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10/27 18:13:06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피와 살점이 흐르는 땅, 팔레스타인 (6) (수정됨)
팔레스타인의 적반하장은 계속 됩니다. 1972년 9월 5일뮌헨 올림픽 중 팔레스타인 테러단체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촌에 침입해 11명을 인질로 잡고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수감자 234명과 교환하자고 요구하다 독일 경찰의 진압이 시작되면서 인질 9명이 사망하고 독일 경찰 1명이 순직하는 등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게 됩니다. 여기에 서독이 뮌헨 올림픽을 유치한 이유 중에는 유대인들을 학살한 나치즘 선전장이었던 베를린 올림픽을 반성하며 독일의 부흥을 선전하겠다는 것도 있었는데 팔레스타인(정확히는 검은 9월단)이 거기에 먹물을 부어버린 격이었죠. 훗날 보도에 따르면 뮌헨 올림픽 참사 당시 검은 9월단을 네오 나치의 지원을 받았다는 게 밝혀지며 팔레스타인은 또다시 나치의 멍에를 스스로 뒤집어 쓰게 되죠.

자국인 9명이 살해당한 이스라엘은 이들에게 보복을 천명하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해당 사건에 관련된 인사들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작전명 "신의 분노" , "청춘의 샘"이었습니다. 이 중 직접적으로 이스라엘 특수부대에 의해 죽은 사람은 아부 유세프, 카멜 애드완, 카말 나세르 셋 뿐이긴 하지만 남은 용의자들이 어디에 살고 있던 관계 없이 총, 폭탄, 차량 폭발 등으로 죽였고 그곳이 우호 국가이던 적대 국가이던 끝까지 추적해 죽였으며 재판을 받고 풀려난 인물도 예외란 없었습니다.

자 이 검은 9월단의 뮌헨 참사 계획을 A부터 Z까지 알고 있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검은 9월단의 두목이었던 아부이야드 라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정체는 본명으로 살라 칼라프였는데 이 사람은 PLO 집권당이던 파타의 수뇌이자 PLO 수장인 아라파트의 대변인이었습니다. 아부이야드는 이 뮌헨 참사의 목표를 밝힙니다.

1. 전 세계인에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살아있다는 것을 알리겠다.
2.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2백여명의 팔레스타인 전사들을 석방시키겠다.
3. 올림픽 보도를 위해 모인 언론을 이용해 본인들의 투쟁을 보여주겠다.

아부 이야드의 이런 목표는 성공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스라엘 대로 PLO를 뿌리뽑기로 결정했고, 각 국가들은 이제 PLO는 테러리스트 집단이기 때문에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고 무력으로 제압할 부대들을 육성하고 장비를 개발했죠. 아라파트와 PLO 역시 이 사건으로 인해서 엄청난 곤란을 겪습니다. 아부 이야드는 공식적으로 PLO와 자신은 검은 9월단은 관계가 없다고 부정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고 전세계 각국의 비난을 얻어맞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보복에 정당성만 더해줄 뿐이었습니다. 아무리 이스라엘 인들이 있지만 그들이 일을 벌인 곳은 뮌헨이었거든요. 결국 아라파트와 PLO는 이스라엘과 상관 없는 테러에는 개입하지 않겠다고 천명합니다.

하지만 검은 9월단의 상부조직 중 하나였던 PFLP는 국가에 상관 없이 하이재킹 테러에 열을 올였고 아직 소련이 존재했던 냉전 시기에  적군파(일본 적군 및 바더 마인호프단)와 1970년 창설자 주르지 하바시가 평양에 방문해 북한에게 무기 및 훈련교관 지원을 받기까지 하죠. 이러한 테러행위는 결국 PLO만이 아닌 팔레스타인이 탄압받아야 하는 명분만을 제공할 뿐이었습니다.

