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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6/09 16:51:07
Name Poe
Subject [일반]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일상 13
17. 늑대인간의 전설
집에서 나와 첫째, 둘째가 고군분투하는 동안 병원에서는 아내와 막내가 자신들의 싸움을 싸우고 있었다. 입원 전 여러 센터에 적을 두고 재활 훈련을 해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가 어떤 스케줄로 훈련을 소화해야 하는지 아내는 이미 다 파악하고 있었다. 병원은 그런 개개인의 사정을 알리가 없었고, 알았다 한들 일일이 맞춰줄 수 없었기 때문에 아내와 병원 사이 조정의 기간이 필요했다. 이 세 문장을 이해하려면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재활 병원에 입원하면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훈련 시간표를 짜준다. 한 세션이 통상 30분씩 진행되고, 그런 수업이 하루에 6~8번 들어간다. 병원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게 물리, 언어, 음악, 감통(감각통합), 심리, 수영, 기구, 연하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제공되는 편이다. 환자마다 이 프로그램들을 다 받는 건 아니고, 아이의 상태에 따라 병원에서 결정한다. 예를 들어 뇌 발달과 인지 등이 멀쩡한데 몸만 불편한 아이라면 언어나 감통 수업을 많이 받을 필요가 없다. 물리치료에 집중하면 된다.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는 입원 수속을 다 마쳤더니 학창 시절 떠오르게 하는 시간표가 주어지는 건데, 워낙 환자 수 대비 치료 시설과 인력이 적다 보니 이 시간표라는 게 입맛에 맞게 예쁘게 나오지 않는다. 병원에서는 새 환자의 질병이나 장애 종류 및 경중에 따라 필요한 수업이 무엇인지 정하고, 그런 후 최대한 빈 선생님을 배정하거나 빈 수업 시간을 찾아 넣어주는 것이니, 당연하다. 모든 사람에게 딱 맞는 결과물이 나올 수 없다.

‘입맛에 맞게 예쁘게’ 나온 시간표는 어떤 시간표일까? 환자와 보호자의 동선을 최대한 아껴주는 시간표, 환자가 최적의 컨디션으로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해 주는 시간표다. 각 수업은 미리 정해진 장소(물리실, 수영장, 감통실, 언어실, 기구실 등)에서 진행되므로, 수업이 끝나면 보호자들은 일제히 환자들을 둘러업거나 휠체어에 태워 부리나케 다음 교실로 이동한다. 이때 연출되는 광경은 중고등학교 시절, 종이 울리면 복도로 너도 나도 우르르 쏟아지던 것과 비슷하다. 환자 입장에서는 주어진 30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 교실에서 저 교실의 거리가 짧을수록 좋다.

하지만 동선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교실들이 서로 떨어져 있어봐야 한 건물 안에 있기 때문이다. 막내가 입원했던 병원의 경우 2~3층의 물리실에서 치료받다가 지하 1층의 수영장에 가는 게 그나마 좀 긴 편에 속했다. 그 외에는 동선 때문에 아이 치료에 차질이 생겼다고 불만을 제기한다는 걸 쉽게 상상하기 힘든 정도였다.

진짜 문제는 환아 컨디션 조절이었다. 못해도 대여섯 살까지 사람의 컨디션을 가장 크게 좌지우지하는 건 식사와 낮잠이다. 아이들은 배가 고프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빽빽 울기만 한다. 낮잠 시간을 놓치면 칭얼거리다가 결국 잠들어버린다. 아무리 수업 시간이라도 예외가 없다. 아무리 엄한 선생님이어도 배고프고 졸린 아이를 이기지 못한다. 골든타임 내에 최대한 많은 치료를 하려는 부모 입장에서는 그 극심한 경쟁률을 뚫고 입원 치료 등록까지 성공했는데, 수업에서 아이가 잠드는 것만큼 허무하고 아까운 게 없다. 수업 한두 타임 이상의 기회를 허공에 날리는 거다.

아내가 입원 치료 전 센터들을 돌아다니며 파악했던 건, 우리 막내가 어느 시간에 잘 먹고, 어느 시간에 잠을 자야 하며, 그걸 어길 시 어떤 일이 벌어지며, 아이의 수업 태도가 어떻게 변하는지였다. 병원에서 처음 준 시간표를 보자마자 아내는 무슨 요일 무슨 요일에 수업하기가 어렵겠다는 계산이 섰다. 아이가 보통 먹고 자는 시간들에 일부 수업들이 겹쳐 있다는 게 대번에 보인 것이다.

