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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7/09 04:21:19
Name Meliora
Subject [일반] 관세, 왜 문제인가?
트럼프의 관세 전쟁때문에 관세라는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관세가 왜 문제인지 정확히 짚은 글들은 적은 거 같아 짧게나마 무거운 PGR의 글쓰기 버튼을 눌러 봅니다.

가장 근본적인 지점에서 시작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무역을 왜 할까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 중 하나인 데이비드 리카도는 이에 대한 답으로 바로 "비교 우위"를 제시했습니다.

나무위키의 비교 우위 항목에는 다음과 같은 인용문으로 비교 우위를 설명합니다.

"분식집 주인보다 라면을 잘 끓이는 축구선수라 할지라도 축구 시즌에는 축구에만 집중하고 라면은 분식집에서 사 먹는 편이 유리하다. 축구선수가 라면을 끓이는 데 소요되는 시간 동안 축구 경기를 통해 벌 수 있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때 축구선수는 축구에 비교우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국가 간의 무역에 적용해보면 이렇습니다. 미국은 하루에 반도체 웨이퍼 100장 or 밀 1000포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하루에 반도체 웨이퍼 50장 or 밀 100포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을 반도체 웨이퍼 생산량과 밀 생산량에서 모두 압도합니다. 하지만, 국제 시장에서 반도체 웨이퍼 한 장이 밀 8포대의 가치일 때, 미국은 반도체 웨이퍼를 단 하나도 생산하지 않는 게 이득입니다. 밀을 최대한 찍어내서 그 돈으로 반도체 웨이퍼를 사오는 게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한국은 반도체 웨이퍼만 생산해서 시장에서 밀을 사오는 게 이득입니다.

문제를 만들기 위해 미국은 필수적으로 반도체 웨이퍼 50장을 소비해야 한다고 하겠습니다.

이 때, 미국은 교역이 없다면 웨이퍼 50장 + 밀 500포대의 생산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교역을 한다면 밀 400포대를 줌으로서 (국제시장에서 밀 8포대 = 웨이퍼 1장이므로) 웨이퍼 50장과 밀 600포대를 갖게 됩니다. 이게 바로 무역의 이득입니다. 각 나라가 자기 국가의 산업에 최적화된 교역을 한다면, 똑같은 input를 넣어도 교역을 통해 더 많은 생산물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미국에 이제 새로운 대통령, T라는 사람이 등장했습니다. 이 사람은 관세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신봉자입니다. 이 사람은 이제 반도체 웨이퍼를 사는 걸 25% 비싸게 만드는 게 정의로운 일이라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이제 밀 10포대를 팔아서 웨이퍼 한 장을 사올 수 있습니다.

어라? 이러니까 국내에서 만드는 것과 사오는 것 사이에 차이가 없네요? 그럴 바에 그냥 반도체도 미국에서 만들기로 합니다. 이제 미국은 반도체 웨이퍼 50개, 밀 500포대를 생산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관세 이전에 있었던 밀 100포대는 사라졌습니다.

이게 관세가 궁극적으로 경제에 나쁜 이유입니다.

현재와 같은 전지구적 무역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위 말하는 [글로벌 밸류 체인] (이건 경제학적 용어는 아닙니다.) 에 참가하지 않는 것은 국가의 경제를 그냥 망치는 것과 같습니다. 각 국가는 자신들의 산업 구조에 최적화된 재화와 서비스들을 생산해서, 다른 국가가 최적화해서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들을 사옵니다. 이 행동은 시장에 참가하는 모든 이들이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해줍니다. 이게 바로 아담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의 기본 원리이기도 합니다. 모든 국가들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산하고 교역했지만, 결국 모두의 효용은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관세와 같은 인위적 장벽, 특히 트럼프식 [일괄적 관세]의 경우입니다. 미국 T대통령의 관세는 국가에 가장 효율적이었던 밀 100% 생산에서, 밀 50% 반도체 50% 생산으로 생산자들을 이동시켰습니다. 즉, 관세는 생산자들을 최대 생산성을 낼 수 있는 곳이 아닌, 경제에 비효율적인 곳으로 생산자들을 배치시킵니다. 이게 경제학에서 관세를 싫어하는 핵심적인 이유입니다. 모든 생산자들이 가장 효율적인 생산 지점이 아니라, 비효율적인 생산 지점에서 일하게 만드는, 소위 부문 간 이동이 일어나기 때문에 관세는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저해시킵니다.

