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9/05/12 21:14:43
Name Love.of.Tears.
Subject [일반] [L.O.T.의 쉬어가기] Good Listener



요즘 같은 시국에 생각이 많은 건 당연지사이겠지만 저 같은 경우 매사에 지나칠 정도로 생각이 많습니다. 사소한 것부터 진중한 것까지 그저 가볍게 넘기는 센스를 발휘할 필요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합니다. 그렇게 많은 생각들을 하다보니 어느새 제 가슴속은 이것저것으로 꽉 들어차 있고 표현할 것은 많은데 감정을 다 쏟을 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들어주는 그 이 역시 지쳐 있기 때문이죠... 한꺼번에 모두 뱉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무조건적 토로나 엄살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주위에 good listener를 찾긴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그러면 너는 무슨 생각이 그리도 많나 라고 질문하실 분도 계시리라 믿습니다. 제가 하는 생각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화장실을 가야 하는데 언제 가야 좋은 타이밍일까? 외출 중인데 동행인의 스킬에 따라 내가 마실 음료나 물의 양은 얼마인가? 도너츠가 먹고 싶은데 도너츠 가게 공간에 따라 전동휠체어가 나을까? 수동이 나을까? 도착할 목적지의 도로 턱은 몇개인가? 약속한 날의 날씨 혹 비나 눈이 오지 않나? 장애인에게 편견이 많은데 그걸 없애려면 내가 앞으로 할 일은 뭐지...?

  
어떠세요? 여러분도 이런 고민 하시나요? 아마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몇 개를 제외하곤 거의 안하시는 고민이지 싶습니다. 이외에도 저의 작고 큰 생각은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런 이야기를 털어 놓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자잘한 고민을 하고 있어선지 다른 분들이 저에게 하나 둘 고민을 이야기 합니다. 꿈을 찾아 해매던 동생에게 저는 감히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꿈이 없는 사람은 살아도 살은 것이 아니고 호흡이 있어도 숨을 쉬는 것이 아니다. 꿈을 꾸는데 있어 제한을 두지마. 세상 기준에 맞춰 계산하거나 주사위를 굴리지마라. 하나님 없는 인간은 제한적이나 하나님의 힘을 입은 자에게 제한은 없다. 꿈을 크게 가지자... 그 말을 들어서인지 아닌지 그 후에 동생은 모델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또 한명의 지인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그는 저처럼 몸이 불편합니다. 장애는 저보다 경해서 단순노동이라도 일을 했었는데 사정이 어려워지자 회사가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를 알아보다 그도 여의치 않아 그룹 홈을 들어가서 지낸다고 알아보고 있답니다. 그룹 홈이란 장애인끼리 모여 더치페이로 공과금을 내며 일반 가정처럼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회사를 나올 때 받은 돈이 얼마 되지 않아 몇 달 지불하고 나면 나와야 합니다. 그는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터라 그 곳에서 돈을 다 쓰고 나면 빈털털이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지내는 것이 답답하다는 이유로 그 곳에 들어가려 하기에 제가 비아냥 거리며 말을 꺼냈습니다. 그 곳에서 지내기엔 아까운 청춘이니까요. 만류의 방법을 비아냥과 화로 일관한 제 모습 역시 굿 리스너의 자세는 아닙니다. 저보다 더 마음 넓은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요? ^^


이 경우와 반대로 제 말을 들어주는 이는 별로 안됩니다. 아예 안 듣는 것이 아니라 조금만 듣고 판단해 버립니다. 사람의 특성상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곤 하지만 인생은 Case by Case임을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겪고 있는 별 것 아닌 그 일이 타인에게는 클 수도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고통을 겪고 계신가요? 그 어려움에 대해 남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왈가왈부하나요? 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아까 나열했던 고민들보다 더 큰 고민을 하고 계시는 분들에겐 죄송합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묻습니다. 여러분은 누군가에게 '좋은 경청자' 입니까?



※ 두서 없는 장문의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Written by Love.of.Tears.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눈팅만일년
09/05/12 21:26
수정 아이콘
세상을 살면서 느끼는 것 중의 하나...

