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3/12/18 18:49:05
Name 저 신경쓰여요
Subject [일반]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을 구하고 왔습니다.
저는 오늘 집에 돌아가면서 지하철에서 피지알을 하고 있었습니다. 언제나와 같이 유게를 돌아다니다 보니 롯데리아에서 새우버거를 1+1로 판다더라구요.(혹시 모르셨던 분은 내일 오후에도 한다니까 참고하세요... 크크) 그래서 평소 내리던 곳보다 한 정거장 멀리 가서 내렸습니다. 저희 집 근처엔 롯데리아가 없거든요.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있는데, 앞에 타신 할아버지가 갑자기 뒤통수부터 해서 뒤로 확 넘어오시더군요.

사람이 그렇게 뒤로 확 넘어오는 건 고등학교 체육시간에 매트 위에서 밖에 본 적이 없었는데, 할아버지의 뒤에는 저밖에 없었던지라 엉겁결에 제가 온몸으로 받쳐 들었습니다. 그런데 당황하셨는지 에스컬레이터 난간이 아닌 저 멀리 있는 계단 난간을 향해 팔을 뻗으면서 버둥거리시더라구요. 이게 계단에서 일어난 일이었으면 어떻게든 진정 시키고 세워 드렸을 텐데, 에스컬레이터라서 딛고 계신 다리는 저 멀리 위로 올라가는데 몸통은 거의 뒤로 눕다시피 해서 내려가고 있는 상황... 저도 당황해 하면서 몸을 일으켜 드리려고 했지만,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무게중심이 거의 눕다시피 뒤로 쏠린 사람을 팔 힘으로만 일으켜 세우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아니면 그냥 제가 약한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에스컬레이터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는데 저랑 할아버지는 계속해서 아래로 밀려나고 있고, 할아버지가 버둥거리시니까 뒤로 내려가는 과정에서 팔로만 받치게 되었던 저도 함께 넘어갈지도 모르는 그 상황이, 실제로는 굉장히 짧은 시간이었겠지만 엄청나게 길게 느껴지더라구요. 지금 생각하면 소리라도 질러서 에스컬레이터를 멈춰 달라고 했어야 했는데 그럴 정신이 없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할아버지랑 같이 금방이라도 넘어갈 것처럼 아래로 몇 걸음인가 내려가다 보니 에스컬레이터가 멈추고 직원 분들이 달려오시더군요.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 위라서 거리를 분간하긴 어려웠지만, 역시 오랫동안 그러고 있지는 않았던 모양이었습니다. 직원 분들이 우선 할아버지를 바로 세우는 것을 도와주시고, 저한테도 다친 데 없냐고 물으셨습니다. 다행히 다친 데는 없었지만... 할아버지의 걸음걸이가 안 좋으신 걸 보니 약주를 하셨거나 다리가 불편하신 모양이더라구요. 할아버지랑 부부이신 듯한 할머니께서 계속 저한테 감사하다고 그러시고, 주변에 계신 분들도 학생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면서 장하다고 해주시니까 제가 진짜 좋은 일을 한 것 같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때야 쑥스러워서 고개만 꾸벅꾸벅 숙이고 얼른 자리를 피했지만요.

저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서,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새우버거를 손에 들고 집으로 오는 길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방금 처음 우연히 한 번 이런 일을 겪었을 뿐인데, 이런 게 생업인 경찰이나 소방관 분들은 진짜 대단하신 것 같다...라구요.

또 유게에 롯데리아 새우버거 1+1 정보를 올려주신 분께도 감사 드립니다.
그 분 아니었으면 제가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릴 일도 없었을 거고, 사람을 구하는 경험도 해보지 못했을 거고, 지금 이렇게 새우버거를 먹고 있지도 못했을 테니까요... 흐흐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설탕가루인형
13/12/18 18:50
수정 아이콘
큰일 하셨네요~
13/12/18 18:54
수정 아이콘
좋은일 하셧습니다. 당황 하셧을텐데 침착하게 잘대응도 하셧구요.
