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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07 16:56:42
Name 헥스밤
Subject [일반] 참을 수 없는 서사의 역겨움 : MBC '집으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배가 고팠고 나는 몸이 좋지 않았다. 십년 전의 어느 날이었더라면 '배도 고프고 몸도 안 좋으니 데낄라나 마실까'로 하루의 밤을 열었겠지만 늙고 지친 우리는 배가 고프고 몸이 안 좋았다. 그래서 그냥 무난하게 고기나 먹기로 했다. 친구는 고깃집의 가장 안쪽, 어린 아해들로 시끄러운 테이블 하나와 불륜 커플일지 부부일지 모를 아저씨 아줌마가 앉은 테이블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투덜거렸다. 아니 이렇게 넓은데 꼭 사람 많은 자리 앉아야겠어. 저기 문 쪽으로 앉지. 그는 '춥잖아.' 라는 말로 나의 제안을 묵살하고 고기를 시켰다. 그것이 그 모든 역겨움의 시작이었다. 불길함은 낮은 목소리로 양쪽에서 다가왔다. 시끄럽게 떠들던 옆 테이블의 아해들은 비틀비틀 우리 자리로 다가와 '저기 사진 좀 찍어주시겠어요' 라고 부탁하며 의자 위에 올려 둔 내 가방을 떨어뜨릴 뻔 했다. 주문과 함께 재떨이를 가져달라고 부탁하자 옆 테이블 아주머니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기 담배 피워도 되요? 금연인 줄 알고 들어왔는데.' 나는 의기양양하게 친구를 쏘아보았다. '거봐라. 그러게 왜 하고 많은 자리 중에 딱 여기 앉아가지고 이 사단이냐.' 친구는 고개를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그럼 자리 옮길까' 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미 고깃집 특유의 찬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운 상태였으니 그만두었다. 바에서 일하며 술잔 하나 옮기는 것도 귀찮은 일인데 이미 깔린 반찬을 옮겨달라는 건 역시 귀찮은 일이니까. 그리고 이 정도의 불길함이야 일상적인 것이니 수선 떨 것도 없다.

그리고 우리가 잡은 자리는 고깃집이라면 으레 있는 커다란 TV 바로 아래였으니 딱히 아주 나쁠 것은 없을 것 같기도 했다. TV에서 뭐라도 재밌는 게 하지 않을까. 인간이란 불길한 전조들에 둘러싸이게 되면 그것을 떨쳐내려고 희망적인 상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보통 실패한다. 고깃집의 TV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삶의 유쾌함에 도움을 주는 경우는 별로 없다. 올 겨울은 그래도 괜찮았다. 김연아도 예뻤고 다른 피겨 선수들도 예뻤으니까. 하지만 겨울 전에는? 그 모든 스포츠와 정치들과 헛소리들. TV에서 나오는 것이란 대체로 사람을 빡치게 하는 것들이다. 그것도 뭐 그런대로 재미있다만. 그날은 아니었다. 토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추악하고 역겨운 프로그램이 TV를 통해 내 위장을 직격했다. 인생을 그리 길게 살지도 않았고 TV를 자주 보는 편도 아니기에 이게 일반적인 TV 프로그램의 수준에서 얼마나 쓰레기 같은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서, 이것은 내가 태어난 이후로 본 TV 프로그램 중에 가장 더럽고 추잡스러운 프로그램이었다. 그것은 MBC의 '집으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

아마존 원주민이 나온다. '아마존 전사'의 서울 방문기란다. 눈썹 위에 빨간 칠을 하고 뺨에는 무늬를 그려 넣고, 일상적인 한국의 문명화된 복식을 입은 아마존 전사 일가족이 서울을 돌아다닌다(얼굴 장식과 옷 사이의 괴리감 정도는 이 프로그램의 수준에서, 아무런 문제가 안 되는 수준이다). 그런가보다 했다. 한국인 가족과 축구를 한다. 거기까지도 그런가보다 했다. 컨디션이 최악이라 아마존? 아마존? 그거 브라질에 있는 강이었나. 브라질 축구 잘하는 나라니까 가족 간 친선 경기라도 하나 보지, 라는 어이없는 생각을 잠깐 했다. 축구가 끝나고 한국인 가족과 아마존 전사의 가족은 식사를 하러 간다. 한국인 가족은 아마존 가족에게 수제버거를 대접한다. 아마존 전사 가족의 일원인 한 꼬마는 햄버거를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맨 위의 빵부터 순서대로 한장 한장 먹기 시작했다. 이때 굉장히 멋쩍은 BGM이 깔리며 그 꼬마는 서울 사람들이 햄버거를 먹는 방식을 힐끔힐끔 쳐다본다. 그리고 이제야 그는 '제대로 된 방식으로' 햄버거를 먹기 시작한다. 카메라의 시선과 한국인 가족의 시선에는 우월한 제 1 세계의 시선이 빙의되어 있다. 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뭐야 저거. 문명화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서울의 시민이 야만의 부족에게 '문명의 음식'을 대접하고, 그들이 어리둥절히는 것을 즐긴다. 21세기에. 2014년 소치올림픽이 끝난 마당에. 저건 대체 어느 시대의 역겨운 서사인가. 정말 한껏 양보해서 대접한 음식이 한국의 전통 음식이고, 아마존 가족들의 식사를 다루는 시선이 '문명과 문명의 마주침'을 다루는 방식이라 할지라도 비판받을 여지가 충분한데, 이건 뭐지.

