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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2/22 22:45:34
Name 불멸의황제
Subject 테란의 역사와 계보 - 완성형 테란들의 시대, 그리고 서지훈
1. 정석류 계승자 퍼펙트 테란 서지훈


내가 서지훈의 경기를 처음 본 것은 2002 듀얼토너먼트 홍진호와의 경기였다.
당시 홍진호의 테란전은 그 어떤 저그보다도 강력했으며 당시 저그들이 임요환을 주축으로 한 테란들의 선전에 죽을 쑤던 시절이엇는데도
테란전에 있어서만큼은 독보적인 7할대를 웃돌았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서지훈은 개인리그 본선 진출경험은 전무했었던 루키였다. 그러나 비프로스트에서 펼쳐진 이 올드와 루키의 대결은 루키의 일방적인
압승으로 끝나버렸다.
최종전에서 다시 홍진호를 만나 패배하고 챌린지 리그로 주저앉아 버렸지만 그가 팬들에게 남긴 인상은 강력했다. 그는 같은 팀 선배인
김정민의 단단하고 교과서적인 테란 플래이를 베이스로 나름의 공격성과 유연성을 가미하였는데 이를 뒷받침했던 건
장기전으로 갈수록 빛나는 피지컬능력이었다.

앞마당을 먹고난뒤 한방 병력을 꾸려서 대규모 회전을 펼치는 능력은 그 어떤 테란들보다도 뛰어낫으며 거의 대부분 서지훈
경기들은 이 최적화된 한방을 막지 못하고 끝나곤 했다. 그러나 2002년도의 서지훈은 결과적으로 초반에 받았던 평가만큼의 활약을
해내진 못했다. 듀얼 탈락후 압도적인 기량차를 드러내며 챌린지 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시드를 따낸 서지훈은 박경락 조용호 이윤열 등
소위 a급이상으로 분류되는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약한 면을 드러냈으며 견제류 플래이나 경기 자체를 틀어버리는 변칙 플래이에는
취약했다.
중후반 대규모 회전에 자신이 있었던 서지훈은 초반만 무난히 넘기면 이길수 있다 라는 생각으로 늘 안정적이고 방어적인 플래이만을
고집했다. 자신이 가장 잘한다고 평가를 받았던 저그전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졋으며 저그전으로 주목받고 탈락도 저그에게
탈락함으로서 차세대 테란이라는 주목을 매시즌마다 받는 가운데서도 상위리그 입상을 거두지는 못했다.
소위 말해 수싸움에 약했던 것이다.

그러나 임요환이 꾸준한 토스전 난조를 보이며 이윤열과 불안한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서지훈의 단단하고 안정지향적인
스타일은 종족전을 불문하고 강력한 힘을 뿜어냇으며 서지훈이 자신의 발목을 늘 잡아왔던 저그들을 극복하는 순간 4강에서 황제와의
대결이 펼쳐진다. 결과는 어이없게도 서지훈의 일방적인 셧아웃 완승으로 끝이 났다.
초반 공격지향적인 황제의 테테전은 서지훈의 단단한 방어에 막혀 나중에는 결국 이도저도 않는 체제를 선택하다가 자멸하고 만것이다.
당시 서지훈의 테테전은 이윤열을 제외한 당대 모든 테란들을 앞질렀다.
그리고 결승상대는 홍진호, 첫결승이다보니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서지훈이었지만 치고받는 난타전 속에서 긴장하는 자신을 극복하며
감격의 우승을 차지한다.
서지훈과 이윤열, 생산력과 컨트롤같은 기본기부터 시작해서 판단력 센스 운영까지 어느것하나 빠질것없이 뛰어난 완성형 테란들의
시대가 온것이다.


