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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5/12 23:52:17
Name 화이트데이
Subject [일반] 변한게 없는 성교육.

10년 정도 된 이야기이다. 내가 중학교 3학년 때였는데 시험도 끝났고 해서 말그대로 '자유분방'한 분위기인 주말이었다. 친구들과 어디서 뭐하고 놀지 걱정하다가 결국 PC방을 가게 되는 즐거운 일상이 반복되던 날이었다. 주말에는 담임선생님과의 시간이 한 시간씩 있었는데 이 시간에 '성교육'을 한다고 했다. 한 반에서 전문 강사가 수업을 하고, 그 수업 내용을 생방송으로 송출하여 다른 반에서는 TV 로 보는 나름대로 당시로는 최신식의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수업내용은 전혀 최신스럽지 못했으며, 결국 담임 선생님은 '남자새끼들이 전부 섹스 머신인 줄 아냐'며 따끔한 일침을 날리고 TV를 꺼버렸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지만 차라리 안보는게 나았다 싶다.


그리고 몇 주 전에 교생실습 중인 친구들과 우연히 모여 술을 마시게 되었다. 군대에서 어땠냐는 둥, 내 부대는 이랬다는 둥 여느 남자들 얘기처럼 갓 전역한 이들은 군대 얘기를 어느 정도 떠들다가 자연스럽게 여자 이야기, 인생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러던 중, 성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자신이 교육을 하던 중에 참관을 하고 있었고 그 관련 이야기를 해주는데 10년 전과 변한게 없었다.


내 10년 전, 수업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이 것이었다. '남성들은 폐쇄된 공간에 여성과 단 둘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그 여성과 관계를 맺으려할 것이다. 이 것은 본능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남성과 여성이 단 둘이 한 곳에 있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였다. (이 말을 들은 직후, 담임 선생님께서는 저 발언을 하시고 TV를 꺼버렸다.) 전문 강사가 1000명 가까운 인원들에게 행한다는 성교육에서 한다는 발언의 수준이었다. 연애를 안해보셨나?


솔직히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수업들 만큼이나 중요한게 성교육이다. 우리가 듣는 고등교육의 수업들은 전공을 선택하기 위한 일종의 발판이지만 성교육은 인생의 일환이자 누구나 실질적으로 맞부딪치게 되는 부분이다. 언젠가는 연애도 하고, 섹스도 하고,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아야함에 있어서 성교육은 정말로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성교육은 갈피를 못잡고 있다. 제일 중요하게 가르쳐야할 부분이 그 놈의 유교적 폐쇄성이라는 명목 하에 가로막혀서 설명이 안되고 있다. '나이들면 다 안다'는 막무가내 식으로.


기초적인 남자와 여자에 대한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부족하고, 실질적으로 가르쳐야할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성폭행이 당할 위험이 있으면 소리쳐서 도움을 청하라는거는 초등학교 때 안전 교육을 받으면서 진작에 끝냈어야할 부분들이고.) 지나치게 여성 중심적, 폐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피해를 받는 대다수가 여성이니 이는 상관없다만, 결국 주체는 둘이다. 여성이 실컷 궁금증을 해소해도 반대 측에서 해소를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 19세기 이전도 아니고. '순결이 아름답다'는 건 옛날 소리이다. 여성의 욕망 추구를 막기 위해, 남성중심적으로 만들어진 저딴 단어를 왜 아직도 공교육이라는 집단이 쓰고 있는지도 이해를 못하겠다. 아니면 차라리 양심있게 남자도 지키라고 하던가. 문제점이 많은 말이다.


성관계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어떻게 임신이 되는지, 피임이 왜 중요한지, 피임을 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피임 도구는 어디서 사는지가 성교육에서 배워야할 것이다. 그런데 상당수는 빼먹고 그걸 포르노가 상당 부분을 왜곡하여 가르치고 있는게 지금 닥친 현실이고.