하지만 그들은 햄버거를 대접하고, 문명이 야만을 비웃으며 교화하는 방식으로 문제의 장면을 그려내었다. 제국주의자, 라는 꽤 강력한 정치적인 욕설마저도 힘을 잃어버리는 장면이다. 맨하탄의 중산층 유태인이 미국적 음식을 대접하며 저런 짓거리를 해야 제국주의, 라는 체계와 정치성이 갖춰진 비판이 가능할  것이다. 제1세계에 제대로 속하지 못하는 동아시아 끄트머리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저 짓거리를 '제국주의적이다'라고 비난하기엔 제국주의라는 단어가 아까운 수준이다. 19세기 일본이 탈아입구를 외치며 서구적 근대화를 진행하고 아시아의 미개 국가를 깔보던 시선만큼 구리다. 아니, 그보다 심각하다. 지금은 21세기다.

이야기는 더욱 가관으로 흘러간다. 아마존 가족의 아버지는 서울의 밤을 즐겨보고 싶다는 자식들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억압한다. 그것을 그려내는 시선은 '저 아마존의 야만인들을 보세요. 저들은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을 때리려고 합니다. 보세요. 이게 야만입니다 야만. 하지만 문명화된 우리 대한민국은 그러지 않죠'가 된다. 아, 나는 '탈식민주의'라거나 '성찰적 문화인류학' 같은 개념들이 이제는 너무 우려내서 더 이상 우려낼 것도 남지 않은 사골이라고 생각했는데. 저런 20세기적인 단어와 개념들 '만으로' 비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21세기에 제작되고 방영된다니 충격적이다. 내가 받은 충격과 상관없이 TV속 아마존 전사들은 직업의 세계를 탐방하러 라면 공장을 방문한다. 이 참혹한 장면은 '기브미 쪼꼬레또' 내지는 '늬 집엔 이거 없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고기를 굽고 먹는 것도 잊은 채 저 프로그램에 집중했다. 덕분에 나는 충분히 식지 않은 고기를 입에 넣다가 혓바닥을 데어버렸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혀가 욱신거린다. 그리고 아아. 직업 소개 프로그램은 계속되었다. 내 혀에는 불이 붙었는데 아마존의 전사들은 직업 체험관에서 소방관의 장비를 걸치고 건물의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항공관이 직업 체험의 대미를 장식하였다. 매우 당연하게도, 항공관의 한국인 직원은 아마존 남성 꼬마에게는 파일럿 복장을 입히고 파일럿 일을 가르쳤고, 아마존 여성 꼬마에게는 스튜어디스 복장을 입히고 플라이트 어탠던트의 일을 가르쳤다. 여러분, 이게 문명입니다 문명. 전근대적인 '고정된 성 역할'에 대한 고려 따위 하지 않고 남자니까 파일럿 여자니까 스튜어디스를 당연시하는 이것이 여러분 아마존 야만인들이 보고 배워야 할 문명이라 이 말입니다. 이외수 옹의 명언이 입 안을 맴돌았다. 와 XX 할 말을 잊었습니다. 아니 하다못해 제국주의적 프로젝트를 기획하려면 적어도 스스로가 제국 혹은 제1세계는 되는 정도의 내적 완결성은 갖추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문명화되고, 근대화되고, 민주화되고, 성 평등이 이루어지고, 자유가 존재하는 척은 해줘야지. 이쯤 되면 그냥 '우리는 그냥 잘사는데 아마존 야만인들 너그들은 참.' 이상의 저열함 이상이 되지 못한다.