다른 의견으로는 환율의 변동이 문제가 된다고 합니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반만 맞습니다. 환율은 사실 궁극적으로 중립적이기 때문입니다. (강달러가 된다 = 수입이 더 유리해진다 / 약달러가 된다 = 수출이 더 유리해진다.) 문제는 관세와 환율의 변동에 의해 발생하는 생산자들의 혼란입니다. 예를 들어 철강, 알루미늄 관세가 상승하면 미국 내 해당 재료를 사용하는 생산자들은 철강과 알루미늄 관련 제품 가격을 상승시키거나, 폐업하고 다른 일을 찾게 될 겁니다. 원래 경제가 효율적인 지점에 있다고 하면, 이런 부문 간 억지 이동을 만들어내는 건 필연적으로 국가 경제의 생산성을 감소시킵니다.

이게 경제학에서 관세가 나쁜 정책이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유명한 경제학자 중 하나인 그렉 멘큐는 트럼프의 그 유명한 Liberation Day에 자신의 블로그에 [Welcome to the kakistocracy]라는 문구를 올렸습니다. 우리는 아마 악덕 정치의 시대에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일부 케이스에서 완전한 자유무역이 좋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훨씬 더 깊은 이야기가 있으니 이 글에서 다룰 이야기는 아닌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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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차야
25/07/09 06:36
수정 아이콘
적대국과 제대로된 담판이나 우위를 점하지도 못하면서, 국내정치 지지율을 위해 만만하고 절박한 동맹국을 최대한 삥뜯어 알량한 정치생명을 유지하겠다는 사악한 인간과 그 지지자들을 위해 얼마나 기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트럼프는 전통적 미국의 상징이 아니며 가치를 이어가고 있지도 못하는걸 넘어 완전히 반목하는 이단아일 뿐입니다. 내란전 윤석열같은 인간이고, 아직 내란에 준하는 극악한 행동을 하기 전이라서 그렇지 좋게 봐줄 필요없는 악당성향의 인물입니다. 당장에 협력하던 머스크와 죽이네 살리네 하는 꼴이 결국 오래못갈 정권의 데자뷰가 아닌가 합니다. 살아온 인생만 봐도 졸부집에서 태어나 평생 남등처먹는 기술을 협상력이라 포장하며 살아왔고 그 집안 내력자체가 현세의 악마,데블스 어드버킷같은 집안이죠. 이런 인간에게 숙이면 향후 다시 본질을 되찾을 미국과의 관계에서 흑역사만 될뿐이고 방위비문제로 협박하는것도 주둔인원 대폭 감축하고 해공군 위주로 운용하자 하면 됩니다. 돈이 그리 문제라면 주둔인원조정하는게 맞겠죠. 미국정부와 반목하다가 이제 막 되살아나기 시작한 한국경제가 제일 큰 걸림돌인데 관세25%정면으로 때려박고 시작하느냐, 아니면 재협상을 위해 끝까지 머리들이받느냐의 차이일겁니다. 트럼프의 협상력이란 고지고순하면 골수까지 빨아먹으려 들고, 오히려 들이받고 목소리 내는쪽에게 떡하나 더주는 단순함이 있지는 않은가 싶네요
전기쥐
+ 25/07/09 07:14
수정 아이콘
과도한 관세를 [동맹국에게] 부과한다는게 큰 문제죠.
다람쥐룰루
+ 25/07/09 08:20
수정 아이콘
밀을 많이 생산하는 국가와 반도체를 많이 생산하는 국가가 있습니다.
점진적으로 밀을 많이 생산하던 국가는 밀이 우위산업 반도체가 퇴행산업이죠
반도체를 생산하는 국가는 반대였겠죠
이제 관세를 매깁니다.
퇴행산업과 우위산업이 역전될만큼의 관세를 매겼다고 칩니다.
그러면 이미 퇴행해버린 농경지에 어찌저찌 밀을 심어서 채산성 안나오는 밀을 수확해서 전국민의 밀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는 반도체공장을 관세를 때리자마자 뚝딱뚝딱 지을 수 있느냐
결론만 놓고 말하자면 못합니다. 그 산업들이 퇴행산업이 된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수십년동안 점진적으로 퇴행해왔던겁니다. 그걸 하루아침에 관세 매겨서 다른나라의 우위산업과 동등한 위치를 지닐 수 있다는건 망상이죠
2024헌나8
+ 25/07/09 08:29
수정 아이콘
나르시스트의 특징이 내 주변에서 나를 착취하고있다고 믿으며, 실제로는 반대로 내가 내 주변을 착취하려드는거죠.
그냥 그 연장선 아닐까요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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