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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7/01 18:20:27
Name 글곰
Subject [일반] 딸아이와 함께하는 게임 잡담 (수정됨)
저희 딸아이는 프린세스 메이커 2를 즐겨 합니다. 어제도 아이를 키우더군요. 애가 애를 키운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목표는 무용수라고 합니다. 체력과 예술, 색기를 높여야 한답니다. 분명 나무위키 공략을 미리 찾아본 모양이지요. 저는 잘난 척하며 향후 육성 플랜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우선은 농장에 다니면서 체력을 쌓고, 거기에서 번 돈으로 미술 교육을 받아서 예술을 높인 후, 나이가 되면 미용실 알바를 뛰면서 무용 수업을 받으라고 말입니다. 비너스의 목걸이를 빨리 사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습니다. 안타깝게도 12세에 출전한 수확제에서 딸아이는 입상에 실패했고 우리 부녀는 함께 한숨을 내쉬면서 다음 해를 기약했습니다.

참고로 프린세스 메이커 2는 1993년에 첫 출시된 게임입니다.



저희 딸아이는 마리오카트 월드를 즐겨 합니다. 아이는 외모를 중요하게 여겨서 로젤리나나 데이지 같은 공주님 캐릭터를 주로 고르고, 저는 반대로 젖소나 와리오처럼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선택합니다. 조이콘을 나눠 쥐고 둘이서 대결을 할 때면 불꽃이 튑니다. 초록 삼단 등껍질을 두른 채 딸아이의 카트에 몸통 박치기를 날리는 짜릿한 손맛은 그야말로 최고죠. 물론 딸아이도 거대화 버섯을 먹은 후 저를 짓밟아 복수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실력이 죽지 않아서 제가 이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딸아이가 삐치기도 하는데, 그러면 저는 뻐기면서 말합니다. 네가 살아온 인생보다 아빠가 게임을 해 온 세월이 훨씬 더 긴데 벌써 너한테 지면 되겠느냐고.

참고로 마리오카트 월드는 2025년에 출시된 게임입니다.



32년의 간격을 넘어 우리 부녀는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고 즐거워합니다. 진성 게이머로서 행복한 일이지요. 30여 년 전,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삼국지 1을 플레이하던 그 시절 이후로 누군가와 함께하는 게임이 이토록 즐거웠던 적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친구들과 함께 PC방에 죽치고 앉아서 스타와 디아로 시간을 보내던 시절조차도 지금만큼 재미있진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건 제가 패배의 미덕을 알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단언하건대 저는 친구들과 게임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봐준 적이 없었습니다. 일단 제 게임 실력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이유도 있거니와 게이머라면 본능적으로 호승심이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아이와 게임을 할 때면 저는 티 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살짝살짝 여유를 둡니다. 예컨대 마리오카트에서는 피할 수 있는 등껍질을 맞기도 하고, 마리오파티에서는 일부러 목표를 놓치기도 합니다. 그렇게 아이에게 승리를 양보한 후 뻐기는 듯한 딸아이의 표정을 볼 때, 저는 게임에서 이긴 것 이상의 기쁨을 느낍니다.

며칠 전에 우연히 본 TV에서, 기안84가 친구들과 여행하는 도중에 툭 내뱉더군요. '대항해시대 2 음악 생각난다'라고요. 게이머로서 무척이나 심금을 울리는 대사였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저도 딸아이와 함께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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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파파
25/07/01 18:28
수정 아이콘
제가 저희 아이와 함깨 꿈꾸는 미래를 먼저 즐기고 계신다니 부럽습니다!! 우리 두 딸내미들도 크면 아빠랑 엄마랑 마리오 파티도 하고, 카트도 하고 그렇게 재미나게 같이 놀아줬으면 좋겠는데… 여튼 육아선배님 부럽습니다
무야호
25/07/01 18:56
수정 아이콘
저도 아들과 마리오카트도 같이 하고 최근엔 별의커비 엔딩도 같이봤습니다.
요즘엔 마인크래프트를 같이하며 열심히 채광중이에요. 크크
같은길을 가고 있네요 화이팅 입니다!
Winter_SkaDi
25/07/01 18:58
수정 아이콘
저는 아이가 없는데, 아내랑 요즘 같이 게임하면서 하이파이브도 하고 하면서 많이 행복함을 느꼈습니다.
물론 게임이 <잇 테이크 투>라서 이를 악물때도 많이 있지만..크크
25/07/01 19:30
수정 아이콘
딸은 봐줍니다
아들은 안봐줍니다
에어컨
25/07/01 20:04
수정 아이콘
딸이 이제 두돌이라 갈길이 멀지만.. 나중에 같이 닌텐도 할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게임 좋아하면 소울류도 입문시켜볼 생각입니다. 인생의 쓴맛..
25/07/01 20:26
수정 아이콘
조금있으면 첫째딸이 36개월이 됩니다.

1~2년만 지나면 같이 닌텐도 할수 있다는 생각에 두근두근합니다.
구라리오
25/07/01 20:41
수정 아이콘
그 게임에 술집 알바 있지 않았나요? 
매력은 거기서 올리고 성당가서 업보인가 뭔가 떨어뜨리고 했던 기억이....
dd.lbx
+ 25/07/01 21:02
수정 아이콘
문득 궁금해지는데
dd의 뜻은 dress delete일까요 상형문자의 느낌일까요?
피터파커
+ 25/07/01 21:23
수정 아이콘
Dress data 아닐까요?
+ 25/07/01 21:42
수정 아이콘
OTL
유티엠비
25/07/01 20:43
수정 아이콘
아이들과 제가 소시적에 오락실에서 했던 여러가지 게임을 이제는 집에서 같이 해봤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것은 "버블버블" 이었습니다.
자녀분과 좋은 추억 쌓으시길 바랍니다.
조랑말
+ 25/07/01 22:01
수정 아이콘
제 로망이네요. 멋진 아버님들께 박수를
Janzisuka
+ 25/07/01 22:26
수정 아이콘
레트로 게임들 조카들 해주면 디게 좋아하더라구요
최신겜보다 잼나하던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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