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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3/05 21:18:15
Name 뭉게구름
Subject 탐구생활
1. 사랑의 구성요소는 무엇일까요...

남자친구와 헤어진 데미지를 이제 막 극복하려는 듯이 보이는 친구와, 역시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아무도 사귀고 있지 않은 저는 학교 앞 술집에서 사랑의 구성요소란 무엇인가라는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눴더랬습니다.
벌써 오,육년 가까이 지났네요.
(자세한 기억이 안나 친구에 기억나냐고 물어보니 그런적도 있었냐고 놀래네요.흣.)

상대방에 대한 관심, 소유욕, 상대방에 대해 스스로 만든 이미지에의 믿음 등....
대충 이런 얘기였던듯.
마음에 상처가 아물지 않은 두 사람은 낄낄거리며 사랑이라는 감정을 마구 비웃었습니다.
사랑은 결국 자기 스스로 만든 환상을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뒤집어 씌운 체 자기만족을 하려는 것 뿐이야.
자기가 만들어낸 이미지를 상대가 충족시켜주지 않는다고 기쁘고 슬프고 우울한 감정이입을 일방적으로 해대면서 ‘사랑’이라는 예쁜 포장을 할 뿐이지.
자신이 울고 웃는건 상대방 때문이라고 핑계대며, 스스로는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이다 라고 자위를 해대는것일뿐.....
이러면서 스스로를 또한 비웃었죠.

2. 사람을 만났을때, 만남이 계속 유지 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위 이야기 전에 사귄 남자친구는 사귈때는 결혼하면 어쩌고~ 하면서 몇 년 사귀었는데, 헤어질때는 집안에 일이 생겨 학교도 못다닐 것같다면서 일방적으로 헤어짐을 통보하더니 버젓이 복학해서 여자친구를 사귀고 다니더군요. 그 모습이 너무 화가나고, 나를 어려운 일이 생기면 같이 할수 없는 그런 사람으로 봤던것인가 라는 생각에 다시한번 화를 내면서 스스로에 대해 자책도 했었죠. 몇 달을 부모님 몰래 밤마다 울면서 이렇게 헤어질 바엔, 사람을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그리고 남자친구를 몇 년 뒤 사귀게 되었습니다. 부담스럽도록 들이대(;;)길래 지난 얘길 하면서 이럴 바에야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지 않다..결혼 할 사람 아니면 다시 상처 받게 될텐데 그런 상처 또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죠. 자기는 그러지 않을거라더군요.
다시 말했습니다. 어차피 이렇게 처음에 좋다고 해봤자 몇 년뒤면 이런 열정같은건 다 사라질거다... 오래 사귄 사이이거나 결혼 후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열정은 사그라들었어도, 서로에 대한 신뢰에 기반한 동반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깊은 속마음까지 털어놓고 의논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열정이 사그라진 후에도 그런 의미의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은가.
다시 그럴 수 있다더군요. 이전의 상처를 이렇게 몇 년이 지난 후에도 가슴에 계속 품고 있는 제가 놀랍다면서 자기를 한번 믿어보라고, 자신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만 이년을 사귀었습니다만, 얼마전 헤어졌습니다.

저의 화잘내는 성격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더군요. 그리고 온갖 얘기를 다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헤어짐에 동의하지 않는 제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정말 별말을 다하더군요. 갑자기 효자가 되어 부모님이 원하는 부부가 어떤거고, 자기는 나에대해 너무 인내해서 다시 사귈 생각이, 감정의 한방울조차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다시 사귈 생각이 전혀 없고, 기타 자존심이 상해 차마 쓰기 어려운 말들까지 다 들었습니다.

사랑에 대해서 낄낄거렸던 그 친구를 다시 만나서 술을 마셨습니다. 친구도 그전날 남자친구가 말도 없이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었다더군요. 다른 친구와 같이 만나는 자리였는데 전에 알려도 줬었던 약속장소가 어디냐고 계속 묻더니,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친구의 동생이 같이 나왔다는 말에 뭐라고 하더니만 그 후로 감감무소식이라고.
그간 사귀었던 얘기들을 했더니 어찌나 이후 패턴이 똑같은지 둘이 울다가 쓴웃음을 몇 번 지었는지 모릅니다. 저에게 제 친구는 이수일 심순애 시대에 뒷바라지 하는 것도 아니고 왜 그랬냐고 하고, 저는 제 친구에게 니가 뭐가 모자라서 마음 상하고 동생까지 속상하게 하면서 그 사람을 만났냐고 했죠.(제 친구가 능력도 있고, 키도 크고 예쁩니다 -_-;)
둘다 대답도 한결같더군요. 처음엔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모습을 봤기 때문에 잘하겠지, 잘해야지 이러고 지냈는데, 오히려 남자 쪽에선 '내가 이정도까지 했었는데, 남들은 이런줄 알아' 이러면서 점점 사람을 막 대하더라고. 근데 우린 바보같이 그게 점점 서로가 편해져서 그런거라고 생각했던 것 뿐이더군요.

tv드라마나, 영화나, 주변의 한다리 건너 들려오는 얘기 속의 소위 '나쁜 여자'들에 대해서 그간 이해를 못했었습니다. 어차피 사귀기로 한 사람이라면 왜 애를 태우나, 왜 돈한번 안내나, 왜 선물 기념일 안챙겨준다고 들들볶나.... 돌이켜보니 그녀들이 맞는거였습니다. 남자에겐 '내 여자라 떠나지 않을거다'라는 생각 자체를 떠오르게 하면 안된다......
길게만나면, 이런 남자의 종족특성과 우리 성격상 이런 일이 반복될 것 같으니 우리가 욕하고 싫어했던 나쁜 여자가되어보자고 둘이서 피식거렸습니다.

