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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10/26 21:58:23
Name 강력세제 희드라
Subject [일반] 9박 11일 폴란드 여행기 Day 1. (data 주의, scroll 주의)
지난 여름 아내와 둘이서 9박 11일 일정으로 폴란드를 다녀왔습니다. 글로 한번 정리해야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석달이 지난 지금에야 실천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폴란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남겨봅니다.

KLM 편으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환승해서 그단스크 in, 그단스크(2박) - 토룬/비드고슈치(1박) - 포즈난(1박) - 브로츠와프(2박) - 자코파네(2박) - 크라쿠프(1박) 후 바르샤바로 이동해서 카타르항공 편으로 도하에서 환승하여 인천으로 out 일정이었습니다.

폴란드국영항공(LOT)의 인천 - 바르샤바 직항이 있지만, 생각보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환승, 그단스크 레흐 바웬샤 공항 행 KLM으로 예약했습니다. 가격은 이코노미 클래스 1인당 1,013,900원.

유럽 여행에서 이 KLM(KL0856 - 보잉 787)편이 꽤나 괜찮은 옵션이 될 것 같습니다.  이 항공편의 인천 출발시간은 밤 10시 25분입니다. 이런 심야시간 대에는 아무리 극성수기더라도 공항 이용객이 많지 않아서 수속이 정말 빨리 이루어지기에 출발시간 2시간 전에만 공항에 도착해도 출발에 무리가 없습니다.  다시말해 서울에서 웬만한 경우 퇴근해서 공항으로 바로 가더라도 무리 없이 탑승할 수 있다는 점이 꽤나 큰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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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0856 이코노미 클래스 - 기종은 Boeing 787

러-우 전쟁의 여파로 서방 항공사들이 러시아 영공을 통과하지 못하는 관계로 과거에 비해 비행 시간이 엄청 늘었더군요. 인천에서 스키폴 까지 순수 비행시간만 15시간 15분.... 현지 시간 새벽 5시 20분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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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의 일출.

스키폴에서 그단스크로 가는 비행기는 9시 35분 출발.... 이런 새벽 시간에 스키폴에 떨어진 것은 처음이어서 썰렁한 공항 내에서 4시간 동안 빈둥대다가 그단스크행 KL1303에 탑승... 보잉도 에어버스도 아닌 Embraer의 정원 90명 정도의 쬐끄만 여객기라는 점이 좀 불안불안하긴 했지만... 어쨌건 11시 15분 그단스크 레흐 바웬샤 공항(Port Lotniczy Gdańsk im. Lecha Wałęsy)에 무사 착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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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독일 평원 어딘가를  날아가는 도중입니다.

레흐 바웬샤 국제공항에서 그단스크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버스나 열차를 이용해야 하는데, 소요시간은 30분 내외로 거의 비슷한 편입니다. 우리는 기차를 선택했고, 요금은 1인 7즈워티.(대략 2,700원) (2025년 7월 기준으로 1즈워티는 한화 374원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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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숙소는 그단스크 북부 그단스크 브제슈치(Gdansk Wrzeszcz) 역 인근의 호텔 시드와프스키(Hotel Szydłowski). 그단스크가 나름 유럽의 유명 관광지여서 올드타운 부근의 호텔들은 숙박료가 상당히 비싼 편이었기에 변두리 쪽으로 숙소를 알아보다가 선택한 호텔로 별4개의 비교적 낡은 호텔이었지만, 가성비가 훌륭했고, 그단스크 브제슈치 역에서 도보 3분 거리, 그리고 호텔 바로 앞에 트램 정거장이 있어서 그단스크 시내, 말보르크, 올리바, 소포트 등등으로 이동하기 아주 편리했으며 조식도 꽤나 준수한 편이었습니다. Hotel.com을 통해 예약한 일반 트윈룸 가격은 조식 포함 2박 250,530원.

이곳을 숙소로 잡는 바람에 원래 예정에도 없었던 인근의 올리바(Oliwa)와 소포트(Sopot)를 추가로 일정에 포함시킬 수 있기도 했습니다.

호텔 도착 시간 12시 20분.... 여유 방이 없어서 Early check-in은 곤란하지만 짐은 얼마든지 보관해줄 수 있다는 친절한 여직원의 도움으로 트렁크 2개를 맡기고 바로 올리바를 향해 트램 정거장으로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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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바로 옆에 있는 드골 공원(뭔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프랑스 대통령의 이름을 따온 공원... 이곳 인근에는 로널드 레이건 공원도 있었음...)의 그룬발츠카(Grunwaldzka) 분수입니다.