회전목마
13/12/18 18:56
수정 아이콘
제목만 보고는 구인중이신가 했습니다 흐흐
좋은일에 몸도 안 치셔서 다행이네요
하정우
13/12/18 18:56
수정 아이콘
큰일날뻔했네요.
에스컬레이터는 모서리가 너무 날카로워서 진짜 위험할뻔했네요
켈로그김
13/12/18 18:59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일 하셨습니다.
특히 저라면 굉장히 생색을 냈을 일인데 겸손하게 자리를 뜨시다니....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모두 제 사진을 찍으시오. 저는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를테니 인터넷에 올려주시오. 얼굴만 가리고...)
그렇게요
13/12/18 19:00
수정 아이콘
참.. 인생은 알수없는 것 같네요~ 그 글을 보지 못했다면 할아버지는 어떻게 되셨을지... 큰일하셨습니다.
어강됴리
13/12/18 19:02
수정 아이콘
사람구했다길레 저는 사장되셨다는줄 알고 허허허..
13/12/18 19:06
수정 아이콘
롯데리아가 사람을 구했군요. 역시 새우버거는 위대합니다.
우리엘
13/12/18 19:11
수정 아이콘
멋지십니다. 이 것이 바로 새우버거의 힘이군요.
광개토태왕
13/12/18 19:14
수정 아이콘
노인 한 분 구하셨군요!!
LurkerSyndromE=
13/12/18 19:17
수정 아이콘
기승전새! 고도의 광고글이군요. 내일 점심은 새우버거로 정했다!
은하관제
13/12/18 19:22
수정 아이콘
아찔한 순간이셨을 텐데 일이 잘 해결되서 다행입니다
결론은 새우버거 사세요 2개로 사세요?
복받으실 꺼에요~
강가의 물안개
13/12/18 19:26
수정 아이콘
와우~~박수~!!!!
너무 잘하셨어요.
한분의 생명과 가정의 평화를 구하신 엄청난 일을 하신거에요.
저 신경쓰이는 님...좀 멋지십니다.
시케이더
13/12/18 19:40
수정 아이콘
멋지십니다!!!!!
王天君
13/12/18 19:45
수정 아이콘
롯데리아 새우버거 광고글이네요. 내려주세요.
저도 새우버거 먹고 왔습니다. 아무튼 멋지군요!!!
빅토리고
13/12/18 19:57
수정 아이콘
좋을 일 하셨습니다.
YORDLE ONE
13/12/18 20:22
수정 아이콘
너무너무 잘하셨어요
마토이류코
13/12/18 20:44
수정 아이콘
새우버거의 슈퍼세이브 !?
13/12/18 21:12
수정 아이콘
장하십니다. 좋은 일을 하셨으니
여자친구가 없다면 여친이 생길 것이고, 여친이 있다면 재물운이 있을겁니다!!
히히멘붕이삼
13/12/18 22:09
수정 아이콘
좋은 일 하셨으니 틀림없이 좋은 일이 올거에요 흐흐
13/12/18 22:27
수정 아이콘
슈퍼 히어로가 따로 있나요. 이런 행동하시면 슈퍼 히어로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시시박
13/12/18 22:35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일 하셨습니다. 언젠가 보답 받으실겁니다!! 저도 기분이 좋네요~~
항상엔진을켜둘게
13/12/18 22:35
수정 아이콘
우와 정말 좋은 일 하셨네요!
얼마전에, 임신 4개월인 친구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앞사람이 뒤로 넘어져서 사람들이 연쇄적으로 우르르 밀리는 바람에
그 친구도 넘어질 뻔해서 너무 놀라 배가 아파 산부인과 갔다왔다는 얘기를 듣고
그 이후부터 에스컬 손잡이를 꽉 잡고 다녀요. 잘못되면 저 뿐만 아니라 뒷사람들까지 다치게 될테니까요. 안 다치셔서 다행이네요.
홍승식
13/12/18 23:01
수정 아이콘
영웅이 여기 있었군요.
신경쓰여요 님은 할아버지만 구한게 아니라, 옆에 계시던 할머니도 구했고, 집에 계실 자녀분들도 구했고, 에스켈레이터 관리하시는 역무원들을 구했고, 집에서 피지알 게시판을 보면서 추천을 누르는 저희들도 구한겁니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하신거예요.
