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5/19 23:57:00
Name 헬로비너스나라
Subject [일반] 트루먼이 돌아왔다.
트루먼이 돌아왔다.
피터워머 감독의 영화 '트루먼 쇼'에서 트루먼은,
철저히 기획된 삶을 산다.
그가 가는 곳, 친구, 만나는 사람, 추억, 심지어 가족까지도 연출되며,
그의 친구와 가족은 뜬금없이 간접광고를 노출한다.
그의 일상은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중계된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고 있으면, 피터 워머 감독의 트루먼 쇼가 생각난다.
아이들은 해맑게 웃고, 시청자는 그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해맑게 웃는다.
아이들은 그저 아빠와 함께 일상을 보내는 것뿐이지만, 시청자는 자신의 시간을 할애한다.
미리 갖춰놓은 내가 여행할 곳, 미리 갖춰놓은 내가 만나야 할 이모와 삼촌,
분명 모르는 사람이지만 모두가 나를 알고 있고 정답게 인사한다.
트루먼과 마찬가지로 내 가족, 나의 친구, 나의 삼촌은 간접광고를 노출한다.
사실 아이들의 방송 출연권(심지어는 출연료까지) 부모가 결정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삶이 아닌데도 나의 사생활을 공개한다.
육아라고 하지만, 다분히 상업주의적인 것들이다.

요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트루먼 쇼의 트루먼을 보는 것 같아 측은한 마음이 든다.
분명 본인들이 결정한 출연이 아니지만 (엄밀히 말하면 출연 여부를 결정할 판단력조차 없다고 하는 게 맞겠다)
나의 사생활은 철저히 노출되어 있으며, 세상 사람 모두 나를 알아보는 삶을 산다.

뭐 물론 본인이 행복한지 않은지, 아빠와의 일들이 추억으로 남을지 나쁜 기억으로 남을지 나야 모르는 일이지만, 철저히 기획된 아이들의 삶을 관찰하고 있는 게 나는 트루먼 쇼를 보는 시청자처럼 느껴진다.

트루먼 쇼의 트루먼이 자신이 택한 드라마가 아니듯, 슈돌의 아이들도 자신들이 택한 예능이 아닐 텐데.

삼둥이가 말한다. "안녕하세요 공룡삼촌!"
트루먼이 말한다. "미리 인사해두죠.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굿나잇."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서건창
17/05/20 00:31
수정 아이콘
이런 프로그램이 없으면 제대로 육아에 참여하지 않을 아버지들도 있다 보니(특히 직업적 특성상) 굳이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경우엔, 비록 카메라가 따라다니더라도, 아버지와 함께하는 유년기가 더 큰 행복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으니까요.
유아기를 벗어나서까지 출연하는 건 '사생활'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클 수 있겠지만 (이런 면에선 아빠 어디가가 더 큰 문제였지 않나 싶습니다) 글쎄요. 문제 제기 자체는 타당하다고 보는데 실제 피해나 침해가 그렇게 큰지는 잘 모르겠네요.
17/05/20 01:11
수정 아이콘
아이 아버지로써 저런 프로의 단점이 더 부각되게 느껴집니다
이휘재가 게릴라 어린이 실내 놀이방 이벤트 하는 방송을 보는데 정상적인 가정의 가장이 저길 참여하긴 힘들거든요
방송인의 돈버는 구조와 정상인이 회사다니는 메카니즘은 확 다른데 방송인 기준으로만 접하니 제가 하는 희생은 아무것도 아니고 무능으로만 보이게 만드는걸로 보이거든요
마음속의빛
17/05/20 10:02
수정 아이콘
TV에 등장하는 소품 중에 협찬받는 게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넓고 좋은 집과 좋은 물건들, 쉽게 구하기 어려운 육아용 물품 등은 신선함을 줄 수도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자괴감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프로그램이 의도적으로 피해를 주는 건 아니지만, 보고있으면 왠지 비교되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드라마 주인공을 보며 시청자가 감정이입을 하듯,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감정이입을 하는데,
가정에서 가족이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아이가 '나도 저런 거 갖고 싶다' 라고 말할 때 부모가 느끼는 감정은.... 다양하겠죠.
17/05/20 01:15
수정 아이콘
글을 읽어보니 진짜 트루먼쑈랑 프로그램 형식이 같네요.
모든 리얼리티 쑈가 트루먼쑈에 가까워 질수록 사람들은 재미있어하고....
좋은글 감사합니다.
답이머얌
17/05/20 02:22
수정 아이콘
그런데 내가 특이한 건지, 남들 사는거에 다들 관심이 많더라구요.

애들 프로그램도 그렇고, 수많은 토크쇼에서 자기들끼리의 잡담도 그렇고...원래 생존을 위해 남에게 관심 갖는게 필요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난 산속에서 홀로 살던 사람의 후예인 모양입니다.
LightBringer
17/05/20 02:46
수정 아이콘
트루먼이라길래 해리 트루먼 머통령을 먼저 떠올렸는데 트루먼 쇼였군요.
언어물리
17/05/20 06:12
수정 아이콘
트루먼 대통령이 다시금 어떤 재조명을 받는건가 생각했는데..

