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KT 가 젠지를 상대로 승리하는 파란을 일으킨데 이어, 오늘도 정규리그 후반기 내내 T1 에게 시달렸던 한화가 압도적인 모습으로 T1 에게 승리를 거두면서, LCK 플레이오프는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곳으로 변모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예상도 연달아 빗나갔고, 167명이 참여한 PGR 승부의 신 이벤트는 플레이오프 2라운드만에 만점자 없이 전멸하였습니다. 오늘 펼쳐진 LCK 플레이오프 2라운드 승자전 2경기에서, 한화생명이 T1 을 3:0 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3라운드에 진출하였습니다.

1세트 밴픽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구마유시의 아픈 손가락인 카이사 픽이었는데요, 결국 구마유시의 카이사가 딱히 못한 부분은 없었지만 경기는 카이사와 크게상관없이 T1 에게 찝찝하게 굴러가기 시작합니다. 제우스의 오로라를 상대로 들어간 다이브가 실패하였고, 오히려 적절히 텔로 커버를 온 브라움에게 역공을 당해 케리아가 잡혀버리면서 좋지 않게 출발을 하게 됩니다. 여기에 피넛의 뽀삐가 그냥 뚜벅 뚜벅 걸어들어가 오너가 먹던 2용을 자연스럽게 스틸해버리면서 4용으로 빠르게 한화를 압박하려던 T1 의 플랜마저 어그러져 버리자 T1의 상황이 답답해집니다. 중간 중간 바이퍼의 루시안을 노리는 자르반의 갱킹이 들어갔지만 바이퍼는 신들린 듯한 루시안의 무빙으로 갱킹을 흘려내거나 오히려 역공을 가하는 활약을 보였고, 결국 바론을 먹고 진격하는 한화를 넥서스 앞에서 일망타진 하긴 했지만 다시한번 펼쳐진 용앞 한타에서 제우스가 백도어로 T1 을 흔들자 본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한화생명이 본대싸움을 이겨버리며 그대로 세트승을 가지고 옵니다.

2세트에서 한화생명은 T1 상대 답안지라고 알려진 바텀 직스를 꺼내듭니다. 2세트 초반부에서는 딜라이트의 렐 활약이 눈에 띄었는데요, 딜라이트의 전매특허인 번개같은 이니시와 팀원과의 좋은 연계로 구마유시의 자야와 페이커의 애니를 잡아내는 등 T1 의 초반부 설계를 왕창 꼬아놓습니다. 여기에 게임에서 결정적인 장면은 미드에서 바이-암베사 연계로 페이커의 애니를 잡아낸 이후 피넛은 용을 치러 갔는데, 이걸 확인한 T1 이 반대 방향에 생성된 아타칸이라도 획득하려 합니다. 그런데 한화생명이 자신감있게 이니시를 걸어 아타칸을 치던 T1 을 패퇴시키고 그대로 아타칸까지 먹으며 게임 분위기를 가져옵니다. 다만, T1 도 특유의 바론 서커스를 성공시키며 말라죽어가던 게임을 되살려 놓았지만, 4용을 두고 열린 한타에서 결국 한화생명이 한타집중력을 선보이며 승리, 바론까지 획득하면서 이후 조합의 차이를 보여주며 2:0 상황을 만듭니다.

3세트에서 한화생명은 유나라를 풀어주고 스몰더를 픽하는 어제 젠지가 보여줬다 망한 밴픽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오너도 어제 캐니언이 꺼냈다 망한 키아나를 선보였는데, 포니 해설은 라칸과 연계된 키아나는 훨씬 더 나올 근거가 충분하다 평하더라고요. 초반부 T1 은 페이커가 한화의 좋은 설계로 잡히긴 했지만, 한화생명의 밴픽을 응징하듯이 번개같은 라칸-키아나 연계로 킬을 가져오며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 갑니다. 다만 한화생명도 T1 의 화력조합인 T1 의 노림수를 흘려내며 스몰더를 조금씩 키우는데 성공하였고, 결국 용앞 한타에서 다소 어설프게 들어간 이니시를 한화생명이 반격해서 쓸어먹으며 4:1 한타를 이끌어냈고, 이후 바론까지 획득하며 팽팽하던 경기가 와르르 한화생명쪽으로 무너지게 됩니다. 결국 바론을 먹고 진격하는 한화생명 앞에 T1 은 속수무책으로 밀려나다 제카가 사일러스로 님궁쩔을 시전하며 T1 의 진형을 파괴시키고 3:0 승리의 종지부를 찍습니다.

한화생명은 시즌 초반 그 압도적인 한화생명의 모습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오합지졸이라 지적받았던 한타 집중력이 엄청나게 살아나는 모습이었고, 밴픽에서도 T1 의 약점을 후벼파며 비교적 수월하게 3:0 승리를 가지고 왔습니다. 특히, 케리아의 바드와 페이커의 아지르를 무조건 밴하고 들어가는 밴픽싸움이 주효했고, 이게 1세트부터 먹히자 이후로 점점 한화생명의 밴픽은 편해졌습니다. 한화생명이 패배할때는 세상 무력해 보였던 피넛과 딜라이트의 반전같은 경기력이 명품이었고, 제카와 바이퍼도 그 막강한 모습을 과시했습니다. 오히려 제우스가 상대적으로 평범해 보였다면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도란과 비교했을때 더 뛰어나면 뛰어났지 전혀 아쉬울 것 없는 모습으로 팀의 압승에 기여하였습니다.

T1 은 DK 의 풀꽉 경기에서 보여졌던 아쉬운 모습과 우려사항들이 그대로 드러나며 예상외의 참패를 당했습니다. 바드-뽀삐가 무력화된 케리아는 침묵했고, 후반기 내내 T1 의 수호신 역할을 하던 도란도 아쉬운 모습이 많이 나왔습니다. 오너-구마유시는 피넛-바이퍼에 압도당했다고밖에 할 말이 없는 시리즈였고, 페이커도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자 그 결과는 3:0 이라는 허망한 스코어였습니다. 어제 젠지가 패자조로 떨어져버리면서 젠지에게 정규시즌 순위가 밀리는 T1 은 패자조 2라운드로 가게 되어, 월즈 진출/탈락을 놓고 DKvsBFX 의 승자와 외나무다리 싸움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어제부터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는 LCK 플레이오프가 계속되고 있네요. 하지만, 아직 모든 팀에게 부활의 기회는 남아 있습니다. 누가 치고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고, 누가 탈락하더라도 놀랍지 않은 LCK 플레이오프에서 마지막 반전을 써 내려가며 가장 높은 자리에 서는 팀은 어느 팀이 될 것인지, 다음주에도 흥미진진한 경기들이 펼쳐질 예정입니다. 오늘 하루도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