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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11/06 04:00:56
Name Kaestro
Link #1 https://kaestro.github.io/%EC%8B%A0%EB%B3%80%EC%9E%A1%EA%B8%B0/2025/11/06/%EC%A7%A7%EC%9D%80-%EC%9D%B4%EC%A7%81-%EA%B8%B0%EA%B0%84%EB%93%A4%EC%97%90-%EB%8C%80%ED%95%9C-%EC%86%8C%ED%9A%8C.html
Subject [일반] 짧은 이직 기간들에 대한 소회
[3년의 경력, 4번의 이직]

보통은 사람들은 이직을 얼마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알기로 한국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정규직 으로 채용된 회사에서 4번째 이직을 다음주에 하게 됐습니다.정확히는 2주 계약직의 형태로 수습을 진행한 뒤 정규직 전환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했지만요.

이런 얘기에 요즘 취업 시장도 안 좋다던데 그렇게 빨리 일단 갈 곳이 결정이 됐다니 참 다행이고 능력 있네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타협을 하면 그렇게 못할 것도 아닌것 같은데 너무 과하게 칭찬해주는 것들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뭐 제가 무슨 형태가 됐든 이직처를 정하고 나온 것도 아닌데 빠르게 첫 거취 선택지가 잡힌 것은 사실이긴 해서 외부에서 볼 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직을 왜 하고, 어떻게 준비하고, 무엇을 기준으로 이직할 곳을 결정하는가 등의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재밌지 않을까해 글을 한번 써봤습니다.

[나는 왜 이직을 하는가]

저는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아깝지 않느냐입니다. 어릴때는 수학문제를 푸는 것들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이처럼 회사에서 경험하는 문제들의 해결 및 사람들과의 관계는 회사 밖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사람은 돈을 어떻게 쓰느냐를 통해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하고 회사라는 것은 그 돈을 남으로부터 벌어오는 데에 온 힘을 쏟는 것이므로 어떤 의미로 인간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해내기 위해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느낄 때에 이 회사에 비전이 없어 보이는 경우가 이직을 하는 이유중 하나입니다. 비전이 없다는 것이 회사가 돈을 못 벌 것 같다거나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이 회사에서의 경험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다니다보면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은 경영진이 산업과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아래 사람들의 의견에 귀기울여 듣지 않고 일을 밀어붙일 때에 그 정도가 심하다 느낄 경우 퇴사에 대한 총알이 장전되기 시작합니다.

사람간의 관계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단순히 사람들이 친절하느냐의 문제는 아닙니다. 공격적이고 일방적인 소통을 한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이고 이것은 제 기준으로 이직의 사유에해당합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친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친한 것이 가지는 장점은 크고 특히 대화는 잘 통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전 그래도 스스로를 엔지니어라고 생각하는 개발자라 그런지 일과 관련해서는 군더더기 없이 직설적이고 구체적으로 대화하기를 원합니다. 물건이란 그래야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뭐 이외에도 사실 이직을 결정하게 되는 데는 수많은 이유들이 있고 매번 이유들은 비슷하면서도 달라왔습니다. 그 얘기를 하려면 끝도 없고 굳이 할 필요도 없는 전직장들 비난이 될 수 있으니 여기에서 갈음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직 준비는 항상 한다]

제가 전직장에 들어가면서 전전직장의 사수분과 했던 대화 중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못다닐 정도는 아니지만 좋은 회사는 아닌 것 같아서 1년 정도 다니고 회사에서 이직하려고 생각중 입니다.’ ‘카에님, 1년뒤에 이직을 하려고 생각중이시면 지금부터 이직을 준비하고 계셔야합니다. 이력서랑 포트폴리오는 꾸준히 업데이트 하시고 서류 넣고 면접도 보러 다니세요.’ 그리고 이것이 여태까지의 이직 중 가장 다르고 어떤 의미론 좀 허무하게 이루어진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다음 주에 출근하기로 한 회사를 제가 계속 다니지 않는다면 그냥 설레발이 될 가능성이 아닐 가능성보다 높습니다.

다만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저는 올바른 면접이란 존재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몇번 떨어지면서 적당히 준비할 방향을 잡아나가기만 하면 되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는 평소에 일하면서 아 이번 일은 내가 했던 일들 중에 나름 인상깊었다 싶은 내용은 별도로 블로그에 포스팅을 해왔습니다. 안 그러면 심플하게 이직을 준비하겠다고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시점에 가서 뭘 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나고 시간도 오래걸리는데, 좋은 물건이 나올 수도 없습니다.

