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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6/28 20:45:25
Name
언뜻 유재석
Subject
[일반] [잡담] 기쁜데 슬프고, 좋은데 시무룩해지는 그런 느낌
난 집 욕심이 있으면서도 없다.
우울증인데 휠체어 타는 소리냐 하겠지만 (아 이게 아닌가) 그렇다.
정확히는 집 소유의 욕심보다 깨끗한 내 보금자리에 대한 욕심 있다고 하는 게 맞겠다.
군대를 다녀온 20대 초반의 나이에도 나의 공간은 집안이 아닌 집밖의 화장실을 공용으로 써야 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넓은 집은 모르겠고, 내 삶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깨끗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살았다.
돈을 아주 많이 벌어 내 집이 생기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깨끗하기만 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었다.
뭐 갭투자니 전세 끼고 뭐가 어쩌고 상급지가 뭐고 재개발이다 신도시다 잘 모르겠다는 핑계로 흐린눈으로 넘겨왔다.
오래 사귄 여자친구의 베프가 작년에 결혼했다. 남편 되는 친구는 나보다 어린데도 부동산에 대한 계획이 확고하게 있었다.
신혼집을 빚을 꽤나 받아서 아파트를 사서 갔고 몇 년 후에 어디 몇 년 후에 어디 이런 계획이 딱딱 있더라.
그들의 신혼집을 처음 갔을때 꽤나 많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 충격은 여자친구가 더 심한것 같았다.
불과 몇 달 전까지 핸드폰을 보지 않으면 지금 시간이 몇시 인지 가늠이 안되는 그런 골방에 살았던 친구가 이런 깨끗하고
으리으리한 아파트에 살게 되다니..충격을 받은 여자친구의 모습을 보는 나도 마음의 동요가 생겼다.
올해 초에 동탄에 장기전세 임대를 넣었다. GH에서 하는 최장 20년까지 살 수있는 새아파트 였다. 내년초에 입주하는...
이름도 자이고.. 84형에..
근데 당첨이 됐다. 서류 당첨자라고 하더니 최종 당첨으로 동호수 까지 나와버렸다. 예비도 아니고....
몰카인줄 알았다. 이런 당첨자 확인 페이지에 내 이름이 나오는 경우가 거의 처음이었다.
아주 많은 축하를 받았다. 너 이제 잘되려나보다 하고, 풀리겠다 하고...
그리고 그 날 부터 계약금 납부를 1주일 앞둔 오늘 까지 나는 매일 생각이 많아지고 시무룩해지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억단위의 돈이 들어가야 하지만 그래도 뭐 공공임대인데 대출 어떻게 나오지 않을까 했던 신청서류를 접수할 때 나이브한
생각은 이제 휠체어를 타야 할 정도의 우울증이 걸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 정도다.
도대체 나는 이 나이 먹도록 돈 한푼 못 모으고 뭐했나로 시작되는 생각의 타래는 가족 형제에 대한 원망, 멍청한 선택을 반복했던
과거의 내 자신에 대한 자책을 넘어 존재 자체에 대한 의구심으로 까지 번졌다.
여튼 그래도 흐린 눈 빡빡 씻고 전쟁에 참여하려는데 참... 청년도 아니야, 신혼도 아니야, 당연히 애도 없어.
노부모 부양으로 당첨이 되었는데 눈을 아무리 빡빡 씻어도 그런 조건의 사람에게는 대출의 혜택은 없었다.
후.. 그래 뭐 그런 사람들이 혜택봐야지 하고 이해하고 다른 대출들을 알아보는데 참 내가 이 이자를 내고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냥 휑한 집에 전기장판 하나 놓고 살아야 하는건가...
도대체 나는 이 나이 먹도록 돈 한푼 못 모으고 뭐했나로 시작되는 생각의 타래는 가족 형제에 대한 원망, 멍청한 선택을 반복했던
과거의 내 자신에 대한 자책을 넘어 존재 자체에 대한 의구심으로 까지 번졌다.
이제 계약금 납부까지 1주일 남았다. 잔금은 뭐 내년 초라고 해도..
GH가 집주인인데 은행가서 배깔고 떼쓰면 어찌저찌 해주지 않을까 했었는데...
어제 뭐가 또 나왔다고 입주예정자 단톡방은 또 시끌시끌하다. 모르겠다 나는...
나는 그냥 깨끗한 내 보금자리가 가지고 싶었을 뿐인데... 어렵다 어려워..
그냥 로또 한번 손에 꼭 쥐어본다.
그리고 거짓말 같이 그 로또가... 로 시작되는 글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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