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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7/17 16:06:39
Name 일반상대성이론
Subject [일반] 인류 문명은 제 2의 산소가 될 수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25억년 이전 시생누대 시기부터 남조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라고 불리는 돌처럼 생긴 조각들입니다. 이들이 언젠가부터 광합성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광합성을 하며 대기중의 넘치는 이산화탄소로부터 산소를 만들어내었습니다. 이 산소들은 끊임없이 지구로 떨어지는 소행성들의 충돌에 의해 소모되었으며, 이후 바다에 녹아 있던 철이 산화철로 침전시켜 바다를 붉게 물들였습니다. 25억년 전 원생누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소행성 충돌이 잦아들고, 바다와 지표의 물질들이 더이상 산소를 품을 수 없는 시기가 오자 대기에는 점점 산소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산소 대폭발 사건이라고 합니다. 항산화물질을 갖추지 못한 대부분의 혐기성 세균과, 일부 남세균 스스로는 산화되어 사라져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기를 구성하던 메테인도 산화되고, 이산화탄소는 광합성되어 온실가스가 줄어들면서 눈덩이지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산소와 추위로 인해 지금까지 알려진 첫번째 생물대멸종이 시작되어 약 80%의 생물권이 사라졌다고 추정합니다. 그렇게 혐기성 세균은 산소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지금의 기준으로는 극한의 환경으로 그 터전이 축소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멸종의 시기를 버틴 생물들에게는 기회가 찾아옵니다. 산소는 모든 물질 중 불소 다음으로 산화력이 강하지만,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품고 있습니다. 활용할 수만 있다면 새로운 진화의 장이 열리는 것이죠. 최초의 항산화물질 멜라토닌을 생산하고 산소호흡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의 원형체가 등장하였습니다. 이 둘을 모두 활용하는 진핵생물이 등장하여 생명의 진화는 새로운 장을 맞이합니다. 더 큰 에너지원을 낮은 리스크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렇게 넘쳐나는 자원을 활용하여 다세포생물로 진화하고 동물, 식물 등 다양한 진핵생물이 등장하여 생명의 나무 가지를 뻗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구는 무려 20%나 되는 농도의 유독한 산소로 가득한 대기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생명과 해양, 지표의 물질들은 다 이미 산화되었거나, 산화방지책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이제 산소는 독이 아니라 생명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인간의 문명은 분명 생태계에게 독과 같습니다. 인간이 손을 대는 모든 곳은 원래 살던 생물들 입장에서는 지옥이 되어버립니다. 특히 눈에 띄는 대형동물들 대부분인 인간에 의해 멸종했다고 추정되며, 보이는 하천변은 다 차지해서 양서류들은 말그대로의 대멸종을 이미 겪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바다의 생물자원도 다 소모하며 쓰레기를 퍼뜨리고, 그동안 땅속에 파묻혀있던 석탄과 석유같은 탄소들을 대기에다가 방출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인류는 분명 진화의 특이점을 열었습니다. 자연선택을 통해 그 목숨을 댓가로 발전을 이루어내던 진화의 원리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고, 피드백을 하며 새로운 사회체제와 과학/기술을 만들어내어 끝없이 발전해나가고 있습니다.

인류의 문명은 제 2의 산소가 될 수 있을까요? 광합성을 하던 남조류가 스스로 만들어낸 산소에 의해 고통 받았던 것처럼, 인간도 문명을 통해 스스로 초래한 지구환경 변화에 의해 고통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산소를 통해 호기성 생물이 등장하고 진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것처럼 인간의 문명도 세상 모든 생명체들에게 새로운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지 모릅니다. 비록 지금은 모두에게 고통을 안기고 있지만, 언젠가는 인간이 멸종하게 되더라도 그 유산을 통해 생명체들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나갈지 모릅니다. 인류 문명은 분명 지금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미 지구온난화는 임계점을 넘어섰고, 앞으로 지구의 피드백이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강하게 올 지 알 수 없습니다. 이미 어느정도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산소대폭발과 눈덩이지구 이전과 이후의 지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인간은 한 세대 내에서 진화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80%의 인류가 사라지기 전에 결정을 내려 항산화 물질을 만들어내고 산소호흡을 퍼뜨리듯 대처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게나마 희망이라는 가능성에 기대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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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7/17 16:38
수정 아이콘
우리의 다음을 잇게 될 문명은 완전 자연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닌, 인간과 기계가 결합된 형태가 될 거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들은 당연히 새로운 기후에 적응을 잘 하도록 설계가 되었을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로는 인류가 끝까지 인간의 형태를 유지한 채 문명을이 이어나가는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거대한 구름양산 같은 걸 만들어서 태양빛의 일부를 반사시켜 지구를 식히는 방식으로 온난화를 극복한다던가.
쵸젠뇽밍
25/07/17 17:14
수정 아이콘
다른 동물들의 멸종이 문젠거지, 인간만 따진다면야 지금의 온난화는 멸종을 걱정할만한 문제가 아닙니다.
25/07/17 18:03
수정 아이콘
그렇네요. 더워지면 극지방에 가서라도 살 수는 있으니 흐흐
쵸젠뇽밍
25/07/17 18:34
수정 아이콘
글쵸. 지하로 들어갈 수도 있고.

