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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5/01 15:19:27
Name 번개맞은씨앗
Subject [일반] 도덕에 대하여
※ 편의상 존대말은 생략했습니다.

:: 도덕에 대하여 ::

세상은 불확실하기에 이를 보는 다양한 관점이 필요하다. 그 관점 중 하나는 종교와 법률보다도 도덕을 더 근본적으로 보는 것이다. 진선미를 생각해보자. 사실과 도덕과 아름다움이 있다. 종교는 도덕의 일종이고, 형법도 도덕의 일종이라 보는 관점이 가능하다.

만약 그렇다면, 과거에 스페인에서 종교박해로 인재들이 네덜란드로 떠난 것은 곧 도덕에 의해 쫓겨난 거라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과거에 독일에서 파시즘에 의해 미국으로 인재들이 떠난 것도 곧 도덕에 의해 쫓겨난 거라 이해할 수 있다.

도덕이 인재를 추방한다.

비유적으로 도덕이 세포막에 있는 막단백질이라 해보자. 도덕은 어떤 사람을 안으로 끌어들이고, 어떤 사람은 밖으로 내쫓는다. 또한 비유적으로 도덕이 세포내에 있는 효소라 해보자. 도덕은 사람의 마음을 특이적으로 활성시키거나 구조적으로 변형시킨다.

도덕이 인간을 변질시킨다.

오늘날 종교를 믿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지만, 도덕은 활발히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다. 도덕에 의해 법도 바뀐다. 그 도덕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과거에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했을 때, 그게 도덕이 사라진 걸 의미하는 건 아닐 것이다. 신과 무관하게, 도덕의 활발한 활동을 의미할 수 있다.

도덕이 신에게서 비롯된게 아니라면, 도덕이 위대한 인물에서 비롯된게 아니라면, 과연 그 도덕은 무엇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내용과 집행은 무엇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그리고 그 도덕이 잘못된 거라면, 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지 문제된다.

빵 하나 훔쳤다고 무기징역은 적절한가? 도덕이 지나치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 문제된다. 빵 하나 훔쳤을 뿐이고, 지갑은 훔치지 않았다고 자신을 변호하면, 괘씸죄로 가중처벌되는 건 적절한가? 도덕재판이 불공정하면, 누가 책임질 것이지 문제된다.

신 또는 위인의 권위에서 도덕이 비롯되는 게 아니라면, 결국 중요한 건 2가지다.

첫째는 공리주의이다.
둘째는 개인의 취향이다.

나는 이렇게 본다. 공리주의 관점에서 보면, 도덕은 두 가지에서 비롯된다.

도덕은 미래를 밝게 만들어야 한다.
도덕은 사람들을 널리 이롭게 만들어야 한다.

이는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이고, 이를 위반한다면,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이를 도덕적이라 말할 수 없다.

또한 개인의 취향 관점에서 보면, 그 취향의 건강성이 문제된다.

건강하지 않은 취향에서 비롯된 '불편감'이 있고, 그 불편감을 통해 도덕을 만들거나 지지한다면, 그게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 문제된다.

오늘날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정치적 극단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그들 집단은 각자 도덕관을 갖고 있다. 자기들에게 유리한 도덕을 만들어다가 이를 정당화하고 집행하려는 것이며, 심지어 자기들도 지키지 않는 도덕을 외부를 향해 강요하기도 한다. 그들은 자기들 도덕에 따라, 교육과 예술도 바꿔 놓으려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동이 있다.

이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아마 앞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해도 여전히 인간 사회는 이 문제를 겪을 것이다. 도덕은 힘의 투쟁을 가리킨다. 힘과 힘이 맞붙는 것 자체를 없애버리기는 힘든 일일 것이다. 그 결과가 보다 긍정적이 될 확률을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나는 이렇게 본다.

첫째로 상호주의가 돌아가야 한다. 특권주의의 반대이다. — 둘째로 미래를 중시하는 가치관이 돌아가야 한다. 향락주의의 반대이다. — 셋째로 나와 유사하거나, 나와 친밀한 사람에게만 유리하게 하려는 태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인본주의가 필요하다. — 넷째로 인간 사이 소통이 더 잘 되도록, 사고력 ・ 표현력 ・ 정보력 등 실력을 키우도록 도움이 필요하다. 실력없이 조화는 없다. — 다섯째로 개인의 취향, 그 건강성에 주목해야 한다. 도덕보다 미덕이 중시되어야 한다. 건강 너머 인격적인 훌륭함을 추구해야 한다.