남자친구랑 햇수로 3년 사귀었지만 선물 받은건 첫해 화이트데이 사탕뿐이군요. 방안을 둘러보니 그사람과 함께했던 어떤 물건도 찾울수가 없네요. 다행이면 다행인건가요..  생일선물, 이벤트 한번 없었고, 바래다 준적도 제가 서로의 시간낭비라고 생각해서 없었습니다. 학교를 다니고있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지 않으니까, 용돈 빠듯한거 아니까 돈땜에 속상하게 하지 말자고 데이트 비용도 꽤 긴 시간 전부 부담하기도 했었고, 자꾸 끊기는 핸폰이 속상해서 핸폰비도 빌려주겠다며 빌려주기도 하고.... 전 그게 편하게 해주는거라고 생각했는데, 제 배려는 간데 없고, 그저 화잘내는 여자로 명명지어진채로 혼자가 되었네요.
제가 미치도록 좋아해서 그랬던 것도 아니었고, 계속 함께할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는데, 남녀 관계란 결혼이 아니면 어느때도 마음을 놓아서도, 놓게해서도 안된다고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물론 결혼해서도 빳다 맞지 않으려면 긴장해야겠지만, 그런 말로 구속된 책임감의 면은- 단순히 사귀는 사이보단 더하니까요)

3.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올해 계획은 어떠신가요.

지난번 헤어짐의 상처는 상대방과 나에대한 상처였다면, 이번 상처는 사람에 대한 믿음에 대한 것이라 휴유증이 오래갈 것 같네요. 어제 술김에 전화해서 주정하면서 다시 만나자고 매달렸습니다. 다른 사람 만나라더군요. 니가 뭐가 모자라서 나한테 이렇게 매달리는지 모르겠다고. 이렇게 매달릴 사람인줄 몰랐다고. 그 사람과 시작할 때 한 얘기들 기억나냐면서, 그렇게 만났어도 이런식으로 헤어지는데, 너 자신도 스스로를 알지 못하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면서 다른 사람 만나라고 그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냐니까, 말을 못하더군요.
아뭏튼, 그애도 저 스스로도 이런 못들을소리 들으면서까지 왜 매달리나 싶을때까지 실컷 매달렸습니다. (물론 효과도 좋지 않았죠 ^_^)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해 매달린게 아니라 '사람을 연인으로 만나서 끝까지 믿을 수 있는가' 라는 명제에 대해서 제 마지막 희망까지 쏟아붓는다고 생각하고 매달린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지간에, 스스로 챙피하진 않네요.

자다가도 몇십분 간격으로 계속 깨고, 그렇게 좋던 입맛도 달아나서 먹지도 못하고 있지만, 웃기게도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 같은건 없군요. 순간순간 느끼는 배신감과 뒤통수가 멍한 느낌정도...
연인으로서 사람을 믿으면 안된다는 밥맛 떨어지는 교훈을 안고, 이제 저 스스로에 대한 투자를 뒤늦게나마 시작하려고 합니다.  계획을 잡는 것은 쉽지만, 그 실행이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구체적으로 잡고 바쁘게 살려구요. 철이 늦게 들어서 이제야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려하니 사실 배울것도 많습니다.
그간 사랑하지만 수십번 들락거리기만 했던 피지알에도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를(그나마 댓글이려나 -_-;;)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답니다. 하하하!

어떠세요. 신년 계획 잘 진행중이신가요? 아직도 늦지 않았답니다!(무슨 광고 문구같군요!)

ps1. 최연성 선수! 너무 멋지십니다. 친구랑 술마시다가 뒷자리 남자분이 스타 얘기 하면서 2:0이라고 하길래 걱정되어서 안절부절했어요. 친구가 가서 물어보라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정도로 -_-;; 암튼 너무너무 축하합니다! T1 우승과 최연성 스타리그 우승! T1팀 아니면 생활의 활력소가 없어요;;; 올해도 잘 부탁드려요! 파이팅!

ps2. 남자친구와 스타리그 얘기하던 기억 때문에 우승 소식에 기쁘면서도 감정이 복받히더군요. 그래도 좋지 않은기억 때문에 스타리그를 포기할순 없죠! 요환선수, 요환선수도 다담 스타리그 꼭 복귀해서 우승하는겁니다!;;

ps3. 아... 저의 또다른 삶의 활력소 유머란 폭격기 분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너무 재밌게 잘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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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05 23:39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요즘엔 인간관계를 비롯한 많은 일들을 (무의식적으로) 적절한 사고없이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예외가 아닙니다.)
적절한 사고가 결여되어 있으니,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도 표현할 수 없고,
그러다 보니 이런 좋은 글들을 게시판에서 찾기 힘든 것 같아요. (헛소리가 길군요.)

제 신년계획은 오랜만에 제 일에 충실해 보는 것이구요.(학생입니다.)
이 일이 제 주위의 인간관계(가족이나 연인)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생각입니다. 그동안 소홀해 왔던 제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내면 주위사람들과의 믿음도 더욱 두터워지겠지요.

글쓴분도 얘기하셨지만, 연인이 만나서 2,3년이 지나고 남는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더불어 그들만이 해줄수 있는 세심한 배려가 아닐까 합니다.

이거 댓글이 무쟈게 길어졌군요.
유게에 송재우해설 비명이나 한번 더 들으러 가야겠습니다. 눼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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