문제는 다른 생물의 멸종과 이에 따른 생태계 파괴를 어떻게 막느냐인데요. 거대한 구름 양산 같은 걸 만들어서 햇빛을 차단하는 형태는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공산이 크죠. 진짜로 그런 것까지 할 정도로 여유가 없는 수준의 온난화가 진행된다면 그 때는 말씀하신 방법 같은 방법으로라도 해야겠죠. 그렇게까지 가기 전에 탄소배출을 줄여서 극복하자는 거고, 어느정도 성과도 있고요.
cruithne
25/07/17 16:39
수정 아이콘
에전에, 어항에 창궐하던 시아노 박테리아 xxx놈들을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핵전쟁으로 방사능에 뒤덮이든 미세플라스틱으로 온 지구가 덮이든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지구는 그에 적응한 새로운 생명들로 넘처날거라 믿습니다. 다만 거기에 인간의 자리는 없을거라 봅니다. 그러기엔 우린 너무 복잡한 생물이니까요.
김삼관
25/07/17 17:09
수정 아이콘
AI 시대가 열렸으니 지금까지와 다르게 생명체만 지적능력을 가진게 아니고, 다음 세대에는 기계와 인간이 융합된 안드로이드던, 기계100% 존재던 그런 존재가 문명의 최상단을 차지할 거 같기는 하네요..
VictoryFood
25/07/17 18:20
수정 아이콘
미국이 자기 나라의 리스크를 다른 나라에 전가하는 것처럼, 인간도 자기 종의 리스크를 다른 종에 전가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25/07/17 18:4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인류가 있든 없든
지구 표면의 아주 얇은 부분이 가스로 가득차든 얼음덩어리가 되든 불바다가 되든 생물이 나타나 깨작거리든
지구는 그냥 지구인채로 45억년을 지나왔고 앞으로도 그렇겠죠

인류는 다른 생물들의 진화와는 달리
처음에는 그저 운동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뇌로 '사고'를 하는 특이점을 지나고
불, 언어, 무기, 농경, 원자력, AI 등 '내릴 수 없는 호랑이 등'을 만들어오며 지내온 것 같습니다.
인류는 언제라도 스스로와 주위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종이 되었고,
한편으로는 그런 능력을 사용하여 '문명'을 발전시켜왔으며
진화에 있어(혹은 우주에 있어) 극히 특이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자신이 진화를 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고,
(생식 없는 섹스를 하는 등) 진화시스템을 해킹하고
자연환경을 바꾸는 건 물론, 문명이라는 인공적인 환경을 만들어 공진화하면서
자신과 다른 종들의 진화의 방향을 바꾸기까지 할 수 있는 종이 되었죠.

환경에 변화가 생기면 많은 희생자가 도태되고
바뀐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은 적자들은 다시 번성합니다.
(강력한 항생제가 나타나면 대개의 병균들이 죽지만 살아남은 아주 소수의 특이한 병균이 나중에 다시 무주공산을 차지하고 번성하는 것도 그렇고)

아마 앞으로는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혹은 AI와 융합한 소수의 사람들은 그리스신화의 신들처럼 엄청난 능력을 지니고
나머지는 도태되거나 가축 취급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모링가
25/07/17 19:12
수정 아이콘
우주의 의미를 말해보라면 저는 '정보의 피어남'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선 인류의 의식과 그것으로부터 만들어낸 수많은 결실이 지구 역사에서 가장 큰 의미라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인류가 멸망한다고 해서 지구가 아프지 않다는건 거짓말입니다. 정보의 손실은 그 자체로 큰 아픔입니다.
흥망성쇠가 있듯 인류가 쇠퇴한 이후 또 다른 의식을 지닌 생명이 문명을 만들어나갈 수도 있을 테지만, 인류 입장에선 너무 아쉽고, 지구는 물론 우주의 입장에서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쨌든 잘 살아봅시다
及時雨
25/07/17 19:18
수정 아이콘
재밌는 이야기에요.
과학적이고 철학적이네요.
25/07/18 00:29
수정 아이콘
지적 생명체의 능지 문제죠. 유적 자기 통제력의 문제구요. 미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얼마나 아름답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손꾸랔
+ 25/07/18 01:56
수정 아이콘
요즘 AI들 노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이놈들이 어디 몰락한 행성을 탈출해서 기회를 엿보다가 인간의 코딩 속에 침투해서는 어리숙한 척 행세하는 어떤 존재들 아닌가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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