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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5/26 18:37:48
Name meson
Link #1 https://www.kl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2984
Subject [일반] 경제침체와 연금붕괴는 모두 저출산 때문인가?
제 예전 글(https://www.pgr21.com/freedom/100405)에 대한 반응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오늘날 저출산이 촉발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경제 분야의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노동인구 감소로 인한 생산능력 감퇴
- 소비인구 감소로 인한 시장규모 축소
- 생산인구 감소로 인한 부양부담 증가

이러한 전망들은 과연 일리가 있으며 사람들을 두렵게 하고 붕괴의 운명을 슬퍼하게 합니다. 또한 이러한 문제점이 저출산으로 인해 야기된다는 분석 역시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출산율을 높이든 이민을 받든 해서 생산가능인구를 보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해 보고 싶은 점은, 이러한 위기에서 저출산 자체는 이차적 원인에 가깝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사안의 문제는 신세대 한 명이 기성세대 한 명보다 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데에서 기인하며, 본질적으로는 신성장동력의 상실이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특정 국가의 합계출산율이 5명에서 1명으로 하락했다면, 이는 예전에는 어른 둘이서 아이 5명을 양육했으나, 현재는 단 1명만을 양육한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사회풍조나 가족관념 같은 정신문화적 측면의 변화가 일정한 영향력을 미쳤기 때문에 원래 1.5명이었을 수도 있는 합계출산율이 1명이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정신문화적 측면의 변화만 없었다면 합계출산율이 계속 5명이었으리라 주장할 수도 없습니다. [ 자녀 양육에 필요한 비용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난 상태 ]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양육비의 증가가 곧바로 한 사회에 붕괴의 운명을 가져다주지는 않습니다. 엄밀히 말해 양육비는 아이에 대한 투자의 성격도 지니며, 합계출산율이 5에서 1로 하락하더라도 그 1명이 5명 몫을 할 수 있다면 생산성 자체는 유지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만일 한국 사회가 엄청난 양육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생산성 약화를 우려해야 한다면(그리고 실제로도 교육비 지출은 세계 최고 수준이 맞습니다), 여기서의 문제는 인적자원에 대한 사회적 투자가 채산성이 좋지 않았다는 데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또한 부양부담 문제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논리입니다. 예컨대 피부양자 1인에 대한 부양자가 과거에 5명이었다면, [ 부양자가 1명으로 줄어들든 1.5명으로 줄어들든 부양이 지속불가능한 것은 똑같습니다. ] 따라서 합계출산율에서 0.5의 차이가 중요하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우선 신세대가 구세대보다 더 부유할 것이라고 전제해야 합니다. 신세대 1명이 구세대 2~3명에 맞먹는 생산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설령 합계출산율이 2를 유지했더라도 부양이 지속불가능한 것은 똑같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논점은 [ 왜 한국의 신세대가 기성세대보다 더 부자가 되지 못하느냐 ]로 좁혀집니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설명은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죠. 한국은 여전히 제조업 강국이지만, 제조업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전문서비스업은 충분히 육성하지 못했습니다. 신세대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보다 높은 생산성을 보이기 위해서는 결국 고부가가치 산업에 종사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관련 기업들의 성장이 제한적이었던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국내의 세대 갈등, 그리고 여기서 파생되는 젠더 갈등과 각종 사회 문제들은 본질적으로 이 신성장동력의 부재에서 유발됩니다.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저출산은 독립변수가 아닐뿐더러 결정적인 문제도 아닙니다. 현 시점에서 완화하기 어려운 현상인 것은 맞지만, 그건 신성장동력을 찾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지 저출산 기조 자체가 공고해서는 아니라는 것이죠. 물론 이렇게 [ 제1원인 ]을 하나 지목한다고 해서 각종 사회 문제가 실제로 해결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분석을 공유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므로 이렇게 몇 자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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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뇨띠
25/05/26 20:53
수정 아이콘
유익한 글 잘 읽고 추천드립니다.
신에너지든 ai든 신산업이든 우리는 특이점 돌파 뿐인까 싶어지네요.
25/05/26 21:01
수정 아이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NoGainNoPain
25/05/26 21:26
수정 아이콘
현재는 소득과 출산율이 정비례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신성장동력을 찾는다고 해도 그게 바로 출산율 증가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대에서 공동연구한 결과를 보면 소득과 출산율이 정비례하지 않는 성향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https://www.seoul.co.kr/news/society/2024/12/23/20241223014002
[국민대 산학협력단은 “소득 불평등이 출산율 하락의 원인이라면 저소득층의 출산율 변화가 출산율 하락을 주도해야 하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고소득층의 출산율 하락 정도가 두드러지게 관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썬콜and아델
25/05/27 06:39
수정 아이콘
신성장동력을 찾으면 출산율이 증가한다는 글이 아니라 신성장동력을 찾으면 출산율이 낮아도 괜찮을 것이라는 글일 겁니다.
NoGainNoPain
25/05/27 07:21
수정 아이콘
출산율이 낮아서 생기는 문제는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에서도 나타납니다.
신성장동력을 찾는다고 해도 인구가 줄어들면 소비또한 줄어들기 때문에 괜찮을 리가 없죠.
25/05/28 11:30
수정 아이콘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인구가 더 많더라도 경제력과 생산성이 낮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일인당 소비보다 선진국 저소득자의 일인당 소비가 훨씬 많을 것이고, 기술이 발전하여 기본적으로 누릴 수 있는 편익이 늘어날수록 소비 수요 역시 늘어날 겁니다. 
물론 국가별 시장 규모에는 영향를 미치겠지만, 전세계적인 출산율 감소 추세를 생각하면 국력에 미치는 상대적인 영향이 그렇게 크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아일랜드나 스위스 같은 인구 수 적은 선진국들 사례를 보면요. 
NoGainNoPain
25/05/28 14:13
수정 아이콘
선진국 저소득자의 일인당 소비가 많다면, 인구가 줄어들수록 선진국이 아닌 국가보다 선진국이 소비또한 더 줄어든다는 말이 됩니다.
같은 숫자의 인구감소라도 선진국에 더 치명타라는 해석이 될 수가 있는 거죠.

