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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6/29 15:36:52
Name 해바라기
Subject "훈련병 박태민"의 소소한 일화들
프로리그에서 박태민 해설이 공군 경기를 중계 하는 것 보고 글을 남겨요~

박태민 해설도 공군병, 그것도 훈련병이었던 시절이 있었지요.




1. 일반인 포스 박태민


2009년 2월 16일, 저는 추웠던 진주 공군교육사령부에 있었어요.

소대 배분? 배속? 작업이 늦어져서 밤 여덟시까지 밖에서 덜덜 떨었어요.

드디어 어떤 분이 오시더니 저와 같은 소대에 있는 친구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확인 작업을 했어요.

48번 XXX, ...... 60번 박태민 ......

제 귀를 의심했어요. 박태민이래요. 설마.......

얼굴보니 정말 일반인 같았거든요.

어라..... 박태민 해설 닮았어요.

그래요. 일반인 포스를 자랑하던 그 분은 박태민 해설이 맞았어요.




2. 네. 제가 그 박태민입니다.


저와 박태민 해설은 신체검사 일주일 기간동안 같은 내무반을 썼어요.

이상한건 아무도 박태민 해설을 알아보지 못했어요.

아무도 아는척 안하길래 저 또한 제가 아는 그 분이 맞는가 ...... 의심을 했어요.

신체검사가 끝나는 날, 한 명이 물었어요.

"저 근디요, 그 박태민이 맞아여?"

멀뚱멀뚱 쳐다보던 그 일반인이 답했어요

"네. 제가 그 박태민입니다."


뱀다리. 그 후 당당해진 박태민 훈련병은 누군가가 혹시........ 라고 물을때 마다 "그래요, 제가 그 박태민입니다"라고 외치셨다죠




3. 청결한 남자 박태민


저희 소대는 정말 최악의 건물을 사용했어요.

건물 안에 따뜻한 물이 안나와서 내무반 밖에 있는 목욕탕에서 씻어야 했어요.

3주차 어느 날, 목욕탕에 가야 하는데 한 명이 없어요.

처음엔 숫자를 잘못센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다섯 번을 넘게 확인을 해도 한 명이 없어요.

저희 93명은 죽었구나 생각했어요.

조교가 다가와요. 그리곤 웃네요. 어라?

"너네 한 명 없지? 박태민 목욕탕에 있더라."

청결한 남자 박태민은 다른 소대와 섞여 가는 것도 모른채 목욕탕에서 몸을 씻었대요.


"어떻게 다른 소대인줄도 모르고 갔는지 몰라..... 난 그냥 빨리 씻고 싶었다고......"


뱀다리. 박태민 훈련병은 식스팩을 소유한 남자였어요.



4. 탁탁탁을 못하는 남자 박태민

사격을 배우던 날이었어요.

훈련소 사격 훈련은 총을 쏘는 사수와 옆에서 보조를 해주는 부사수가 2인 1조로 해야되요.

사수가 총을 다 쏘면 부사수는 사수의 헬멧을 3번 치며

"탁탁탁! 사격 끝!"

을 외쳐야 한대요.

이론 수업 중, 중대 병사 대표로 박태민 훈련병이 그 멘트를 하는 시범을 보여야 했어요.

교관은 "이거 오영종, 박정석, 한동욱도 다 했던거야. 부끄러워 하지 말고 나와"

라고 부드럽게 명령하셨어요.

하지만 순수한 남자 박태민 해설은 부끄러워서 차마 입을 열지 못했어요.

1분간의 망설임 끝에 그는 수줍게 웃음과 곁들여 말씀하셨어요.

"탁탁....탁...헣.... 사격 흩......."


뱀다리 1. 교관은 스타크래프트 매니아였어요. 박태민 훈련병이 오기를 기다렸대요.

뱀다리 2. 서지훈 선수 DDR 사건의 장본인은......



5. 여자친구에게 손수건 자수를 떠주는 자상한 남자 박태민

훈련이 다 끝난 후 대부분의 친구들은 특기 교육(육군에겐 후반기 교육)을 받으러 갔어요.

하지만 저와 박태민 훈련병은 자대에 직접 배속되어서 훈련소에 남았어요.

조인성을 위해 건물 페인트질을 하는 틈틈이 박태민 이병은 손수건에 바느질을 했어요.

그 손수건은 삐뚤빼뚤하고 엉성했지만 뭔가 정성이 가득했어요.

여자친구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은데 해줄 수 있는게 별로 없다면서 자수를 떠주는 것이었어요.

자상한 남자.




일반인 같지만 당당하고 깔끔하고, 때로는 수줍지만 식스팩을 가지고 있는 자상한 남자.