더 보면 정신이 정말로 붕괴할 것 같아서 자리를 옮겼다. 자리를 옮기고 계산을 하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친구로부터 '제1회 공안예술대상' 정식 공지가 완성되었으니 홍보를 부탁한다는 연락이 와 있다. 하. 하. 하. 그렇다. 2012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사진가이자 펑크/메탈 레이블 비싼트로피 레코드의 사장이었던 20대 중반 청년 박정근이 우리민족끼리의 트윗을 비웃기 위해 리트윗하며 '김정일 카섹스' '김정일 가슴 만지게 해주세요' 라는 글을 쓰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이게 바로 문명입니다 문명. 박정근은 지리한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애초에 '김정일 카섹스'를 외치는 것으로 국가보안법을 위반을 할 수 있는 황당무계한 전근대적 문명 속에 살고 있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 시민들인 것이다. 이를 기념하고자 몇몇 단체에서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법적 금기의 경계선을 넘었는지 안 넘었는지 알 수 없는 모든 창작물’을 대상으로 개최한 것이 바로 공안예술대상이다. 기초적인 표현의 자유마저 존재하지 않기에 공안예술대상같은 것이 기획되는 국가에서 제 1세계인 척 문명을 이야기하며 야만인들을 불러다가 인류애적 시선으로 어루만진다. 저따위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그 상황에서 공안예술대상의 공지가 올라오다니, 정말 소설적이고 황당무계하겠지만 사실이다. 저런 소설적이고 황당무계한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시대에서, 이 정도의 우연이라면 극히 정합적이다.

김정일 카섹스를 외친 죄로 국가보안법의 수사대상이 되어 구속 수사를 받아 한동안 생업인 사진관을 경영하지 못하게 된 20대 청년이 존재하는 대한민국 사회가, 섹스에 대한 소설을 쓴 죄로 교수가 강의 중에 경찰에 연행되는 일이 벌어졌던 이 문명화된 사회가 '아마존의 야만인'들을 불러 문명을 훈계한다. 이쯤이면 구소련의 질 떨어지는 정치적 홍보물을 욕할 수도 없다. 역겨움의 미학, 이라는 내적 통일성은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고기를 함께 굽던 현재 백수인 친구는 '저런 걸 기획하는 PD도 직업이 있는데 나는 백수라니.' 라는 슬픈 코멘트를 남겼다. 에이, PD가 무슨 잘못이야. 문명이 잘못했네. 너 나 우리가 잘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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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無嶋
14/03/07 17:00
수정 아이콘
진짜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다구요? 에이 설마 소설이겠지.
감모여재
14/03/07 17:02
수정 아이콘
아마도 '저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공중파 PD로 살아남은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신경쓰여요
14/03/07 17:10
수정 아이콘
..........-_-;;; 이렇게 야만적인 프로가 있었단 말이에요? 와.... 지금이 2014년이지 1914년인 줄 아나;
샨티엔아메이
14/03/07 17:16
수정 아이콘
내가, 우리가 조금이라도 우월하다고 확인하고 그걸 뽐내고 싶어하는게 유독 심한거 같긴해요.
애초에 그게 정말 우월한건지 뭔지도 구분못하는 시점에서 말이죠.
사과씨
14/03/07 17:29
수정 아이콘
21세기 사라 바트만인가... 정말 글만 읽어도 글쓴님의 불쾌감에 공감할 수 밖에 없네요.
켈로그김
14/03/07 17:51
수정 아이콘
현실은 시궁창이고,
시궁창같은 현실에서 아둥바둥 사는 사람들을 위로하려고 했.......겠죠?
문제는.. 위로랍시고 한다는게, "그래도 니들이 쟤네들보다는 낫잖아" 라는거..
거기에 그치지 않고, 쟤네들의 약점, 치부를 한껏 부풀려 보여주고 "기분좋지?" 라고 묻는 듯 하네요.

아무 생각없이 보고 재미있어할 수가 없는 프로그램이네요.
그렇게 자신있으면 문명인의 꼬추가 아마존의 그것보다 크고 단단하고 아름다웁다는 것이라도 당당하고 공정하게 보여주던가.
이쥴레이
14/03/07 18:01
수정 아이콘
헥스밤님 글은 참 재미난거 같네요.
제가 좋아하는 수필형식이라 더 좋은거 같습니다.
14/03/07 18:29
수정 아이콘
이 글은 오히려 아마존인을 더 폄하하고 야만으로 모는 느낌의 글이라고 생각되네요

그 방송에서 잘못된것으로 짚은것이 다음의 장면인데

1. 한국인이 아마존인들에게 수제버거를 대접한다. 아마존인들이 수제버거를 패티부터 따로먹는다. 그러다 주변 한국인들을 보며 먹는방법을 익힌다. 야만이 문명에 교화되고 있다.

