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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8/26 09:31:42
Name 글곰
Subject [일반] 奇談 - 아홉번째 기이한 이야기 (4)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기담의 장르는 대체 무엇일까요?
  공포소설...... 이라고 하기에는 솔직히 하나도 안 무섭잖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네요.
  그냥 통속소설이라고 해야 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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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를 잡은 남자는 잠자코 주소를 내밀었다. 차는 곧 출발했다. 평일 낮, 길이 막히지 않는 시간대였다. 한참을 달리던 차가 언덕 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주택가 사이로 난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딱 봐도 부자들이 모여 살 법한 동네였다. 단독주택의 주차장마다 갖가지 브랜드의 외제차가 들어차 있었다. 한참을 올라간 기사가 오르막 끄트머리쯤에서 차를 길 가로 댔다.

  “다 왔습니다.”

  남자는 주섬주섬 요금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은 후 차에서 내렸다. 주변의 집에서 다소 거리를 두고 어정쩡하게 떨어져 있는 집이었다. 가슴 높이까지밖에 오지 않는 담벼락 너머로 마당 안이 그대로 들여다보였다. 마당에는 잔디가 단정하게 깔려 있었고 자그만 화단에는 여러 가지 색의 꽃들이 심어져 있었다. 집은 2층짜리 단독주택이었다. 벽돌로 쌓아올린 외벽에다 창문은 깔끔한 섀시였지만 한쪽에 나무로 된 대청마루가 있어 마치 한옥과 양옥을 섞어 놓은 것 같은 모양새였다. 집과 담벼락 사이에는 대나무가 수십 그루 심어져 있어서 시원해 보였다. 바람이 한 줄기 불어오더니 대청마루 끄트머리의 처마에 달아 놓은 풍경에서 딸랑 소리가 울렸다.

  “이쪽입니다.”

  남자는 엉거주춤하게 목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황토색 개량한복을 입은 중년 여자가 서 있다가 남자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남자도 엉겁결에 마주 허리를 숙여 보였다.

  “만신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만신...... 이요?”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저는 그 이름이 뭐더라, 아무튼 큰무당님을 만나라고 해서 왔는데요.”

  중년 여자가 설풋 웃었다.

  “제대로 오신 게 맞습니다. 큰무당님을 저희는 그렇게 부릅니다. 그럼 이쪽으로.......”

  그녀가 대문으로 남자를 안내했다.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녀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나무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어 한옥 같은 느낌이 좀 더 강하게 났지만 우아해 보였고 촌스럽지는 않았다. 집 안쪽의 계단을 올라가자 문 두 개가 나란히 있었다. 중년 여자는 왼쪽 문을 두드리더니 공손히 말했다.

  “말씀하신 분을 모시고 왔습니다.”

  “고생했네. 들어오라고 하게.”

  카랑카랑한 목소리였다. 그녀가 눈짓으로 남자를 재촉했다.

  ‘내가 대체 어디에 와 있는 거지.’

  남자는 일순간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대체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끔찍한 꿈을 꾸다가, 갑자기 그녀의 전화를 받고, 또 시커먼 양복을 입은 남자가 다짜고짜 목숨이 어쩌고저쩌고 하더니, 지금은 무당인지 만신인지 하는 사람의 집에 들어와 있었다. 그 일련의 과정이 마치 환상 같아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몸은 지독한 몸살에 걸린 것처럼 지끈지끈 아프고 한참이나 자지 못해 정신은 몽롱했다.

  ‘미안해.’

  그녀가 그렇게 말했었다. 그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가 여기 와 있는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다만 이유를 알고 싶을 뿐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말한 까닭을.

  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자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아니,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자신의 상황이 도저히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영화관에 앉아 스크린 속 여주인공의 안타까운 장면을 구경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몇 번이나 휴대전화를 들고 전화번호를 입력해 보았지만 차마 통화 버튼을 누를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덧 금요일이 다가왔다. 전화는 정확하게 정오에 울렸다. 여자는 침을 꿀꺽 삼킨 후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서빙남의 목소리에는 비웃음과 빈정거림이 잔뜩 뒤섞여 있었다.  

  “삼천만원, 준비했어요?”

  “.......”

  “에이. 안되겠네. 그럼 남편분하고 상담을 해 봐야겠네요.”

  그가 이죽거렸다. 여자는 바닥에 가라앉은 용기를 간신히 그러모아 되받았다.

  “그, 그럼 돈을 못 받을 텐데.”