확실히 육아프로에 글에서 지적한 류의 문제가 있죠.
17/05/20 07:42
수정 아이콘
오 일리가 있네요. 정도 문제지만, 이미 약간 과하다고 볼 여지가 있는 듯 하네요.
미나사나모모
17/05/20 07:58
수정 아이콘
육아 프로그램 별로입니다 ㅠㅠ 완전 딴 세상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데 재미마저 없더군요..
성동구
17/05/20 10:04
수정 아이콘
저는 육아프로그램 보면 어마어마하게 좋은집에서 일반인들은 못하는 다채로운 경험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래 쟤네가 진성 귀족이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유아유
17/05/20 12:18
수정 아이콘
저도 참 별로이고 현실반영 못한다 생각하지만(일단 재미도 없고)...저런 프로를 선호하는 시청층 힘이 더 세니까 계속 나오는 걸테고
게다가 그런 계층의 워너비적인 경향까지 생각해보면..시청률이 나오는 한 계속 나오겠죠.(가상결혼 어쩌구 같은것도 더욱 마찬가지고)
영원한초보
17/05/20 13:34
수정 아이콘
시청자 입장은 모르겠고 트루먼과 아이들이 중요한거죠.
트루먼쇼에서 갈등의 시작은 환경이 실제가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려고 할때 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에 대한 자유는 방송이 아니어도 부모들이 통제하고 경제력에 영향력을 받습니다.
그래서 트루먼과 아이들이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방송기간이 제한적이죠.
'아빠 어디가'가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이였는지 나쁜 영향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윤후는 잘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17/05/21 00:34
수정 아이콘
순수한 아이들의 눈에는 이상한 일이겠죠.
삼둥이는 친구에게 이렇게 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는 티비 언제 나와?" "저 아줌마가 왜 넌 아는체 안해?"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일반] [공지]자게 운영위 현황 및 정치카테고리 관련 안내 드립니다. + 선거게시판 오픈 안내 [29] jjohny=쿠마 25/03/16 31557 18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7] 오호 20/12/30 310579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64182 10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69144 4
104838 [정치] 젠더 극단주의자 [45] 딕시3923 25/08/23 3923 0
104837 [일반] 귀멸의칼날 무한성 1장 개봉당일 보고 온 후기 (스포없음) [91] 시랑케도7355 25/08/23 7355 5
104836 [정치] '찬탄파' 보수 정치인의 현황과 미래 (한동훈 편) [228] Quantumwk9726 25/08/23 9726 0
104835 [일반] 케데헌은 PC 그 자체이죠. [183] 유동닉으로10189 25/08/22 10189 20
104834 [일반] "소득은 국민연금뿐, 생활비 걱정" 부동산에 묶인 노인 빈곤층 [130] 페이커7510094 25/08/22 10094 21
104833 [정치] '반탄파' 김문수·장동혁 국힘 대표선거 결선 진출…26일 선출 [176] 덴드로븀9485 25/08/22 9485 0
104832 [정치] R&D 예산 35.3조로 증대, 특허청에서 지식재산처로 승격 [51] 오컬트6322 25/08/22 6322 0
104831 [일반] 숨 참기 기네스 기록 29분 3초 [48] 조조5312 25/08/22 5312 12
104830 [정치] 경찰, 김정숙 여사 '옷값 특활비 의혹' 무혐의 결론 [228] 아따따뚜르겐12218 25/08/22 12218 0
104829 [일반] 지식의 사람 차별 [8] 번개맞은씨앗3257 25/08/22 3257 1
104828 [정치] 김영환 충북도지사 현금수수 의혹 압수수색 [35] Croove9272 25/08/21 9272 0
104827 [일반] 주호민씨가 뻑가와 악플러들을 고소한 것 같습니다. [156] 짭뇨띠16648 25/08/21 16648 0
104826 [정치] 트럼프 행정부, "한국이 미국에 원전 지어달라" 제안 [76] 덴드로븀9914 25/08/21 9914 0
104825 [일반] 2만9천명의 소득세 신고를 놓친 세금어플 사건 [30] 안녕!곤9128 25/08/21 9128 26
104824 [일반] 우리는 수출을 다변화 할 수 있는 것이 맞는가? [44] 깃털달린뱀4636 25/08/21 4636 7
104823 [일반] 가정환경이 나쁜 사람은 거르라는 말에 대한 시시한 고찰 [37] 김아무개4960 25/08/21 4960 16
104822 [정치] 통일교-국힘 상황이 일본 못지 않은 것 같은데 참 조용하네요 [104] 바인랜드8631 25/08/21 8631 0
104821 [정치] 한국 원자력 발전의 원천기술에 대해 볼만한 글. [134] Restar6675 25/08/21 6675 0
104820 [정치] 조국의 사면/복권 이후 행보에 대해서 민주당이 불편한 모양이네요. [220] petrus10397 25/08/21 1039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