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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11/28 22:06:03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277455336
Subject [일반] I'm still fighting it.


여기저기 사놓은 책과 봐야겠다고 한 영화들, 그리고 나눔받은 책들 등등. 지금 제가 앉아있는 자취방은 정리되지 않은,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제 머릿 속과 크게 다르진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제가 쓸 글은 책을 나눔을 받고도 왜 후기 글이 올라오지 않는지, 혹은, 띄엄띄엄 올리던 영화글이 왜 더 뜸해졌는지에 대한 일종의 변명과도 같은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종종 언급을 하긴 했지만, 약간의 불안과, 약간의 우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느 쪽이 우선하는 지, 어느 쪽의 여파로 어느 쪽이 따라온 건지, 저의 심리 상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게 어느 쪽인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확실하긴 한 건 제가 굉장히 감정적인 요인에 쉽게 흔들리는 사람이라는 점이라는 것 같습니다.

최근의 저는, 가라 앉은 느낌이 많이 듭니다. 슬럼프는 아니고, 그냥 업다운을 그리는 감정 그래프 자체가 내려 앉은 것 같은 느낌. 분명 즐겁거나, 행복하거나, 혹은 괜찮다싶은 상황도 없는 건 아니지만 지속되지 않습니다. 단발적으로 감정 그래프는 상승을 찍고선 원 자리로 내려오는 느낌이에요. 이런 느낌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알기 어렵습니다. 원인과 결과, 두 가지가 다 기묘하게 가려진 감정 상태는 '나는 왜 이런가'로 표현될 수 있는 두 가지 물음표로 저를 옭아매고 있습니다.

최근의 저는 상당히 모순적입니다. 많은 생각을 하지만, 피상적으로 그칠 뿐이고, 무감각하지만, 많은 감정에 휩쓸려버리곤 하며, 집중하지만 집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혼란스러운 느낌이 들어요. 그나마, 영화관에 앉아있는 한 두시간 정도는 어두운 공간에서 영화만 볼 수 있으니 그나마 집중력 유지가 되는 것 같지만 -덕분에 영화 리뷰는 쥐어 짜내듯 하나 둘 썼지만- 그걸 제외하고선 딱히 어떤 활동을, 혹은 하다못해 쉬는 거라도 하고 있는지 헷갈리고 있습니다.

이럴 때 마다 드는 생각은, 어쩌면 내가 잘못된 걸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뭔가 나라는 사람이 형성되면서 뭔가 잘못되어서 그런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요. 이런 생각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지만 스멀스멀 올라오는 생각을 다 막아내기는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예전에 읽었던 <가장 보통의 존재>에서, 언니네 이발관의 전 리더, 그리고 작가 이석원은 '왜 나의 삶은 조용하지 않는가'라는 이야기를 토하듯 쏟아내는 것 같은 글을 썼습니다. 어찌보면 저도 비슷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왜 나의 머릿속은 조용하지 않은가.'에 대해서요.

때때로는 제가 받았던 수많은 상담과, 수많은 약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었던 걸까 싶기도 합니다. 무감각해지는 감정과 심리적 고통이 무뎌지는 순간들이 차라리 낫다 싶기도 하면서 돌이 되어 굳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두려워지곤 합니다. 그러니까, 무뎌지는 지, 굳어지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고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여전히, 여기서, 싸우고 있다.는 단어는 저에게는 두 가지의 의미로 읽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를 하기에 너무나도 힘겹고 어려운 순간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군분투하며 버티기 위해 있다는 의미일 수도, 혹은 그 어려움과 힘겨움 사이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맥락으로써 싸우고 있다는 의미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로 다른 내적과 외적 이유를 갖고서 저는 양쪽 모두로 달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어느 방향인지는 모르지만, 저는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고, 또 느끼고 있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제가 싸우고 있는지 헷갈리고, 또 불안하고, 걱정되기도 합니다. 내가 내 나아갈 길을 위해 싸우는지, 내가 외려 누울 자리를 찾아 가기 위해 싸우는지 헷갈리곤 합니다. 아니면 때때로는 제가 좋아하는 하나의 가사처럼, '여기보다 하늘이 파란 곳이면 다 좋다'고 생각하며 여기가 아닌 어딘가를 꿈꾸는 도피를 찾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도피도 완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어쩔 수 없이 현실의 중력이 저를 붙잡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여기 있습니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제 상태에 대해서 저의 현 상태에 대한, 그리고 제가 아직 살아있다는 생존 신고는 한 문장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을 위해서인지, 어디로 향하는 지, 그리고 그게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저는 여기서 아직 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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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8 22:38
수정 아이콘
here I stand for you
aDayInTheLife
23/11/29 08:1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23/11/28 22:59
수정 아이콘
자면서도 잠과 싸우고
일어나면서도 일어나기 싫음과 싸우고
이불개면서 귀차니즘과 싸우고
밥먹으면서 살과 싸우고
똥싸면서 괄약근과 싸우고

그저 인생은 투쟁입니다. 헤일 라이프!
aDayInTheLife
23/11/29 08:15
수정 아이콘
끝없이 아와 비아의 싸움인 건 알지만.. 조금은 지친 것 같기도 합니다. 흐흐 댓글 감사합니다.
요슈아
23/11/28 23:25
수정 아이콘
ADHD
간헐적 폭발 증후군(분조장을 포괄하는 개념)
사회적 언어장애(상대방 말 이외의 제스쳐/높낮이 등의 다른 감정을 읽어내지 못 함)
어릴적 두 번이나 겪었던 어떤 끔찍한 트라우마
이로 인한 학창시절 내내 이어온 왕따 은따
한 알중의 지속적 육체적/감정적 폭력 그리고 가족의 이혼 풍비박산


이런 너덜너덜한 저도 아직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리 해 놓고 나니 지금까지 안 죽고 안 미치고 멀쩡하게 살아남은게 용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크크.....약간의 우울증은 있었지만요.

