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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2/04 18:31:07
Name Go2Universe
Subject [일반] 리뷰 - 근10년 최고의 영화 <액트오브킬링> (스포함유)

블로그에 올린 글과 동일해 문체가 조금 불편하실지도 모릅니다. 살짝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큰 문제는 없어보입니다)







근 10년간 봤던 최고의 영화.

몇시간째 글을 쓰다 지우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결국 이 영화에 대한 리뷰는 잘 풀어내질 못하겠다.

영화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이 영화가 가진 수많은 장점들이 글로 잘 표현되지 않아서다.

곳곳에 나타나는 초현실적인 장면들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아마 그건 형언할수 없는 감흥을 이 영화덕분에 얻어서가 아닐까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있었던 제노사이드를 다룬 이 영화는 그 학살과정에서 1000명이상을 사형집행한 안와르 콩고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그 인물을 다루면서도 계속 이야기가 커져나가면서 인도네시아의 학살, 나아가 인도네이사라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로 내용을 확장해나간다. 그 와중에 기시감처럼 자꾸 한국의 근현대사가 스쳐지나가는 것은 필연적. 30여년전 내 고향에서 있었던 학살에 대한 기억들도 조금씩 떠오르고,제주 4.3도 스쳐지나가고, 전쟁당시의 민간학살도 생각이 난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강점은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소재를 통해 인간 밑바닥에 있는 '어떤 근본'을 다뤄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 근본을 다루는 것때문에 요즘 영화들에 대한 평이 박한 내가 무릎을 꿇고 근 10년 최고 영화라는 칭찬을 한 것일테고.



<해맑게 웃으며 사형을 재현하는 이 할아버지가 안와르 콩고>




<액트오브킬링>은

진정성을 갖춘 영화지만,

훌륭할 영화가 가져야할 세련됨을 가졌고,

그러함에도 필요한 순간에는 투박함으로  정면승부를 하기도 하는,

인파이트와 아웃파이트에 모두 능한 영화라고 해야겠다.


이 다큐멘터리는 시작과 동시에 친절하게 자막으로 영화의 내용을 설명해준다.

안와르 콩고라는 인물의 기억을 영화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는 것. 

웃으면서 자신이 사람을 어떻게 죽였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인물의 자기 합리화의 과정을 따라가는 이 영화는 합리화의 과정속에서 이 인물에게 인간의 '어떤 근본'을 발견(혹은 발생)시킨다. 악몽을 꾸면서도 왜 악몽을 꾸는 지도 모르는 이 사람에게 그 악몽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길게 하고 있는 것. 그리고 영화를 만들면서 자신의 과거가 재연되는 것을 보다가 이 사람이 천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한번도 자신의 삶에 대해 부정해본적이 없던 이 사람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동원된 동네주민들이 촬영때문에 받는 고통들을 보며 과거의 기억이 정당했던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며 그 무너짐은 더욱 가속화 되기 시작한다. 이런걸 시뮬라시옹이라 해야하려나.



<영화속 영화 촬영장면. 잔인한 장면들이 많기에 이 장면으로 대체>


보는 내내, 보고나서도 자꾸 머리를 떠나지 않는게 있다면 이 영화에 나타나는 자기 합리화를 해낸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모습.

둘 모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지만 자기 합리화에 성공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평온한 삶을 살아가는반면, 자기 합리화에 실패한 사람은 - 안와르는 자기 합리화를 할 필요성 자체를 모르는 인물로 묘사된다. 정말로 자신이 잘못한게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백지상태의 인물인 것처럼 - 악몽을 꾸면서도 자신이 왜 악몽을 꾸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되어있다는 사실. 제노사이드를 다룬 수많은 영화들에 나오는 (전형적인)두종류 인물을 같이 보여주면서 이 무식해서 순진한 사람을 통해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자기가 묶었던 사람들의 목들이 결국 자기를 목죄고 있었다는 사실에 이르러선 그 어마어마한 충격을 견뎌내지 못하는 한 늙은이를 보여주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최고로 진정성있는 순간을 보여준다.