이러던 와중 레바논으로 밀려난 PLO에게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합니다. 바로 1973년 10월 6일에 터져 25일에 종식된 제 4차 중동전쟁, 일명 욤 키푸르 전쟁이라고 부르는 전쟁이 터진 것이죠. 개전 초기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시리아의 파상공세로 국가 멸망까지 가는 듯 했으나 결국 이를 역전해 승리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6일 전쟁처럼 이스라엘이 완전히 그 승리의 과실을 따먹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중동 전쟁 그래왔듯 그들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자유였지만 미국과 소련이 헛기침을 한번 하면 전쟁을 끝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1977년과 78년 PLO 뿐만이 아닌 아랍국가 전체를 아니 전 세계의 뒤통수를 맛깔스럽게 후려친 사건이 발생합니다. 77년 이집트 대통령 안와르 사다트는 당시 이스라엘 총리인 메나힘 베긴의 초청으로 국빈자격으로 예루살렘을 방문해 이스라엘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하고 78년에는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의 중재로 미국을 방문해 베긴과 다시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통해 시나이 반도와 수에즈 운하를 평화적으로 되돌려 받고 이스라엘과 정식 수교까지 해버린 것이죠. 이로 인해 이집트는 아랍 연맹에서 제명되었지만 사다트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집트가 경제적으로 쪼들려 죽겠는데 고정적 대규모 수입원인 수에즈 운하를 되돌려 받고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며 이스라엘과 대결 구도를 짤 이유가 필요가 없었으니 아랍 연맹의 분노는 그저 "따위"에 불과했거든요. 여기에 노벨 평화상까지  베긴과 수상하며 개인적 명예까지 드높아졌습니다.

문제는 팔레스타인과 PLO였습니다. 강경 테러노선을 포기하면서 국제 사회에 PLO를 인정받기 위해 갖은 노력을 거쳐 74년 UN참관국, 76년에는 영토 없는 국가임에도 아랍 연맹에 가입하고 대 이스라엘 투쟁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가장 크고 강력한 스폰서였던 이집트가 빠져버리면서 PLO는 완전히 꼬여버리게 됩니다. 안그래도 PFLP의 항공 하이재킹 테러는 각국의 대테러부대의 진압작전으로 인해 실패해간데다가 아예 이스라엘이나 타국의 대테러부대를 피해 이스라엘의 적대국 중 하나인 아프리카 우간다로 갔던 에어프랑스 139편 납치 역시 이스라엘 구출부대가 우간다 엔테베 공항을 습격해 납치범 전원을 사살하는 등 그 효능은 떨어지는데 위험은 커져갔죠.(이 작전에서 이스라엘 부대의 희생은 이디 아민 분장을 하고 선두에서 지휘했던 요나탄 네타냐후 중령이었는데, 그 동생은 베냐민 네타냐후 즉 현 이스라엘 총리였습니다. 그리고 이 두 형제는 같은 샤이렛 매트칼에서 복무했고, 형이 죽은 이후 초 강경 극우 성향을 띠게 됩니다.)

여기에 80년대에 들어오면서 PLO와 아라파트의 처지는 더더욱 곤란해지기 시작합니다.

먼저 1979년 5월 팔레비 국왕을 몰아내고 이슬람 신정 이란을 성립시킨 호메이니는 자국의 사형판결을 받은 팔레비 국왕 가족과 그 고위 보좌관들에 대한 처형권을 PLO에게 부여하고 대 이스라엘 투쟁에 적극 지원할 것을 천명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말 뿐이었습니다. 서양 문물에 물들었다며 귀중한 자원인 전투기 조종사들도 숙청하는 마당에 민족마저 다른 PLO를 진심으로 지원할 리 없었고 다른 아랍 국가들처럼 페르시아계 시아파 국가인 이란은 PLO를 이용할 생각만 가득했습니다. 딱 1년여 뒤인 80년 9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75년 양국간 국경문제를 합의한 알제 협정을 파기하고 192대의 전투기를 동원한 이란 주요 군사 목표 타격을 시작으로 선전포고 없는 전쟁이 시작되자 급해진 이란은 안그래도 뭉기적 거리던 PLO 지원을 안하게 됩니다.