그래도 치료받은지 1년 남짓 되어가는데 옛날엔 죽기보다 싫었던 일하는 시간도 나름 재밌고 퇴근 후에 즐기는 모든 것들이 하루의 보상인 거 같고 술은 맛있고....1주일에 2~3번씩 마시는데 좀 줄이긴 해야될 거 같은데 아직 간이 받쳐주고 있어요(????)
하긴 저 알중인간도 매일 저녁으로 막걸리 한병씩 비우던 인간인데도 아직도 간 문제 없이 멀쩡하게 살고 있거든요.
유전자빨 맞네.

소소한 행복이라는걸 너무나도 절절하게 체험하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조금만 더 힘내봐요 우리.
aDayInTheLife
23/11/29 08:15
수정 아이콘
소확행.. 하루키를 참 좋아하고, 취향에서 동질감도 가끔은 느껴지는데 이건 참 쉽지 않네요.
로메인시저
23/11/29 05:47
수정 아이콘
힘이 들 땐 내 몸(=뇌)에게 좀 더 잘 해주세요.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고, 잘 약 먹고(이거 정말 중요합니다)
정신이 올바로 서 있는 사람은 극한 환경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즉 내 의식을 믿을 수 없다면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으면 됩니다.
내 몸을 믿고 내 몸이 불안하지 않게 해주세요. 내 의식을 둘러싼 가장 가까운 환경인 몸을 챙겨주세요.
나에게 사랑과 감사한다는 말을 하고, 내일은 좀 더 신나게 놀자. 라고 주문을 되내이며 하루의 시작과 끝을 정해보세요.

그러면 내 몸은 어느샌가 보답합니다.
여유가 생긴 내 몸은 어느새 운동도 하자고 부추길테고, 놀러도 가자고 신나게 노래부를 겁니다. 입에선 흥얼거리는 멜로디와 그루브를 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에요. 그러다 보면 내가 진짜 원하는 공부와 일도 하게 됩니다.

그 어떤 외부 요인도 불안을 야기하지 않습니다. 모든 불안은 평생 동안 구축된 내 뇌신경 회로와 현재 호르몬 상태에 기반해서(내 마음 속 무의식에서) 생겨나고, 그 이유를 내 몸 밖의 환경에서 갖다붙여 생각을 생성해낼 뿐입니다. 내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자전거와 자동차 운전을 처음 배울 때 바로 눈앞 한바퀴도 못가서 넘어지거나 방향을 잃습니다. 그럴 땐 멀리 보라고 가르칩니다.
먼 길을 가야할 땐 하.. 저걸 언제 다 가냐.. 합니다. 그럴 땐 눈 앞의 길을 조금씩 가다보면 어느새 종점을 지나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불안을 느낄 땐 그 불안의 판단기준을 반대로 뒤틀어봅시다.

나는 정상인으로 회복해야 한다는 압박마저도 불안을 야기하게 됩니다.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에게 빨리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마저도 불안을 야기하게 됩니다.
내 목표의 데드라인은 당장 내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내 몸은 그걸 인식하지 못하고 당장 사나운 곰을 만난 것과 정확하게 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그래서 어떤 일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온 몸 근육에 힘이 들어가 쑤시고 쉽게 피곤하고 일을 하는데 가장 필요한 대뇌는 고엔트로피 활동을 멈추고 생존반응과 관련된 휴리스틱만 하는 기계가 됩니다.
괜찮아. 어떻게든 되겠지. 안죽었잖아. 지금 여기 살아있잖아. 그냥 놀자(놀았다면 다음 번엔 넓은 의미로, 그 다음은 보다 더 넓은 의미로)

광명 gidc에서 반 고흐 전시전을 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긍정적 에너지를 가진 사람과 함께 가 보면 좋습니다.
ddp에서 하고 있는 lux:시적해상도 전시도 정말 좋습니다.

놀러 다니세요! 노세요! 노는데 면허같은건 어디에도 없습니다! 놀아도 됩니다!
aDayInTheLife
23/11/29 08:16
수정 아이콘
크크크 감사합니다. 놀아도 되는데, 눈치 안봐도 되는데 자꾸 보게 되네요.
로메인시저
23/11/29 12:32
수정 아이콘
마! 내가 낸데! 하십쇼! 거울 보고 동네 갱상도 양아치처럼 에라 모르겠다 오늘 놀아삘란다 함 하십쇼! 나 자신이 자신감이 없다면 자신감 있는 캐릭터 하나를 잡고 메소드 연기를 해보십쇼! 따라해보고 피식 웃음이 났다면 성공입니다. 웃으면서 손발이 오그라든다면 성공입니다. 샤워 중 매일 5분씩 자뻑에 취하는 바보같은 내 모습을 즐기십쇼! 지금 당장 안해도 됩니다! 며칠이든 시간이 지나서, 어..~ 마! 함 해보까! 라는 마음이 들때 해보시면 됩니다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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