내일도 새우버거 드세요.
꼭 2개 드세요.
영원한초보
13/12/18 23:03
수정 아이콘
구직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크크크
저희 아버지도 최근에 피곤하셔서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지셔서 귀가 찢어지셨습니다.
미련하게도 아버지는 그자리서 119 부르지 않고 집에오고나서 저랑 같이 응급실에 갔네요.
아버지께서는 심장혈관 질환이 있으셔서 아스피린 복용중이시라 지혈도 되지 않아서
단순 외상보다는 위험한 상황이였지만 별탈 없이 꿰맸네요.
신경쓰여요님은 큰 사고를 예방한 훌륭한 일을 하셨네요
고로로
13/12/18 23:05
수정 아이콘
멋져요
버러우없는러
13/12/18 23:21
수정 아이콘
조심하시고요 멋진일 하셨네요
13/12/19 01:46
수정 아이콘
추천은 이런 글에 해야 제맛이죠! 좋은 일 있으실 겁니다.
SLOWRAIN
13/12/19 15:37
수정 아이콘
세상은 이런분들이 계셔서 아직은 더 살아보려구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1109 [일반] 래퍼 문수 [49] PYROS6349 14/04/18 6349 0
50739 [일반] 커뮤니티를 여행하는 키워를 위한 안내서 :발제의 방법 [17] Marcuse4554 14/03/29 4554 0
50313 [일반] 참을 수 없는 서사의 역겨움 : MBC '집으로' [14] 헥스밤7544 14/03/07 7544 23
50124 [일반] 후쿠시마 사태 비판서적의 일부내용을 보고. [25] 중년의 럴커6507 14/02/27 6507 6
49846 [일반] 크레용팝 길거리 공연 변천사 [27] 시로~6157 14/02/13 6157 2
48648 [일반]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을 구하고 왔습니다. [29] 저 신경쓰여요5077 13/12/18 5077 45
45915 [일반] 예비군 훈련 정리 [92] 싱하in굴다리27794 13/08/17 27794 8
45019 [일반] [사건] 포스코에서 폭발 → 포스코 “포항 공장 폭발사고 아니다”(2보) [29] lovewhiteyou7899 13/07/05 7899 1
44559 [일반] [맨 오브 스틸]에 맞설 한국형 슈퍼히어로물의 후보자들은? [70] Neandertal6063 13/06/17 6063 0
43437 [일반] 소방관이 불 끄다 다치면 벌점을 받는다고 합니다. [25] 착한아이5395 13/04/26 5395 0
43436 [일반] 한국은 선진국이 맞는가 [308] kurt9812 13/04/26 9812 1
42395 [일반] 취임식 준비, 소방관 동원 관련 [18] tyro5495 13/02/22 5495 3
42391 [일반] 박근혜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식에 앞서 제설 작업에 소방관을 동원하였다 합니다. [170] Dornfelder8329 13/02/22 8329 0
42232 [일반]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직업 1위 [29] 김치찌개9801 13/02/12 9801 2
41715 [일반] 2013년도 첫 영화로 반창꼬를 보고 왔습니다. (스포無) [11] 미소천사선미3705 13/01/16 3705 0
41421 [일반] 악몽같은 연말이 지났네요. [7] 시케이더4806 13/01/01 4806 0
41035 [일반] 지식채널e - 거룩한 기도 [7] 김치찌개3706 12/12/13 3706 0
39494 [일반] 불산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64] Cool Gray12984 12/10/04 12984 3
39490 [일반] 정부 "장준하 의문사 조사권한 없다" 결론 [45] 후추통5115 12/10/04 5115 0
37867 [일반] 소방관이 꿈이였던 아이 [2] 김치찌개3217 12/06/25 3217 0
36832 [일반] 소방관의 지혜 [7] 김치찌개4171 12/04/20 4171 0
36559 [일반] 소방관의 지혜 有 [30] 메롱약오르징까꿍6490 12/04/09 6490 0
34666 [일반] 미국에선 영웅, 한국에선 초등학생들에게만 영웅..? [8] 김치찌개6759 12/01/13 675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