박태민 해설이에요.

전성기 때는 하루에 16시간씩 미친듯이 게임을 했었고, 경기장에 들어가면 무조건 이길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박태민 (전)선수

항상 뒤에서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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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포뮬러
11/06/29 15:44
수정 아이콘
글 정말 재미있네요.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수는 정말 의외이면서도 은근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세팅을 하던 꼼꼼함을 생각하면 자수도 어울리네요. 훈훈합니다..
뱀다리후보생
11/06/29 15:45
수정 아이콘
이런글 들 참 재밌어요 크크
11/06/29 15:46
수정 아이콘
"탁탁....탁...헣.... 사격 흩......."
에서 빵 터졌습니다 크크크...
지아냥
11/06/29 15:48
수정 아이콘
오오오~~~ 재미있는 글 잘 봤습니다. 여자친구에게 손수 자수를 뜬 손수건을 선물하는 식스팩 보유 일반인(?) 박태민 해설!! 요즘 해설 너무 좋아요!!
가만히 손을 잡으
11/06/29 16:08
수정 아이콘
아..크크크
비소:D
11/06/29 16:40
수정 아이콘
크크크 아 재밌네요 크크
에이매치
11/06/29 16:59
수정 아이콘
아 크크크 탁탁탁 크크크 너무 웃겨요
다다다닥
11/06/29 17:25
수정 아이콘
이걸 본 김정민 해설의 반응이 기대됩니다.

"태민아~ 네 얘기 pgr에 떴어 크크크크.
훈련병 때 여친한테 자수 떠줬다며. 크크크크크"

란 반응 예상해봅니다.
피피타
11/06/29 17:36
수정 아이콘
탁탁탁 크크크 재밌게 잘 봤습니다.
11/06/29 17:49
수정 아이콘
"네. 제가 그 박태민입니다."
이건 너는 고인규다처럼 치어풀로 써도 괜찮을 것 같네요 크크
(改) Ntka
11/06/29 18:16
수정 아이콘
아이고 이런, 이 글만 자음연타 하게 해주세요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11/06/29 18:39
수정 아이콘
이거 뭔가요 크크크크크크
11/06/29 19:36
수정 아이콘
아마 다음 프로리그때 누가 치어풀로 "제가 그 박태민입니다"가 뜨겠군요 크크
Winter_Spring
11/06/29 20:59
수정 아이콘
아~ 이런 글 좋네요.
핫타이크
11/06/29 21:40
수정 아이콘
글이 마치 강민선수가 예전에 쓰던 글하고 비슷한 느낌이 드네요.

다른 선수들의 훈련소 동기도 한명쯤은 피지알에 있을 법 한데..크크
sHellfire
11/06/29 23:46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 재미있게 읽었네요
철수랑박은혜
11/07/02 12:18
수정 아이콘
곁다리로 제 친구이야기 하나 할까 합니다.
제 친구가 이성은선수하고 훈련병 동기였는데 방을 같이 후반기?교육때 같이 방을 썻다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는 스타에 관심이 없는 친구라.. 이윤열 홍진호 임요환처럼 옛날 선수들만 알았던 친구였죠..
그런데 조교분들이 찾아와 "프로게이머가 누구야!!" 하면서 들어 왔답니다. 그래서 이성은 선수가
"이병! 이 성은!"(훈련병!이성은!인가..기억이잘..크크) 이러니깐 조교분이 "세레머니 해봐!!" 이러니깐 침상 휘돌으면서 마씨 경기 이길때 그 세레모니를 했다고 하는군요..크크크
-> 여기서 제일 웃긴건 친구가 이 세레모니 설명해줄때 마씨경기 이기고 한 세레모니를 모르는데 제친구가 손들고 돌아다니는거 따라 했을 때 배꼽잡고 웃었습니다.
그리고 친구가 이 이야기 해줄때 이성은이라고 혹시 아냐고 그래서 저는 당연히 안다고 하니 엄청 웃기고 악동이미지
선수라고 하니 신병 생활때는 재밌기는 하나 대게 젊잖고 성실한 친구였다고 하네요..
또.. 친구가 이성은선수한테 "혹시 제친구가 스타 광팬인데 제가 스타를 잘몰라서 유명하시면 싸인하나만 해주세요" 이러니깐
이성은선수가 제가 프로게이머기는하나 엄청 잘하는것도 아니고 많이 유명한 것도 아니고 노력이 더필요하다고.. 말씀했다고합니다..
저는 제 친구가 물어보면 나 유명해 나 몰라 ? 이럴수도 있는데.. 의외로 그런 모습이 아니여서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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