그래서 전체 수업을 관리하고 계획하는 ‘코디 선생님’을 찾아갔다. 병원의 사정과, 우리나라 의료 생태계의 현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막무가내로 진상을 부리지는 않았다. 아이가 이 시간에 먹거나 잠이 들곤 해서 실제 수업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걸 설명하고 대체 수업을 부탁했다. 집에서 최소 두 시간 이상 운전해서 이곳에 왔다는 것, 그래서 이번 입원이 우리에게 정말 큰 기회라는 것, 그 기회를 최대한 살리고 싶다고 간곡히 요청했다.

당연하지만 병원 측에서 한 번에 오케이 할 수는 없었다. 우리 막내 시간표를 움직이려면 다른 수많은 환아들과, 재활 치료 선생님들의 이미 정해진 스케줄들까지도 변경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병원의 시간표는 거대한 시계 속 정교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었다. 요지부동이었다. 너무 많은 것들이 걸려 있어, 톱니의 조임은 누가 봐도 단단했다.

그럼에도 빈틈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막내가 입원한 뒤에도 누군가는 퇴원을 하고 또 새로 입원을 하기 때문에 그 빡빡한 시간표들도 이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최초 몇 번의 면담 끝에 아내가 얻어낸 건 새 시간표가 아니라, 그러한 시간표의 간헐적 유동성이었다. 공략 포인트를 찾아낸 것이다. 보름달마다 늑대로 변하는 어떤 슬픈 인간의 전설처럼, 아내도 그러한 때를 기다렸다.

다행히 입원 병동 내 소문은 빠르게 도는 편이었다. 누가 언제 퇴원한다더라, 그 자리에 어떤 아이가 온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보호자들 사이에서 금세 확산되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 재활 치료 시스템이 너무나 작았기 때문이다. 얼마 되지 않는 재활 병원들을 순회하면서 재활을 수년 하다 보면 이 병원이나 저 병원에서 만났던 사람을 또 만나게 된다. 그 사람들이 또 다른 보호자들을 소개해주고 친구(혹은 원수)가 되면서 장애 아동을 가진 부모들은 전국에 걸쳐 거대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었다. 막내 입원 전에는 전혀 알 수 없었던, 보이지도 않았던 커뮤니티였다.

A라는 유명 병원에서 누군가 퇴원을 한다고 치자. 보통은 집에서 남은 치료를 하거나, 학교로 가거나, 다른 재활 병원으로 가는 경우다. 어떤 경우든, 퇴원 예정자는 같이 입원했던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또, 이전 병원이나 재활 치료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에게도 안부를 전한다. “우리 퇴원하게 됐어.” 그러면서 이야기가 가지를 뻗는다. 그러다가 “응, B병원에 자리가 나서, 그리로 갈 예정이야”라고 한다.

그러면 그 이야기가 알음알음 B병원의 보호자들에게 전파된다. 그런데 때마침 B병원 간호실에서 어떤 입원실을 비우고 청소하기 시작한다? 혹은 누군가 B병원에서 퇴원하기로 되어 있다? 소문의 아다리가 맞아 들어가는 거다. 병원에서 발표도 하기 전에, 이미 보호자들은 누가 어느 방으로 올 거라는 걸 다 알게 된다. 정확히 어떤 유형의 보호자가 온다거나, 아이의 연령이 어떻게 된다거나 하는 세밀한 정보까지 전달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게 다 맞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소문은 소문일 뿐.

병원이 시간표를 다시 짜는 시기만 알면 되는 아내에게 있어서 새로 오는 환아나 보호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누가 들어올 기미만 보이면 일단 코디 선생님을 찾아가 일부 수업 시간을 바꿔달라고 거듭 언질을 넣었다. 여기 그 수업 시간만 되면 자는 아이 있으니 잊지 말고 고려해 달라는 거였다. 시간표를 보고 얼마나 골똘히 연구했는지, 코디 선생님이 상담하다가 자리를 잘 못 찾으면 아내 편에서 역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그렇게 여러 번 요청하고 제안해 아내는 만족할 만한 시간표를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아이는 최대한 중간에 붕 뜨는 시간 없이, 적당히 배 부른 채, 낮잠 시간도 충분히 확보한 상태로, 수업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그 시간표가 나온 게 입원 후 불과 한 달 만의 일인 것으로 기억한다. 아내가 시간표를 전리품처럼 사진 찍어 나에게 보내줬지만, 나는 뒤에서 진행된 아내의 그러한 싸움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오, 시간표네’ 이러고 말았다.