트램을 타고 20분 정도 이동 후 올리바 도착했습니다. 그단스크  시내 대중교통요금은 4.8즈워티(대략 1,850원). 이 일대는 1926년부터 행정구역 상으로는 그단스크시에 통합된 지역이지만, 역사적으로는 다소 다른 지역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대주교 궁전을 중심으로 해서, 여러 저수지와 맑은 시냇물 사이로 풍부한 녹지를 자랑하는 올리바 공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올리바는 2차대전의 와중에 폭격과 전투의 피해를 상대적으로 적게 입은 지역이었으며, 그 덕분에 올리바 대성당을 비롯한 역사적인 건축물들이 원형 그대로 지금까지 전해져오고 있다고 합니다.

올리바 공원에 들어서기에 앞서 폴란드에서의 첫 식사시간. 폴란드의 전통음식 중 하나인 피에로기(Pierogi)를 맛보기로 하였습니다. 피에로기는 한 마디로 우리나라의 만두랑 흡사한 음식. 중세 몽골 침입 이후로 아시아로부터 전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음식으로 우리나라 만두에 비해 꽤나 다양한 소가 들어가는 것이 특징. 선택한 식당은 나름 이 지역에서 피에로기 전문점으로 유명하다는 "피아로가르니아 만두"(Pierogarnia Mandu).

원래 그단스크 중앙역 앞에 있는 본점이 맛집으로 유명하다는데, 워낙에 웨이팅이 길다는 후기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한가해보이는 올리바의 분점을 찾았습니다. 이 가게는 상호에 삽입된 우리나라 발음 '만두' 덕분에 왠지 정감이 갔는데, 저와 아내가 각각 주문했던 돼지고기와 연어 피에로기는 양은 푸짐했지만, 생각보다 꽤나 느끼해서 다 먹기까지 좀 곤욕을 치르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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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로가르니아 만두'(Pierogarnia Mandu)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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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벽면에 큼지막하게 걸려 있는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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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rogi & 이 식당의 시그니츄어 음료라는 라임레몬에이드. 식대는 음료 두 잔 포함해서 2인 44,000원 정도. 식사를 끝내고 나오니 이 가게 앞에도 꽤나 긴 웨이팅 줄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이 동네에서는 꽤나 인기 있는 집은 맞는 듯 합니다.

공원 내에는 일종의 식물원 역할의 유리 건축물인 Palm house와 다소 엉성해 보이는 일본 정원(Park Oliwski Ogrod Japonski), 프랑소와 사강 벤치 등등이 자리잡고 있는데, 가장 흥미로운 곳은 Groty Szeptów(속삭임 토굴)이라는 한 쌍의 작은 토굴로... 한 쪽에서 아주 작은 소리로 속삭이더라도 상대쪽에서는 꽤나 똑똑하게 그 소리가 전달되는 나름의 공명효과를 이용한 장소였습니다. 사랑 고백용으로 아주 효과만점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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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m House. - 특별한 볼거리는 없지만 무료 입장에다가 내부에 작은 카페에서 잠시 쉴 수도 있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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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바 공원 내의 일본 정원(Park Oliwski Ogrod Japon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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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바 공원 내의 대주교궁 - 현재는 그단스크 박물관 분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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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바 공원 내의 Groty Szeptów(속삭임 토굴).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맞은 편의 작은 목소리까지 똑똑하게 잘 전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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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바 공원 중심부에 있는 두 개의 저수지를 연결하는 작은 갑문. 전혀 폭포 같지 않지만, 여길 올리바 공원의 Wodospad (폭포)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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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바 공원 내의 작은 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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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바 공원의 시냇가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입니다.

올리바에는 12세기에 건축이 시작되어 14세기 후반에 완성된 거대한 규모의 대주교좌성당(Katedra Oliwska)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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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바 대주교좌성당의 정면 파샤드. 몇 차례 화재와 재건축을 반복하면서 북독일-폴란드 일대의 전형적인 벽돌 고딕양식에 바로크양식의 결합된 독특한 외양을 갖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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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바 대주교좌성당 중앙회랑(nave). 천정 교차볼트의 높이는 약 18미터 정도로 비슷한 규모의 폴란드 종교건축물들에 비해 나지막한 편이지만, 전장이 무려 107미터에 달하는 아주 길쭉한 성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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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바 대주교좌성당의 Grand Organ.