애시당초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음식문화를 만나면 당황하고 어리둥절하는것이 당연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이 음식문화는 이렇게 하는구나 라고 배우게 되는거죠. 이게 왜 문명에 교화되는거죠? 아마존인을 먼저부터 야만이라고 규정하고 그들이 다른 나라 문화를 배우는걸 교화라고 먼저부터 단정하는게 아닐런지요

서양인이 한국에 와 한국음식을 대접받을때 젓가락을 어떻게 쓸지몰라 우왕좌왕하다가 옆 한국인을 보고 배운다고 할때 그것도 야만이 문명에 교화되었다라고 하나요? 아니죠, 그저 새로운 음식문화를 만났을때의 당황하는 재미난 에피소드로 넘어갈겁니다.

또 반면에 한국인이 정글의 법칙에 가서 그 원주민들의 음식을 받고 어떻게 먹을지몰라 우물쭈물한다고 합시다. 그때 원주민이 먹는 방법을 알려주면 그것도 문명이 야만을 교화하는게 되는건가요?

애시당초 아마존인들을 우리문명인보다 열등하다고 미리 전제를 까니까 음식문화를 알려주는것을 문명이 야만을 교화한다라고 단정하는게 아닐까요? 왜 그게 '문명화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서울의 시민이 야만의 부족에게 '문명의 음식'을 대접하고, 그들이 어리둥절하는 것을 즐기는게 되는걸까요..

그럼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은 '뛰어난 문명의 원주민들이 야만의 한국인에게 '문명의 음식'을 대접하고 그들이 어리둥절하는것"을 즐기는게 되는걸까요? 아무도 그렇게 생각안하잖아요. 애시당초 위처럼 생각하는건 한국인이 원주민보다 낫다는 우월의식을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게 아닐런지요.



2. 아마존 가족의 아버지는 서울의 밤을 즐겨보고 싶다는 자식들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억압한다. 그것을 그려내는 시선은 '저 아마존의 야만인들을 보세요. 저들은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을 때리려고 합니다. 보세요. 이게 야만입니다 야만. 하지만 문명화된 대한민국은 그러지 않죠'가 된다.


한국의 아버지도 아이가 말을 듣지않으면 때리려고 합니다. 더더군다나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늦은밤에 나갈려고 한다면 때리는 아버지는 많을겁니다. 대한민국의 아버지라면 그런 모습을 아들을 염려하는 부정으로 볼텐데 아마존 아버지가 그러니 그게 야만으로 미리 짐작하고 그렇게 해석하는건가요?

아이가 잘못해서 아버지가 혼내는 에피소드는 어느나라사람들이나 있을법한 이야기고 나올만한 충분한 이야기입니다. 그게 단지 아마존인이기에 그건 야만을 그려내는게 되는건가요?

만약 서양인 가족을 데려와 아이가 밤늦게 서울거리를 나가고 싶어해서 아버지가 때려서라도 말리면 그것도 '저 서양 야만인들을 보세요 저들은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을 때리려고 합니다. 보세요. 이게 야만입니다 야만. 하지만 문명화된 대한민국은 그러지 않죠' 가 될까요?




3. 항공관이 직업 체험의 대미를 장식하였다. 매우 당연하게도, 항공관의 한국인 직원은 아마존 남성 꼬마에에게 파일럿 복장을 입히고 파일럿 일을 가르쳤고, 아마존 여성 꼬마에게는 스튜어디스 복장을 입히고 플라이트 어탠던트의 일을 가르쳤다. 여러분, 이게 문명입니다 문명. 전근대적인 '고정된 성 역할'에 대한 고려를 단 하나도 하지 않고 남자니까 파일럿 여자니까 스튜어디스를 당연시하는 이것이 여러분 아마존 야만인들이 보고 배워야 할 문명이라 이 말입니다. 이외수 옹의 명언이 입 안을 맴돌았다. 와. 할 말을 잊었습니다. 아니 하다못해 제국주의적 프로젝트를 기획하려면 적어도 스스로가 제국 혹은 제1세계는 되는 정도의 내적 완결성은 갖추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문명화되고, 근대화되고, 민주화되고, 성 평등이 이루어지고, 자유가 존재하는 척은 해줘야지. 이쯤 되면 그냥 '우리는 그냥 짱짱 잘사는데 아마존 야만인들 너그들은 참.' 이상의 저열함 이상이 되지 못한다.


아마존인이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 해서 저기서 남자에게 파일럿일을 가르치고 여자에게 스튜어디스일을 가르치지 않을까요? 물론 고정화된 성관념은 잘못된것이긴 하나 그게 상대가 아마존인이라서 그렇게 하는게 아닙니다. 파일럿이 남자가 대다수고 스튜어디스가 여자가 대다수이니 그런 고정관념이 생긴거지 그게 야만인들에게 보여줄 문명이라서 그들이 그렇게 하는걸까요?