  “내가 아마추어로 보이시나. 집 주소도 친절하게 알려줬으면서. 남편분 신상조사는 벌써 다 끝났어요. 거 좋은 직장 다니시던데. 직위도 높으시고. 그런데 회사에 사모님 사진을 뿌리면 조금은 곤란해지지 않겠어요?”

  그것은 일말의 여지도 없는 협박이었다. 여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렸다.

  “이틀 더 시간을 줄게요. 십 원짜리 하나도 빼먹지 말고 딱 삼천만원. 아니면 사진이 남편분 회사로 갑니다. 알았죠?”

  전화는 예고 없이 끊겼다. 여자는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댄 채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러다 그녀는 황급히 안방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남편의 책상 서랍을 뒤졌다. 잡동사니들을 마구 파헤치자 서랍 바닥에 놓인 통장과 도장이 보였다. 그녀는 통장을 손가방에 통장을 쑤셔 넣은 후 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은행. 은행.’  

  그 사진이 남편에게 들어간다는 생각만으로도 그녀는 온몸이 떨릴 정도로 두려웠다. 그렇게 된다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사진이 남편에게 넘어가는 일만은 막고 싶었다. 그녀는 급히 은행으로 뛰어가 VIP실로 향했다. 얼굴이 익은 직원이 인사를 건네며 의아한 듯 말했다.

  “안녕하세요, 사모님. 급한 일이 있으신 모양이지요?”

  “아, 예. 네.......”

  그녀는 VIP실 한가운데 서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혼잣말을 했다. 그래. 허둥대지 말자. 침착하는 거야. 아무 일도 아냐. 그냥 돈을 주고 나면 모두 끝날 일이야. 이렇게 호들갑을 떨 필요는 전혀 없는 거야.

  그녀는 심호흡을 크게 한 후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말없이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지갑을 열어 통장과 인감도장을 꺼냈다.

  “돈을....... 좀 찾으려고요.”

  “아, 인출하신다는 말씀이시지요? 얼마나 하시겠습니까?”

  “삼천이요. 현금으로.”

  그녀는 말했다. 직원은 호기심과 직업정신 사이에서 잠깐 방황하는 듯했지만 곧 직업정신이 승리했다. 그는 아무 질문 없이 전표를 작성해서 그녀에게 내밀었다.

  “예, 알겠습니다. 여기 아래쪽에 날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여기....... 예. 비밀번호 입력해 주시면 됩니다.”

  남편의 지시로 돈을 찾아본 적이 몇 번이나 되기 때문에 비밀번호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의 떨림을 참으며 천천히 네 자리 숫자를 입력했다. 삑 소리와 함께 통장에 출금내역이 인쇄되는 소리가 나더니 곧 멈추었다. 직원은 잠시 자리를 비우더니 곧 돌아왔다. 노란 돈다발 여섯 개를 들고 있었다.

  “금액이 많은데 청경을 불러드릴까요?”

  “아니, 그냥 어디 넣어만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안이 안 보이는 종이가방에 넣어 드리겠습니다.”

  직원이 책상 아래에서 민무늬 종이가방을 꺼내 돈을 집어넣었다. 현금 삼천만원을 감쪽같이 집어삼킨 종이가방을 들고 그녀는 은행을 떠났다.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가고 싶었다. 이 삼천만원만 넘겨주면, 삼천만원만 주고 나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녀의 삶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을 터였다. 그녀는 발을 재개 놀려 집으로 향했다. 선선한 가을 날씨에도 불구하고 뒷덜미를 타고 흐른 땀으로 등이 흥건하게 젖었다. 마침내 집에 들어온 그녀는 손에 종이가방을 든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 돈을 어디 숨겨 놓으면 좋을까? 남편이 보지 못할 곳에.......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렸다. 여자는 지레 기겁을 하며 허둥지둥 휴대전화를 찾았다. 전화기는 그녀의 방 안에 있었다. 좀 전에 급히 뛰어나가며 휴대전화조차 버려두었던 것이다. 휴대전화는 한참 동안, 끈질기게 울려 댔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전화기에게 다가갔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아닌 그녀의 남편이었다.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킨 후 천천히 전화를 받았다.

  “여, 여보세요.”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아, 저어.......”

  남편의 짜증 어린 목소리에 그녀는 급히 변명거리를 찾았다. 그러나 남편이 그녀를 앞질렀다.

  “돈은 왜 찾은 거지? 삼천이나.”

