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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6/26 19:34:59
Name 아무로나미에
Subject [일반] 경찰서에서 감사장을 받게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정말로 오랜만에 글을 남깁니다. 다른게 아니라 제목처럼 제게 생소한 일이 생겨서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하하;;

제목대로 경찰서에서 감사장을 받게 되었는데요. 경위는 이렇습니다. 어제 새벽에 창문을 열고 자는데 (저희집은 아파트 9층입니다) 밖에서 큰소리로 싸우는것 같더라구요. 자다가 깨서 기분도 좋지 않고, 뭔가 싶어서 밖을 봤다가 깜짝놀랐습니다

저희집 반대편 아파트 베란다(7층)에 한 여성분이 매달려 있고, 남성분이 잡고계시더라구요. 정황상 소리지르는 것을 들어보니 부부싸움하다가 여성분이 뛰어내리려고 했던걸 남자분이 어떻게 잡고 계신거더라구요 (제가 그과정은 못봤으나, 서로 안좋은 이야기를 하고 여성분이 계속 놔달라고 하는것에서 유추한겁니다. 아닐수도 있어요 ;;)

그 모습을 보자마자 112에 신고를 해서 위치를 말하고 상황설명을 하고 전화를 끊고 계속 상황을 주시하다가, 119에도 전화해야할것같아서 다시 112에 전화를 하였습니다. 방금 전화한 사람인데 119에도 전화해야할것같다구요. 그랬더니 이미 신고하셨다고 하더라구요.

전화통화 후 계속 매달려있는걸 보면서 경찰차를 기다렸습니다. 너무 조마조마한게 떨어지면 어쩌나하고 숨죽이면서 지켜봤는데 거의 전화 끊고 5분만에 경찰차가 와서 위치를 확인하더니 잡고있던 남성분께 현관문 비밀번호를 물어보고 들어가시더라구요.

두세분이 들어가서 베란다 창을 다떼고 남성분과 함께 1명의 경찰분이 같이 팔을 잡고 계셨고, 나머지 분들은 로프로 자신들을 감으시더라구요. 그러던 중에 119가 도착했구요. 구급차랑 소방차 (사다리있는)가 함께오더군요. 10분여 정도를 여성분과 실갱이 중에 경찰관 분들이 로프를 감고 내려가서 여성분을 구출하셨습니다. 우리나라 경찰분들 대단하시더라구요.

어쨌든 경찰의 적절한 대응덕택에 여성분은 무사히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이후에 집안에서 주무신건지 경찰서로 간지는 모르겠어요. 저도 다리가 너무 떨려서, 여성분 구조되자 자리에 누웠거든요)

그리고나서 오늘 회사에 평소와 같이 출근했는데, 점심시간에 전화가 와서는 어제 신고하신분 맞냐고 하더라구요. 괜히 경찰이라니까 긴장했는데, 신속한 신고로 소중한 인명을 구했다고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감사장을 드릴예정인데 괜찮냐고 물으시더라구요. 생각도 못한말에 어버버거리다가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어쨌든 전화를 받고 나니 뭔가 그래도 사소하지만, 해야할일을 했구나 싶더라구요. 왠지 마음도 뿌듯하고;; (당연한 일인데 말이죠;;)

여담으로 한번더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어요. 혹시나 동영상 찍으셨냐고. 사실은 찍을까도 했지만, 사람이 떨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런걸 찍는게 예의가 아닐거 같아서 안찍었는데요. 경찰관분들께서 아쉬워하시더라구요. 이유를 들어보니 요즘 경찰관분들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안좋아져서, 이렇게 적극적인 초동대처의 모습이 알려지면, 실제로 많은 경찰관분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걸 알리수도 있었다고 하시더라구요. 생각해보니, 경찰관분들이 로프 타고 구하시는 모습은 너무 멋있었습니다. 이런 장면들을 다른 분들도 아셨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사실 경찰에 대한 감정은 부정적인 면들이 더 많지만 (밑의 오원춘 사건이나, 정치적 행보 등등) 어제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빠른시간에 달려오고, 맡은바 일에 충실하신 경찰관분들을 보면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이사회를 지켜주는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감사장은 못받았지만, 뭔가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경험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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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리
12/06/26 19:40
수정 아이콘
좋은일 하셨네요.
용감한 경찰관분들한테도 시민들이 감사장을 줘야할텐데.
욕할건 당연히 욕해도 칭찬할껀 칭찬하고 상을줘야 경찰행정에도 발전이 있겠지요.
ReadyMade
12/06/26 19:42
수정 아이콘
짝짝짝..
가을독백
12/06/26 19:42
수정 아이콘
어딜가나 1%의 인간들때문에 나머지 99%가 욕을 먹는 현실이지요.
그와는 별개로, 정말 잘 하셧습니다. 한 목숨 살리셧네요.
당당하게 외치고 다니셔도 될듯합니다. 난 사람을 살린 남자야! 하고요. 하하하.
12/06/26 19:43
수정 아이콘
좋은 일 하셨네요.
t.sugiuchi
12/06/26 19:43
수정 아이콘
정말 훌륭한 일을 하셨습니다!
코큰아이
12/06/26 19:48
수정 아이콘
조현오 보고 있나?
이렇게 성실히 묵묵히 자기 임무에 임하시는 경찰관분의 수고를 당신이 다 날려먹은거 알고있나?