개인의 취향을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지 문제된다. 나는 이렇게 본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 즉 미적인 것이 취향을 건강하게 만들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진선미에서 '미'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취향을 진화시키기 때문이다. 혐오는 회피감정으로서 창조력이 없고, 아름다움은 조화감정으로서 창조력이 있다. 인격을 발전시킨다. 취향을 발전시킨다.

도덕과 미덕의 차이는 이렇다.

도덕은 지키지 않으면 혐오스럽고, 지켜도 평범하다.
미덕은 지키면 아름답고, 지키지 않아도 평범하다.

그렇다면 강조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미덕 아닐까? — 그렇다고 세상이 미덕만으로 잘 굴러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도덕은 소금 같은 것이다. 너무 없어도 문제이고, 너무 많아도 문제이다. 반면에 미덕은 많을수록 좋다. 선은 절제되어야 하고, 미는 많을수록 좋다. 나는 유교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한다.

어질 인은 미적인 것이다. 어진 마음, 인자한 마음, 이런 것은 미덕이다. 유교는 미덕에 기초한 거라 본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가르기 때문에 그것의 필수조건은 윗사람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그 위계가 정당화될 수 있으며, 그래야 그 체계가 건강해질 수 있다.

유교에는 신이 없다.
유교에는 미가 있다.

어질 인이 사라지면, 그것은
사이비 유교다.

인은 사라지고, 충효만 강조할 때, 그것은 사이비 유교다. 이미 썩어버린 것이다. — 미를 정점에 놓고, 이를 기초로 여러 선들을 구축해놓은게 유교라 할 수 있다. 유교와 마찬가지로 신이 없는 도덕주의에도 같은 기준으로 비판할 수 있다.

미는 사라지고
선만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이비다.

선을 주장하고 싶거든,
스스로 미덕을 보여야 한다.

유교는 '어진 마음'이란 아름다움을 통해 사람들을 감화시키고, 이로써 선을 심을 수 있었다. 만약 어진 마음이 어떤 집단 내부에서만 머무른다고 해보자. 그러면 도덕을 집단 외부로 강요할 때, 이는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다. 홉스가 리바이어던에서 보여준 사고방식을 빌리자면, 이는 전쟁 상태라 할 수 있다.

인본주의, 인간존중사상, 뿌리깊은 인류애. 이런 것들이 있는 가운데, 외부를 향해 뻗어가는 도덕은 말이 되는 도덕이다. 다만 '우리는 인간이고, 너희는 괴물이다.' 이러면서 외부를 향해 주장되는 도덕은 사이비 도덕일 뿐이다. 그것의 실질은 총칼일 뿐이다. 결국 찔러서 죽이거나, 혹은 협박해서 가축으로 길들이려는 것 아니던가.


마속 나무위키 문서 2.3. 가정의 패전 인용

"그런데 여기서 마속은 제갈량의 명령을 무시하고 길목에 세워야 할 방어진지를 산 꼭대기에 세우는, 전쟁사상 다시 없을 바보짓을 한다.
부장 왕평이 필사적으로 말렸지만 이마저도 무시해버린다."
누군가입니다
25/05/01 16:47
수정 아이콘
다른 나라는 모르겠고 한국에서 사이비 도덕주의는 해결될일 요원해보이는군요.
인본주의로 해결되긴엔 너무 멀리왔군요.
최소 하나는 죽어야하지 않을지
다크드래곤
25/05/01 17:1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도덕 또는 미덕이 지켜지는 것은 풍요의 시대에만 지켜진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극단주의 현상은 파편화된 도덕 때문이라기 보단, 관성적으로 살던 사람들이 관성에서 튕겨저 나가기 시작하니까 각자 자기만의 해답을 찾고있는것 같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현재 이런 극단주의가 유행처럼 번지는 것은 그만큼 그 동안 풍요의 시기를 유지시키기 위해 미래의 자원을 가져다 쓰며 유지해온 버블이 붕괴하기 시작하니,
동일한 노력으로 과거에는 유지되었던게 붕괴되고 있다는 점을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대안을 찾고,
또 그 구심점으로 모이기 좋은 것은 직관적이고 쉬운 것이다보니 튀는 이야기가 자꾸 나오고 있는것 같습니다
+ 25/05/01 19:1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도덕이 사람을 받아들이고 내치는 메커니즘이라는 이야기나,
도덕이 법과 종교보다 더 근본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흥미롭네요.