여기에 요르단에서 쫓겨나 레바논으로 간 PLO는 여기서도 사고를 치고 1958년 레바논 위기를 겨우 겨우 넘긴 뒤에 번성하던 레바논을 생지옥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리고 오리아나 팔라치와 인터뷰에서 골다 메이어가 말한 "레바논이 PLO를 단속하라는 우리 경고를 무시한다면 우리가 직접 레바논으로 들어가 PLO를 때려잡아주겠다"는 말이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었던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재앙을 몰고 다니는 존재로 낙인 찍히게 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한쓰우와와
23/10/27 18:59
수정 아이콘
plo가 똥볼차는 와중에 이스라엘은 사고를 안쳤나요? 전쟁하느라 그럴 틈이 없었나?
후추통
23/10/27 19:14
수정 아이콘
이스라엘이 3차 중동전과 4차 중동전 사이에 이집트와 시리아 사이에서 군사적 도발과 소규모 교전에 집중한 것도 있고 웨스트뱅크 관련해서도 일이 많았습니다. 거기에 경제문제도 껴있는데다 PLO가 요르단에서 나갔던 통에 어느정도 숨돌릴 틈도 있었고 계속 벌어지는 테러 관련해서도 정신이 없어서 어마어마하게 사고치는 상황은 아니었는데....
23/10/27 22:09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역사, 사회에 흥미 1도 없는 사람인데, 여느 뉴스나 다큐에서 다뤄지지 많은 내용들과 잘 압축해 쓰신 글솜씨 덕분에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습니다. 연재가 안 끝났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똥진국
23/10/28 00:31
수정 아이콘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하는 아랍계열 사람들에게 그러면 당신 집으로 난민 받을래요? 하고 묻고 싶어집니다
아마도 대부분이 딴소리하면서 피하겠죠
팔레스타인 난민으로 제대로 고생들 해보기도 했고 그런일 없어도 진심으로 팔레스타인을 걱정하는 이슬람권 국가도 없고
저 동네만 뚝 잘라다가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을 같이 우주 저 멀리로 보내버리거나 지구가 멸망하거나 둘 중 하나 말고는 답없어 보이는게 현실이라고 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0239 [일반] 서울영동교회 소식 외..모아보는 개신교 소식 [11] SAS Tony Parker 8512 23/11/10 8512 1
100238 [일반] [독서에세이] 과학기술로 신이 될 사람 (下편): 마리의 춤 [2] 두괴즐4758 23/11/10 4758 5
100237 [일반] [독서에세이] 과학기술로 신이 될 사람 (上편): 「로라」 [2] 두괴즐4570 23/11/10 4570 4
100236 [일반] 삭센다 1년 사용 후기 [49] 카미트리아14023 23/11/10 14023 13
100235 [일반] [주식] 요즘 아는 사람끼리는 핫한 기업 [73] 김유라15000 23/11/10 15000 0
100234 [일반] 피와 살점이 흐르는 땅, 팔레스타인 (8) 사브라-샤틸라 학살 [12] 후추통5440 23/11/09 5440 15
100233 [정치] 농림축산식품부, 빵서기관 우유사무관 등 임명 [36] Regentag10813 23/11/09 10813 0
100232 [정치] 노란봉투법·방송3법,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통과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철회) [121] Davi4ever14940 23/11/09 14940 0
100231 [일반] [독서에세이] 행성의 입주자들은 얼마나 닮았는가 part4 (『종의 기원담』)[Fin.] [8] 두괴즐4261 23/11/09 4261 5
100230 [일반] [독서에세이] 행성의 입주자들은 얼마나 닮았는가 part3 (『종의 기원담』) 두괴즐4522 23/11/09 4522 5
100229 [일반] LG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승리. 40년 LG팬은 기쁘지 않다. [50] 송파사랑13129 23/11/09 13129 14
100227 [정치] 서브컬쳐로 부정선거 홍보하는 국힘 정치인 [53] 기찻길13004 23/11/08 13004 0
100226 [일반] 60년대생이 보는 MCU 페이즈 3 감상기 part 2 [18] 이르7627 23/11/08 7627 15
100225 [일반]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할까?_5. 지능과 재능 [23] realwealth7577 23/11/08 7577 4
100224 [정치] 태생적 한계를 가진 인요한의 혁신 [122] 눕이애오15039 23/11/08 15039 0
100222 [일반] 우리는 테일러의 시대에 살고 있다 (feat. Eras Tour) [22] 간옹손건미축9666 23/11/08 9666 10
100221 [정치] "안철수씨 조용히 하세요"…식당 옆방서 고함지른 이준석 [215] 성격미남24157 23/11/07 24157 0
100220 [일반] [독서에세이] 행성의 입주자들은 얼마나 닮았는가 part2: 『공감의 반경』을 읽고 [2] 두괴즐5633 23/11/07 5633 4
100219 [일반] 일본 젊은층은 더 이상 라노베를 읽지 않는가? [66] terralunar11974 23/11/07 11974 6
100218 [일반] 볼만한 티빙 OTT 드라마 [유괴의날] [12] 윤석열6193 23/11/07 6193 0
100216 [일반] [독서에세이] 행성의 입주자들은 얼마나 닮았는가 part1: 「얼마나 닮았는가」를 읽고 [2] 두괴즐5511 23/11/07 5511 4
100215 [일반] 홍대 입구 근처에서 강풍에 의한 공사장 구조물 전도 사고가 발생한 듯 하네요 [14] To_heart13962 23/11/06 13962 0
100214 [일반]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할까?_4 [2] realwealth6002 23/11/06 6002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