그리고 기술의 발전은 소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겁니다. 언제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장할 수 없죠.
현재도 기술의 발전이 저소득층의 일거리를 뺏어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일거리가 뺏기면 당연히 소비도 줄어들게 마련이구요.
25/05/28 16:04
수정 아이콘
인구가 적고 소비가 적다고 아일랜드나 스위스 국민들이 우리나라보다 비참하게 사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소비가 초래하는 기후 환경 영향을 고려하면 인구는 감소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입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구요. 

그래서 인구를 늘리려고 바득바득 노력하는 것보다는 인구 감소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정책과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NoGainNoPain
25/05/28 21:56
수정 아이콘
고령화는 급격하게 비참한 상황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경제상황이 서서히 죽어가는 거죠.

인간의 소비가 초래하는 기후 환경 영향을 정말로 고려한다면 문명의 이기를 거의 대부분 갖다 버려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아주 옛날로 돌아갈 수가 없으니 인구가 늘어나고 경제규모를 키워서 부를 만들어 내야 하는거죠.

아주 옛날로 돌아가건 현 체제를 어떻게든 유지하면서 대안을 찾건 간에 인구 감소에 적응하는 것은 고통을 감내하는 겁니다.
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과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면 나 자신에게 상당한 손해가 오는 것부터 감수해야 하는데, 국민들에게 그런 각오가 잘 되어 있는지 모르겠네요.
요키와 파피용
25/05/26 23:15
수정 아이콘
경제침체와 연금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고 하나를 부정하고 나머지도 부정하는 건 좀 거시기 합니다만
일단 말씀하시는 원인과 결과의 상관관계가 많이 보는 것과 다른데 근거가 글에도 없어서
25/05/26 23:34
수정 아이콘
문제의 핵심은 1인당 생산성이고 그게 충분히 올라오지 못한 이유는 신성장동력의 부재 때문이라는 것이 글의 요지입니다.
25/05/27 10:08
수정 아이콘
되게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데 문제는 같은 관점에서 충분히 생산력 올라간 국가는 미국뿐인데다가 거기도 중산층 붕괴 얘기하지 않나요? 결국 전세계에 희망이 없는건지.
25/05/27 17:50
수정 아이콘
사실 본문은 김세직 교수의 『모방과 창조』를 읽고 쓴 글인데, 책에서는 지금이라도 한국이 신산업 육성에 전력투구하면 희망이 있다면서 나름의 방안도 제시는 합니다. 제 기준으로도 하나마나한 수준의 이야기는 분명 아니었지만 현실성이 있는지는 긴가민가해서 본문은 그냥 짧게 쳤는데, 이제 보니 그것까지 글에 넣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긴 하네요.
제랄드
25/05/27 13:07
수정 아이콘
모두 아시다시피 커다란 사회문제의 대부분은 A~Z까지의 원인이 있으며, A는 B의 원인이 되고 B는 C의 원인인데 A의 결과이기도 하는 등 이러한 수미상관의 매듭이 Z까지 수없이 얽히고 섥혀서 어디서부터 뭘 풀어야 될지도 모르는 상태에 있을 겁니다. 말씀하신 신성장동력의 부재 역시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겠지요. 다만, 상술했듯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에 국가가 할 수 있는 건 쉬워보이는 것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되 정치 상황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하지 말고 초장기 최우선 프로젝트로 끊임없이 노력하여 저출산 문제를 반등... 까지는 아니더라도 연착륙을 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난 국민연금 개혁(?)안을 보듯 우리나라 사회, 정치적 상황을 보면 상술한 제 주장은 뜬구름 잡는 이상론일 따름입니다. 이 정도 의견, 누가 몰라서 말 안 하는 거 아니짆아요. 더 이상 논하는 건 정치 댓글로 짤릴 것 같고(-_-) 골든타임은 지났는데 아직까지 폭탄 돌리기나 하고 있는 현 시대가 안타깝습니다.
퀀텀리프
25/05/27 14:22
수정 아이콘
산업발전 수출로 선진국 반열에 이르렀고 미래도 기술발전 수출이 길입니다.
중국이 더 잘하고 있는 분야가 점점 늘어나는게 문제인데 이걸 극복하고 한국의 강점을 어떻게 살릴것이냐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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