18. 슈퍼스타 나가신다
막내가 여러 가지 약점을 가지고 태어난 건 맞지만, 대단히 큰 장점도 하나 있었다. 무지막지하게 귀엽다는 것이었다. 난 이게 아빠란 자의 콩깍지인 줄 알았다. 40대 중반에 얻은 늦둥이었으니 뭔들 안 이쁘고 안 귀여웠을까. 그렇잖아도 막내를 품에 안을 때마다 나는 거대한 미스터리가 풀리는 느낌을 받는데 말이다. 그건, 손자 손녀를 바라보는 조부모의 마음이다.

난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돼서 자손들을 사랑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가 유독 궁금했었다. 정확히는 4~5학년 때부터였다. 어쩌다 학원 선생님과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토론을 하게 됐는데, 그 선생님이 우리가 받는 사랑은 곧 끝난다고 선포하셨기 때문이다. “너네가 커서 아기 낳아봐라. 부모님들은 그 애기를 지금 너희보다 훨씬 더 사랑하실 거야. 너네는 본체만체하시면서.” 어른의 가벼운 농담 한 마디였을 뿐이었는데, 부모의 사랑이 현존하는 가장 큰 사랑인 줄 알았던 당시의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더 큰 게 있다니.

나중에 커서 아이 둘을 낳고도 이 이야기는 계속 귓가를 맴돌았다. 이토록 소중한 걸 가져보지도 못했고, 이렇게 깊은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했는데 이거보다 더 큰 게 내 인생 후반부에 있을 거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내 부성애도 점점 부풀어갔고, 그러면서 조부모의 마음이라는 수수께끼는 더 모를 것이 되어갔다. 얼마나 그게 궁금했는지 첫째와 둘째에게 가끔씩 “빨리 결혼해서 손주나 낳아봐라”라고 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이제 초등학교 졸업반이다.

그런 차에 우리 가정에 온 막내를 한 아름 안고 난 내가 이르게 할아버지가 됐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분명 손주가 아니라 자식을 안고 있는 거였지만, 첫째와 둘째 때와는 조금 달랐다. 간이고 쓸개고 눈알이고 다 빼줄 수 있는 마음이 문득문득 현실화되려고 해서, 나도 모르게 내 손을 붙잡게 되는 느낌이랄까. 물론 첫째와 둘째에게도 내 목숨이나 신체나 장기가 아까운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만일의 사태’에 대한 얘기다. 셋째의 경우는 나 자신이 얼마나 안 아까운지, 그 녀석을 볼 때마다 그 작은 몸 안에 내 생명을 당장 박아 넣고 싶었다. 그걸 어떻게 실천해야 하나, 자는 녀석 얼굴을 보면서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자는 얼굴’ 얘기가 나와서 조금 더 비교해 보자면 이렇다. 첫째와 둘째 때도 오밤중에 꼬맹이들 자는 얼굴 구경하며 희죽희죽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잠에서 깰까 봐 구경만 했었다. 막내 때도 비슷했다. 다만 내가 날 제어하지 못해 잠든 녀석 볼을 매만지고, 부둥켜안고, 뽀뽀를 해 아이가 자다가 깰 때가 많다. 성장하는 아이가 잠을 잘 때, 그 시간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걸 잘 알지만, 그건 이성의 이야기고 아이 앞에 나는 본능 덩어리가 되고 만다. 그리고 그걸 어쩌지 못한다. 난 이미 할아버지이기 때문이다.

내가 애 앞에서 이 지경이 되니, 가족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아빠 창피해”라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공공장소나 이웃들 앞에서 스스로를 많이 억제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삐죽삐죽 나오는 모습들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나도 할 말이 없진 않다. 가족들 전부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막내 앞에서 누가 누가 더 모지리인가 시합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 혼란 속에서도 나는 막내가 우리 눈에만 예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식구니까 당연히 그렇게 보이겠지.’

아니었다. 막내는 입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에서 슈퍼스타가 되어 있었다. 어린이 병원이라 어린이가 많고, 세상에 예쁘지 않은 아이가 어디 있을까만은, 막내는 그중에서도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나이’였다. 아내가 아이의 이상을 대단히 이르게 발견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에 비해 우리 아이는 어렸다. 입원 당시 병원 전체에서 막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사회, 어느 조직에서건 막내는 무조건 사랑을 받게 되어 있다.

