하필 그게 브로큰 잉글리시(...)였습니다... 뇌가 알아서 3인칭 격변화, 관사, 시제 등까지 싸그리 다 필터링하고 문맥으로 뜻을 때려맞춰버리더라고요. 그래서 왠지 이해는 하는데 정작 실력은 늘지 않는 웃기는 짓거리를 꽤 오래 겪었습니다...
사실 영어라는 게 국제어다보니 관련 업무가 그쪽이 아니라면 너무 영미권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말만 통하면 장땡이죠 흐흐.
스테인
24/04/10 14:11
수정 아이콘
영어는 한국어랑 진짜 사고방식부터 너무 다른 외국어라 더 그렇더라구요. 중국어도 영어처럼 SVO형 언어임에도 중국어 공부는 영어보다 훨씬(개인적으로는 일본어보다도 더) 쉬웠습니다....영어말하듯 말하면서 발음은 한자단어를 발음만 바꿔서 하면 되니까요
사람되고싶다
24/04/10 22:03
수정 아이콘
표현이나 이런 게 호환이 안되는 게 좀 많이 크더라고요. 일본어를 할 때는 그냥 똑같은 구조에 단어만 갈아 끼우면 되는데 서양 언어인 영어는 아예 문장 자체를 통으로 재구성해야하니...
세상을보고올게
24/04/10 16:37
수정 아이콘
어순때문에 그렇죠
사람되고싶다
24/04/10 22:04
수정 아이콘
어순도 중요하죠. 진짜 기초적인 건데, 의문문 Be동사나 Do, Did, have 등 도치하는 게 도저히 입에 안익더라고요. 아니 다음 나올 게 동사인지 형용사인지 어떻게 알고 앞에서 그걸 미리 말하냐고!!!!
24/04/11 09:46
수정 아이콘
공교롭게도 그냥 문자를 통째로 외우는 방법이 트로이 유적지를 발굴한 학자 슐리만의 방법이었습니다. 문장 100개만 완벽하게 외우는 방식으로 8개국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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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49 [일반] 인텔 13,14세대에서 일어난 강제종료, 수명 문제와 MSI의 대응 [63] SAS Tony Parker 9172 24/04/26 917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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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47 [일반] 테일러 스위프트 에라스 투어 도쿄 공연 후기 (2/7) [5] 간옹손건미축4786 24/04/26 4786 12
101346 [일반] 민희진씨 기자회견 내용만 보고 생각해본 본인 입장 [326] 수지짜응19040 24/04/25 19040 10
101345 [일반] 나이 40살.. 무시무시한 공포의 당뇨병에 걸렸습니다 [50] 허스키9446 24/04/25 9446 10
101344 [일반] 고인 뜻과 관계없이 형제자매에게 상속 유류분 할당은 위헌 [40] 라이언 덕후6956 24/04/25 6956 1
101295 [일반] 추천게시판 운영위원 신규모집(~4/30) [3] jjohny=쿠마22522 24/04/17 22522 5
101343 [일반] 다윈의 악마, 다윈의 천사 (부제 : 평범한 한국인을 위한 진화론) [47] 오지의5333 24/04/24 5333 12
101342 [정치] [서평]을 빙자한 지방 소멸 잡썰, '한국 도시의 미래' [22] 사람되고싶다3051 24/04/24 3051 0
101341 [정치] 나중이 아니라 지금, 국민연금에 세금을 투입해야 합니다 [62] 사부작4515 24/04/24 4515 0
101340 [일반] 미국 대선의 예상치 못한 그 이름, '케네디' [59] Davi4ever9883 24/04/24 9883 4
101339 [일반] [해석] 인스타 릴스 '사진찍는 꿀팁' 해석 [20] *alchemist*5395 24/04/24 5395 13
101338 [일반] 범죄도시4 보고왔습니다.(스포X) [48] 네오짱7412 24/04/24 7412 5
101337 [일반] 저는 외로워서 퇴사를 결심했고, 이젠 아닙니다 [27] Kaestro6989 24/04/24 6989 17
101336 [일반] 틱톡강제매각법 美 상원의회 통과…1년내 안 팔면 美서 서비스 금지 [35] EnergyFlow4767 24/04/24 4767 2
101334 [정치] 이와중에 소리 없이 국익을 말아먹는 김건희 여사 [17] 미카노아4155 24/04/24 4155 0
101333 [일반] [개발]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2) [14] Kaestro3147 24/04/23 3147 3
101332 [정치] 국민연금 더무서운이야기 [127] 오사십오10352 24/04/23 1035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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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30 [일반] 교회는 어떻게 돌아가는가:선거와 임직 [26] SAS Tony Parker 3289 24/04/23 3289 2
101329 [일반] 예정론이냐 자유의지냐 [60] 회개한가인4125 24/04/23 4125 1
101328 [정치] 인기 없는 정책 - 의료 개혁의 대안 [134] 여왕의심복6730 24/04/23 673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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