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탄핵되었으니 이제 끝이고 미래를 봐야할까요?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권한을 친한 민간인에게 나눠주어 직권을 남용하고 국정에 개입했다는 이유으로 탄핵소추당했습니다. 그 때만 해도 당시 보수당 의원은 120석이 넘었음에도 결국 234표의 찬성표를 얻어 비교적 순조롭게 탄핵되었고 보수세력은 박근혜 대통령을 빠르게 포기했습니다. 최소한 엘리트 세력이라고 불릴만한 사람들이나 기관, 언론, 그리고 보수적인 성향의 헌법재판소 재판관까지도 모두 그랬죠. 당시에는 느리다고 생각했지만 지금보니 빛의 속도였습니다. 그리고 홍준표 당시 후보는 경선 당시 탄핵찬반에 대해 모호한 자세를 취했음에도 최종 후보 때는 박근혜를 바로 출당해버렸어요.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제2당인 국민의힘에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사유와는 비교도 안 될 불법비상계엄을 통한 친위쿠데타 실행이었습니다. 탄핵사유 중 1개만 인정된 박근혜 때와 달리 윤석열은 탄핵사유 5개가 모두 만장일치로 인정되었어요. 비상계엄 선포, 포고령 1호, 국회 봉쇄와 침입, 선거관리위원회 봉쇄와 침입, 주요 인사들의 체포 명령까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핵찬성표는 200표를 겨우겨우 넘겼고 이마저도 한동훈을 윤석열이 체포하려고만 하지 않았다면 안 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보수세력은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외에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여론조사를 집중적으로 응답하며 여론을 조작하려고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을 2년 7개월 중 2년동안이나 보지 못했던 40% 이상의 지지율을 계엄 이후에 기록하였죠. 이걸 민주당이 못 미더워서 그런다고 믿고 싶어서 그렇게 말하던 분들도 많았고요.
그렇다면 보수엘리트들은 어땠나요? 이들은 보수정신에 맞게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수호했나요? 아닙니다. 이들은 자신이 다음에도 또 당선되기 위해서 아니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눈치나 봤어요. 박근혜 때보다도 훨씬 말도 안 되는 사안에 의한 탄핵임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은 훨씬 느리게 손절되고 남아있는 영향력도 훨씬 큽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항을 제외하고도 당 의원 절대다수가 탄핵 찬성 인원에 대해 이지메를 가하고 경호처는 정당한 영장집행을 방해하고, 판사는 법 역사 상 처음 적용되는 법리를 하필 대통령에게 처음 적용하였습니다. 행정엘리트들이라고 불리던 사람들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디까지 할 수 있나 실험이라도 하는 것처럼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임명했다가 안 했다가 부분만 임명했다가 대법관은 안 하고 법률안거부권은 쓰고 특검도 거부하는 등 온갖 추태를 부렸어요. 심지어 대선후보 결정 때까지도 한동훈과 안철수는 배제하고 당원이 선출한 김문수 후보까지 위헌적으로 한덕수로 교체하는 것이 확정되다가 겨우 수습되었습니다. 이러한 보수엘리트들의 추태때문에 윤석열의 탄핵 심리 과정도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고 국가의 혼란은 아직까지도 훨씬 오래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pgr에서도 윤석열 글보다 대선후보들 글이 압도적으로 많이 올라오고 댓글도 내란수괴보다 대선후보 글에 몇 배 많이 달리는 상황에서는 달라졌을까요? 위헌불법비상계엄 이후 5달하고도 열흘도 더 지난 상황이면 윤석열 대통령은 최소한 출당되었을까요?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아닙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의 김문수 당내쿠데타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당내 개혁보수를 자처하던 30대 초선 김용태가 비대위원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의원들 중에서 보자면 나이로는 저와 제일 가까운 의원들 중 하나일 정도로 젊습니다. 이준석과 함께하던 천아용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당의 주인은 극우세력입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비대위원장으로서 대통령께 정중히 탈당을 권고드릴 것]이라며
[당과 대선 승리를 위해 결단해줄 것을 요청 드리겠다]고 예고하였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5392454?sid=100
그런데 또 16일에는 MBC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의) 결정 여부는 지금 상황에서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며 탄핵의 강을 건넜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서울 선릉역 앞에서 1인 거리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윤 전 대통령과 통화했는지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 저희에게 맡겨주셨으면 한다],
[대통령의 탈당 여부는 어쨌든 대통령께서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5393887?sid=100
제명도 아니고 출당도 아니고 탈당'권고'도 확실치 않다는 겁니다. 결국 당 지도부는 말만 좀 하고 대통령이 어떻게 하든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탄핵의 강은 당은 건넌 것이다라는 주장이겠죠.
쭉 보면 소위 보수당 내 개혁보수, 젊은보수라는 세력들은 그랬습니다. 김재섭,김용태 등은 평소에는(그리고 원외일 때는 더) 해병대원 사망사고나 김건희 여사 비리 등에 대해 비판을 해오지만 막상 이것들에 대해 법안, 특검 투표를 하게 될 때가 되면 야당의 법안에는 흠결이 있다며 아무 것도 하지 않아요.
뭐 이거까지는 절대다수의 국민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의원 개인의 소신이라고 볼수도 있죠. 그러나 제일 국가에서 커다란 사태인 계엄과 그로 인한 탄핵표결 때는 어땠습니까? 김재섭이나 김용태 의원 등은 평소에 그렇게 자주 말해오던 개혁보수를 지켰나요? 김상욱, 김예지가 탄핵소추표결에 참여할 때 뭐했나요? 안전한 당선 직후에는 '당이 하라는 거 반대로 해서 당선되었다'고 일침하던 김재섭 의원은 막상 소신이 필요하게 당이 하라는 것도 거부해야 하는 순간에는 전국민적으로 욕먹은 후에야 겨우겨우 찬성 의사 좀 밝히고는 그후로는 잠잠무소식이었고, 시골 지역구를 차지한 김용태는 아예 소식도 안 들리더군요.
한덕수에게 김문수 후보가 당내쿠데타를 당할 뻔 할때도 조경태 등 친한계 의원들이 대놓고 나서고 투쟁할 때 나중에 겨우 조용히 이름 올리거나 했습니다. 이들은 그냥 얼굴마담이고 안전하고 조용할 때나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척 수다를 떨지 정작 그 개혁보수의 정신이 힘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는 숨기 바쁜 비겁자들이에요.
진짜 개혁보수의 정신이 필요할 때 나선 사람들은 김상욱, 김예지, 조경태 등 평상시에 개혁보수 팔아먹던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개혁신당, 민주당 등으로 탈당한 인물들을 제외하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개혁보수라는 것은 한가할 때 듣기 그럴듯한 말이나 해주는 역할만 합니다. 3당이 아닌 국민의힘에서 실제 당내 개혁보수는 존재할 수가 없어요. 이번 윤석열 대통령 건에서도 여전히 극우가 당의 주인이라는 것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 물론 두 의원들은 조정훈, 조배숙 등 민주당과 가까울 때는 그렇게 불의를 용납하지 않던 극우인사들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