2. 수싸움의 귀재, 절대무적 최연성

내 개인적인 생각에 테란의 역사, 아니 이후의 스타판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 최연성의 플래이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테란에게 있어 운영이라는 개념은 최연성 이후에 적용된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말이다.
최연성의 이론은 당시에는 매우 혁명적이고 새로운 것이엇으나 따지고 보면 전략시물레이션 게임의 가장 단순하고 원초적인 원리를
이해한 것이었다.
"남기지 않고 뽑을수 있다는 가정하에 자원을 상대보다 많이 먹으면 이긴다" 라는 것이다.
이런 플래이가 가장 강력한 종족은 바로 테란이었다. 아비터와 디파일러, 템플러의 상용화가 이루어진 지금도 테란과 비슷한 자원을
먹고 이긴다는 건 토스나 저그 입장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했다. 앞마당 먹는 이윤열이라는 격언이 잇는 것처럼 테란은 유닛들이 값이 싸고 강하기 때문에
앞마당만 먹어도 수차례 대규모 병력의 진출과 단한번의 교전에서 역전이 가능했다.
이런 플래이를 더욱 용이하게 하기 위해선 초반에 많이 먹어야 했다.
초반에 많이 먹기위해 수비능력은 필요불가결한 요소이다.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교전은 보기에 따라서 주도권을 빼앗긴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많이 먹으면 이긴다 라는 이론에서 보면
결코 나쁜것이 아니다. 막을수만 있다면 자신이 많이 먹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주도적 선방에서의 교전은 언제나 상대가 먼 루트를
통해 공격해올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자신이 병력추가라는 측면에서 유리했다.
다분 생산력의존적인 플래이를 하는듯 보이면서 양과 기세로 상성을 무시하고 상대를 압살하던 "괴물" 최연성의 계산은
이렇게 너무나도 치밀하고 진보적인 것이었다.
여기서 착안해낸것이 바로 초패스트 더블커멘드였다. 최연성의 플래이에서 컨트롤은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컨트롤보다 중요한건 생산이었고 생산을 위해서 필요한건 자원이었다.


더블 커멘드를 확인한 저그나 토스는 대부분 성급한 초반 올인을 감행하거나 더 많이 먹기를 시도하는데 초반 올인의 경우는
04 질레트배 때의 박성준처럼 한경기에 무지막지한 연습량을 투자해서 각본을 짜오지 않는 이상 무너뜨리는건 불가능했다.
자신보다 많이 먹을 생각을 하게 되면 최연성은 더 먹었다.
상대를 배를 째는만큼 자신은 더 째버렸다. 인내심있게 상대의 성급한 공격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플래이함으로서 최연성은
승리를 이뤄냈다.
그러나 실제 200 싸움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고 중반 이내 이러한 최연성의 수싸움에 걸려든 상대는 100 이면 100 유닛을
쏟아붓다가 그냥 gg를 치곤했다.
그리고 미리 더블컴을 예상하고 배를 쨀수는 없었던 것이 황제와 같은팀이었던 이 여우같은 테란 플레이어는 종종 변칙,전략적인
플래이로 승부를 걸기도 했기 때문에 항상 상대는 이를 염두에 두고 플래이해야만 했다.

황제가 부진에 빠진가운데 최연성은 당시 진행중이던 팀리그 올킬부터 시작해서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갔다.
오랜기간 테테전에 무적의 포스를 뿜었던 이윤열의 유일한 맞수이기도 했다. 아니 천적이었지만 이윤열에게만 뭐랄수도 없는것이
최연성은 모든 선수에게 천적이었다.
팀리그는 최연성이 대장으로 나왔다하면 역올킬이었고 사실상 맞수가 없었다. 특히 유리해지기만 하면 나오는 최연성 특유의 컨트롤 무시
상성무시 오로지 양만으로 관광하는 플래이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고 그의 포스를 더해서 정상적으로 게임해서는
최연성을 이길수 없다라는 말까지도 심심찮게 나오곤했다.
그만큼 그의 포스는 단연 압도적이었다.
하나 이색적인 것은 최연성과 이윤열 서지훈의 서로간의 물고물리는 관계이다.
초반의 수싸움과 선방을 중요시했던 최연성은 이윤열에게 강했고(20:9) 상대를 끝없이 뒤흔드는 변칙 플래이에 약했던 서지훈
이윤열에게 약했다(6:14) 그리고 수싸움이고 뭐고간에 오로지 자신만의 플래이를 해나가는 스타일이었던 서지훈은 최연성에게
강했다(7:4).
이 셋은 개인리그와 팀리그에서 서로 활약하는 가운데 테란의 전성기를 이끌어나갔다.
너무나도 압도적인 최연성의 포스 때문에 서지훈과 이윤열이 가려지는 감이 없진 않으나 그때까지도 탄탄한 기본기와 운영으로 팀리그와
개인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해주던 서지훈이나 최연성으로 인한 아주 잠깐 부진 이후에도 이후에도 우승한 이윤열 역시 0304년 테란의
계보에서는 빼놓을수가 없다.


