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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4/11 20:26:19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하느님의 나라 ⑮ 신의 나라인가 인간의 나라인가
홍인간은 광동 화현 출신으로 천왕 홍수전의 사촌이었습니다. 홍수전처럼 인근 근방현인 청원현에서 서당 교사로 있다가 상제교를 받아들여 청원현에 상제교 조직을 구성하고 금전기의 당시 청원현의 상제회 조직과 함께 합세하려다 태평군과 합류하지 못하고 청원현의 상제회 조직은 괴멸, 홍인간은 광동으로 겨우 되돌아옵니다. 그는 체포를 피하기 위해서 광동을 거쳐 영국의 영역이 된 홍콩으로 도주합니다. 1852년 홍콩으로 탈출한 홍인간은 1856년까지 홍콩에 머물면서 햄버그(T. Hamberg)를 비롯한 서양 선교사들에게 제대로 된 기독교 교리를 배우고 세례를 받았고 서양의 정치제도와 자본주의 등에 대한 교육을 받습니다.

홍인간은 1854년 3월에 상해를 거쳐 남경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청군의 포위망으로 인해 잠입이 실패하자 상해의 흑해서원에서 천문과 역학을 배웁니다. 이때 당시 남경 잠입을 위해서 햄버그를 비롯한 서양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그들과 친분관계를 쌓기 시작하죠. 흑해서원에서 천문 역학을 배운 홍인간은 다시 홍콩으로 돌아가 런던 전도회의 전도사가 됩니다. 왜곡되어 있던 상제교의 기독교 교리와는 달리 홍인간은 제대로 된 기독교 교리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1858년 6월에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강서와 호북을 거쳐서 남경으로 잠입하는데 성공합니다.

남경으로 돌아온 홍인간은 주변 친족만을 믿던 홍수전에 의해서 간왕, 또는 복왕으로 봉해지고 이수성과 진옥성이 맡은 군무를 제외한 태평천국의 모든 전권을 손에 넣게 됩니다. 그리고 홍인간은 자정신편을 써서 홍수전에게 올리고 이를 점차 실행해 나가죠.

자정신편은 통치체제의 원칙을 세운 것으로 기존의 천조천무제도와는 다른 성격이었습니다. 천조천무제도는 사유를 금지하고 모든 재화들을 공유하는 유토피아적 성향이 강했지만 자정신편은 자본주의적 체제에 근거하고 있었습니다.

자정신편은 풍속의 교화, 법의 입법과 준수, 구조화된 사법체제와 형벌 집행을 기준으로 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을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홍인간은 내정에서 권력 집중화와 소통의 원활을 기준으로 삼고 도당과 붕당의 금지, 관위나 칭호의 매매 및 연줄에 의한 추천 철폐, 뇌물과 독직 등을 법에 규정하고 처벌하고 각 지역마다 공정한 인물로 이루어진 조직을 두어 천왕에게 각 지역의 소식과 물가동향과 민심을 보고함과 동시에 투서함과 근대적인 우편국 조직을 우선순위로 둡니다.

외교 역시 기존의 태도를 바꾸자고 주장합니다. 1853년 동왕 양수청이 영국 공사로 있던 조지 본햄 경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너희 해외의 영국민이 만리를 멀지않다 하고 와서 우리(태평천국)에 귀순하니 천조의 장사, 병졸은 극력 환영한다. 하늘의 천부, 천형도 너희의 충성과 의리를 칭찬할 것이다. 이에 특별히 명을 내리니 너희 영국 오랑캐들이 너희 인민을 데리고 자유롭게 출입하여 마음대로 드나들고, 우리 천조의 군대를 도와 요적을 섬멸하든, 아니면 평상시대로 상업을 경영하든 마음대로 하여라. 너희들이 우리를 따라 천왕을 잘 모시고 공을 세워 천부의 깊은 은혜에 보답하기를 깊이 바라노라.

거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더더욱 태도가 강경해지죠.

너희들은 함께 천부와 천형을 신봉하고 하나의 종교를 서로 전하니 서로 해칠 생각이 없다. 의리와 우애가 돈독한 것이 한 집안과 같노라.

태평천국의 외교정책은 기존의 중국 왕조와 똑같이 만방내조와 사이빈복 등의 방식을 고집합니다. 당연히 이런 외교정책은 각 열강들이 태평천국에 대한 중립화를 넘어 청을 지지하는 한가지 이유가 됩니다.

홍인간은 태평천국 내에서 매우 근대적인 사상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기존의 중화우월주의에 젖어있던 양수청이나 위창휘, 홍수전과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1859년 홍인간은 자정신편을 올리면서 유원 정책이라는 외교책을 시행합니다. 기존의 통치자들은 서양과의 직접적 통상을 보류하는 동시에 외국이 자신들을 받들어야 한다는 관념과는 달리, 홍인간은 그 생각이 달랐죠. 그는 자유통상을 허가해 서양의 지지를 획득하고, 서양과 접근해 그들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이용하되, 내정간섭이나 치외법적 행위를 막자고 주장합니다.

외국인들은 기예가 정교하고 국법이 넓고 깊다. 마땅히 먼저 그와 통상을 허락해야 하나 백성들이 그들을 보고 기이하게 여겨 사고가 나지 않도록 당장 내륙까지 들어오게 하지 말아야 한다. 목사등 기예를 가르치는 사람들을 불러들여 우리 백성들을 교육시키며 그들이 우리를 위해 정책을 바치게 하고 국법을 비방해서는 안된다.