다큐를 몇번 편집해봐서 기억하는게 있다면 극영화가 아니기에 원하는 순간에 들어가질 못하고 필요한 순간에 빠지질 한다는 것인데 이 영화는 놀랍게도 어느 순간부터 들어가야할 순간과 나와야할 순간들이 명확하게 분리되기 시작한다. 거기에 각 쇼트들의 길이가 길어야할 순간과 짧아야할 순간들에 대한 분별도 명확해진다. 편집을 해야하는 순간과 하지 말아야할 순간을 구별하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를 알기에

이 영화 후반부의 편집에 대해서는 기립박수 말고는 할게 없더라. 특히 마지막 시퀀스의 피사체와의 거리는. WOW. 영화 마지막 시퀀스에서 한 인물의 충격적인 순간을 멀리서 차분하게 바라보고 있는 카메라는 피사체와의 거리감이 다큐에서 어떤 의미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중요한 가르침이 될거도 같고. 뻔하고 당연하지만 하기 힘든 그런 것.다가섬에 대한 유혹을 이겨냈기에 더 넓은 의미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 자체가 큰 희열이 되었다고 해야하나.



뱀발1

영화 앞부분에 쉴사이 없이 쏟아지는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잘 따라가지 못하면 앞부분이 힘들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길고 충분하게 설명을 하는게 영화 후반부에가서 강한 힘을 지니게 하니 힘들더라도 반드시 참고 볼 것을 권장합니다.그 충분한 길이가 없었다면 인도네시아라는 잘 모르는 세계를 내가 있는 세계로 인식하는데에 문제가 생길겁니다.그리고 이 영화를 본 많은 분들이 충격적인 엔딩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안와르 콩고 할아버지가 자신이 만들고 있는 영화를 가지고 쇼프로그램에 참석한 장면입니다. 그게 진짜로 방송한게 맞는건지 의심이 갈 정도로 쎕니다.그리고 긴 시간 영화에 집중하기 위해 극장에서 반드시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2시간40분동안 어둠속에 화장실 참으며 갇혀있을만한 가치가 충분한 영화니까 더 그렇죠. 




뱀발2

이 영화를 가장 잘 표현했던 것은 구글을 통해 찾았던 이 포스터.

영화를 보고나면 이 포스터를 보며 느껴지는 감정이 몇배가 될듯.








<나온 모든 사진들은 다음 영화 액트오브킬링 포토 란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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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충달
14/12/04 18:33
수정 아이콘
영화가 이런 것 까지 가능하구나 하는 점을 느꼈던 영화였습니다.
Go2Universe
14/12/04 18:37
수정 아이콘
그래서 최고의 영화같더라구요. 그래비티에서 받은 충격이 지워질 정도라고 해야할려나요. 경우는 좀 다르지만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영화더군요. 너무 늦게 한국와서 아쉽고 다음 영화도 좋다는데 그거 꼭 보고 싶네요. <침묵의 시선>말이죠.
마스터충달
14/12/04 18:42
수정 아이콘
초중고 12년의 역사교육을 해도 이승만 재평가 같은 소리나 나오고 있는게 현실이죠.
원래부터 그런 세력이라면 모르겠는데, 그 시절하고 상관도 없는 아이들이 자라나 일베를 하고 있구요.

그런데 이 영화는 10년 교육도 못한 일을 해내고 있어요.
거기다 그 대상이 비뚤어진 애들 정도가 아니라 당시 학살의 행동대장 같은 사람이니...

