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블랙 코미디와 부조리함이 두드러지는 영화입니다. 풍자와 비꼼이 가득하면서도 그 이야기의 주제는 굉장히 직선적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어떤 측면에서 이 영화는 양쪽 모두에게 야유를 보내는 영화 같습니다. 직접적으로 대립하는 대령의 인물도 그렇고, 엄밀히 따져서 저항 조직이 주인공에게 해준 것들이 많지는 않거든요. 그들을 도와준건, 그리고 그 추적 과정에서 도움이 되었던 건 '이민자' (출신으로 추정되는)와 '원주민'이었죠.
개인적으로 한 가지 짚고 넘어간다면, '아반티' (원주민 혈통의 현상금 사냥꾼) 캐릭터의 마지막은 약간은.. 작위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그러니까, 또 하나의 부조리, 불합리한 코미디이면서도, (이민자를 쫓아내는, 원주민을 쫓아내고 자리잡은 '사람들') 약간은 주제를 위해 편의적으로 사용된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
다만, 스토리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영화의 퀄리티 자체는 폴 토마스 앤더슨스럽긴 했습니다. 제가 <팬텀 스레드>를 보면서 '재봉선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다면,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3명(+1명)의 추적극을 그리면서도 영화의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더라구요.
양쪽 모두에게 야유를 보내지만, 야유의 깊이와 양은 조금 다르긴 합니다. '공평한 모두까기'의 영화는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개인이든 혹은 단체든 한 부분 내지 여러 부분에서 나사빠진 모습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에게 '그닥 호의적이진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스티븐 J. 록조 대령은 코엔 형제의 영화나, 혹은 약간은 스콜세지 스러운 악역입니다. 인종 차별자면서, 퍼페디아에 대해 욕정을 품었으며, 상승 욕구와 폭력적 성향, 그리고 그로 인해 되게 허무한 최후를 맞는다는 점까지 굉장히... '부조리'하다는 느낌이 드는 악역이었거든요.
저는 이 영화가 굉장히 '코엔 형제'스러웠어요. 웃기에는 애매하고, 기묘하게 뒤틀려있는 코미디 센스라는 측면에서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거든요, 그 결말이 굉장히 파멸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그랬구요.
영화는 그래서 굉장히 '부조리 코미디'스러운 느낌입니다. 동시에, 그 안에서 움직이는 인물들의 '불합리성'을 비꼬고 있구요. 상당히 많이 오랜 이야기를 하다가 암구호에서 막히는 그 난장판이나, 그 와중에 책임자 바꿔서 어떻게든 해결하는 이야기도 그렇고, 상당히 다양한 부분에서 '어긋나는 지점'을 통해 이야기와 코미디가 진행됩니다. 그 '어긋나는 지점'이 어찌보면 개인의 욕망과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영화의 전반적인 이야기와 주제가 그 부조리한 모순성에서 비롯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결말은... 뭐랄까, <돈 룩 업>이 지나치게 멀리 간 건가? 싶었던 처절한 배드 엔딩이었다면, 이 영화의 결말은 약간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결말이 아닐까 싶으면서도, 혹은 지나치게 낙관적인건 아닌가? 싶은 '약간의 희망' 엔딩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작은 저항과 작은 혁명에서 시작하는 불씨에 대한 이야기이면서도, 현실이 지나치게 큰 폭풍이 불고 있는 시대이기에, 지나치게 낙관적인 건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하구요.
p.s. 저는 이상하게도, 록조 대령을 보면서 이상하게도 전 WWE 회장인 빈스 맥맨이 떠오르더라구요.
p.s. 2 영화가 지금까지의 감독 필모 중에서는 가장 '대중적'이긴 한데, 모두까기는 대체로 인기가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