  그녀의 손에서 미끄러져 내려간 종이가방이 툭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방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몸이 반 푼쯤 가벼워지는 느낌에 남자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지끈거리던 머리도 다소 개운해진 듯했다. 방은 깔끔하고 단출했다. 가로세로 각각 삼 미터쯤 되는 방이었는데 남자가 들어온 문 맞은편에 또 하나의 문이 닫힌 채 있었다. 그리고 한쪽 벽에는 나무 격자에 불투명한 유리를 끼운 고전풍의 큰 창이 나 있었다. 벽지는 아무런 무늬도 없는 베이지색이었고 바닥은 연갈색 목재 무늬였다. 가구라고는 방 한가운데 놓인 작은 앉은뱅이책상뿐이었는데 그 뒤에 덩치가 작은 중년 여성이 앉아 있었다. 무당이라 하면 으레 떠올리는 화려한 이미지와는 달리 그녀는 하얀색 한복을 입고 있었다. 그날 아침에 빨았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깨끗하고 깔끔해 보이는 옷이었다. 그녀의 나이는 쉰에서 예순 사이쯤으로 보였다. 희끗희끗해져 가는 머리카락을 뒤로 돌려 비녀로 쪽을 졌고 한손에는 무늬 없는 쥘부채를 쥐고 있었다. 그리고 반대쪽 손으로 잡고 있는 것은 어울리지 않게도 마우스였다. 앉은뱅이책상에는 노트북이 놓여 있었고,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노트북 화면에 떠 있는 글을 차분히 읽어 내려가다가 남자가 들어오자 시선을 올렸다. 마치 헤드라이트를 정면에서 비추는 것처럼 강렬한 눈빛에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보던 그녀의 미간이 이내 좀 더 찌푸려졌다.

  “거기 앉으시게.”

  큰무당이 앉은뱅이책상 맞은편의 방석을 쥘부채로 가리키며 말했다. 남자는 잠자코 그녀의 지시를 따랐다.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에는 절대 어기면 안 될 것 같은 선천적인 카리스마 같은 것이 스며들어 있었다. 큰무당이 혀를 끌끌 찼다.

  “대체 어쩌다가 그런 놈이 들러붙은 건가? 평범한 사람은 구경도 하기 힘든 그런 영인데 말일세.”

  대답이 궁한 남자는 답변 대신 침묵했다.

  “해원이가 보낸 메일은 내 읽어봤네.”

  큰무당이 말했다.

  “그 검은 양복 입은 분 말씀인가요?”

  “그래. 오늘내일 하는 녀석을 보내니 어쨌거나 목숨만 살려달라고 하더군.”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모습을 보더니 뜻밖에도 큰무당이 호탕하게 웃었다.

  “걱정 말게. 내 집에서 남의 초상 치를 생각은 없으니.”

  “가, 감사합니다. 저어, 그런데......”

  “왜 그러나?”

  “제가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그게.......”

  “남자가 왜 이렇게 흐리멍덩하게 말하나? 어쩌다 그런 놈이 들러붙었는지, 그리고 그 영이 어떤 알고 싶단 말이렷다?”

  “예.”

  남자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나 뜻밖에도 큰무당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나중에 해원이에게 듣게. 뭔가 복잡한 사정이 있는 것 같으니.”

  남자는 불만스러웠지만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큰무당이 읏차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남자도 엉겁결에 따라 일어났다. 일어선 큰무당의 키는 기껏해야 남자의 목 정도까지밖에 오지 않았다. 그러나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선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남자는 오히려 자신이 더 왜소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문간으로 가 큰 소리로 말했다.

  “바로 축귀에 들어갈 테니 잠시 부탁하네.”

  “예, 만신님.”

  대답은 남자를 데려온 중년 여자의 목소리였다. 큰무당은 다시 몸을 돌려 뒤편의 문으로 거침없이 걸어갔다.

  “이리 따라오게.”





  “멍청한 여자군. 이렇게까지 우둔할 줄은 몰랐는데.”

  남편의 목소리에는 어처구니없음과 빈정거림, 그리고 뜻밖에도 가벼운 웃음기마저 섞여 있었다. 폭풍처럼 터지는 분노를 예상했던 그녀로서는 뜻밖이었다. 그러나 그런 남편의 반응이 도저히 긍정적으로 해석되지는 않았다.

  남편은 쿡쿡 웃더니 종이가방 속에 손을 넣어 돈다발을 꺼냈다. 그리고 하나씩 하나씩 차곡차곡 협탁 위에 쌓아올리기 시작했다. 모두 여섯 다발을 쌓아올리고 나자 종이가방은 텅 비어버렸다. 남편은 종이가방을 두어 번 접더니 등 뒤로 던져버렸다.

  “삼천. 뭐 생각해보면 아주 많은 돈은 아니야. 그렇지?”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남편은 돈다발 하나를 들어 손끝으로 옆면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여자의 얼굴을 향해 돈다발을 집어던졌다. 여자의 왼쪽 뺨을 맞춘 돈다발이 바닥에 털썩 떨어졌다.