또한 그는 외국의 예절과 관습차이를 인정해 구동존이(求同存異)의 방침에 기하여 그들을 회유합니다. 기존의 통치자들은 서양 사절이 태평천국을 방문했을때 천왕을 비롯한 태평천국의 지도자들에게 속방국이 종주국에 하는 예절을 강요했고, 그들이 가져오는 예물은 조공이라 칭하고 방문을 내조라고 말하는 등 서양 사절들의 자존심을 깎아내렸죠. 이는 청 역시도 통상 초기에 저지른 잘못 이었습니다.

당장 청을 멸망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분으로 약화된 태평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양 세력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홍인간은 최대한 평등한 외교자세를 통해 서양 세력이 자신들을 후원해주기를 바랬습니다.

홍인간은 기차와 기선을 도입하고 간선도로를 설치하며 은행 설립과 기계 발명의 장려, 특허권과 전매권의 설치, 매장 지하자원을 개발하고 발견자에게는 채굴하는 것을 허락하되 채굴량의 2할은 발견자, 6할은 채굴 노동자, 2할은 국고 수입화 하자고 하죠. 거기에 사회풍속에 관해서는 민간에 의한 병원, 학교, 복지시설의 설립과 장애인들에게도 음악, 서예 등을 비롯한 기능을 교육시키고 여아 살해의 인습을 금지하고 영유아 교육시설의 확충, 어린이의 노예 매매 금지, 기존의 전족 인습이나 도박, 음주, 마약, 담배, 제사 를 비롯한 악습 철폐를 주장하되 어겼을 경우 기존처럼 체형으로 다스리지 말고 교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문어체를 금지시키고 구어체의 활용을 주장하죠.

천왕은 홍인간이 바친 자정신편을 읽고 기뻐하면서 각 항목에 자신의 주를 답니다. 대부분 긍정적인 주가 달리게 되었고, 천왕은 몇가지를 제외하고 받아들이겠다고 공언하죠. 당시 청의 고관들은 서양 문물이나 문화에 대한 것을 오랑캐의 것이라 규정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태평천국은 겉으로는 대부분 이를 수용한다는 방식을 받아들였죠. 1860년 홍수전은 자정신편을 기초로 한 새로운 천조천무제도를 간행하고 반포합니다.

그런데 이 신 천조천무제가 반포된 이후 군권을 맡고 있던 충왕 이수성은 이 제도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재능도 없지만 왕이 되면서 계획한 일도 행한 일도 없었다."

홍인간은 홍수전의 인척이었습니다. 내홍과정에서 굴욕을 받았던 홍수전은 주변 친인척을 고위직에 등용해 친위 세력으로 만들었고 따라서 이 친위세력들은 당연히 부패하게 됩니다. 일부 학자들은 홍수전은 상당한 중증의 정신착란과 정신분열 증상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어쨌든 정신병이 있던 없던 홍수전은 양수청에게 받은 엄청난 굴욕을 감내해야 했고 이후 강력한 힘을 가진 부하들을 경계하기 시작했죠. 위창휘나 석달개 역시 이러한 홍수전의 경계를 받았습니다. 위창휘가 죽고 석달개가 사천 지방으로 도망간 이후 태평천국은 홍인간과 이수성이 홍수전을 보좌하는 형태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홍수전 주변의 친인척들이 권한을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내정과 외교를 담당하고 자정신편을 통해 재편하려고 하던 홍인간이 홍수전의 사촌이라는 점이 이를 반증하죠. 이수성은 이러한 홍수전 주변 친인척들의 발호가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홍수전 역시 자정신편에 의한 방식이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양수청과 석달개, 위창휘등이 숙청되면서 모든 권한이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자정신편은 어찌보면 이러한 천왕의 권력 집중화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법적 통치체제로서의 개편이었고 이는 결국 차후에 입헌군주적 혹은 공화제의 전초처럼 보였습니다. 거기에 독직이나 붕당 행동은 자신의 친위세력들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각 왕, 특히 군권을 맡고 있던 이수성은 홍인간의 세력화 금지는 군권을 맡은 자신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죠. 홍수전 역시도 천부천형의 명에 의한 통치가 아닌 성문법에 대한 통치는 자신의 권위를 약화시킨다고 판단합니다. 홍수전은 감찰관의 설치와 신문 발행은 "요마의 이간책동을 초래할 염려가 있으니 요마들을 격멸한 후에 실행해야 한다"고 하여 반대했고 사형집행에 관해서는 "천부의 살인하지 말라는 것은 사람을 모살하거나 이유도 없이 죽여서는 안된다고 한 것일뿐 법에 기초하여 이유도 없이 처형해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신 것은 아니다"라면서 반대합니다.

이 2개 조항은 자정신편의 가장 핵심적인 조항입니다. 홍수전은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언론 조직과 인사조직 설치를 무효화 시키고 종교조항을 이용해 법 집행을 좌절시켜 버린것이죠. 따라서 이 두가지 방식을 통해 교묘하게 자정신편을 무력화 시켜 홍인간의 개혁조치를 파괴한 것입니다. 그리고 홍수전은 이수성과 홍인간에게 지금까지 미루었던 북진을 재개하도록 명령합니다. 그리고 이수성과 홍인간은 북벌에 앞서 한가지 방책을 내놓습니다.

서양 세력이 모여있던 지역이자 남경 방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곳인 상하이 공략전을 시도하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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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11 23:56
수정 아이콘
최근 바빠서 좀 못봤는데 몰아서 봐야겠네요.
잘 읽겠습니다 !
DivineStarlight
13/04/13 19:26
수정 아이콘
매번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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