사람들은 Good Speaker에 열광하지만,
Good Listener가 되는 것이 Good Speaker가 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겁니다.
마동왕
09/05/12 21:32
수정 아이콘
인간은 언제나 꿈을 꾸죠. 이룰 수 없는 꿈 말입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우리의 꿈은 희미해져만 갑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꿈"(이라고 쓰고 희망이라 읽는다.)이란 영원히 손에 닿지 않는 구름과도 같은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비싼 돈 들여 갖은 노력 끝에 비행기를 타고 구름 속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이 구름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는 것처럼. 이미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꿈 역시 지금의 위치는 아닐 것입니다. 그들이 말하길, 자신의 꿈이 "지금의 자신"이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동태눈깔같은 표정을 짓고 다닐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꿈은 꿈으로서, 희망은 희망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그것의 실현가능성과는 별개로.
생각해보니 저 역시 남한테 철학(이라고 쓰고 독설이라고 읽는다.;;;)을 말하는 것은 즐겨도, 남의 철학을 듣는데는 취미가 없었던 것 같네요. 저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지만, 입은 쉽게 열려도 귀는 쉽게 열리지 않는 것은 맞나봅니다^^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혹시 Love.of.Tears.님은 마른 체형이시지 않습니까?
Love.of.Tears.
09/05/12 21:37
수정 아이콘
마동왕님// 살찐 체형은 아닙니다.
리콜한방
09/05/13 09:57
수정 아이콘
좋은 청자는 반드시 고통을 알아야 합니다.

말 함부로......까진 아니더라도 제대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말하는 사람은
제대로된 좌절이나 고통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단언하며 삽니다.

그리고 좋은 청자를 얻기 위해선 본인도 최대한 괜찮은 청자가 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기적인 마음으론 절대로 그 사람을 얻지 못하니깐요.

추천한방.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7608 [일반] 글을 쓰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12] Love.of.Tears.4199 09/11/17 4199 0
16199 [일반] [L.O.T.의 쉬어가기] 대통령께 '보낼' 글 全文 [16] Love.of.Tears.5713 09/09/24 5713 15
15980 [일반] [L.O.T.의 쉬어가기] Paradoxxx - 역설과 진실의 공존, 대한민국의 수준 높은 복지정책 [14] Love.of.Tears.4786 09/09/14 4786 0
15778 [일반] [L.O.T.의 쉬어가기] I am a "Perfectionist" [5] Love.of.Tears.5572 09/09/06 5572 0
15623 [일반] [L.O.T.의 쉬어가기] Paradoxxx - 살기 좋은 나라 대한민국... [5] Love.of.Tears.5113 09/08/31 5113 0
12681 [일반] [L.O.T.의 쉬어가기] 사랑한다 말하기 전에... [5] Love.of.Tears.4745 09/05/18 4745 0
12565 [일반] [L.O.T.의 쉬어가기] Good Listener [4] Love.of.Tears.4409 09/05/12 4409 1
10568 [일반] [L.O.T.의 쉬어가기] 어느 동생의 대화명을 보고... [4] Love.of.Tears.6466 09/01/24 6466 1
9851 [일반] [L.O.T.의 쉬어가기] 또 한명의 인연을 떠나보내다... [2] Love.of.Tears.4653 08/12/18 4653 1
9650 [일반] [L.O.T.의 쉬어가기] 접을 수 없는 아련한 추억 [2] Love.of.Tears.4429 08/12/04 4429 0
9442 [일반] [L.O.T.의 쉬어가기] 나의 놀이터, PC [7] Love.of.Tears.6268 08/11/23 6268 1
9103 [일반] [L.O.T.의 쉬어가기] 희로애락, 그것들과의 입맞춤 [3] Love.of.Tears.4644 08/11/02 4644 0
9074 [일반]  [L.O.T.의 쉬어가기] Love is Itself [18] Love.of.Tears.5504 08/10/30 5504 0
8795 [일반] [L.O.T.의 쉬어가기] 이재균 감독님의 결혼 1주년을 축하합니다 [7] Love.of.Tears.5123 08/10/14 5123 0
5199 [일반] [L.O.T.의 쉬어가기] 고맙다. 이 녀석아... [4] Love.of.Tears.4033 08/04/09 4033 4
4751 [일반] [L.O.T.의 쉬어가기] 봄에 찾아오는 온기 [4] Love.of.Tears.3990 08/03/08 3990 0
3836 [일반] [세상읽기]2007_1231(마무리) [42] [NC]...TesTER7150 07/12/31 7150 7
2994 [일반] [L.O.T.의 쉬어가기] 071014 [9] Love.of.Tears.4450 07/10/14 4450 0
2845 [일반] [L.O.T.의 쉬어가기] 미안(美安) [5] Love.of.Tears.3787 07/10/03 3787 0
2735 [일반] [세상읽기]2007_0919 [12] [NC]...TesTER3568 07/09/19 3568 0
2588 [일반] [L.O.T.의 쉬어가기] My Name is L.O.T. [5] Love.of.Tears.3763 07/09/05 3763 0
2583 [일반] [L.O.T.의 쉬어가기] PgR의 적조현상 [8] Love.of.Tears.3696 07/09/05 3696 0
2560 [일반] [L.O.T.의 쉬어가기] 1년 전 오늘을 기억하며... [6] Love.of.Tears.4510 07/09/03 451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