  “하지만 당신은 바보야.”

  남편은 흡사 반찬의 맛을 평가하는 것 같은 평온한 어조로 말하며 두 번째 돈다발을 들어 던졌다.

  “왜냐면 이것만으로 끝날 리는 없으니까.”

  남편이 다시 세 번째 돈다발을 들어 던졌다. 그리고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까지. 여자는 고개를 숙인 채 차례로 얼굴로 날아오는 여섯 번의 돈다발을 견뎌냈다. 남편은 손가락으로 협탁을 툭툭 두드렸다.

  “이것만 주고 나면 그 남자가 그냥 물러날 것 같아?”

  여자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편도 딱히 대답을 원하지는 않는 듯 곧 자문자답했다.

  “그럴 리 없지. 그런 인종들이니까. 끊임없이 돈을 요구하거든. 긁어낼 수 있을 때까지. 그러다 한도까지 긁어내면 말이야.......”

  남편은 철판을 숟가락으로 긁어대는 듯한 기묘한 소리를 냈다. 여자는 잠시 후에야 그게 웃음소리라는 걸 깨달았다.

  “그 때는 다시 나한테서 뜯어내려 하겠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여자에게 다가왔다. 여자는 흠칫하며 어깨를 움츠렸다. 그러나 그는 허리를 굽혀 땅에 떨어진 돈다발을 주워들었다.

  “자아. 그렇다면 말이야.”

  그가 재미있어하는 투로 말했다.

  “내가 어떻게 할 것 같아?”

  여자는 여전히 침묵했다. 남편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정말 바보 같군. 방법은 하나뿐이야.”

  그는 손에 든 돈다발의 모서리로 가볍게 여자의 머리를 두드렸다. 그러더니 책상 쪽으로 걸어가 서랍을 열고 무언가를 꺼냈다. 다시 여자에게 다가온 그가 손에 든 것을 내밀었다.

  “이걸 가져가.”

  그건 부적이었다. 누런 색 종이에 핏빛처럼 붉은 색의 글씨가 복잡하게 적여 있었다.

  “돈은 가져가서 줘. 적어도 당분간은 입을 다물게 해야 하니까. 그리고 어떻게든 간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 남자가 이게 든 베개를 베고 자도록 만들어. 알겠어? 협박을 하든지 아니면 애원을 하든지 간에 말이야. 아무리 멍청해도 그쯤이야 할 수 있겠지.”

  여자가 부적을 받아드는 순간, 남편은 뜻밖에도 오른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후려갈겼다. 짝 소리와 함께 그녀는 비명소리를 내며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강렬한 아픔과 함께 정신이 일순 아득해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남편이 뒤로 넘어진 그녀의 몸 위로 허리를 숙이고는 속삭이듯 말했다.

  “혹시라도 말이야. 당신이 그런 사소한 일조차 못해내면......”

  남편의 목소리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그 빈자리를 칠흑 같은 음산함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내가 당신을 어떻게 할지 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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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14/08/26 09:46
수정 아이콘
재밋게 잘 읽고 있습니다~
14/08/26 09:47
수정 아이콘
하루에 한편씩... 얼른 다음편좀...
데오늬
14/08/26 09:52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부적으로 남편을 살해하려고 했으나 타격의 착오로... 그런 걸까나... 흠흠~
아케르나르
14/08/26 12:17
수정 아이콘
기담 또는 오컬트 소설 이라고 하면 대충 될 거 같은데요. 그런 쪽은 일본이 많이 발달한 거 같더군요. 잘 봤습니다.
illmatic
14/08/26 12:41
수정 아이콘
다음편..다음편...다음편... 하악....
스타트
14/08/26 13:44
수정 아이콘
다음편.. 다음편을 보자..
에인셀
14/08/26 17:05
수정 아이콘
잘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무서워요. 밤에는 클릭할 엄두를 못 내는데요. 여기서 더 무서워지면 낮에도 힘듭니다;;
껀후이
14/08/26 17:20
수정 아이콘
저 너무 재미있어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다 읽었네요 한 번에
와 글 진짜 잘 쓰시네요 퇴마록 느낌나고 진짜 완전 재미있어요!
기담팬 한명 추가요~크크

p.s. 기담팬이라 쓰고 바리팬이라 읽는다죠?
바람개비
14/08/27 00:11
수정 아이콘
잘 읽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담의 장르는 솔직히 모르겠고 - 사실 장르를 잘 모릅니다 -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귀신을 매개로 해서 풀어내시는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얘기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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