우리나라로 치면 이근안을 참회시킨 영화라고나 할까요.
허긴 예수님도 못한걸 해낸 영화군요;;; 목사하고서도 헛소리 작렬하신 분이니;;;;
Go2Universe
14/12/04 18:47
수정 아이콘
그렇죠. 저도 보는내내 이근안 생각 많이 나더라구요.
그런데 그런 사람 멘탈을 무너지게 해버렸다는 것에 대해 이 다큐가 얼마나 놀라운 건지 알게 되겠더라구요.
감독의 집념도 느껴지고, 감독멘탈도 어마무지하게 강력한것 같고 말이죠.
마스터충달
14/12/04 18:58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저는 보고 나서 뭐라 말을 못하게 만든 영화라 리뷰는 포기하고 있었는데
리뷰 올려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덕분에 저도 하고픈 얘기들을 하고 갑니다 흐흐
王天君
14/12/04 18:36
수정 아이콘
곧 볼 거라서 리뷰는 안보고 제목만 봤는데. 요새 정말 영화들이 장난이 아니네요.
Go2Universe
14/12/04 18:49
수정 아이콘
아직 영화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 들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계속 나와요, 계속.
리비레스
14/12/04 18:46
수정 아이콘
이 리뷰보고 꼭 봐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어느 정도 영화일지 기대되네요.
Go2Universe
14/12/04 18:50
수정 아이콘
기대에 부응하리라.. 자신해봅니다. 정말루요.
에스테반
14/12/04 18:47
수정 아이콘
언뜻 초현실적이기까지한 장면에서 희생자가 가해자에게 메달을 걸어주는 장면은 정말 너무나 강렬한 장면이고 (어떤면에서)무서울 정도로 끔찍한 장면이라 도저히 잊혀질것 같지않습니다.
Go2Universe
14/12/04 18:49
수정 아이콘
아...... 대단하죠 그 장면도.
사이사이 이야기 끊어가며 집어넣는 장면들이 하나같이 다 예술이에요 이 영화는.
14/12/04 19:41
수정 아이콘
이야기 구성이 굉장히 참신하다고 해서 보고싶긴 한데요.
영화 후기들을 찾아보니... 감정 소모를 많이 시키는 영화이니, 주의를 요한다고 하네요. 요즘 힘든일이 많아서 이 영화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거 후속작도 있는데, 그건 더 쎄다고 하네요.
Go2Universe
14/12/04 19:47
수정 아이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세요.
후속작은 보고온 후배가 말하길 더 좋다고 하더랍니다.
에스테반
14/12/04 20:45
수정 아이콘
사실 관람이 힘든 영화입니다. 특별히 감수성이 예민하신 분들은 더 그럴것 같아요. 다만 그래도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영화가 좋습니다.
이시코기
14/12/04 19:42
수정 아이콘
헉 저번에 예매해놓고못가서 다시 하려니 끝났네요??? 내렸네요..!?
Go2Universe
14/12/04 19:47
수정 아이콘
아트나인에서 어제 봤으니 확인해보세요 한번,
이시코기
14/12/04 19:50
수정 아이콘
으으 cgv에서는 다내리고 기타극장에 아직걸려있네요 집앞에서볼수없다니 아쉽지만 원정가야겠습니다ㅜㅜ
Starlight
14/12/04 21:46
수정 아이콘
기획이 너무 좋네요. 악마가 스스로 그린 자화상이라는 평이 정말 잘 맞는것 같습니다.
벌레이야기
14/12/04 22:51
수정 아이콘
아, 마지막 포스터가 정말 강렬하네요. starlight님의 평에 적극 공감합니다. 거울 앞에 서면 스스로 했던 잔혹한 행위의 기억이 돌아와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뒤돌아서면 아무일 없다는 듯 웃고 떠들더군요. '이만큼 사람들을 죽였어'라는 얘기를 영웅담처럼 풀어놓으면서요.
14/12/05 01:22
수정 아이콘
영화라기보다 다큐에 가깝지만 어쨌든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적용가능한거같고..
WeakandPowerless
14/12/05 03:03
수정 아이콘
굳이 구분할 필요도 없지만, 다큐에 가까운 게 아니라 다큐 맞죠 흐흐.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영화의 한 장르죠. 다큐라는 말을 극영화와 다른 개념으로 쓰신 말 같지만 사실 극영화와 다큐를 똑 부러지게 나누는 구분도 사실은 애매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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