7,800개의 파이프와 5단의 건반, 그리고 100여개의 레지스터를 자랑하는 이 오르간이 꽤나 명물이어서 1957년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여름이면 이곳에서 올리바 대성당 인터내셔날 오르간 뮤직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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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간 중앙부를 장식하고 있는 성모 마리아 스테인드 글라스.
페스티벌 기간이 아니더라도 이곳에서는 오후에 두세 차례 1시간 정도의 자선 오르간 콘서트가 열리는데, 운좋게 시간에 맞춰서 도착할 수 있어서 그 유명하다는 대오르간의 장중한 사운드롤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BWV565(앞 부분 토카타만 연주하고 푸가 전체를  빼먹은게 아쉽긴 했지만...), 샤르팡티에의 테 데움 중 팡파르, 헨델의 할렐루야 등등 비교적 귀에 익은 선곡이어서 지겨울 겨를도 없이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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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오르간 사운드에 몰입하고 있는 많은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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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제단 바로 앞에서 올려다본 천정 교차 볼트와 샹들리에.

올리바 성당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향한 곳은 폴란드가 자랑하는 최고의 해변 휴양도시라는 소포트(Sopot)입니다. 올리바에서 불과 5킬로미터 떨어진 평소 같았으면 15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였지만, 이때가 이곳에서도 극성수기였기에 차선 하나 밖에 없는 좁은 도로가 차들로 빽빽했습니다. 걸어가는 것보다 더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에어컨 없는 시내 버스에서 1시간 동안 거의 질식 직전까지 헉헉대다가 겨우 소포트에 도착했습니다.

소포트를 향하는 버스 안에서 인상적이었던 한 장면은 온몸 여기저기에 문신과 피어싱을 장착한 완전 일진스런 중딩 또는 고딩 언니들이 자기들끼리 한창 수다를 떨던 와중에도 정류장에서 할머니들이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잽싸게 자기 자리를 양보하더군요.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에서나 가능하리라 여겼던 노인 공경의 아름다운 미덕이 이런 양아스런(?) 서양 언니들에게서도 발현될 줄이야...

소포트는 19세기 후반까지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지만, 이후 온천욕을 겸한 아로마 테라피로 유명해지면서 당시 독일제국 내에서 각광 받는 휴양도시로 급성장했다고 합니다.

북쪽의 무역항인 그디니아(Gdynia)에서 남쪽의 그단스크까지 십여 킬로미터 이어지는 긴 백사장의 가운데 쯤에 자리잡고 있는 인구 3만명 정도의 작은 도시로 길이 약 500미터에 이르는 목제 잔교가 이 도시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사계절 중 여름에만 이 잔교의 입장료(한화 약 3,800원)를 받고 있는데, 잔교의 끝에서 바라보는 석양이 끝내준다고 해서 입장료를 지불하고서라도 들어가볼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해질 시간(당시 일몰 시간이 밤 9시 정도였음.)까지 버틸 자신이 없어서 잔교 입장은 포기하고 그냥 해변만 거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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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트의 상징인 '목제 잔교'(Molo w Sopocie) 주위로 넘실대는 발트해의 너울.