특히 최연성이 저그전은 물론 토스전 저그전까지 적수가 거의 없던 상황에서 04 질레트 때 초반의 압도적인 마이크로 컨트롤능력과
운영으로 5전제에서 그를 꺾었던 박성준이나 만나는 개인리그에서 번번히 쵱을 쓰러뜨린 서지훈 정도가 최연성의 적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03~04년의 모토는 결국 최연성을 이겨라였다..
사실상 최연성 이후 테테전 저그전 토스전할것없이 테란의 정석은 더블 커멘드로 정착화되었다.
지금도 저그전 정석빌드로 쓰이는 원배럭 더블의 전신은 9년전 최연성의 2배럭 1마린 더블이다.
FD는 거슬러 올라가면 조정현에서 나오지만 원팩 더블의 정석화는 사실상 최연성이 이루어냈다.
어떤 종족전이건간에 이후에 초반에 조금이라도 많이 먹기위한 치열한 수싸움은 최연성의 테란으로부터 나온 플래이였다.

그리고,,최연성의 활약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의 스승 황제의 부진도 서서히 걷혀져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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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22 23:59
수정 아이콘
서지훈이 변칙 플레이에 당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것이 이윤열에게 상대전적이 밀리는 이유로 들 수 있는지는 의문이네요.
저는 서지훈이 이윤열과 대결할 때는 초반부터 기싸움에서 밀리고 들어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생각을 가장 크게 가지게
된 것은 피망배 프로리그 결승전 신 개마고원 경기였었죠..
PGR끊고싶다
11/02/23 00:11
수정 아이콘
서지훈선수는 이윤열선수랑할때마다 '오늘은 이기겠지'라는 마음으로 경기를봤었는데
이상하게 말리더군요 -_-;;
대 최연성전은 제 기억으론 0:3에서 7:4로
대 이윤열전도 0:9에서 6:14까지 끌어올린걸로 기억하네요.
원래 딱히 약점이 없는선수였는데 어느순간 테테전 괴수가 되버리더군요...
제 기억의 서지훈선수의테테전전성기는....그냥 하면 다 먹혔습니다....빌드선택도 탁월했으며 상대방이 도박수를 던져도 잘 막더군요...
이 때 서지훈선수를 좋아했었는데 그야말로 테테전은 퍼펙트했습니다.
silent jealosy
11/02/23 02:20
수정 아이콘
남자인데...서지훈선수만 생각하면...하악하악...
Go_TheMarine
11/02/23 10:32
수정 아이콘
음... 이윤열선수와의 10대0까지의 시절은 저도 참 미스테리했습니다.
초반에 유리하다가도 역전된 경우가 꽤 있었거든요.
서지훈선수의 저그전을 정말 보고 놀랬었죠.
탱크는 적정수, 마메는 엄청많이~ 베슬관리는 뭐;;;
여전히 기억에 남는 데토네이션 11배럭이 생각나네요.
얼른 전역후 선수로 꼭 복귀했으면 좋겠습니다.
juckmania
11/02/23 11:35
수정 아이콘
윗분께서 언급하신대로..
본좌시절 최연성은 서지훈에게 약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최연성 리즈 시절엔 서지훈을 안만났습니다.
서지훈에게 처음으로 진 것이 2004년 11월 당골왕이었는데
그땐 이미 최연성 무적의 시대가 아니었죠. 삼신의 시대 자체가 본좌없는 시대라는 반증이니..
제 군입대 시즌과 맞물려서 정확히 기억하는데 최연성이 이윤열 맨날 이기고, 이윤열이 서지훈 맨날 이길때
최연성, 서지훈이 붙으면 진짜 재밌겠다 란 말만 나왔지 실제 붙은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당골왕 시절의 최연성도 강했지만 그땐 말그대로 무적 최연성 시대가 아니니까..
엄밀히 최연성 무적시대는 2004년 초였으니까요.
오히려 무적 최연성 시절에 천적이란 말보다 박터지게 싸운 케이스로는 변길섭 선수가 적절합니다.
딱 '최연성 어떻게 이기냐' 란 말이 나왔던 팀리그 시절부터 우승한 에버 2004,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까지 자주 싸웠고,
승률도 비등비등 했으니까요.

변길섭은 알면 알수록 참 특이한 테란입니다.
11/02/23 11:48
수정 아이콘
최연성선수 전성기시절 비등비등했던 선수로는 이병민선수도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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