외모도 한몫했다. 막내는 쓴 약도 넙죽넙죽 받아먹을 정도로 식성이 좋았다. 주는 대로 잘도 먹고, 많이도 먹었다. 10살 많은 둘째만큼 먹을 때도 종종 있을 정도다. 그러니 아이가 전체적으로 둥글넓적했다. 배가 튼실히 나와 어떤 옷을 입어도 팽팽한 맵시를 선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자세히 보면 살이 접히지 않아야 하는 부분에서도 살이 접혀 있어, 한 번 더 웃음을 유발했다. 발이 통째로 동그랗고, 목은 드러나지 않아 턱이 가슴팍에 닿는 비율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짱구는 못 말려의 짱구를 꽤나 닮아 있었다.

아픈 아이들 중 재활 훈련을 힘들어하는 경우가 꽤 있다. 어느 재활 수업에 가서나 아이들이 울고 짜증 내는 소리는 쉽게 들을 수 있다. 그 옆에서 아이를 달래고 어르고 혼내는 선생님과 부모님들의 안타까운 소리는 덤이다. 그런 괴롭고 지난한 현장 속에 짧고 동그랗고 불룩한 것이 느닷없이 등장했으니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수업을 받다 말고 막내를 쳐다보고, 막내에게 다가오고, 막내 이름을 알려고 했다. 어떻게 해서든 막내를 한 번 만져보거나 안아보고 싶어 했다. 일부 선생님들이 이걸 이용했다. “이번에 수업 잘 받으면 한 번 안아보게 해 줄게.” 그러면 그 아이는 열심히 수업에 참여했다.

수업에서만이 아니었다. 사실 재활 훈련이라는 게, 수업에서만 잠깐 한다고 효과를 발휘하는 게 아니다. 입원실로 올라와서, 혹은 집으로 가서도 꾸준히 해야 한다. 그래서 입원실에서도 뭔가를 꾸준히 연습하는 아이와 부모들이 있다. 침상 많은 곳이라고 다들 누워만 있는 게 아니다. 계속 복도를 왔다 갔다 하며 걸음을 익히기도 하고, 우리 막내 같은 경우 두 손 두 발로 기는 것을 틈틈이 훈련했다. 하지만 수업 시간에 짜증 냈던 아이가 갑자기 입원실이나 집에 가서 웃으며 훈련할 리 없다. 그래서 ‘우리 한 바퀴만 걷자’고 달래고 사정하는 부모님들과, ‘싫어, 싫단 말이야’라고 투정 부리는 아이의 줄다리기 역시 흔히 볼 수 있다.

그런 입원실 아이들 중 일부는 우리 막내에게 걷는 거 보여준다며,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아이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걷기도 했다. 말이 좀 어눌한 아이도 막내에게 와서 이 말 저 말하며 아는 척을 했다. 가만히 와서 아이 손을 잡거나 안아 드는 형 누나들도 있었고, 자기 장난감을 막내에게 마구 가져다주는 꼬마들도 있었다. 우리 막내는 그 어떤 행위나 언어도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환자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재활 선생님들조차 막내만 보면 소리치며 달려왔다. 그리고 한참을 아이 볼을 만지고 살 접힌 곳을 꼬집고 말 걸고 웃다가 돌아갔다. 의료진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게 흔한 일은 아니라 의아했다. 소아과는 다른 분과와 조금 다른가 싶기도 했다.

난 당시 가끔 면회를 가서 아내와 아이와 잠시 시간을 보내곤 했었는데, 너무 여기저기서 우리 막내 이름을 부르며 반가워해서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난 원체 ‘아웃사이더’ 성향이 짙다. 사람도 잘 안 사귀고, 친구도 몇 없다. 사람 알아가는 걸 귀찮아한다. 주변이 조용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막내를 유모차에 태우고 끌고 다니면, 적어도 그 병원에서는, 그런 외부인의 삶이 불가능했다. 저쪽에서 우리 아이에게 손을 흔들고 달려와 예뻐해 주는데, 멀뚱히 서 있을 수 없었다. 민망하기도 하고, 무안하기도 하고, 어떻게 인사해야 할지 전혀 몰라 난 지금도 내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이게 바로 ‘인싸’의 삶이구나,라는 생각을 측은히 했었던 것만 떠오른다. ‘아싸’라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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