병원놀이할때 남자는 의사하고 여자는 간호사하는건 뭔 야만을 가르치기위해서 그러는게 아닙니다. 남자의사들이 많고 여자간호사가 많으니 그런 관념이 생긴것뿐이지 그게 야만인에게 그런 문명알려주려고 그러는게 아니죠. 물론 앞으로는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지만 이게 왜 여기서 문제시되는건지 도통 알수가 없습니다.

아마존인이 아니라 한국의 유치원생들이 견학을 가더라도 남자에게 파일럿복을 입히고 여자에겐 스튜어디스복을 입혀봤을겁니다.


하여간 여기서 지적된 문제는 아무리생각해도 그냥 상대가 아마존인이기때문에 문제를 삼는거다라고 밖에 볼수가 없습니다.

글쓴분이 먼저부터 아마존인은 우리보다 덜문명화된 야만인이라고 생각하고 문제를 제기하는걸로 밖에 볼수가 없다는거죠

만약 아마존인을 그저 우리와 대등한 그저 우리와 먹는문화가 다르고 사는 문화가 다른 또다른 객체로 생각한다면 여기 글에 나온 내용중에 문제될만한게 딱히 있나요? 오히려 이런글이 아마존인을 폄하하고 야만인으로 만드는 걸로 밖에 보이지가 않네요.

아마존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이었다면 그 나라사람이 한국에 와서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그것에 어리둥절하다가 점점 익히고 배우는 과정을 가지고 야만에 대한 교화라는 식으로 바라봤을까요?



전 아마존인을 야만으로 취급한다고 해서 그렇게 취급하는 구체적인 멘트나 구체적인 행동 등이 있을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건 오히려 다른 나라같으면 너무나 자연스러웠을 장면을 야만에 대한 교화라고 취급하는거 자체가 아마존인들을 더 비하하고 깍아내리는 걸로 보이네요.
돌부처님
14/03/07 19:18
수정 아이콘
저는 개인적으로 1화부터 전편 시청했던 터라 글쓴분하고 느낌이 조금 달랐는데, 한편만 보셨으면 이렇게 느끼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애초에 최수종 하희라부부가 아마존에 야물루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아마존을 체험하고,
야물루 가족들을 다시 한국으로 초대해 홈스테이 하는 프로그램인데요.

각자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최수종 하희라부부도 그쪽에서 이런 저런 문화적 차이를 느끼고 어려움을 겪었고,
야물루 가족 역시 한국에서 문화적 차이를 느끼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야물루 가족이 속한 아우라 부족 역시 지금은 현대화 된 부분도 많아서 야물루의 아버지인 아빠후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한국으로 온 것도 있는데요, 그런 면에서 최수종 하희라부부가 직업체험관을 데려갔던 것으로 보았거든요.

그리고 아빠후가 화내는 모습은 굉장히 이례적인 부분인데요.
가족들이 함께 생활하고 떨어져서 생활하기 꺼려하는 아버지와 한국까지 왔으니 다양한 체험을 해보고 싶다는 딸의 의견충돌이었어요.
아빠후가 화내는 것은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 처음이어서 놀랬다는 야물루의 말도 있기도 했으니 폭력적으로 억압하는게 일상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제가 글쓰는 실력이 부족하여 이리저리 두서없이 쓰긴 했는데, 계속 시청했던 사람으로서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네요.
14/03/07 19:22
수정 아이콘
저는 그래서 이 글이 오히려 아마존인들에겐 불쾌할 글 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을 무슨 지나친 보호의 대상인양 특별취급하는게 오히려 그들에겐 자신들을 폄하하고 야만인이라고 비하한다고 생각하겠죠
꽃보다할배
14/03/07 19:54
수정 아이콘
보호와 존중의 관점차이 겠지요
천마도사
14/03/07 21:41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버스커버스커
14/03/07 23:08
수정 아이콘
이번 글은 그다지 공감이 안됩니다. 어거지를 부리는 느낌도 들고.. 오히려 저는 이 글이 더 불편하네요.
김정일 카섹스 글 언급도 연결고리가 그다지 적합해보이지도 않고..
그래도 이렇게 공개된 곳에 글을 게시하는 것이라면 여러 소리를 다 들으실 생각으로 올리시는거겠지요...?
몽키.D.루피
14/03/08 00:22
수정 아이콘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방영했던 아마존 부족이 런던 오는 프로그램과 컨셉이 유사해보이네요. 거기는 제 1세계니까 내적 통일성이 충만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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