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아직 드라마를 보지 않았는데 밑의 소감글을 읽으신다는 것은 그냥 이 드라마를 보지 않겠다는 말과 비슷하니 나중에라도 한번 볼까 싶으신 분들은 뒤로가기 버튼 눌러주세요.








OCN 오리지널 드라마 ‘나쁜녀석들’ 을 뒤늦게 다시 보았습니다. 글주변이 없어서 그냥 짤막짤막하게만 쓸게요.

‘나쁜녀석들’  팀의 캐릭터들에 대해서 짤막하게 평하면, 오구탁(김상중)의 연기는 참 좋았습니다. 1화만 봐도 이야 오구탁 연기 죽이네 하면서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죠. 그리고 한국 드라마에서 정말 보기 드물다 싶을 정도로 입체적인 캐릭터였어요. 독기밖에 남지 않은 나쁜 녀석들의 리더, 범죄에 맞서는 정의감 넘치는 형사, 딸을 누구보다 사랑하면서 가난한 현실에 대한 갈등하는 아버지, 자식을 위해서 불의와 타협하고, 또한 자식의 복수를 위해서 이정문의 연쇄살인 범죄를 조작해서 집어넣는 악인의 모습. 인간같지 않은 카리스마와 너무도 인간적인 결함들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인물.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이 인물 하나로 드라마 끝까지 봐도 될정도.

박웅철(마동석)은 요즘 제가 워낙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고, 이 드라마 다시 찾아보게된 이유... 마동석씨 연기 보고싶어서요. 극중 개그+잡몹처리(...) 담당인데다가 대사가 워낙 맛깔나고 찰져서 보는 즐거움이 가장 많았던 캐릭터. 전형적인 의리많은 선량한 조폭캐릭터.

정태수(조동혁)은 극중 1:1 및 고문담당(...) 그나마 가장 나쁜놈 비슷했던 캐릭터. 그런데 저한테는 마지막회 때문에 이미지가 좀...  최종결전을 앞두고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데, 과연 누구를 위한 사과인가 싶었던 장면. 사죄하고 참회하는 진정성에 의심은 없지만, 너무 자기자신이 홀가분해지기 위한 사과 아니었을지. 전체적으로 조동혁씨 액션과 시크한 연기가 일품.

이정문(박해진)은 이 드라마 전체 스토리의 정중앙에 있는 인물인데, 그정도 무게감을 감당할 정도로 연기 의외로 굉장히 잘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가엾은 캐릭터중 한명. 근데 천재라는데 그 천재성 발휘하는 장면은 드물었던것 같아요.

에피소드 두개만 말하면, 3화 ‘인간시장’ 에피소드는 오원춘 살인사건을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거의 그대로 가지고와서, 참혹한 마음도 들고 보기 괴로웠던 에피소드. 결국 피해자를 구하는 것으로 마무리해서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것으로 씁쓸한 카타르시스를 남겼던 에피소드였고요,
5화 ‘살인의 이유’ 는 비정규직 문제를 드라마에 버무려넣은 것은 좋았지만 총으로 저격하는 묻지마 살인 속에 진짜 살인을 숨긴다는 구도가 영화 잭 리처랑 너무 똑같아서, 영화를 미리 본 저같은 사람에게는 해당 에피소드 전체를 너무 없어보이게 만들었어요.

극중에서 좀 심하다싶게 아쉬운 부분은 화연동 연쇄살인의 피해자들이 모두 오재원에게 개인적인 ‘심판’ 을 당한 중범죄자들의 가족들이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눈에띄게 두드러진 연관관계를 경찰수사에서 파악하지 못했다는건 몰입을 방해할 정도였고, 그리고 경찰청장이 오재원에게 칼맞고 죽어가면서 핸드폰으로 오구탁에게 전화거는데, 이건 아무리 드라마라 하더라도 오재원의 허술함이라던가 경찰청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칼맞고 죽어가면서 기껏 전화한다는게 오구탁에게 유언남기기라니 이건 좀...

소소하게는 나쁜녀석들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진짜 나쁜녀석은 팀에서 찾아보기 힘들고 범죄자들을 개처럼 물어 뜯어 씹어먹으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검거과정에서 불살을 지킨다는게 좀 아쉬웠던점. 19세 드라마였는데… 그리고 빈약하다 싶은 캐릭터 설정. 왜 죄다 연쇄살인범에게 가족을 살해당한 사람들만 나오는지. 주인공 오구탁에, 남구현 경찰청장, 악역대장 오재원, 김동호 원장까지…

그래도 끝까지 과연 이정문은 연쇄살인범인가, 오구탁은 모든 음모의 배후인가를 추리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고, 배경음악이나 비주얼적인 요소들이 미국드라마를 많이 흉내낸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퀄리티있게 뽑혔다는 점 등 전체적으로 재밌게 봤던 드라마였어요.

p.s. 주인공급 등장인물중 한명이 빠진것 같은데 기분탓이겠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