발트해를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흑회색에 가까운 바닷물 색깔이 꽤나 인상적이었고, 북구의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진 바다답게 발이 엄청 시릴 정도로 수온이 낮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열심히 물놀이 즐기는 피서객들의 강인함이 놀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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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트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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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무튀튀한 빛깔의 얼음장과 같은 발트해에 뛰어들어 열심히 물놀이 중인 용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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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트의 또다른 명물이라는 '삐뚤어진 집'(Krzywy Domek). 프라하에 세워진 프랑크 게리의 유명한 '댄싱하우스'(아래)와 유사한 특징의 왜곡된 선으로 구성된 건물로, 내부에는 김치요리집(!!)을 포함한 푸드코트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유명 휴양지답게 도시의 메인 거리인 '몬테 카시노 영웅 거리'(Ulica Bohaterów Monte Cassino)는 관광객들로 바글바글했는데(그 많은 무리 중에서도 신기하게도 동양인 관광객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한 블록만 벗어나도 인파가 확연히 줄어들었기에 몬테 카시노 거리만 잘 피하면 이 도시의 아기자기한 골목 골목과 멋스러운 저택들을 호젓하게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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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트의 중앙 광장인 "우정의 광장"(Plac Przyjaciół) 의 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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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광장에서 살짝 떨어진 한적한곳에 자리잡은 "어부의 분수"(Fontana Jasia Rybaka). 찾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주위에 죽 둘러 놓인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물멍하기에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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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년에 세워진 소포트 등대. 높이 대략 30미터 정도로, 지금은 유료 전망대로 사용 중인 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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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트 등대 뒷편으로는 현재의 폴란드에서 보기 드문 루터교회인 '구원자 예수 교회'(Kościół Ewangelicko-Augsburski pw. Zbawiciela)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교회는 소포트가 독일 제국의 인기 휴양지로 급성장하던 무렵인 1908년에 완공되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 일대의 다수를 점하고 있던 독일인들의 대부분은 2차대전 종전 이후 현재의 독일 영토 내로 강제 추방되고 말았습니다. 그 여파로 이 도시의 루터교 신도들은 불과 몇 백명 수준으로 급감했지만, 이 교회는 여전히 이 일대 루터교도들을 위한 신앙의 중심지 역할을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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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트 주택가의 고풍스런 아파트먼트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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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트의 중심가  몬테카시노 영웅 거리.  저 끝에 '성 예르체고 성당'의 첨탑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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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 카시노 거리 말미에 자리잡은 '성 예르체고 성당'(Koscio sw, Jerzego). 1901년 네오 고딕 양식으로 완성된 이 종교건축물은 원래 루터교회로 사용되었던 건물이지만, 독일인들이 추방된 이후 성 예르체고(영어로는 St. George)를 봉헌한 로마 가톨릭 성당으로 바뀌었습니다.
성 예르체고 성당 옆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바로 2차대전의 전쟁 영웅 보이텍(Wojtek) 하사의 동상. 이 곰은 실제 자유폴란드 군((Polskie Siły Zbrojne na Zachodzie, PSZ)의 일원으로 2차대전에 참전하여 혁혁한 공훈을 세웠던 웅병이었습니다. 보이텍 하사는 포병대(자유폴란드군 22 포병보급대)에서 25파운더 포탄상자를 나르는 역할을 맡았다고 하는데, 자유폴란드군과 함께 이라크, 시리아, 이집트 등에서 활약했으며, 자유폴란드 제2군단이 크게 활약했던 2차대전 최고의 격전지 중 하나인 이탈리아의 몬테 카시노 전투(그래서 소포트 중심가 이름이 몬테 카시노 거리인 듯.)에도 참전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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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텍 하사의 동상. 쫄병부터 시작했지만, 몇번의 진급을 거듭한 뒤 최종 계급은 하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2차대전이 끝난 다음 보이텍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동물원에서 여생을 보내다가 1963년에 사망했습니다. 보이텍이 폴란드로 돌아올 수 없었던 이유는, 소속부대인 폴란드 제2군단이 소련의 억압을 피해 탈출한 폴란드 군인들로 조직되었던 부대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보이텍 뿐만 아니라 부대원들의 대부분이 공산정권 지배하에 있던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고, 1989년 이후 자유화된 폴란드 땅을 밟은 이는 극소수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보이텍 동상은 크라쿠프, 슈체친, 포즈난과 같은 폴란드 도시들 외에도 마지막 여생을 보낸 에든버러와 이탈리아 몬테 카시노에도 세워져있다고 하는데, 소포트의 이 동상은 비교적 최근인 2019년에 세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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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서 전우들과 함께 망중한을 보내는 중인 보이텍 하사.(출처 Wikipedia)


포탄을 나르는 보이텍의 모습을 담은 자유폴란드군 22 포병보급대의 엠블럼. (출처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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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치고는 물가가 높은 편인 이 휴양 도시에서 그래도 가성비가 훌륭한 식당이라는 Bar Bursztyn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습니다. 이 식당은 셀프서빙을 요구하는 일종의 카페테리아로 분위기나 격식과는 완전히 거리가 있는 편이지만, 가성비 원툴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런 선택이었습니다. 식당 사진을 따로 찍어놓지 못해서 구글 맵에서 한장 슬쩍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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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메뉴는 폴란드의 국민 수프라는 시큼한 맛의 주레크(Zurek), 그리고 독일의 슈니첼과 유사한 폴란드식 돈까스인 코틀레트 스하보비(Kotlet schabowy), 사진에는 빠졌지만 폴란드식 감자전인 플라츠키(placki). 여기에 400년 역사의 폴란드 국민맥주 티스키(Tyskie) 한 병과 코카콜라 한 병해서 도합 23,360원!!! 상당시간 웨이팅을 각오해야된다는 후기가 많았지만 운좋게 입점 즉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저녁 8시 30분... 아직도 대낮처럼 환했지만., 15시간 비행의 여독이 뒤늦게 밀려오는 바람에 호텔로 철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소포트 역에서 열차를 타고 호텔로 귀환하면서 폴란드 여행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소포트 역에서 그단스크 브제슈치 역까지 지역열차 요금은 1인 6.5즈워티.(대략 2,43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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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트역 전경.

폴란드 2일차는 말보르크성 관광과 그단스크 올드타운 일대의 유람기입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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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아재
25/10/26 22:49
수정 아이콘
동유럽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전 체코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대놓고 만두 이러니 신기하네요!
하우스
25/10/27 00:20
수정 아이콘
한국인들한테 관광으로 유명하진 않지만 의외로 폴란드는
관광 순위가 세계 20위 안에 드는 곳이죠 
바로 아래 프라하로 유명한 체코와 비교하면 여행으로 훨씬 많이 방문하는 국가입니다
그단스크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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