- - - - - -

그냥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썼습니다. 개중에는 성적 폐쇄성도 우리 나름의 문화니까 존중받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하더군요.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려는 순간부터 그 문화는 악습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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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 그레이
14/05/12 23:55
수정 아이콘
씁쓸한 현실이죠. 무조건 일단 막고 보려는 마인드의 연장선상 중 하나라고 봅니다. 마지막 줄에 크게 공감합니다.
당근매니아
14/05/12 23:58
수정 아이콘
차라리 엔하위키 피임 항목란이 믿음직한 웃기지도 않는 상황이....
14/05/13 00:12
수정 아이콘
콘돔 사용법이나 교육시킬것이지...

피임을 안해서 덜컥 임신한 아이들의 상담사례를 보여줌으로써 경각심도 일깨워줘도 되고..

왜 이 쪽으로는 전혀 개선이 안되는 지 궁금하네요. 야동을 통해 앞으로도 성을 배워나가겠죠..
다리기
14/05/13 00:21
수정 아이콘
시대 상황에 따라 가장 시급하게 바뀌어야할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녀 각각의 피임법, 그리고 서로의 몸에 대한 (특히 여성에 대한 남성의)이해가 가장 선행되어야죠.
마스터충달
14/05/13 00:30
수정 아이콘
콘돔사용법, 날짜 계산법, 체외 사정법
각 피임수단 사용시 임신확률
관계후 청결유지 방법
상해를 입히지 않는 삽입 타이밍
관계를 거절하는 법(단순히 거부의사를 전하는 것을 넘어 상대방 기분을 나쁘지 않게 하는 법까지)

등등... 가르쳐야 할것 넘치죠
14/05/13 00:34
수정 아이콘
전 정말 콘돔이란걸 중1때 처음 알았고 중3되서야 성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처음 알았습니다.......덜덜..
광개토태왕
14/05/13 07:42
수정 아이콘
전 고등학교때 비로소 알았는데....
콘돔의 개념이요...
리듬파워근성
14/05/13 00:42
수정 아이콘
제가 학창시절에 교수님과 담배를 피면서 야동이야기를 하는데 교수님이 문득,
우리나라 성교육 최악의 문제는 바로 '거절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큰 깨달음을 얻어 무릎을 탁 쳤지요.

그 후로 10년 동안 거절만 당하는데 미치겠네요.
포프의대모험
14/05/13 01:34
수정 아이콘
거절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 이유는 배우지 않아도 다 알고 실천하기 때문에...!
기아트윈스
14/05/13 02:00
수정 아이콘
거절이 제일 쉬웠어요
14/05/13 02:42
수정 아이콘
저도 10년 전 일이긴 하지만...성교육한다고 전문강사라는 분이 교실에 들어와서 굉장히 흥분한 태도로
일부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변태성욕(?)에 대한 혐오스러움을 성토하시다가 성교육을 끝낸 것이 기억나네요..
낭만토스
14/05/13 03:07
수정 아이콘
성교육과 노동법에 대한 교육이 시급합니다