저는 면접은 회사가 나를 평가하는 것과 동시에 제가 회사를 평가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면접을 보는 것을 꽤 즐기는 편입니다. 면접만큼 완전한 타인이 서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나눌 기회란 것은 흔하지 않거든요.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가치관에 대해서도 알고, 남이 보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 시장에서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등등. 그런 의미에서 면접을 꾸준히 보고 다니는 것은 나름 괜찮은 전략이지 않나 싶습니다. 전 직장 퇴직 이후에 본 면접은 하나였고 붙었습니다만, 회사를 다니는 중간에 본 면접의 갯수는 5개입니다. 제가 전직장을 다닌 기간은 8개월이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이번 이직은 한달도 안돼서 이루어진 빠른 것이 아니라 9개월에 걸친 장기간의 이직이었다고 봐야할 수도 있겠군요.

그렇다고 뭐 회사 다니면서 보는 이직은 많은 준비를 필요로 하는 것을 하진 않습니다. 코딩 테스트를 본다고 하는 곳이면 보통 지원도 안하기도 하고, 추천을 받아서 면접본 곳도 많았습니다. 면접 준비도 보통 며칠 전 회사 관련한 조사를 하는 정도로 마치긴 합니다. 면접은 얼마를 준비하든 정답을 찾을 수 없고 충분한 것이 없을 뿐더러, 애초에 그 회사가 나랑 맞다는 보장도 전혀 없기에 아예 퇴직 상태여서 시간도 많고 급한 것이 아니면 굳이 면접 준비를 그렇게 열심히 해야하나라는 생각도 하긴 합니다. 회사 다니면서 밥벌어먹고 살고 남는 시간 취미생활에 조금 들이기도 제 인생에 남은 시간은 충분히 적고 체력도 없습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이직처를 정하는가]

가장 기본은 돈입니다. 돈은 내 기준으로 만족할 수준이 되면 전직장보다 올리든 유지되든 내리든 크게 신경은 쓰지 않습니다만, 사실 회사로부터 제가 계약서에서 보장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금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가능하면 회사를 다니는 중에 이직을 할 때 현 직장보다 낮추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한번 낮추면 다시 올리기 힘드니까 기다리란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만, 뭐 일단 밥은 먹고 살아야하니까 어느정도 백수 상태에서 연봉이 깎일 수도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은 이제 회사 지표입니다. 아무래도 최근 조그만 스타트업 위주로 이직을 하게 된 경우들이 많다보니 이 회사가 자금 확보는 하고 있는지, 물건은 뭘 내고 있고 상품성이 있어보이는지, 유연하게 피벗은 할 능력이 있는지, 그 피벗을 해야할 때 충분한 방향성과 의미는 가지고 있는지, 그 속도는 충분한지, 퇴사자가 많이 나오지는 않는지(가장 중요) 등입니다.

그 다음은 이제 면접관입니다. 면접관은 결국 회사에서 얼굴로 내보낸 사람인 만큼 그 회사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및 업무 문화에 대해 명징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이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싶다 싶으면 이 역시도 이직 대상이 아닌 기준입니다. 그리고 면접관이 얼마나 대화하면서 즐겁고 나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는지도 굉장히 중요한 기준입니다. 내가 낸 서류들을 읽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알아는 봤는지, 서로 회사에서 일하는 것과 관련해서 대화를 나눌 때에 즐겁고 이 사람과라면 같이 일을 해낼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사람이라면 저는 가고 싶은 회사라 생각합니다. 내가 누군지도 이제 이력서 보면서 읽고 있으면 사실 이미 그 시점에서 별로 가고 싶지 않습니다.

[마무리]

작년 6월에 많은 분들께 도움을 받아 구직을 마무리했다는 글을 포스팅해놓고, 정작 그 사이에 3번의 퇴사를 하고 3번째 이직을 이제 4일 앞두고 있네요. 많이들 오해받는 부분이지만, 전 그 어떤 회사를 들어갈 때도 들어가면서부터 여기를 지지대로 삼고 더 좋은데로 점프해야지란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저는 그 회사에서 제가 만족하고 다닐 수 있길 바라는데 못견디겠다는 시점들이 와서 계속 그만두게 되더군요.

여담입니다만 제가 나온 첫 회사 말고 두번째와 세번째 회사는 거의 회사가 망할 정도로 사람들의 퇴사가 계속해서 이어지고는 있습니다. 그런걸 보면 뭐 나올만해서 나왔다 생각하고 다만 이력서 상에 이런 짧은 경력이 있는 것들이 별로 좋지는 않기에 아쉽다고는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그렇지는 않았으면 좋겠네요.

가능하면 다음에는 이번직장에서의 1년경험에 대한 회고와 같은 글을 들고 올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물론 6번째 이직에대한 소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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