저는 도덕은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이라고 보는 편입니다.
무리를 이루는 동물들은 집단을 유지하고 협력을 유도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해온 사회적 본능의 결과물이 인간에게는 도덕이라는 형태로 나타난 것이겠죠.
예컨대, '객관적이고 절대적으로 좋은 맛'이 있어서 인간이 그것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것을 '좋은 맛'으로 느끼도록 진화한 것과 비슷한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가 누군가의 행동을 '나쁘다'고 판단할 때 먼저 작동하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편도체 같은 감정 처리 영역입니다.
혐오, 불쾌감, 분노 같은 감정 반응이 먼저 활성화되고,
그다음에 전전두엽이 그 감정을 합리화하는 식으로 작동한다고 하죠.
결국 우리는 먼저 '느끼고', 나중에 '판단'합니다.
그래서도 저는 도덕을 객관적 기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감정의 언어화된 표현이라고 봅니다.

이 감정 시스템은 무리를 이루고 사는 종에게 진화적으로는 매우 유용한 전략입니다.
개인을 통제하고 집단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죠.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감정 기반의 도덕이 절대화될 때 발생합니다.
예컨대, 어떤 사회의 도덕률(마녀사냥, 명예살인, 동성애 금기 등)은
다른 사회의 관점에서는 명백한 폭력일 수 있습니다.
한 사회의 '옳음'이 다른 사회에서는 '그름'이 될 수 있고,
지금 우리 사회의 도덕도 다른 사회에서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도덕은 그 사회의 조건 속에서 진화한 감정적 규범일 뿐이며,
절대적인 도덕률은 결국 존재하지 않습니다.
생물이 그렇듯, 도덕 또한 환경에 적응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체계입니다.

따라서 '신이나 위인에서 비롯되지 않은 도덕은 무엇에 근거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저는 도덕이 생물학적・진화적 메커니즘에서 발생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덕은 당연한 것도, 절대적으로 옳은 것도 아니고
절대윤리, 절대선, 절대진리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으며
본문에서 제시된 태도처럼, 항상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안군시대
+ 25/05/01 19:25
수정 아이콘
춘추전국시대의 많은 사상가들의 주장을 보다가 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야생의 법칙과 인간의 본능에만 의존하다가는 사회가 존속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사상가들과 지배층이 하게 되었고,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서로 조화롭게 살 수 있을까. 또한, 공동체, 집단, 국가의 단위가 더 강력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원칙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나름대로의 답변을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과 의를 중요시 하기도 하고, 강력한 규율을 우선시 하기도 하고, 서로에 대한 관용과 이해가 먼저라고 하기도 하며, 그저 서로 간섭하지 않고 자연 상태 그대로가 제일 좋다는 사람도 나타나고 했던 것이죠.
그러니까, 도덕이 먼저고 사회가 그것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 유지를 위한 필요에 의해 도덕이 생겨났고,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다듬어져 왔다고 봅니다.
+ 25/05/01 19:48
수정 아이콘
저도 결론에 동의하고,
말씀하시는 게 소위 축의 시대라고 하는 시기일 텐데,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인구가 밀집하고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이 복잡해지고,
기존의 신화나 전통적인 종교만으로는 사회를 설명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워져서
보편적 윤리나 자기 수양, 이성에 기반한 도덕체계 같은 것이 필요해졌고
(신앙의 형태도 '신의 기분 맞추기' 같은 의례 중심에서 구원, 도덕적 삶, 자기 성찰 같은 것을 중시하게 되고)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게 공자, 싯다르타, 소크라테스 등등 이라고 하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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