성인이 되면 필연적으로 성과 만나게 되고 노동과 만나게 되는데

아는 것이 없지요

대학교에서도 교양 필수 정도로 가르쳐야 하지 않나 하는.......
사쿠라이카즈토시
14/05/13 04:09
수정 아이콘
가장 위험한건 아무래도 질내사정이라는 행위에 대해서 환상을 가지고있는 남성들이 많다는 것 같습니다. 야겜이나 야동등에서 질내사정이 콘돔을 끼고 하는것보다 더 기분좋은 행위인마냥 묘사하고 그런 매체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오늘은 안전한 날이니까 괜찮다며 부추기는 등의 상황 때문에 애들이 그러려니 하는게 심각한거같습니다. 이런걸 잡아줘야되는데 아직도 쓸데없는거나 가르치고있으니 참...
14/05/13 10:10
수정 아이콘
안끼는 게 더 나은 건 사실 아닌가요?
나만 그런가;;;
다리기
14/05/13 12:54
수정 아이콘
다들 그럴 겁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5/13 14:28
수정 아이콘
개인취향의 문제라 ㅡㅡ;
다들 그렇제는 않을겁니다.
조사해본적이 없으니 얼마나 그런지는 알 수 없고요.
오스카
14/05/13 14:16
수정 아이콘
안 끼는게 더 기분 좋은 건 맞지 않나요;
콘돔을 안해도 임신 확률은 낮다는 인식을 고쳐줘야 하는 거죠.
14/05/13 08:18
수정 아이콘
여자는 야하게 입으면 안되고 밤늦게 돌아다녀도 안되고 남자랑 단둘이 있어도 안된다는 교육을 받는 여자에 비하면 낫죠 뭐.....
아니 그래서 이슬람권에서는 강간 없답니까.
14/05/13 11:23
수정 아이콘
이런 건 케바케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성교육을 받는지 그래도 10년은 지났는데 저희 중학교 성교육 담당 선생님은 올바른 콘돔 착용법을 가르치면서 이거 실수하면 공기 들어가서 콘돔이 뻥-! 니 여친 인생도 뻥-! 니 인생도 뻥-! 그런 얘길 하셨는데... 책임 질 생각 이전에 책임 질 일을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이사무
14/05/13 11:45
수정 아이콘
20년 전에 중학교 에서 성교육 했던 것 중에 인상 적이었던 건...

출산장면 실제 영상으로 보여주기 : 네...아기가 나오는 장면을 다 보여줬습니다. 남녀합반이었는데 완전 침묵만 흘렀던...

성병 비디오 : 남 녀의 성기에 성병 별로 걸렸을 때 어떤 증상이 나오는 지..... 실물로 보여주는 비디오 였습니다;;
이 때도 남녀 합반..... 화면 가득하게 남녀의 성기를 보여주는데 정말 침묵만 흘렀...
14/05/13 12:02
수정 아이콘
크크크 그 당혹스러운 침묵이 상상이 가네요.
이사무
14/05/13 12:07
수정 아이콘
아 하나 더 있네요. 성 교육은 아니고 약물 교육이었는데... (본드나 마약요)
당시가 90년대긴 했지만 80년 대 풍 영화 같은 내용이 나오면서, 중산층 여자주인공이 친구의 남친에게 꼬득임을 당해
마약을 손대면서 망가지는 내용이었습니다. 근데 중간에 집안의 돈과 물건들을 죄다 팔아치우다 돈이 떨어지자

친구의 남친 왈 : " 돈이 없으면 몸으로라도 떄워야지~" 라고 하니 옷을 벗는 장면에서 온 남학생들이 환호성을 질렀...

한동안 약물중독교육의 효과로 저 대사가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이었습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5/13 14:32
수정 아이콘
사실 성교육에서 중시되어야 할 부분중 하나는,
성적욕구와 그 표출방향에서 나타나는 '개인차'인데 이 부분은 정말 절망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지요.
심지어 '포르노그라피' 역시 '주류문화' 소비로 먹고살기 때문에, 이 '개인차'에 대한 부분은 그쪽에서도 공백상태니까요......
14/05/14 02:40
수정 아이콘
본문에 좀 당황스러운 구절이 있는데 "지나치게 여성 중심적, 폐쇄적"... 요즘 성교육 문화는 여성중심적으로 바뀌었나요? 그게 또 왜 폐쇄적이라는 말과 병치되어 있는지도 의아합니다.
네오유키
14/05/14 03:40
수정 아이콘
약 10년쯤 전에 전 학교 성교육 시간에 콘돔 사용법을 배웠는데요.... 여학교였지만 이런 건 여자가 알고 챙겨야 한다며... 물론 강당에서 한 학년을 다 모아놓고 강연한거라 저는 아직 사용법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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