글쓴분이나 경찰아저씨도 다 수고하셨어요.
이래서 아직까지 살만한 대한민국입니다.
켈로그김
12/06/26 19:54
수정 아이콘
훌륭하십니다.
Neandertal
12/06/26 19:57
수정 아이콘
좋은 일 하셨네요...^^
12/06/26 19:59
수정 아이콘
닳고 닳은 일부의 분들 제외하면, 일선 지구대 분들은 항상 열심히 하세요.

'일부리거'얘기가 아니라 진짜로...
12/06/26 19:59
수정 아이콘
진짜로 사람 목숨 하나 살리셨네요.. ^^;;
언제나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저렇게 고생하고, 꼭 일부가 욕을 먹이죠(응?)
봄바람
12/06/26 19:59
수정 아이콘
나는 왜 안주지...

얼마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한 택시기사가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거예요.

한 승객이 비교적 장거리로 왔는데 내리자 마자 토하고 실신...

에휴 어떡해요. 하고 걱정스런 말씀 드리고 제 일을 보고 10여분 후에 다시 그 자리에 왔는데 여전한거예요.

주민 두분이랑 대책을 논의 하고 있는데 제가 112나 119에 먼저 전화해야하는게 아니냐고 했죠.

주민분들은 전화기를 놓고 나온 상태이고 기사님은 전화 불통상태... 제가 112에 전화를 했습니다.

여기 ~구 ~동 ~건물 앞에 택시승객이 실신해 있어요. 5분 후에 경찰들 오자마자 전 자리를 떴어요.

당시 주말 밤이었고 시간이 돈인 택시 기사님이 너무 안쓰럽게 보여서 돕고 싶은 마음에 그랬지만

택시기사님이 어찌나 감사하다고 몇번이나 말씀하시던지... 적당한 호의는 정신건강에 도움이 됩디다.

그리고 요즘 경찰분들... 제 친구도 경찰인데 정말로 고생이 많아요. 뭐 우리 인생이 힘든 게 첫번째지만;
블레이드
12/06/26 20:07
수정 아이콘
저도 112 신고를 한적이 있는데 정말로 일선에서 뛰는 분들 중에 친절한 분 많습니다.
12/06/26 20:11
수정 아이콘
훌륭하십니다!!
아무로나미에
12/06/26 20:18
수정 아이콘
우와~ 많은분들이 칭찬을 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
앞으로도 작은 힘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며 살아야겠네요.
모두들 감사합니다 ^^
루크레티아
12/06/26 20:22
수정 아이콘
인생에서 자기 손으로 인명을 직접 구하는 순간이 얼마나 되려나요?
정말 훌륭한 판단으로 좋은 일 하셨습니다.
Dear Again
12/06/26 20:45
수정 아이콘
아 경찰분들 짠하네요 ㅠㅠ 일부 떄문에 이미지가 안 좋아져서.....
ComeAgain
12/06/26 21:05
수정 아이콘
동영상 찍으셨으면, 9시 뉴스에 나왔겠네요.
그리고 최초 신고자로 인터뷰도 하셨을 듯;;
홍승식
12/06/26 22:03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일 하셨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고생하는 경찰관, 소방관 여러분 감사합니다.
Absinthe
12/06/26 22:19
수정 아이콘
글 쓰신 분과 고생하신 경찰관 분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어린시절로망임창정용
12/06/26 22:41
수정 아이콘
대단하십니다-_-)b
화잇밀크러버
12/06/26 23:22
수정 아이콘
사진이 꽤 중요하더라구요.
보통은 경찰들이 찍을텐데 그쪽도 경황이 없었나봅니다.


좋은 일 하셨네요.
눈시BBver.2
12/06/26 23:50
수정 아이콘
^^ 고생 많으셨습니다. 정말 좋은 일 하셨습니다.
매콤한맛
12/06/27 00:15
수정 아이콘
경찰관,택시기사 등등 인터넷에서 욕많이먹는 직업군에 종사하시는분들 제 경험으로는 대부분 좋은분들이셨습니다.
알카드
12/06/27 00:58
수정 아이콘
멋지십니다!
잠잘까
12/06/27 03:16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일 하셨습니다. 멋지세요!!!
pollinator
12/06/27 11:32
수정 아이콘
동영상은 없으나 이글을 여러 커뮤니티에 올리신다고 하세요, 감사해할겁니다.
12/06/27 14:33
수정 아이콘
좋은 일 하셨네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12/06/27 15:17
수정 아이콘
좋은 일 하셨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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